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77)
제 78화
그렇게 데스 나이트들은 말론 공작의 성 안으로 진입했다.
크리스토퍼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이 다시 자리를 박찬다.
5기는 성 안으로.
7기는 성 밖, 즉 정문으로.
그들은 일심동체였다.
그렇게 배우고, 그렇게 살았으니까.
5기의 데스 나이트는 성 안에서 몸을 숨겼고.
5분 정도가 지났을 때, 정문으로 이동한 7기의 데스 나이트가 병사들을 공격했다.
콰앙-! 콰앙-!!
“으아악!!”
“이 새끼들 뭐야!!”
소란이 일어났으며, 성내에 거주하던 병사와 기사, 그리고 마법사들의 절반이 정문으로 이동했고, 나머지는 말론 공작과 그 측근을 보호했다.
그때, 성 안에 잠복해 있던 5기의 데스 나이트가 움직였다.
1층, 2층, 3층. 4층, 5층.
그리고 지하까지.
아주 샅샅이 뒤졌고 그들은 발견했다.
약 150만 골드와 수십 개가 넘는 보석들이 들어 있는 상자.
그리고 수백 개가 넘는 포션 상자까지.
그 외에 마수의 숲의 이종족들이 사용하는 무구들과, 드워프들이 만들었다는 장비들도 수두룩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값어치가 제법 나가 보였으나, 이건 아니다.
톨리소는 확신했다.
이거, 잭이 찾으라는 ‘그것’이 아니고, 그저 말론 공작의 비자금일 뿐이라고.
톨리소는 그대로 몸을 돌리지 않았다.
슬쩍 보석 상자를 열어 그 안을 뒤지기 시작한 것.
루비, 에메랄드, 오팔 등등.
상당히 많은 보석이 나왔지만, 톨리소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 뒤졌고, 그러다 결국 어느 한 보석을 집어 든다.
붉은빛의 보석.
크기는 손가락 검지 두 마디 정도.
하지만 톨리소는 이게 뭔지 안다.
전 대륙에서 가장 희귀한 보석은 다이아몬드다.
그 다이아몬드 중에서도 가장 희귀하다는 레드 다이아몬드.
그게 지금 손에 쥐여 있었다.
약 25캐럿 정도로 보이는데, 이 정도 크기면 최소 4백만 골드의 값어치는 한다.
톨리소는 레드 다이아몬드와 몇 가지 보석을 주머니에 챙기고, 그 즉시 정문에서 농성을 피우고 있는 7기의 데스 나이트와 합류했다.
“네놈들은 대체 누구냐!!”
말론 공작이 외쳤지만, 12기의 데스 나이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여기엔 잭이 말한 내전 자금은 없다.
그럼, 옮겨야지.
톨리소가 옆에 있는 크리스토퍼를 바라보자, 그가 말없이 스크롤을 찢었다.
화아악-!
빛이 그들의 몸을 감싸고, 빛이 사라진다.
그 자리에 데스 나이트들은 없었다.
말론 공작의 슈샤이어 기사단과 슈샤이어 마법병단, 그리고 병사들과 말론 공작까지.
그들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짓는다.
* * *
데스 나이트들은 쉬지 않았다.
흑의 굴레로 한 서클에서 두 서클씩 성장했다지만, 분명 그것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잭이 그들의 몸에 ‘마나 집약 마법진’을 새겨 놨기 때문이다.
몸 안에 축적시킨 마나가 떨어지면 집약 마법진에 의해 그 마나가 다시 충전된다.
그럴수록 데스 나이트들의 수명은 점점 떨어지겠지만, 그 누구도 그 사실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습격자다!! 폐하를 보호하라!!”
“피해라!!”
말론 영지에서 벌어졌던 일과는 사뭇 달랐다.
왕성에는 그래도 실력자라 불리는 이들이 꽤나 거주하고 있었고, 그중에는 고서클 마법사들도 꽤나 즐비했으니까.
그들은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한 데스 나이트들의 존재를 눈치챘고, 곧바로 대비했다.
그렇게 데스 나이트들은 왕궁의 병사들과 격돌할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이 죽고, 달려드는 근위 기사들이 죽어 나간다.
무려 9서클 마나 유저와 8서클 마나 유저가 도합 11명이다.
심지어 전부 암살자 출신이다.
