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67)
제 68화
* * *
양고기와 샐러드, 그리고 케밥.
식탁에 놓인 메뉴는 꽤나 화려했다.
자연스럽게 식사를 시작했고,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 아베이루는 아주 조용히 식사를 했다.
갑자기 궁금해지네.
“디트리히의 의뢰는 왜 받아들인 거냐?”
양고기를 뜯으려던 아베이루가 조용히 고기를 내려놓는다.
“위에서 받아들이라고 시켰으니까요.”
이것 봐라.
“너는 그저 손과 발에 불과했다?”
“손과 발도 아닐 겁니다. 그냥…… 도구, 도구라는 단어가 적절하겠군요.”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 그건 그렇고, 절반 찾았다고 했지? 그럼 그 청부금이 대체 총 얼마였다는 거냐?”
“50만 골드입니다.”
솔직히 조금 놀랐다.
“50만? 5만이 아니고?”
“예, 50만 골드. 정확히 50만 골드입니다.”
“그 모질이 새끼가 꽤 능력 있는 놈이었나 보네. 무슨 수로 50만 골드를 융통했대?”
“여러 가지 사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아베이루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기를 집어 든다.
그런데, 왜 고기에는 집중 안 하고 온 감각을 나한테 집중시키고 있냐.
“뭐야, 나 떠보려는 거냐?”
“……그렇게 느끼셨습니까?”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는 놈일세.
“그렇게 온 감각을 나한테 집중시키고 있는데 눈치 못 채면 그게 X신이지. 그 ‘여러 가지 사업’이라는 거에 뭔가 있나 봐?”
“……공짜로는 대답 못 해 드립니다.”
“누가 답해 달랬냐. 밥이나 마저 먹어. 절반은 네가 내야 되는 거니까.”
“……예?”
놈이 당황한다.
아니, 그런데 왜 당황해.
“더치페이잖아.”
“……더치페이면 저까지 총 5명이니까 저는 5분의 1만 내면 되는 거 아닙니까?”
“어, 아니야. 사실 이 음식들은 나 혼자 다 먹으려고 했던 거야. 거기에 네가 꼈으니까 나랑 절반씩 더치페이 하는 거지.”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해맑게 웃었다.
“왜 말이 안 돼? 이게 더치페이지.”
실실 웃자 아베이루가 할 말을 잃었는지 그대로 입을 다문다.
장난은 이쯤 할까.
“농담이니까. 마저 먹어. 돈도 낼 필요 없어. 내가 사는 저승길 선물이라고 해야 할까?”
“…….”
“물론 네가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면 저승길 선물이 아니게 되겠지.”
스승님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던 아베이루는 진짜 돈 안 내도 되는 건가 하는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
“그냥 먹어. 장난 한번 쳐 본 거야.”
“……예, 알겠습니다.”
다시 식사가 이어진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르자 스승님이 말했다.
[시간이 다 됐구나.]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해가 진 지는 오래되었고, 하늘에는 달이 떠 있다.
다시 고개를 내리자, 셀과 샬롯, 그리고 아베이루가 식사를 멈추고 그 자리에서 정지해 있었다.
시선이 옆으로 옮겨진다.
스승님의 몸에서 천천히 뿜어져 나오는 빛.
이어서.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스승님의 몸이 그 자리에서 인형으로 변했다.
잠시 멍하니 있던 아베이루의 입이 떡 하고 벌려진다.
“이게 대체 무슨…….”
자리에서 일어선 뒤 스승님을 어깨에 앉히고, 스승님이 입고 있던 옷을 고이 접었다.
“어디 가서 떠들고 다니건 상관은 없는데, 가능하면 그냥 입 닫자. 오케이?”
“……예.”
스승님의 비밀과 내 비밀.
솔직히 그런 게 세상에 알려져도 나는 상관없다.
귀찮게만 하지 않으면 농담이 아니고 그냥 가만히 놔둘 생각이거든.
그런데, 지금 보니까 아베이루는 우리 스승님이 꽤 수준 높은 ‘폴리모프’를 시전 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나저나.
