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103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102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동료를 목격, 의기영령검의 발동 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 [아이템: 의기영령검(意氣影靈劍)] [의로운 마음을 검에 실으니, 뭇 영령이 감탄하노라!] [석원요선과 명경호검의 합작품. 의로운 마음을 품은 자는 검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습니다.]디지의 입에 물린 채,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는 의기영령검.
무라마사의 얼굴이 사악하게 일그러졌다.
-메이게츠!!
-증오스러운 나의 형이여!
수십 갈래의 요기가 찔러 들어오는 것을 보며, 그는 진기를 의기영령검에 불어 넣었다.
탐로안에 보이는 검날이 융해된 황금처럼 보일 정도로 달아오른 의기영령검이 줄기줄기 가지를 뻗었다.
콰콰콰콰쾅!
의기영령검의 검날들과 요기의 바람들이 충돌하며 굉음을 토해냈지만.
디지에게 닿은 공격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의로운 마음을 품은 자는 검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설명대로.
의기영령검은 의지로 검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었으니까.
사실.
한 명의 검사로서 평가했을 때, 의기영령검은 결코 좋은 무기가 아니었다.
검술은 알면 알수록 복잡하고 무궁무진한 무예다.
대검, 소검, 세검 등 형태에 따라 다루는 방법이 다르고.
생김새가 같다 하더라도 검봉의 패인 정도, 날의 무게중심 등 디테일에 따라 천차만별로 변화하니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검날이 자유자재로 변한다 한들 그 장점을 극대화할 수 없다는 뜻.
이런 특성 탓에 왕삼은 의기영령검을 똥템이라고 말했지만.
‘나한텐 다르지.’
이유는 간단했다.
【권능, 웨폰 마스터】
웨폰 마스터의 소유자인 그는.
누구보다도 의기영령검의 주인에 적합한 존재다.
스스스스스스!
줄기줄기 뻗어진 의기영령검의 검날이 몰아치는 피바람을 절단한다.
“허허…….”
왕삼이 그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저렇게 자유자재로 다루는 거지?’
왕삼 또한 의기영령검을 사용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디지처럼 순식간에 검의 형태를 바꿀 수 없었다.
언어나 행동으로 형상화되지 않은 인간의 의지는 모호할 수밖에 없고, 간절하고 정확하게 형태를 떠올리려면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한 것이기 때문.
왕삼은 문득 디지가 말해줬던 자신의 가상현실 부적응증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떠올렸다.
‘어쩌면, 저게 대형이 말한 심신일체의 경지일지도 모르겠군.’
디지가 왕삼에게 요구하는 수준보단 현격히 높긴 했으나.
기본적으론 왕삼의 생각이 맞았다.
극도의 단련을 통해 정련되어, 심상의 발화와 동시에 구체화되고 반응하는 심(心)과 신(身).
그것이 바로 심신일체였으니까.
왕삼은 있는 힘껏 눈을 뜨고 디지의 전투를 관찰했다.
“보여주시오, 대형. 그리고 꼭 이기시오!”
한층 격해지는 전투. 무라마사의 눈이 시뻘건 혈광을 토해냈다.
핏!
미처 막지 못한 요기 바람이 디지의 뺨을 긁는다.
뿜어진 핏방울이 바람을 타고 무라마사에게 날아갔다.
혀를 할짝인 무라마사가 입꼬리를 올렸다.
-너. 맛있군.
-강한 마음. 형…… 메이게츠여.
다음 순간, 혈풍이 몰아쳤다.
디지는 곧바로 스킬을 발동시켰다.
[스킬: 장전연보(長傳連步)] [스킬: 어검충룡(馭劍衝龍)]진기의 실을 끌어당김과 동시에 강하게 의념한다.
찰나의 지체도 없이, 마치 여의봉처럼 그의 의지대로 길이와 형태를 바꾸는 의기영령검.
어검충룡의 스킬 효과가 혈풍의 진로를 바꾸고, 그 틈으로 검날이 스며들었다.
콰직!
요기의 흐름에 따라 바람처럼 몸을 움직이는 무라마사였지만.
뱀처럼 구불구불 전진한 디지의 검이 정확히 무라마사의 심장에 꽂혔다.
덜컥, 무라마사의 움직임이 멎었다.
-오오오, 급소 명중!
-이번에야말로 죽었나?
-그 말 하지 말라니까!
다시 한번 사방으로 뿜어지는 시뻘건 요기.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에 간발의 차로 피할 수 있었다.
정신없이 요기를 피하며, 디지는 지금의 전투 구도를 정리했다.
‘무라마사의 주된 공격 방법은 검에서 뿜어지는 요기와 피바람이야.’
동시에 수십 갈래를 뿜어내는 강력한 공격 수단이지만, 의기영령검으로 대처할 수 있다.
결국 모든 전투는 궁극에 도달하면 턴과 턴의 교환으로 귀결된다.
