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66)
제 67화
Chapter 7
셀은 생각했다.
저 인간, 대체 정체가 뭘까.
처음 지하실에서 만났을 때는 죽이고 싶었다.
긴 세월을 산 것은 아니었지만 드래곤은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사고력이 뛰어나다.
성장하는 속도도 차원이 다를 정도로.
그렇기에 셀은 인간을 싫어했다.
팔을 썰고, 피를 뽑아 가고, 마나를 운용하지 못하게 마법 작용이 되어 있는 거대한 쇠막대를 심장과 온몸에 박았다.
그런 이들을 어찌 좋아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자신을 구해 준 것도 인간이다.
그리고 그는 강했다.
셀은 기억한다.
두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는 것을.
그뿐이랴, 자신의 몸 위에 이종결합인지 뭔지 하는 것에 대한 단서를 적어 놓고 툴칸 제국이라는 땅덩어리에 던져 놨다는 것을 셀은 세세하게 기억한다.
드래곤은 그런 존재다.
셀은 3대 로드의 예언록도 기억했다.
잭을 처음 본 순간 곧바로 그 예언록이 떠올랐다.
그리고, 조금 허탈했다.
‘아, 이렇게 세상이 멸망하는구나.’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악마의 힘이, 전력이 아니었다는 거다.
셀은 생각했다.
‘아, 힘을 더 모아서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거구나.’
검게 물든 악마.
세상을 멸망시킬 정도의 힘을 가진 이들은 대체 뭘 먹을까.
평범한 음식을 먹지는 않겠지.
그런 이가 먹는 음식이 평범할 리 없다.
예를 들면, 드래곤 고기 정도는 돼야지.
그래서 두려웠다.
아, 나를 살려 주는 게 먹이로 살려 주는 거였구나.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다.
잭이라는 이름의 인간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걱정해 주고 따듯한 눈빛을 보냈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검게 물든 악마? 세상의 멸망?
조작된 게 맞구나.
아니, 저렇게 ‘착한’ 인간이 세상을 왜 멸망시켜?
셀은 고개를 들었다.
수련장 한가운데 앉아 있는 잭의 몸이 푸른빛으로 둘러싸여 있다.
감탄이라고 해야 할까.
태어난 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었지만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인간의 몸으로 마나를 수련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셀은 알고 있다.
알고 있는데…… 눈앞의 현상을 보고 있으면 기존 상식이 깨지는 기분이 든다.
잭이 저렇게 앉고 난 후, 정확히 1시간이 지났을 때 그의 심장에는 세 번째 서클이 만들어졌고 또 1시간이 지났을 때는 네 번째 서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시간이 흘렀다.
후웅-!!
다섯 번째 서클이 만들어졌다.
“와……아…….”
스스로를 뱀파이어라고 소개한 또래의 여자아이가 감탄사를 터트린다.
셀은 이 샬롯이라는 꼬마에게도 속으로는 감탄하고 있었다.
셀의 눈에는 잭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세세하게 느껴진다.
서클이 새겨지는 그 과정과 그 모습이 모두 보인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그걸 옆에 있는 샬롯도 확실하게 보고 느끼고 있나 보다.
[셀.]그래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도 반응하지 못했다.
[셀.]두 번 듣고서야 셀이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네…… 넵!
[그리 긴장하지 않아도 되느니라. 앉거라.]-네…….
셀이 자리에 앉자, 발렌타인이 말했다.
[너희 둘의 재능은 단언컨대 이 대륙에서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뛰어나다. 그러니 잘 보거라. 저게 가장 이상적인 서클의 형태다.]발렌타인의 손가락이 잭을 가리켰고 샬롯과 셀은 그 손가락을 따라 잭을 바라보았다.
[같은 서클이어도 힘의 세기나 마법의 세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바로 저런 경우이니라.]셀은 수련장에 앉아 있는 잭과, 이 눈앞에 있는 인간 여인을 무엇이라 정의해야 할지 몰랐다.
단순한 인간?
아니.
이 둘은 그런 단어로 정의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신?
반신?
괴물?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며,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하나하나의 서클이 신체와 마나의 조화를 온전하게 꾀하고 있어. 저런 것을 마나와 한 몸이 된다는 마나일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저것을 완벽하게 통제할 줄만 안다면 그것이 바로 무극경武極境이라는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지. 한데, 셀.]-……네 ……넵!
