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fe of an actor of a former idol RAW novel - chapter 96
그렇게 두 남자의 대치 상태로 영상은 끝났고, 광고가 이어졌다.
“헐.”
홍보팀의 누군가가 말했다. 모두 그저 놀라기만 하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울리는 스마트폰과 회사의 전화. 퇴근의 개념이 없는 연예 기획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한 대표는 그저 허탈한 웃음만을 지었다. 최종적으로 확인한 대본에서도 정연진은 개 연기를 했었고, 촬영도 했다고 했었는데, 대체 이건 언제 찍은 거지? 그럼 개는 어디로?
기분 좋은 뒤통수였다.
선택받을 기회가 늘어나는 거니까
“아들.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식탁에 앉아서 아침을 먹기 위해 숟가락을 드는데, 아버지가 그렇게 물어보셨다. 나는 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몰라서 그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뭐가요?”
“드라마 말이야. 사방이 난리인데, 어째 너만 아무렇지도 않은 거 같아서. 아빠도 어제 설레서 잠이 안 오던데.”
“아. 그거요? 드라마 잘될 건 다들 알았잖아요. 아버지도 대본 보고 재밌다고 하셨고.”
나는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과거에 가 엄청나게 흥행했던 걸 알고 있었기에 시청률이나 화제성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리고 이 업계의 누구나 이 드라마가 잘될 거라는 건 어느 정도는 예상하였을 것이다.
다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내게 스포트라이트가 몰렸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다. 과거에도 권우진 아역을 연기했던 배우가 주목받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아무래도 잘나가는 드라마에 새로운 얼굴로 나와서 더 눈에 띄는 것 같았다. 내 외모에 대한 부분이야 뭐, 과거에도 얼굴 천재 소리를 들었으니까 새로운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나는 조금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그리고 느낌상 설선규 감독의 연출이 큰 역할을 한 것 같았다. 2화의 쿠키 영상은 촬영할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편집이 되어서 방송되었는데, 보는 나도 좀 놀랄 정도였다. 현장에서 대본도 없이, 대충 이렇게 저렇게 해 보라고 해서 했던 장면이 그렇게 잘 나오리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나저나 개 연기는 잘리는 건가? 그건 좀 아쉬운데. 나 나름으론 혼신의 연기였는데. 태선이네 개, 도진이의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고. 장난감 사서 놀러 가야 하는데, 시간이 도통 나질 않았다. 이번 촬영 끝나면 가 봐야지.
“그래, 재미야 있었지. 아빠가 보기에도 잘될 것 같더라고. 그런데, 우리 아들 이게 아무렇지도 않아? 어제 회사에서도 직원들이 다 네 이야기만 하던데. 오늘 가면 더하지 않을까?”
“흠. 그래요?”
그렇게 답하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 아버지가 이상하게 보시려나? 조금 호들갑도 떨고 그랬어야 하는 거였나, 잠시 고민도 했지만 그건 평소의 나랑도 맞지 않을 것도 같아서 그냥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톱 아이돌의 인생도 경험해 본 입장에서는 사실, 화제의 중심이 되는 건 이제는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반응이 좋은 것보다 신경 쓰이는 건 연기에 대한 것이었으니까.
“어제 원규, 아니 한 대표도 연락했는데, 반응이 뜨겁다고 몇 번이나 그랬어. 좋지 않아?”
음, 뭐라고 답을 해야 할까.
“좋죠. 기분 좋아요.”
“드라마가 잘되어서?”
“네. 그것도 그렇고요. 이름값이 높아지면 더 좋은 작품이랑 캐릭터도 할 수 있으니까요.”
내 대답에 아버지는 크게 웃으셨다. 나는 웃으시는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왜 웃으세요?”
“아니, 나는 우리 아들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어서 엄청나게 들뜨고 그러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변함없다 싶어서.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그냥 연기가 좋은 거였구나.”
“네, 연기가 좋아요.”
“그래. 우리 아들 연기 잘한다는 말도 많더라.”
“정말요?”
