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95)
제 96화
* * *
“아카데미 분위기가 영 아닙니다.”
“그렇겠지.”
워낙 벌인 일이 심상치가 않아서, 아카데미의 분위기가 가라앉는 건 예상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가르치던 교관이라는 이들이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죽었다.
그것도 14살의 감찰단주한테.
분위기가 망가지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타노스, 너는 어차피 수업받을 필요 없잖아.”
“음…… 그렇습니까?”
“거기 검술학부 교관이 가르치는 거랑 내가 가르치는 거랑 비교가 되든?”
타노스가 재빨리 고개를 젓는다.
“그렇다고 네가 행정학을 전공하려는 것도 아니고, 군사학은 더더욱 아니잖아.”
“그렇……죠?”
뭘 그렇죠야.
“내년에 아카데미 졸업하면 뭐 할 건데?”
“……글쎄요. 여기서 계속 수련하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피식 웃고 말았다.
“아카데미에 부교관 자리가 참 많이 비어 있어. 앞으로도 더 비게 될 거고. 무슨 말인지 알지?”
타노스의 표정이 이상야릇하게 변했다.
내가 뭘 말하려는 건지, 눈치챘나 보다.
“설마, 제가 부교관을……?”
“어, 맞아.”
“……가능할까요?”
너무 당연한 소리라서 여태껏 언급은 안 했는데, 교수진을 임명하는 데에도 관례가 적용되고 있었다.
검술학부나 마법학부의 경우 교수진에 임용이 되려면 최소 6서클이 되어야 한다.
행정학부나 군사학부의 경우에는 이 경우가 굉장히 완화되는 편이다.
서클은 최소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경력 정도는 확실하게 인정받을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타노스의 경우 행정에는 그다지 재능이 없고, 군사학의 경우에도 워낙 검 휘두르는 것만 신경 써서 그런지 지식이 별로 없더라.
그러니 방법은 하나밖에 없지.
“내년이 넘어가기 전에 6서클 만들어 놓자. 그리고 부교관 돼서 샬롯이랑 같이 놀면 되잖아.”
“……예. 노력하겠습니다.”
애써 믿음직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며 타노스가 대답한다.
사실 그렇게 믿음직스럽지는 않지만, 뭐 어쩌겠어.
계속 굴려야지.
“여하튼, 아까 말했던 대로 넌 오늘부터 감찰단원이고, 수업에 참여하기보다는 문제 일으키는 애들 있는지 돌아다니면서 조사도 하고 감시도 해.”
“조사랑 감시요?”
포크로 돼지고기를 푹 찍었다.
“내가 직접 돌아다닐 수는 없잖아. 귀찮게스리.”
타노스가 어색하게 웃는다.
“예. 주군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내 어깨에 빨대를 꽂고 피를 마시고 있는 샬롯이 보인다.
녀석도 뭔가 할 말이 많아 보이는데.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
녀석이 빨대에서 입을 빼더니, 내게 물었다.
“저는요?”
“왜? 너도 감찰단원 되고 싶어?”
“조금……?”
고개만 대충 돌려 녀석의 이마를 툭 쳤다.
“됐다. 넌 그냥 주변 애들이랑 어울려 놀아. 골목대장 하면 꽤 잘할 것 같더만.”
밥 먹던 타노스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다.
“그럼, 보스 욕하는 애들이 있으면요?”
욕이라…….
내 뒷담을 까는 애들이 많나 보다.
샬롯의 귀에 들어갈 정도로.
그것도 뭐.
“그냥 그러려니 해. 신경 쓰이면 너도 같이 껴서 내 욕하던지.”
샬롯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진짜요?”
“왜? 할려고?”
“헤헤. 아니요.”
샬롯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게, 식사는 아카데미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화기애애했다.
전과는 다른 건, 우리 꼬맹이 드래곤인 셀의 분위기가 아카데미의 분위기처럼 칙칙하다는 거.
조용히 식탁 위의 음식을 집어서 오물오물 씹는 셀은, 마치 이 공간과 격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얼마 전 피안화를 겪기 전 샬롯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고 해야 할까.
힐끗 스승님을 바라보자 스승님도 마침 나를 바라본다.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이번에는 어떻게 달래 줘야 하나.