절대로 쉽게 상대할 수가 없는 전력이기에 현재로서는 당연히 데스 나이트가 우세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씩 죽어 나가던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났다.
“네놈들은 누구냐!!”
더글라스 어센블.
근위 기사단장이자, 마스터.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는 그의 몸이 자리를 박찬다.
앞서 말했지만 현재 이 자리에 있는 데스 나이트의 수는 총 ‘11기’다.
이 자리에 없는 한 기의 데스 나이트.
바로 톨리소다.
크리스토퍼는 전투 자세를 취하며 생각했다.
톨리소가, 신호를 보내기를.
그 시각-
왕성 창고를 뒤지고 있던 톨리소는 복면 너머로 슬며시 웃고 말았다.
넓이만 수백 미터에 달하는 왕성 창고.
눈을 어지럽히는 각종 보고들을 무시하며, 바닥을 짚고, 벽을 짚으며 공기의 유동을 느끼고 마나의 흐름을 느꼈다.
이윽고, 톨리소의 눈동자가 빛난다.
마나의 흐름과 공기의 유동이 이상하다.
확실하다.
여기에, 무언가 있구나.
그렇게 계속 바닥을 짚던 톨리소는 찾을 수 있었다.
볼록 튀어나와 있는 벽과,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미약한 바람.
이건 또 다른 공간이 있다는 의미다.
톨리소가 볼록 튀어나와 있는 부분을 강하게 누른 그 순간.
쿠궁-!
벽이 밀린다.
그리고 그 너머 드러난 것은 밀실 안의 밀실.
이곳으로 오기 전 보았던 수많은 무구들은 엄밀히 말하면 바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또 다른 밀실.
그 안에 있는 물품들은 달랐다.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는 거대한 골드의 향연.
골드들의 숫자는 어마어마했고, 1천 골드를 의미하는 ‘골드바’가 무려 수백 개가 넘었다.
추정치로만 최소 1천만.
아니, 그 이상이다.
거기다 한쪽에 쌓여 있는 큼지막한 다섯 개의 상자.
톨리소는 빠르게 상자를 열어 보았다.
그리고 그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순간, 희미하게 웃고 말았다.
이거다.
톨리소는 품 안에 있던 피리를 꺼내 들고는 강하게 불었다.
삐이이이이익-!!
왕궁 전체에 울려 퍼진 피리 소리에 순간,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멈췄다.
9서클 마나 유저 다섯 명을 상대하던 더글라스 어센블도, 나머지 기사단들과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던 다른 데스 나이트들도.
그들 모두가 그 자리에서 멈췄다.
무슨 소리일까.
그런 생각이 모두의 머리에 울려 퍼지려던 그때.
잭에게 무언가를 지시받았던 세 명을 제외한 나머지 데스 나이트가 움직였다.
타앗-!
콰앙-!
자리를 박차고, 코앞에 있는 기사들의 머리를 박차는 데스 나이트.
순간 더글라스와 국왕, 그리고 기사들이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그것도 잠시.
더글라스는 상황 파악이 빨랐다.
“도망? 그게 가능할 거라 보느냐!!”
검이 휘둘러지고.
쩌저저저적-!!
거대한 검기가 뒤돌아 달려 나가는 데스 나이트들에게 날아간다.
그 순간.
자리에서 대기하던 크리스토퍼가 달려들더니, 그 검기를 온몸으로 막아 냈다.
서걱-!
서걱-!!
막아 냈다는 표현이 맞긴 할까.
9서클이었던 암부의 수장.
바로 크리스토퍼 슈베른.
그의 팔다리가 잘리고, 복부에 구멍이 뚫린 채로 바닥에 쓰러진다.
그런 그를 향해 더글라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네놈들은 누구냐. 목적이 무엇이냐.”
그 순간, 나머지 두 기의 데스 나이트가 크리스토퍼를 둘러쌌다.
자리에서 순간 멈춰 선 더글라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테슬란 국왕.
그리고 근위 기사단.
시간이 꽤 흘렀고, 왕성 내에는 모든 기사들과 모든 병사들이 집결해 있는 상황이었다.
도망?
절대 불가능하다.
그때, 데스 나이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슬며시 웃고 있었다.
동시에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잭이, 그 셋만 따로 불러서 이야기하던 그때를.
-자, 잘 들어. 톨리소가 신호하는 순간, 너희 셋은 합류하지 않는다.