“허, 이건 또 좋은가 보네? 그래, 아들 연기 잘한다는 말 많이 하더라.”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아버지는 다시 웃으셨고, 나는 이렇게 좋아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좋아서 따라 웃었다. 대충 살펴본 반응은 연기보다는 외모를 이야기하는 것들이 더 많아서 더 살펴보지 않았었는데.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다는 말씀을 들으니, 연기 평은 좀 찾아봐야 할 것도 같았다. 공 실장님이 가져오시려나.
당장은 남은 단막극 추가 촬영을 해야 할 테고, 회사에서 잡아 줄 인터뷰나 다른 스케줄을 소화해야지.
지금은 연기할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이 내게 중요하다. 강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렇게 내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다면, 선택을 받을 기회가 앞으로는 더 많아질 거니까.
* * *
[기사] MBS 당나개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16%, 돌파 수목극 1위 [기사] MBS 당나개, 하원영, 민우리, 주우현, 김은정 엇갈리는 4각 로맨스, 매력 분석 [기사] 방송 2회 만에 돌풍을 예고하다, 시청자를 사로잡은 추설 콤비의 새로운 이야기를 파헤쳐 보다추명은 작가와 설선규 연출의 드라마는 어쨌든 드라마를 보는 맛을 느끼게 해 준다. 그들의 첫 작품이었던 부터 지금까지 매 작품을 즐겁게 시청하고 있는 입장에서 신작 는 반갑기 그지없는 작품이었다.
첫 티저가 나왔을 때부터 큰 기대를 하고 있었고, 실제로 드라마는 기다린 값을 해 줬다. 역시 추설 콤비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완성도를 보여 줬다.
처음 소재를 들었을 때는 과연 이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지나치게 새로운 시도는 아닐까 싶었지만, 추명은은 추명은이었고 설선규는 설선규였다.
필자는 원래 하원영의 연기를 좋아했다. 하원영이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들이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하원영은 사실 매 작품에서 다른 캐릭터 해석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중략)…
그리고 이전에 단막극 를 본 후, 필자는 정연진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크게 칭찬한 바 있다. 당시 ‘거목으로 자랄 새싹의 기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었고, 당시만 해도 너무 과한 칭찬이 아니냐는 댓글도 많이 받았었다.
그러나 1, 2화를 시청한 시청자라면 그때의 그 표현이 전혀 과한 것이 아니었음을 공감할 것이다.
정연진은 그 나이대의 배우가 소화하기 힘든 감정 연기를 단막극에서도 잘 표현했지만, 에서는 그때보다 더 절제된 모습을 보이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잘 살렸다.
또 잠깐의 등장으로도 엄청난 화면 장악력을 보여 줬다. 반려동물을 키워 보지 않은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게끔 연기했다.
혼자서 폭스를 보내는 장면에서 울음을 참던 필자도 결국은 따라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 주며, 현재의 시점의 권우진 하원영과도 다른 매력을 보여 줬다.
그리고 2화의 쿠키 영상에서는 마치 저승사자 같은 모습으로 하원영의 앞에 나타났는데, 하원영이 그를 폭스라고 부른 것으로 보아 아마도 쿠키 영상에서는 내내 개를 연기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쿠키 영상이라는 추설 콤비의 새로운 시도가 하원영, 정연진의 연기력과 만나 더욱 빛을 발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앞으로도 당나개에서 정연진의 모습을 더 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갑다.
단막극 의 추가 촬영을 위해서 이동하고 있는 밴 안에서 공 실장님이 건네준 자료들을 읽었다. 공 실장님은 꼼꼼하게 연기 관련 글들만을 모아서 줬고, 나는 그것들을 읽으면서 감회가 새롭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제 방송 2회차가 나가고 나니까, 외모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연기를 중점적으로 모니터해 준 글들이 많았다. 내가 출연한 몇 개의 작품이 TV에서 방영되면서, 연기에 대한 리뷰를 받긴 했었지만, 이번엔 정말 본격적이었다.
정말로 내 연기가 시험대에 제대로 오른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그것들이 좋은 반응이 더 많다는 것에서 나는 어쩐지 벅찬 기분을 느꼈다. 내가 제대로 연기하고 있구나, 싶어서.
그리고 더 열심히, 아니 아니지. 그냥 열심히 계속해 나가자는 다짐도 했다.
“팬 카페 말이야, 홍보팀에서는 ‘감사연’을 공식 카페로 지정하자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해?”