“역시 스승님은 제 어깨에 앉아 있는 게 어울리십니다.”
스승님의 작은 손가락이 내 머리를 툭 친다.
그렇게 대충 식사가 끝나고 디트리히에게 삥 뜯었던 돈으로 계산을 마쳤다.
밖으로 나오자 아베이루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나와 스승님에게 고개를 숙인다.
“어…… 음……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오냐. 잘 가라.”
아베이루가 사라진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스승님이 말했다.
[아마 내가 전생에서도 이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어떤 말이요?”
인형이 된 스승님이, 여전히 아베이루의 뒷모습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다.
[직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워낙 죽음이라는 것과 친숙하게 지내서인지 몰라도 이상하게 곧 죽을 아이들에게는 그런 냄새가 나.]확실히 처음 들어 보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저 지부장이 곧 죽을 것 같다는 말씀이시죠?”
[그래, 한데 아무래도 네가 죽일 것 같지는 않구나.]“그것도 직감입니까?”
스승님의 작고 앙상한 손이 내 머리를 가볍게 쓸어내린다.
그게 끝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승님도 그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고.
‘이 시기의 왕국이면 꽤 많은 인재가 죽었던 걸로 아는데. 그중 한 명인가.’
으음…….
[고민이 되는 모양이로구나.]“고민이 되긴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녀석이 어떤 인물인지 나는 잘 모른다.
그저 이름과 직함만 알고 있을 뿐.
물론, 약간 능력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확실하게 나한테 보여 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딱 거기까지만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별장으로 돌아갔다.
* * *
다음 날.
옥상 수영장에 하의만 입은 채로 몸을 담그고 있던 내게 스승님이 말한다.
[백수가 따로 없구나.]“하하. 이게 다 휴가 아니겠습니까? 스승님도 들어오시지 그러십니까.”
스승님이 픽 웃고는 고개를 돌린다.
그 방향에는 물에 발만 담근 채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셀이 있었다.
헤엄치며 녀석에게 다가갔다.
“고민은 좀 해 봤냐?”
-고민이요?
“앞으로 뭘 할지 그런 거.”
-……네. 정했어요.
꼬맹이의 말이 사뭇 진지하다.
음.
“뭔지 물어봐도 될까?”
셀이 나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그것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저는 복수를 할 거예요.
“복수? 누구한테?”
-……저를 그들에게 넘긴 부모와, 제 팔을 잘랐던 베커만이라는 인간에게요.
슬쩍 웃고 말았다.
이거, 우리 타노스한테 경쟁자가 하나 생긴 것 같다.
그것도 아주 센 경쟁자.
-힘들까요?
머뭇거리며 묻는 목소리에는 힘이 없다.
얘는 뭔 감정 변화가 이렇게 순식간에 왔다 갔다 해?
“힘들긴, 그런데 서둘러야 할걸, 네가 복수하기도 전에 걔들, 세상 하직할 수도 있거든.”
-아…… 그러면 그때는 저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어린애는 역시 어린애네.
“그거야 그때 가서 생각해 보면 되겠지. 상황이라는 건 항상 달라지는 거니까.”
이해했다는 듯 셀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샬롯과 타노스는 아침부터 어딜 간 거예요?
샬롯과 타노스라.
호칭 정리가 안 된 걸까.
그냥 넘어가자.
“아카데미에 갔는데. 아, 맞다. 너 그때 자고 있었지?”
-……네.
자는 애를 굳이 깨울 필요는 없었다.
여하튼.
“거기선 생각 외로 배울 게 몇 개 있거든. 그래서 보냈지.”
-보스 밑에서 배우는 거랑 다른 건가요?
아, 참고로 어젯밤 이후로 셀은 샬롯과 마찬가지로 나를 보스라 부르기로 했다.
“사실, 내가 누굴 가르칠 정도로 자신 있어 하는 분야는 싸움 말고는 없어.”
-아…….
셀이 드래곤이기는 하나, 나이도 어리고, 지닌 바 경험도 매우 부족하다.
