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76)
제 77화
* * *
크리스토퍼는 분노했다.
말론 공작.
세간에서 어떤 평가가 내려지든 그런 건 관심 없었다.
그는 크리스토퍼에게 은인이었고, 또 다른 아버지와 다름이 없었으니까.
코앞에 있는 톨리소가 이상한 꼬마에게 암부에 대한 극비 정보를 술술 내뱉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순간이지만 잊었다.
톨리소는 살려서 가야 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늦었다.
이미 전력을 끌어 올렸고, 두 개의 단검은 톨리소의 목을 향해 휘둘러지고 있었으니까.
이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콰앙-!
굉음과 함께 단검을 교차하고 있던 두 팔에서 묵직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톨리소의 목으로부터 정확히 10cm 떨어진 거리에서 두 개의 날이 교차된 채로 멈춰 있던 것을.
그리고 그 두 날을 한 손으로 쥐고 있는 작은 팔.
분노했던 것도 잊었고, 톨리소를 죽이려고 했던 것도 잊었다.
의아함.
당황.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크리스토퍼의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그래서.
“……어?”
이렇게 멍한 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말론한테 충성하는 거 같은데, 걔가 툴칸 제국에 붙어 있는 거 알고는 있냐?”
코앞에 있는 꼬마.
아니, 꼬마라고 해야 할까.
그 꼬마의 몸이 천천히 검게 물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크리스토퍼는 잠시 멍했다.
이런 경우는 단 한 번도 겪어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질문을 던졌다.
정확히는 던질 수밖에 없었다.
“뭐야, 너…… 대체 뭐야.”
크리스토퍼의 질문에 잭의 눈이 살짝, 꿈틀했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적, 이라고 해야겠지. 상황상 이런 말이 묘하게 느껴질 수는 있는데, 그래도 알아는 둬라. 너희는 뼈가 가루가 될 때까지 나를 위해 일해야 할 거다.”
그게 끝이었다.
크리스토퍼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퍼석하는 소리와 함께 손아귀에 쥐고 있던 두 단검이 가루로 변하는 것도.
이어서 무언가가 목을 움켜잡는 감각도.
목이 꺾이는 과정도.
그 모든 걸 인식하고 있었지만 반응할 수는 없었다.
초월적인 존재가 눈앞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자연스럽게 다리에 힘이 풀리고 몸이 바닥을 향해 기우는 그 와중에, 크리스토퍼는 볼 수 있었다.
암부의 나머지 인원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모습을.
콰직-!
우두둑-!
우두둑-!!
섬뜩한 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크리스토퍼의 얼굴이 바닥에 닿는 그 순간.
거의 시간 차로 10명의 암부가 똑같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게 끝이었다.
크리스토퍼는 뒤늦게 깨닫는다.
아, 이게 죽음이구나.
저 남자에게 나는, 그리고 우리는 모두 죽었구나.
그렇게 암부의 수장인 크리스토퍼 슈베른은 인간으로서의 생을 마감했다.
그간 해 왔던 일에 비하면 나름 평화로운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다.
‘너희는 뼈가 가루가 될 때까지 나를 위해 일하게 될 거다.’
그 의미를 슈베른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인간으로서의 슈베른은 죽음을 맞이했다.
* * *
털썩-
털썩-
11명의 암살자가 쓰러진다.
이어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와…….”
아베이루의 저 짧은 감탄사.
저 안에 생각보다 많은 감정이 들어 있었다.
“……시간이 필요하신 게, 정말 맞습니까?”
고개를 끄덕이자, 아베이루가 할 말을 잃은 듯 붕어처럼 입을 뻐끔뻐끔댄다.
이게, 또 내 자랑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전성기 때 어떤 힘을 가지고 있었는지 아베이루는 짐작도 하지 못한다.
사실, 못하는 게 당연하다.
아베이루는 400년 전 세상을 호령했던 이들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로드라는 존재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하프 블러드들이 어떤 식으로 혼기를 사용했는지.