* * *
다음 날.
“드디어…….”
마탑의 지하.
총장 직속의 비밀 부대인 ‘마법 병단’이 전술 훈련을 하는 그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한 남자가 눈을 떴다.
벨라미 크래그.
9서클의 마법사이자, 마탑주인 그의 눈동자가 사방으로 줄기차게 뻗어 나간다.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린 그의 손에, 어마어마한 마나가 용솟음치고 있었다.
“마스터…… 10서클…… 하하…… 하하하하하!”
평생 9서클로 살다가 죽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서클의 잔재라니.
그런 게 심장에 남아 있었다니.
현 테슬란 왕국의 세 번째 마스터가 된 벨라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며칠이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의미했다.
온몸에는 활기가 가득했으니까.
얼굴도 묘하게 젊어진 것 같고, 푸석해졌던 피부도 생기가 넘친다.
회춘이라고 해야 할까.
마나로 만든 거울로 얼굴을 비춰 보자, 50대의 얼굴이 아닌 30대 초반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보인다.
젊었을 적, 그때의 모습이다.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진다.
벨라미 크래그는 롬멜 총장과 3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했다.
하지만,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벨라미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롬멜 총장이 아니었다.
바로 잭.
잭 발란티에.
녀석이었다.
“이 모습이면 녀석도 나를 스승으로 모시고 싶어 할 수도 있겠군.”
젊어져서 그런 건지 몰라도, 묘하게 잘생겨 보인다.
“하하.”
활기 가득한,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밖으로 나온 벨라미에게, 한 남자가 다가온다.
총장의 사단인 마법 병단에 속해 있으며 아카데미 마법학부의 교관 중 한 명인 란델.
“표정이 왜 그런 것이냐?”
벨라미가 물었지만 란델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평소였다면 마스터가 된 벨라미에게 온갖 축하를 건넸을 그런 남자가 계속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벨라미는 눈치챘다.
아, 뭔가 일이 터졌구나.
란델이 벨라미의 귓가에 속삭인다.
어제, 그리고 오늘 아카데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침부터 감찰단주가 된 잭 발란티에가 누구를 반병신으로 만들고 있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 들은 벨라미의 표정도 굳어진다.
“어디 있느냐.”
“예?”
“잭, 그 아이가 어디 있느냔 말이다!”
마스터의 기세다.
7서클의 란델이었지만 그 기세를 손쉽게 버틸 수 있을 리 없다.
그게 마스터와 일반 마나 유저의 차이다.
란델이 덜덜 떨며 손가락으로 한 건물을 가리킨다.
벨라미는 망설임 없이 그곳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로.
란델이 언제 긴장했냐는 듯 비릿한 웃음을 짓는다.
총장이 가만히 있으면 마탑주를 이용하면 될 일이다.
가뜩이나 마탑주는 잭 발란티에를 제자로 들이려 했던 남자다.
란델은 확신했다.
‘이제야 좀 조용해지겠군.’
* * *
“레옹 교수…… 그리고, 란델 교관? 여기 교관님들 중 란델이 누굽니까?”
멍한 표정의 학생들은 옆으로 제쳐 두고, 정면에 서 있는 한 명의 남자와 그 옆에 있는 두 명의 교관.
일단 정면 교단 같은 곳에 서 있는 저 남자는 레옹 도노반이라는 이름의 8서클 마법사고 지금 내 목표다.
그리고 이놈이랑 공범이…… 란델이라는 새낀데.
교관들이 저마다 똑같이 주변을 둘러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마.
중간에 튀었나?
“뭐야. 란델, 란델 이 새끼 어디 있어?”
교관 중 한 명이 내게 말했다.
“……란델은 교무실에 있습니다, 감찰…… 단주님.”
힐끗 쳐다보자, 그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선다.
이 아카데미에서 그나마 깨끗한 이들이 약 30여명 정도라고 했는데.
그중 한 명이다.
음.
일단 오케이.
“돌쇠야.”
(예, 주군.)
“저 레옹이라는 놈, 쉽게 갈 것 같지가 않네. 일단 반 죽…….”
“이게 대체 뭐 하는 짓거리야!!”