코앞의 더글라스가 천천히 다가온다.
온몸이 황금빛으로 물든, 단순한 마나 유저가 아닌 진짜 마스터.
그들은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어 이미 초인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그런 이가 살기를 뿜어내며 다가오고 있음에도 데스 나이트들은 두려움에 떨지 않았다.
“이미 왕성은 포위됐고 이 자리에서 벗어난 나머지 그 검은 기사들도 전부 잡혀 올 것이다. 그러니 순순히 배후를 밝히거라. 편하게 죽고 싶다면.”
대답하지 않았다.
마스터가 뭐가 중요하랴.
더글라스를 바라보는 세 기의 데스 나이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잭의 모습만이 떠오르고 있었다.
-일이 완수될 경우 너희는 죽게 될 거다. 정확히는 죽어야겠지. 시체로서가 아니라 완전한 죽음. 그러니 꼭 기억해. 이렇게, 외치면서 가야 할 거야.
기억 속의 잭이, 웃으면서 속삭인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크리스토퍼를 비롯해 두 기의 데스나이트는 마치 약속된 것처럼 동시에 외쳤다.
잭의 말을.
(툴칸 제국!! 만세!!)
왕성 전체에 울려 퍼지는 외침.
병사들도 들었고, 기사들도 들었으며, 왕도 들었고, 단장인 더글라스 어센블도 들었다.
이어서, 그 셋의 심장을 둘러싼 흑의 굴레가 빛을 머금기 시작했다.
정확히 2초가 지났을 때.
콰아아아아앙-!!
셋의 몸이 폭발했다.
Chapter 2
총장이 내게 주었던 별장은, 몇 번이고 말했지만 굉장히 큰 저택이었다.
용도는 모르겠지만 지하실도 존재했고 창고도 존재했다.
그리고 그중, 지하실. 지금 그 장소에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골드가 쌓여 있었다.
솔직히 놀랐다.
아니지.
정확히는 조금 당황스럽다고 해야 할까.
“생각보다 더 많은데?”
“그러게요. 아무래도…….”
잠시 말을 멈춘 아베이루가, 실소를 터트리며 말을 잇는다.
“국왕도 따로 내전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었나 봅니다.”
나도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시간은 대충 06시.
나는 이 일의 데드라인을 딱 24시간으로 잡았고, 약 16시간 만에 모든 일이 종료됐다.
정리를 좀 해 보자.
일단 골드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많다.
“눈대중으로 보면 골드는 대충 2000만쯤 되는 거 같은데.”
“예. 그리고 이 상자들, 전부 포션입니다. 그 희귀하다는 최상급 포션이 오백 개에 상급 포션이 최소 이천 개, 거기다 중급 포션이 약 삼천 개…… 이거 아무래도, 강경파는 내전에 포션만을 지원해 줄 생각이었나 봅니다.”
정확히 전부라기보다는 최우선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 정도면, 내전 자금의 전부일 확률이 매우 높다.
시기가 시기라고 해도, 당시에는 하프 블러드 실험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중간중간 돈을 툴칸 제국으로 옮겼을 거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놈들이 최대한으로 벌어들인 돈은 최소 약 천만 골드에서 최대 이천만 골드.
그런데 무려 2000만 골드와 포션만 수천 개?
예상치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텔레포트 스크롤의 범위는 약 10미터였다.
왕성 창고에 존재하던 온갖 무구들이 서비스로 딸려 들어온 걸 보면, 왕성 창고에 있는 물품들이 섞여 있다는 건데.
그걸 감안해도 너무 많다.
이건, 너무 간단하다.
이건 일단 남은 내전 자금의 전부일 거고. 거기다 플러스로 그 자금에 국왕이 자기 돈을 더 넣은 거다.
“내전을 일으키면서 위원회에 속하지 않은 놈들을 확실하게 처리하려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한 거 같은데.”
한 번 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우리 테슬란 국왕. 그 멍청한 새끼가 처음으로 고마워지네.
거기다 톨리소가 말론 공작의 영지에서 챙겨 온 몇 가지 보석들까지.
이제 이건, 전부 내 거다.
나는 하루 만에 이 대륙 내에서 손에 꼽히는 떼부자가 되었다.
입이 귀에 걸리지 않는 게 이상하다.
“새끼들, 이제 똥줄 좀 타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