그리고 내 어깨에 앉아 계신 스승님이 왜 과거의 정점이라 불렸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아베이루가 알고 있는 건 그저 지금 세상에서 인간들이 인간들만의 권력을 가지고, 그걸 견고히 하기 위해 투쟁하는 우물 속의 일.
그것에 한정되어 있다.
혼기를 쓰는 이들이 겨루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혼기와 혼기가 충돌하면 주변에 어떤 여파가 벌어지는지.
그 일에 대해 아베이루가 알게 된다면, 그의 ‘상식’이 완전히 파괴되지 않을까.
피식 웃고 말았다.
이제 돈 좀 벌어 볼까.
* * *
일단 11명의 시체를 가지런히 모아 두었고, 그들의 몸에 나 있는 상처를 일단 치료했다.
부러진 목은 대충 붙였고, 터져 나간 살은 마나로 이어 붙이고.
그렇게 11명을 전부 데스 나이트로 만들었다.
당연히 흑의 굴레도 만들었고.
톨리소를 포함한 12명, 아니 12기의 데스 나이트의 전력은 이러했다.
일단 5기의 데스 나이트가 9서클.
7기의 데스 나이트가 8서클.
언급은 안 했지만 심장에 10개의 서클이 새겨지면 그 순간 신체의 재결합이 일어난다.
이게, 전생에서 직접 경험해 본 건데, 흑의 굴레로 반쪽짜리 마스터를 만든다면 그때도 재결합이 일어나더라.
전력이 강해지면 좋긴 하지만, 이건 조금 다르다.
반쪽짜리 마스터가 되면 그 순간부터 내 장악력에 조금 문제가 생기니까.
예를 들면, 지금 당장 자기 목을 그으라면 토 한번 안달고 긋는 녀석들이 반쪽짜리 마스터가 되면 긋지 않고 ‘왜요?’ 혹은 ‘왜 그어야 하는데요?’라며 한두 번 이상씩 꼬치꼬치 이유를 묻는 그런 경우가 생긴다.
이건 어쩔 수가 없다.
재결합이 되면 초인의 영역에 한 걸음 걸치는 거기 때문에, 인간의 격 자체가 달라진다.
그건 반쪽짜리건 온전한 마스터건 중요하지 않다.
말 잘 듣는 9서클짜리 사냥개와 꼬박꼬박 말대꾸하며 일일이 이유를 묻는 사냥개?
비교는 무의미하다.
그래서 앞으로도 내가 만드는 데스 나이트에는 마스터라는 존재는 없을 거다.
이건, 쉽게 말하면 나 스스로가 정해 놓은 일종의 선이다.
만약 내가 마스터라는 존재를 데스 나이트로 만든다면,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내가 선을 넘는다는 이야기다.
정확히는 내가 선을 넘게 만드는 누군가가 있다는 이야기겠지.
내가 빡 돌면, 물불 안 가리거든.
여하튼, 지금 이 정도의 병력이면 현재 왕국의 상황상 국가를 뒤집을 정도로 엄청난 세력이다.
몇 번 언급했지만 테슬란 왕국은 내로라하는 온갖 강자들로 토벌단을 꾸려 마수의 숲에 보낸 상황이니까.
짝-!
박수를 치며 데스 나이트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자. 너희들의 임무는 간단해. 수색 및 탐지. 뒤에서 움직이는 걸 잘하는 놈들이니 뭘 찾거나 하는 건 잘하겠지. 안 그래?”
(주군께서 시키는 일이라면 그 무엇이든 완수하겠습니다.)
아주 충신 중의 충신이 돼 버린 녀석들이다.
“너희들이 수색해야 할 곳은 두 곳이다. 왕성과 말론 공작의 영지. 아주 샅샅이 뒤져. 말론의 영지는 너희들의 홈그라운드니까 왕성보다는 편하겠지. 그리고.”
다리를 꼬며 품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이 중에서 숨겨진 공간 같은 걸 잘 보는 놈이 누구냐?”