깜짝이야.
고개를 돌렸다.
내 뒤쪽에서 꽤나 말끔한 ‘청년’이 화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조금 놀랐다.
느껴지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으니까.
마스터.
고서클 유저가 아닌, 말 그대로 마스터다.
그런데 저 외모.
약간 말라보이는 저 체형.
음.
내가 아는 누구랑 좀 닮았는데?
“설마 마탑주님?”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
마탑주가 맞나 보다.
“이야, 회춘하셨네.”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보는데 한다는 소리가…… 쯧.
“무슨 짓이긴요. 죄인 압송하는 겁니다. 이놈이 받아먹은 게 많더라고요.”
“……미친 것이냐? 증거가 있는 것이냐?”
“글쎄요. 증거는 없고, 혐의만 있는데,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한 거 아닌가요? 특별법에 의하면 분명 혐의만 있어도 조사할 수 있다고 적혀 있을 텐데.”
“……그만두거라.”
이것 봐라.
“제가 잘못 들었나. 뭐라고요?”
“그만두라고 말했다.”
나는 ‘그게 무슨 개소립니까?’라는 말을 표정으로 보여 주는 기예를 보여 주었다.
와.
“왜요?”
“지금 너는 아카데미의 규칙을 깨고 있어!”
벨라미 크래그.
지금으로부터 몇 년 뒤더라.
5년 뒤인가 6년 뒤인가.
그때 마스터가 되고 마법병단을 이끌며 영감님이랑 함께 왕국을 지켰던 언성 히어로.
정말 궁금하다.
“마탑주님. 아카데미 규칙을 깨고 있는 건 제가 아니라 마탑주님인 거 같은데요.”
“뭐라?”
“죄인을 압송하는 절차인데…… 그걸 막으시네? 합당한 이유도 없이?”
“하…….”
한숨을 터트리는 벨라미의 모습이 조금 우스워 보인다.
“저 정말 궁금해서 여쭤보는 건데요. 마탑주님은, 은혜라는 걸 모르십니까?”
“뭐라? 은혜?”
“마스터가 되시는 그 단초를 제 어깨에 앉아 계신 저희 스승님께서 알려 주셨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저희’를 적대하는 것 같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라서, 마탑주가 입을 다문다.
“오케이, 혐의 정도는 읊어 드릴게요. 학생 중 반반한 애들을 ‘성추행’하는 등, 부정부패를 일삼았다는 혐의입니다. 이 이상 자세히 이야기는 못 하겠네요. 보고 있는 애들이 많아서.”
마탑주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할 말 없으시죠? 그만 갈 길 가시죠.”
“…….”
“돌쇠야.”
(예, 주군.)
“뭘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냐. 반 죽여놔.”
(충!)
돌쇠가 레옹을 향해 몸을 날리던 그때.
콰아아앙-!!
어디선가 뻗어 나온 거대한 마나에 돌쇠가 멀리 날아간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손을 쭉 내뻗고 있는 마탑주.
그가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하시는 겁니까, 지금?”
“……내가, 처리하겠다.”
웃음이 터져 나온다.
“싫은데요? 제가 마탑주님의 뭘 믿고?”
“…….”
“마탑주님. 설마 이놈이 그런 일을 저지를 리 없다…… 뭐 그렇게 믿고 계신 겁니까?”
“아니다.”
당당하게 대답해서 오히려 내가 놀랐다.
“아니면 비키시죠. 뭐 하시는 겁니까, 지금?”
“내가 조사하겠다. 내가, 하겠다.”
아, 이 양반, 답답하네.
“자기 사람 감싸기. 그런 겁니까?”
“아니다.”
“아니면, 마탑주님이 데려갈 이유가 없잖아요.”
“……고문을 하든, 뭘 하든 내가 하겠다. 내가 알아내서 처벌하마. 너는 그만 빠지거라.”
지금 자세히 살펴보니 마탑주의 표정이 묘하다.
저 표정, 저건 분명 나를 걱정해 주는 표정이거든.
그런데 왜?
“왜 저를 걱정하십니까?”
“모르고 있는 것이냐? 너는 이미 많은 이들을 적으로 돌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