디지는 느끼고 있었다.
동방십천에 꼽힐 정도로 강력한 고수인 무라마사였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전투의 숙련도와 무의 경지는 디지 쪽이 위였다.
그런데도 전투 구도가 지지부진한 이유.
위력의 차이 탓에 무라마사의 턴 하나를 그의 턴 하나로 막을 수 없었다.
이대로 가면 결국 턴의 부족으로 피할 수 없는 위기를 직면해야 하겠지만.
‘부족한 턴은 효율로 메꾼다. 그러고도 모자란 턴은…….’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 디지는 미소를 지었다.
“미카엘!”
대답 대신 화살 소리가 들려왔다.
[스킬: 적궁백시(赤弓白矢)]급소에 명중하면 적을 즉사시키는 하얀 화살이 쏘아진다.
대부분의 공격을 요기로 막거나 몸으로 받고 회복해온 무라마사였지만, 하얀 화살만은 몸을 움직여 피했다.
-귀찮군.
-꺼져라!
화살의 궤적이 휘어질 정도로 강하게 몰아치는 요기 폭풍.
강력한 위력이 담겼다 하나 허공으로 가르고 적에게 명중해야 하는 투사체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친!!! 저게 사람이 가능한 거임?
-ㄹㅇ 신기다 신기.
-캬, 이 정도면 현역 프로 양궁 선수보다 잘 쏘는 거 아니냐.
[스킬: 파산시(破山矢)] [한 발의 화살이 산을 부술지니!] [화살에 대량의 진기를 실어 강력한 위력을 발합니다.]스킬의 도움을 받은 화살은 거센 바람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목표를 향해 날아갔을뿐더러.
[스킬: 장전연보]무라마사가 회피 동작을 취해도 디지가 진기의 실을 뻗어 어떻게든 자신의 턴으로 활용했다.
‘이로써 턴은 동수.’
그렇다면 승부는, 절체절명 속에서 먼저 한 발자국을 나아가는 자의 몫일 터!
문득, 그는 즐거움을 느꼈다.
한 끗 차이로 목숨이 날아가는 위기였음에도, 무서움도 불안도 조바심도 없다.
이건 게임이니까.
즐길 수 있는 세상이니까.
정신을 집중했다. 동시에, 의지를 풀어 버렸다.
그 탓에 생긴 약간의 틈. 새어 들어온 핏빛 요기가 그의 얼굴을 갈랐다.
펄럭, 떨어지는 두꺼운 천. 안대가 사라진 그의 눈가에는 잿빛 가운데 밝은 빛이 명멸하는 눈동자가 있었다.
[특성: 탐로안(探路眼)] [길을 좇는 눈. 기의 흐름을 시야에 담을 수 있습니다.]또한.
[스킬: 공명기파(共鳴氣波)] [진기의 파동과 공명을 탐로안을 통해 읽어냅니다.]불현듯, 무라마사가 내뿜는 요기 폭풍이 다르게 보였다.
동시에 익숙한 감각이 찾아왔다.
육체와 정신이 합일되는 듯한 고양감.
절체절명의 위기, 혹은 수련 끝에 얻은 깨달음의 순간에서나 느끼던 진정한 의미의 무아지경.
【권능, 귀환자의 이정표】
【게임을속, 항거할 수 없는 적과의 대전을 통해 무의 경지를 상승시켰습니다.】
【새로운 업이 축적됩니다.】
흐름대로, 몸을 놀리고, 합과 결의 틈새에서 검을 휘둘렀다.
무라마사의 팔이 베였다. 정결한 진기가 담긴 검세가 사악한 요기의 베람을 자르고, 무라마사의 진신을 타격했다.
핵이 보인다. 중심이 보인다.
바람의 흐름. 요기의 중심. 그곳은 무라마사가 아닌, 무라마사가 쥐고 있는 요도였다.
찌이이잉!
의기영령검이 요도의 중심, 그 핵을 정확히 찔렀을 때였다.
“……아.”
모든 집중이 깨졌다.
[스토리 진행 모드가 시작됩니다.]시점이 갑자기 3인칭으로 바뀌며 움직일 몸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나직하고 강직한 메이게츠의 목소리가 디지의 고막을 울렸다.
[무라마사. 아니, 야스오. 나의 아둔한, 사랑하는 동생이여.] [너에게 안식을 선물하마.] [나의 영혼, 나의 기운을 여의철에 담아 검을 벼리니.] [이는 나의 유일한 혈육에게 건네는 평화이도다.] [히든 피스 – 형과 아우 – 발동!]스토리 컷신 속, 무라마사의 요도와 맞닿아 있는 디지의 의기영령검이 고요한 호수의 빛깔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의기영령검이 요령봉인검으로 변화합니다.] [요령봉인검이 무라마사와 융합합니다.]-이럴 수가!
-아, 안 돼!
-수백 년간 쌓아온 나의 힘이……!
