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138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137화
잠깐의 암전. 이내 밝아지는 시야.
디지털 월드 접속을 종료한 디지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건.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팀원들이었다.
“디지 이 자식!”
“흐어어엉! 대혀엉!”
“꺄아아아악! 오빠 이 자식아!”
“중령니이이이임!!!”
덥석도 아니고 퍽 소리가 날 정도로 격한 포옹. 이내 디지의 몸이 허공에 띄워졌다.
“이겼다!”
“우리가 우승이라고!”
“꺄아아아악!”
헹가래쳐지는 디지의 귀에 해설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4번째 용을 걸고 벌어진 진검승부.”
“승리를 거머쥔 디져 중대가 결국 게임을 끝냈습니다.”
“가장 중요했던 교전, 그 중심에서 디지 선수가 미카엘 선수를 데스시킨 게 주효했죠.”
“맞습니다. 사실상 승리의 주역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감탄하는 건 해설자뿐만이 아니었다.
-미친!!! 우승!!!!
-믿고 있었다고오오오오옹!!!!
-DG UP! DG UP! DG UP! DG UP! DG UP! DG UP! DG UP! DG UP!
-와, 전 프로에 챌이 두 명이나 있는 팀을 노챌 팀이 이기네…….
-정보) 패망전 역사상 노챌 팀이 이긴 건 처음이다!
-ㄹㅇ? 개쩐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형 몇 년 만의 우승이냐ㅋㅋㅋㅋㅋ
-빵씨 성불ㅋㅋㅋㅋㅋㅋㅋㅋ
사방에서 솟구치는 채팅과 함성들.
열띈 관객들을 가라앉히기 위한 멘트를 치기 시작하는 해설자들.
모든 소음과 열기의 중심에서. 진심으로 기뻐하는 팀원들까지.
그 순간이었다.
【권능, 인연의 나침반】
권능이 발동한 대상은 팀원들이었다.
【귀환 후 맺은 인연의 굵기가 한층 두꺼워집니다.】
영혼에서 비롯되는 알림. 그 효과가 무엇인지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팀원들의 생각과 감정, 정확히는 의념이 그의 영혼에 스며들고 있었으니까.
‘다들 진심으로, 엄청나게 기쁜 상태구나.’
타인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건 정체성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디지에겐 익숙한 현상이었다.
용사는 믿고 따르는 자들의 소망과 염원을 이뤄주는 존재.
와 비타 시절, 그는 수천 수만 신도들의 의념을 받아들이곤 했었으니까.
앞으로 그는 과거처럼 인연을 맺은 자들의 행복과 곤란을 같이할 수 있으리라.
【권능, 귀환자의 이정표】
이어서 이정표 또한 발동했지만, 그는 의념으로 권능의 행사를 억눌렀다.
지금까지랑은 비교도 안 되는 양의 기억이 복구될 텐데, 그랬다간 한동안 혼자 멍을 때리고 있어야 할 터였으므로.
‘다 끝나고 혼자 있을 때 봐도 안 늦어.’
때마침 스태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디져 중대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바로 우승 인터뷰 진행할 테니 대회장 무대로 올라가 주세요.”
대회장의 중심에 자리한 집채만 한 트로피.
그 옆에는 두 해설자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디져 중대 여러분. 길고 치열했던 시간 끝에, 여러분이 쟁취한 보상입니다!”
강캐의 말이 끝나자마자 트로피가 다섯 개의 빛무리로 분열한다.
-뭐여, 트로피 증강현실이었어? 진짜가 아니었나 보네.
-패망전 처음 봄?
-ㅋㅋㅋ패망전은 실물 트로피 안줌.
다섯 개의 빛무리가 디져 중대의 일원들에게 하나씩 날아와 안겼다.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총 상금 1억 5천만 원, 개인 당 3천만 원이 계좌에 입금되었습니다.]디지가 혀를 내둘렀다.
‘뭔 대회 다 끝나기도 전에 입금이 완료되냐.’
하여간 일 처리 하나는 빠르다니까. 이게 미래인가.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디져 중대 여러분. 받으신 트로피는 프라이빗 룸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이어서 우승 소감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받은 건 딱빵이었다.
“…….”
잠시 침묵하던 딱빵이 이내 고개를 번쩍 치켜들고.
“끄아아아아아악!!!”
빵소리를 터뜨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겁나 빵형답넼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맞지ㅋㅋㅋㅋ 인터뷰 시작은 본인의 시그니처 사운드로 해야지ㅋㅋㅋㅋㅋ
“끄아아아아악! 다들 봤냐! 나, 앰비셔스! 다시 한번 증명했다아아아악!!”