자기 스스로 머리가 똑똑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판단을 내리는 것에 있어서는 딱 어린아이 수준이다.
그래서 조금 부연 설명을 해 주기로 했다.
“누군가와 쌓아 가는 관계,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하는 과정 같은 건 한정된 사람들과 지내기만 해서는 발전이 안 돼. 아카데미에는 사람이 꽤 많아. 전국 각지에 몰려온 애들이 넘쳐 난다고 해야 할까? 그런 애들이랑 대화를 하고 같이 지내면 자연스럽게 사고의 폭도 넓어지지. 그런 걸 성장한다고 해. 사실 마음 같아서는 너도 보내고 싶은데, 너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더라고.”
절대 과장이 아니다.
나는 아카데미에서 배울 게 없지만, 다른 애들은 배울 게 많다.
마나를 수련하는 방법이나 검을 휘두르는 방법.
이런 건 전부 내가 알려 줄 수 있지만 사람과 관계를 맺어 가는 그런 것들은 내가 알려 줄 수가 없다.
나도, 그 부분에 한해서는 매우 미숙하거든.
그런 내게 셀이 말한다.
-저는…… 누구랑 잘 지낼 수가 없어요.
“왜?”
-……그냥 그래요.
물기 묻은 손으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과거는 과거야. 얽매일 필요 없어.”
잠깐 말을 멈추고 어떤 말을 해 주는 게 좋을까 생각하던 그때.
-보스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나요?
알고 말한 건가 아니면, 그냥 짚어 본 건가.
아니면 그냥 어린애의 순수성인가.
조용히 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게 중요한가? 나는 나고, 너는 너잖아. 그리고 너는 나랑은 다르게 한참 어려. 그러니까 자유롭게 살아, 자유롭게. 그리고 아카데미에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말을 하다 보니 무심결에 지금의 내 나이가 14살이라는 걸 잊었다.
잊었는데, 이것도 그냥 넘어가자.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까.
묘한 분위기를 읽은 건지 셀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귀여운 녀석.
그때 옥상으로 기네스가 올라왔다.
“공자님을 찾아온 손님이 있습니다.”
“나를?”
“예.”
“누군데?”
“알라베스 길드의 어센블 지부장이라고 하더군요.”
슬쩍 스승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직 안 죽었나 본데요?”
스승님은 답하지 않았다.
어깨를 으쓱하고는 기네스에게 말했다.
“일단 여기로 올라오라고 해 줘.”
“예.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그 북부 지역이었나? 그쪽에 슈바인…… 뭐시기라는 음식이 있는 걸로 아는데?”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띤 기네스가 바로 말을 받는다.
“슈바인학센 말씀이시군요. 북부 지방에서도 꽤 유명한 요리죠.”
“그거 오늘 저녁에 가능할까?”
기네스가 아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로 대답했다.
“물론 가능합니다.”
그렇게 기네스는 아래로 내려갔고, 머지않아 한 남자가 올라온다.
피곤에 찌든 얼굴.
어젯밤에 보았던 깔끔한 인상과는 조금 다르게 다크서클이 눈 밑으로 쭉 내려와 있었고, 심지어 얼굴빛 자체가 꽤 어두운 아베이루가, 의자에 앉아 있는 스승님께 고개를 숙이고, 수영장에 발만 담그고 있던 셀을 바라보고는, 시선을 옮겨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본다.
“청부금. 가져왔습니다.”
이야, 일 처리가 정말 빠르네.
“그 절반을 하루 사이에 다 찾았어?”
“예.”
아베이루가 품에서 종이 여섯 장을 꺼내고는 내게 건네준다.
이거 뭔가 익숙한데.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디트리히 헤르만한테 삥 뜯었을 때 챙겼던 전표와 비슷하다.
마나만 대충 끌어 올려 손에 있는 물기를 털어 낸 뒤 여섯 장의 전표를 받자, 아베이루가 부연설명을 한다.
“대륙 전장에서 발행한 무기명 수표입니다. 표를 보여 주시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즉시 골드를 건네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