톨리소가 손을 들어 올린다.
다른 놈들도 톨리소를 바라보고 있는 걸 보니, 확실히 톨리소는 여러모로 능력이 있는 녀석인가 보다.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녀석에게 날려 주었다.
“톨리소. 네가 이 임무의 핵심이다. 최소 수백만 골드 이상 보관하고 있을 만한 장소, 찾아내. 나머지 놈들은 톨리소가 그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시선을 분산시키고 보좌하도록, 그리고 톨리소.”
(예, 주군.)
“그 장소를 찾고 눈으로 ‘물건’을 확인하면, 나머지 애들한테 신호 보내고 전부 모였다 싶으면 그 물건들 중심에서 그 종이를 반으로 찢어.”
내가 톨리소에게 건네준 종이는, 정확한 명칭으로 마법 스크롤이라 부른다.
그 안에 적혀 있는 수식은 기본이 일단 ‘텔레포트’고, 이동시킬 수 있는 것은 ‘물건’으로 한정했다.
당연히 그 물건에는 ‘시체’도 포함된다.
즉, 쓰는 즉시 반경 10미터의 모든 물건이 내가 머무는 별장 지하 창고로 이동되는 거니, 찾기만 하면 아주 완벽한 도둑질이다.
그리고 슬쩍 이런 말도 덧붙였다.
찾지 못할 것 같으면, 그냥 왕성 창고 중심에서 스크롤을 찢으라고.
이렇게까지 일을 벌였는데, 그 내전 자금을 못 찾는다?
그럼 어쩔 수 없다.
내 수고비와 노동비가 들어갔는데, 뭐라도 가져와야지.
그래야 내 속이 편할 거 같거든.
물론 국왕이 숨겨 놓은 내탕금 같은 것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
원래 그런 위치에 있는 놈들은 절대 왕성 창고 같은 뻔한 곳에 내탕금 같은 걸 숨겨 놓을 리가 없거든.
자기 돈이랑 남의 돈은 확실히 다른 법이니까.
“그리고. 너랑 너. 그리고 너, 이리 와.”
손가락으로 크리스토퍼와 9서클짜리 데스 나이트 두 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녀석들이 내 앞으로 다가온다.
녀석들의 귓가에 작게 무언가를 속삭이자 셋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슬며시 고개를 돌려 아베이루에게 손을 내밀자, 기다렸다는 듯 녀석이 손안에 쥐고 있던 두 장의 마법 스크롤을 내게 건네준다.
“크리스토퍼.”
(예, 주군.)
녀석에게 두 장의 스크롤은 건넸다.
“처음 준 건 말론 공작의 영지로 향하는 텔레포트 스크롤이고, 다음으로 준 건 왕성으로 이동하는 텔레포트 스크롤이다. 이 정도면 무슨 말인지 알지?”
(예. 이해했습니다, 주군.)
준비는 다 끝났으니.
짝-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자, 그럼 시작하자고.”
(충!)
* * *
크리스토퍼를 비롯한 데스 나이트 일행은 가장 먼저 말론 공작의 영지로 이동했다.
스크롤은 총 3개.
그중 2개는 말론 공작의 영지와 왕성으로 이동하는 스크롤이고, 나머지 하나는 ‘물건’을 발견했을 때 데스 나이트를 포함한 반경 10여 미터의 모든 물건을 잭이 있는 지하 창고로 이동시키는 것.
말론 공작의 영지에 도착한 크리스토퍼 일행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자리를 박찼다.
얼굴과 머리 전체를 감싸고 있는 검은 두건.
그 사이로 빛나는 검은 눈동자.
그리고 온몸이 밀착되어 있는 가죽 갑옷과 넓지만 조용한 보폭.
데스 나이트들은 빨랐다.
그들이 현재 인간이 아닌 상태여도 결국 이곳은 그들의 홈그라운드.
1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 데스 나이트들은 영지 부근의 창고란 창고를 모조리 뒤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여기에는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