“아, 아직 ‘감사연’이 공식이 아니었어요?”
“어, 지금까진 굳이 공식으로 지정하지 않아도 잘 유지되었으니까. 그런데 첫 방송 하고 갑자기 팬 카페가 몇 개 더 생겼나 봐.”
“카페가 더 생겼어요?”
“어, 너는 네 이름 검색도 안 해 봤어? 다른 애들은 이렇게 화제의 중심이 되면 온종일 자기 이름만 검색하던데.”
다들 그렇게 하는 건가? 아, 그러고 보니, 뉴스카이 때는 멤버들이랑 계속 검색해 보고 그랬던 것도 같다. 멤버들이 좋아하고, 매니저랑 스태프들이 좋아하니까 덩달아서 좋아했었던 것도 같고.
“아무튼, ‘감사연’ 팬 카페 회원 수가 많이 늘었어. 아까 확인했을 때, 4천 가까이 되었더라. 그래서 거길 공카로 지정하고 앞으로도 운영진들이랑은 이야기를 계속할 예정이야.”
“네, 그렇게 진행해 주세요.”
“그리고 오늘 현장으로 조공 들어온다고 하더라. 새벽에 밥차랑 커피차 올 거래.”
“아, 역조공 준비하려고 했는데, 제가 미처 신경을 못 썼네요.”
“역조공? 아, 내가 미리 챙겨야 했는데 늦었네. 다음 주에 당나개 마지막 추가 촬영 때도 온다고 하니까, 그때 챙기든가 하자.”
“또 오신대요?”
“는 일정이 안 맞았고, 은 갑자기 촬영 일정이 변경되는 바람에 오늘 오기로 했거든. 제작진은 오케이했고. 그런데 는 꼭 보내고 싶다고 어제 연락이 왔어. 너 촬영 없어도 현장에 보내고 싶다고 하더라고. 팬들도 참 대단해.”
“아, 정말 감사한 일이네요.”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뭘 얼마나 보여 줬다고. 팬들의 이런 마음에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나는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전부터 팬들의 애정은 늘 수수께끼 같은 것이었다.
한때는 나를 이 땅에 잡아 주는 힘이 되기도 했었고. 고마우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내가 뭐라고.’ 싶어 늘 미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그저 일단은 좋은 모습을, 연기를 보여 주는 것으로 하자.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으로. 그렇게 다짐을 했다.
오늘 촬영도 기대가 되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팬들도 좋아했으면 좋겠다.
합천 야외 세트장에서 야외 촬영은 거의 마무리했고, 서울에 올라와서 실내 세트 촬영을 해서 이 드라마의 90% 이상은 촬영이 끝났다.
이 장면도 원래는 합천의 산에서 찍을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변경되었었다. 김다혜에게 개인적인 일이 생겨서 촬영을 못 하고 현장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남아 있는 장면은 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기에 마지막 날로 촬영을 잡았던 것이었는데, 김다혜가 없이는 찍을 수 없어서 지금은 양평, 남양주 세트장의 산에서 촬영을 하기로 했다.
거사를 마치고 약속된 안가에 돌아온 이자한과 아이코가 이치로와 맞닥뜨리고, 아이코가 죽음을 맞이하는 그 장면 말이다. 예기치 않게 촬영이 미뤄졌지만, 나는 이 장면을 더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사실 조금 안도하기도 했었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을 더 많이 했고, 강 선생님과 함께 많은 대화를 하면서 다시 준비했다. 그때보다 오늘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날 김다혜는 매우 위태로워 보였었고, 도움이 많이 필요했었다. 그리고 공 실장님을 통해서 사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달리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돕고 싶다는 의견도 전했다고 했다.
복잡한 개인사와 소속사와 얽힌 문제들, 떠나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는 그녀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그런 이유로 재능이 넘치는 배우가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함께 촬영하는 동안 김다혜는 정말 연기를 잘했다. 그리고 우리는 연기 합도 좋은 편이었다. 나은숙 선배와 연기할 때처럼 편안하게 연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을 만큼. 그래서 그녀의 재능이 사그라지지 않게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이 없음이 지금은 아쉬웠다.