생각에 잠겨 뒤늦게 대답한 셀이 또다시 자리에 일어서자, 발렌타인이 손을 뻗어 셀을 무릎 위에 앉혔다.
[무의미한 고민을 하는구나.]-아…….
셀은 느낄 수 있었다.
이 여자, 아니 이분은 내 생각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을.
-……조금요.
[나에 대한 것은 말해 줄 수 있지만, 내 제자에 대한 것은 알려 줄 수가 없겠구나.]그만큼 신뢰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발렌타인이 말을 잇는다.
[사실 나도 내 제자에 대해 그렇게 많이 알고 있는 게 아니라서 말이다.]발렌타인이 웃는다.
샬롯도 웃는다.
하지만 셀은 웃지 못했다.
[그 실험실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는, 아마 내 제자보다 내가 더 잘 알 것이다.]-…….
[두려웠겠지. 아팠을 테고, 또한 힘들었을 테지. 외로웠으며, 죽고 싶었을 거고.]셀의 눈에서 눈물이 맺힌다.
[내 제자를 믿어 보거라. 저 아이의 곁에 있는 한 이 세상 그 누구도 너를 잡아가거나 죽일 수 없을 테니.]-네…… 네.
물끄러미 셀을 응시하던 발렌타인이 천천히 손을 뻗는다.
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고, 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러고 보니, 한 번도 보지를 못했구나.]-……흑…… 네?
[네가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어.]발렌타인의 손길이 이어지고, 발렌타인의 눈이 따뜻함으로 물든다.
[한번 웃어 보지 않겠느냐? 네가 웃는 모습을 내 제자보다 내가 먼저 보고 싶구나.]발렌타인의 말에 셀은 마음속 응어리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웃었다.
환하게.
[보기 좋구나.]발렌타인도 밝게 웃었다.
* * *
14살에 5서클.
내 얼굴에 금칠하는 것 같긴 하지만 수백 년의 역사 중 전례가 없던 일이다.
그런데.
‘내 몸이 원래 이 정도였나?’
전생에서의 경험이라고 뭉뚱그려 말하기엔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하다.
솔직히 조금 무리하긴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집중했고 최대한 신속하고 확실하게 서클을 만들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뭔가 되게 쉽다.
후작가의 감옥에서 1서클을 만들었을 때랑, 론의 곁에서 2서클을 만들었을 때.
그때도 꽤 빠르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말이 안 나온다.
나는 고작해야 5시간 만에 2서클에서 5서클로 껑충 뛰었다.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단순히 몸 안의 탁기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혼기, 때문인가?’
혼기는 마나보다 상위의 기운이다.
이걸 법으로 설명하자면 상위법 우선의 원칙이라고 해야 할까.
혼기를 능숙하게 다루는데, 마나를 어중간하게 다룬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거기다 내 몸은 성장기.
성장기의 몸이 혼기에 적응이 된 상태에서 그보다 하위 기운인 마나를 수련하니, 그 속도나 위력이 같을 리가 없다.
쉽게 말하면.
‘전생의 나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인데…….’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전생의 나보다 더 강해진다?
세상이라도 멸망시키라는 거야 뭐야.
그때였다.
주변에서 어마어마한 박수 소리가 들려온다.
“와아아아!!”
“최고다!!”
고개를 들었다.
무대 위에 서 있던 배우들이 관객들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있다.
연극의 제목은 오페라의 유령.
개인적으로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연극이어서 별의별 잡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스승님은 괜찮게 보셨는지 옆에서 물개 박수를 치고 있다.
스승님에게 안겨 있는 셀과 샬롯.
둘도 환하게 웃고 있는 걸로 보아 꽤나, 만족스럽나 보다.
그런데 저 드래곤 꼬맹이가 웃는 걸 처음 본다.
웃는 법 잊어 먹은 줄 알았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타노스라도 데리고 올 걸 그랬나.’
5서클을 이루고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내가 제일 먼저 본 것은 타노스가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내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
연극 보러 갈 생각 있냐는 내 말에 녀석은 고개를 저으며 수련을 계속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두고 왔다.