[혈풍도귀 무라마사의 본체, 요도 무라마사가 무력화됩니다.]시뻘건 핏빛의 요기를 감싸는 고요한 호수 빛의 기운.
펼풍도귀 무라마사의 백발이 빛을 잃고 검어졌다.
줄기줄기 내뿜어지는 요기가 점점 사그라들고, 귀신의 형상이 인간의 몸으로 되돌아갔다.
마침내.
하나가 된 두 자루 검들은 둥그렇고 묵빛을 발하는 봉인구로 화했다.
[봉인된 요도를 요화군도에 가져다주십시오.]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길래 다시 1인칭으로 돌아가나 싶었지만.
“음. 아무래도 스토리 컷신이 계속 진행되는 모양이구려.”
“그럼 루트의 이번 단계가 끝난 건가?”
“와, 드디어!”
비척비척 일어난 일행의 아바타가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요화군도로 향했다.
[금모구미(金毛九尾) 달기]일행이 건넨 봉인구를 받은 달기의 눈이 커졌다.
“고요한 가운데 느껴지는 이 기운…… 무라마사?”
“약속대로 무라마사를 퇴치했습니다. 그러니, 요화군도도 약조를 지키길 바라겠습니다.”
“……승천의 업을 추구하는 자로서 한 입으로 두말할 수는 없지. 약속해. 요화군도는 성결지와 걸음을 같이 할 거야.”
[요화군도 설득을 성공했습니다.] [영웅의 씨앗 루트의 단축과 히든 루트 개방,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진 엔딩 개방을 확인.] [영웅의 씨앗 루트가 최종 단계로 진입합니다.]빠르게 지나가는 컷신들. 어느새 일행의 아바타는 성결지의 삼성과 대면하고 있었다.
챙그랑!
고아하게 웃으며 일일리행이 입을 연다.
“제자여. 그리고 제자의 동료들이여. 본녀의 지령을 완벽히 수행하였군요. 본녀는 그대들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일일리행은 깨달았다.] [난세에 드리운 암운을 걷어낼 영웅의 씨앗.] [자신이 찾은 씨앗이 훌륭히 개화하였음을.]퀘스트를 수행했으니 마땅히 보상 수여 절차가 따라야 했지만, 그러기는커녕 여전히 끝나지 않는 스토리 컷신.
슬슬 일행은 직감했다.
“이거 설마…….”
“이대로 엔딩?”
-벌써 엔딩이라고?
-게임 시간으로 이제 고작 3년 차인데?
-노말 엔딩도 10년은 걸리는 게임을 3년 차만에??
-현실 플레이 시간으론 한 달 반밖에 안 지났는데????
시청자들이 감탄을 넘어선 경악을 토해내는 가운데.
스토리 컷신이 계속 진행되었다.
“그대들의 공이 무척이나 커요. 하지만,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답니다. 제자여, 본녀를 도와줄 거지요?”
“스승!”
디지의 아바타, 봉랑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복수를 위해, 그리고, 베풀어주신 은혜를 갚기 위해! 이 한 몸 바칠 것을 약속드립니다!”
흐뭇하게 웃던 일일리행이 이내 안색을 어둡게 했다.
“성결지조차 명운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전란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어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당신들의 복수 대상인 다국인과 서토가 있답니다.”
일행의 아바타들이 일제히 무기를 하늘로 올렸다.
“느끼고 있습니다, 스승.”
“부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십시오.”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복수와, 평화를 위해!”
챙그랑.
일일리행의 일곱 검이 허공을 부유하기 시작했다.
“그대들의 의기에 감읍할 따름이어요.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요.”
성결지의 빛무리가 하늘하늘 움직이는 가운데, 다섯 개의 무기와 일곱 자루의 검이 허공을 장식한다.
“성결지의 제자, 우리의 동료, 동방의 영웅들이여.”
[영웅의 씨앗 루트의 진 엔딩에 도달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동방서토의 페이즈 2 개방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새로운 시나리오, 동서대전이 개방됩니다.] [이후 유저들은 시기 선택을 통해 동서대전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는 순간.
다섯 스트리머의 채팅창이 일제히 폭발했다.
-미ㅁㅁㅁㅁㅁㅁㅁ친!!!!!!!!
-동서대전 개방? 동서대전 개방? 동서대전 개방? 동서대전 개방? 동서대전 개방? 동서대전 개방?
-드디어 떴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가 이걸 얼마나 기다렸는데! 미친 미친 진짜 미친!!!!!
그리고 다음 순간, 시청자들의 경악과 흥분을 한층 끌어올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DG 님의 플레이어블 캐릭터, 봉랑이 NEW 엔딩에 도달했음을 확인.] [축하드립니다! DG님의 봉랑이 리그 오브 게임즈의 챔피언으로 출시됩니다!]이번에는 디지 또한 놀라 버렸다.
“봉랑이 챔피언으로 출시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