촬영장에 도착하자 스태프들의 분위기가 이전과 다른 술렁거림이 있었다. 언제나처럼 들어서며 인사를 하자 스태프들이 반가이 맞이하면서 박수를 쳐 줬다.
짝짝짝짝짝.
“이야, 연진아, 드라마 잘 봤다. 너 진짜 화면 잘 받더라.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그래도 내가 찍은 게 더 잘 나올걸? 기대해라.”
촬영 감독인 박현섭 감독이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나는 이게 박수를 받을 일인가 싶어서 조금 얼떨떨해 있었는데, 곁에서 소지혜 감독이 말을 보탰다.
“연진아, 축하해. 그리고 우리 주연 배우가 이렇게 스타가 되셨으니, 우리 드라마는 더 잘되겠지?”
아하, 그것 때문이었나. 타 방송사의 드라마가 흥하는 걸 왜 이렇게 축하하는가 했더니만. 뭐, 방송국 놈들의 생각이야 다 그런 거고. 그걸 생각하지 못한 내가 좀 멍청했던 거지.
그래, 권우진이 주목받는 걸 즐겁게 여기자.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이자한의 이야기를 더 많이 봐 주겠지.
어느새 나도 방송국 놈들의 생각에 동조하고 있었다.
뭐, 다 그런 거 아니겠나.
애자, 내 이름 신애자, 이름으로 불러 줘요
“안녕하세요. 죄송했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촬영장으로 들어오는 김다혜는 말간 얼굴로 인사를 했다. 스태프 하나하나를 찾아다니면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며 촬영장 안을 돌아다녔다.
이미 실내 세트 촬영 때 사과했음에도 다시 스태프를 챙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 실장님과 내가 대기 중인 곳으로도 찾아왔다.
“고마웠어요.”
“아닙니다. 오늘 촬영은 괜찮으세요?”
“네. 그럼요. 열심히 준비했어요. 오늘 잘 부탁해요. 그리고 드라마 잘 봤어요. 멋있더라고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촬영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그렇게 인사를 했고, 김다혜는 나를 보며 약간 웃어 보였다. 미소가 조금은 씁쓸하게 보였지만, 개인사는 개인사고 촬영은 촬영이었다. 그녀에게 일어난 일은 안타까웠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모두가 프로가 되어야 한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본격적인 촬영은 12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밤샘 촬영이라 죄송합니다. 내일 아침 해가 뜨는 시간은 7시 7분이라고 합니다. 잠깐 촬영을 해야 하는 만큼 실수 없이 원 테이크로 가야 합니다. 그러니 리허설을 충분히 한 후에 가도록 하겠습니다. 촬영 시작 전에 문제가 될 일이 없도록 지속적인 확인 부탁드립니다.”
조연출 임정욱 PD의 말에 스태프들은 준비를 서둘렀다. 밤부터 시작하는 촬영이라, 역시 문제는 추위였다. 공 실장님과 선민 형은 넉넉하게 챙겨 온 방한용품들, 핫 팩과 장갑 등을 나눠 주고 돌아왔다.
나는 촬영 준비를 마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오늘 촬영은 정말 많은 준비를 했지만, 여전히 어렵게 느껴졌다. 처음부터 감정을 끌어올려서도 안 되고 서서히 올라가서 폭발시켜야 하는 장면인 만큼 계속해서 준비하는 것이 중요했다.
한참을 머릿속으로 이자한을 불러냈다. 찾아오지 않는다면 내가 이자한이 되어야지, 그런 마음도 있었다. 눈을 뜨고 촬영 준비를 하면서, 촬영하며 너덜너덜해진 대본을 다시 집어 들었다. 대사는 모두 외웠지만, 그럼에도 대본을 놓지 않는 건 오래된 습관 같은 거였다.
과거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나는 내 대사뿐 아니라, 지문과 상대방의 대사까지도 모두 외웠다. 어떻게 감정을 표현할지 몰랐기에, 타이밍이라도 제대로 맞추자 시작했던 일. 지금도 그것은 습관으로 남아서 나는 대본을 손에 잡으면 놓지를 못하겠다.
불안한 마음을, 보여 주고 싶은 연기를, 마음의 안정을, 끌어오려는 감정을 계속해서 읽고 또 읽으면서 연습하는 것. 그것이 내 촬영장에서의 습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