하긴, 대륙 최강의 검사가 쉽나.
[연극이 별로였나 보구나.]슬쩍 고개를 돌리자 스승님이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짓고 있다.
“별로긴요.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냐?]“예. 아직도 눈앞이 아련합니다. 반전도 대단했고.”
[오호, 반전이라면 크리스틴이 오페라의 유령이었다는 그 부분을 말하는 것이냐?]“예. 반전이 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스승님의 표정이 알쏭달쏭하다.
그 옆에 있던 셀과 샬롯도 고개를 갸웃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크리스틴이 아니라 에릭이라는 남자였단다.]“…….”
[재미없었던 게 맞나 보구나.]조금 무안하네.
음.
“식사, 하러 가시겠습니까?”
화제를 돌리자 스승님이 픽 웃는다.
어깨를 으쓱했다.
스승님이 만족하시면 그걸로 된 거지.
그렇게 근처에 보이는 식당으로 걸음을 옮기려다, 인파 속에 파묻힌 이들 중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이름이…… 아베이루였던가?]“예, 아마 맞을 겁니다. 모험가 길드 지부장.”
연극을 보러 온 건지, 아니면 시간을 때우러 온 건지, 굉장히 복잡한 표정을 한 채로 벤치에 앉아 있던 그가, 때마침 고개를 돌린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 그의 눈에 놀람이 담기고, 복잡함이 자리한다.
자리를 벗어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걸까.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내게 다가온다.
“이런 곳에서 뵐 줄은 몰랐습니다.”
“미행한 건 아니고?”
아베이루가 고개를 젓는다.
“전혀 아닙니다. 여기서 뵌 건 우연입니다. 그리고, 미행을 이렇게 티 나게 하는 정보원도 있습니까?”
솔직히 내가 봐도 진심으로 보인다.
힐끗 스승님을 바라봤더니 스승님도 그렇게 느낀 모양이다.
그리고 눈앞의 아베이루.
지부에서 보았을 때랑은 조금 달라 보인다.
뭐라고 해야 할까.
가면을 벗은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연극도 보러 오고, 시간 많나 봐? 내 돈 찾으려면 바쁠 텐데.”
“……이미 절반 정도는 찾았습니다.”
조금 의외네.
“일 처리가 꽤 빠르네?”
“그런 셈이죠.”
그러고는 아베이루가 나를 묘한 눈으로 바라본다.
“왜? 뭐 물어볼 거 있는 눈초린데?”
“……있긴 했는데, 여기서 할 말은 아닌 것 같군요.”
피식 웃고 말았다.
안 그래도 주변 시선이 몰린 상황이다.
스승님의 외모는 안 그래도 독보적이니까.
거기다 슬쩍 고개를 돌려 보니 아까 연극에서 유령 역할을 맡았던 남자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오. 아름다운 레이디, 괜찮으시다면 제게 레이디를 모실 영광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스승님이 싱긋 웃는다.
[미안하구나. 아이야. 내가 오늘은 조금 바빠서 말이다.]“하하, 레이디께서 선약이 있으신가 보군요. 그렇다면 다음에라도 만나고 싶은데…… 혹시 어디 사시는지…….”
유령이 가면을 벗더니 자신감이 넘쳐 나네.
그런데 조금 구질구질해 보인다.
뭐라고 하려던 그때.
아베이루가 나섰다.
그가 유령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더니, 유령이 사색이 된 표정으로 뒤로 물러선다.
그러고는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게, 겁박을 한 거 같은데.
“뭐야. 왜 이래? 그래도 수수료는 안 줄 건데.”
“수수료는 받을 생각 없습니다. 청부금. 일주일도 안 걸릴 겁니다. 내일이나 모레 중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아베이루가 그대로 몸을 돌리려던 그때.
[아이야. 식사는 하였느냐?]아베이루가 고개를 돌린다.
“저 말씀이십니까?”
스승님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식전입니다.”
[그럼, 같이하자꾸나.]스승님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괜찮겠느냐는 의미가 담긴 시선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내가 뭐라고 해.
가야지. 별수 있나.
그런데.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돈은 있지?”
“……예?”
“설마 공짠 줄 알았어? 더치페이야, 인마.”
“……저 돈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