은퇴 이후로 아마추어 대회 한 번 우승 못할 정도로 폼 다 죽었다고 놀림받던 이의 한풀이였다.
“어이쿠, 귀야. 네 소감 잘 들었습니다. 다음은 왕삼 선수.”
“어? 내 소감 아직 안 끝…….”
딱빵 손에 쥐여져 있던 마이크가 사라지더니 왕삼의 앞에 나타났다.
실물 마이크가 아니라 증강현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선 응원해 주신 모든 동도들께 감사드리오. 사실 본인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외다. 솔직히 말해, 아직도 지금 이 순간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질 않소. 2년 가까운 시간을 이런 빛나는 자리와는 먼 곳에서 보내왔던 본인이기에 그렇소. 다시 말해…….”
-아니, 3아. 너 투머치 토커였어?!
-소감은 짧고 임팩트 있게 해야지!
-루즈해지잖아!
소감이 길어지자 루즈하다며 불평을 터뜨리는 시청자들.
하지만 이내 왕삼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지자 채팅창이 싸해졌다.
“그냥, 그냥, 다들 고맙소이다…… 끄허윽, 끄흑…….”
-…….
-불평한 놈들 다 나와.
-감정 북받치면 말이 설왕설래할 수도 있지 이 공감능력 없는 것들아!
“왕삼 선수, 감정을 좀 추스리시고요. 다음 순서로 넘어가겠습니다.”
카에리의 앞에 마이크가 나타났다.
“๑˃˂๑ v 우승! 응원해 주신 분들 다 감사합니다! 이런 큰 대회에서 우승까지 해보는 건 처음이라 너무 감격스럽고, 고생한 우리 팀원들 다 감사드려요! 그리고 언니! 우리 합 좀 잘 맞는듯!”
자연스럽게 마이크가 기사배에게 넘어갔다.
“후후후, 안녕하세요, 패망전 우승자 기사배입니다!”
말을 마치고 기사배가 양팔을 번쩍 드는 순간 환호성이 대회장을 채웠다.
-사배 눈나!
-크으, 역시 금메달리스트! 패망전까지 우승!
-원사님 멋져요!
“전 팀원들한테 감사의 말 전하고 싶어요. 솔직히 말해서 록은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브론즈 원딜 데리고 여기까지 이끌어줘서 고맙네요.”
이어서 마지막 순서, 디지에게 마이크가 주어졌다.
“…….”
잠시 침묵하더니 양손을 번쩍 드는 디지.
그에 반응하듯이 환호성이 쏟아졌다.
“와아아아아아!”
-디지 형 우승할 줄 알았어!
-세체피!
-DG UP! DG UP! DG UP! DG UP! DG UP!
팔을 내렸다가 재차 들어 올리자 또다시 환호성이 쏟아진다.
“와아아아아아아!”
-DG UP! 외치니까 세레모니 해주는 건가?
-ㅋㅋㅋ우리 형이 쇼맨십 하나는 끝내준다니까ㅋㅋㅋㅋ
-GO DG! GO DG! GO DG! GO DG! GO DG!
재차 팔을 내렸다 올렸다.
“와아아아아……?”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오긴 했지만, 어쨌든 호응이 쏟아지는 채팅창.
디지는 또다시 팔을 내렸다가 올렸다.
“…….”
-……네 번 해줬으면 됐지!
-얼마나 바라는 거야! 뇌절도 세번까지가 국룰이라고!
-저거 그냥 자기가 움직일 때마다 반응하는 게 재밌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
“크흠흠.”
채팅창을 보고 뜨끔한 디지가 목청을 가다듬었다.
사실, 기사배에게 환호성이 쏟아지는 걸 보고 재밌어 보여서 팔을 올렸다 내린 게 맞았다.
“우승해서 기쁘고요. 재밌었습니다. 이상.”
해설자들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물었다.
“디지 선수, 끝인가요?”
“네.”
“…….”
-그치…… 소감은 짧고 굵게 하는 게 좋지……
-안 루즈해서 좋네ㅎㅎㅎ……
-좋긴 뭐가 좋아! 아니, 우승했으면 감정 북받치거나 하는 모습도 보여줘야지 진짜 한결같네ㅋㅋㅋㅋㅋ
“……정말로? 뭐 누구한테 감사하다거나 뿌듯했다거나 그런 거 없나요?”
디지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아, 그런 게 궁금하신 분은 행사가 끝나고 열릴 디져 중대의 뒤풀이 방송을 봐주세요.”
“이걸 이렇게 잇는다고! 정말 올해 들어서 가장 뜨거운 스트리머 다운 방송 센스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방송 센스 오졌네ㅋㅋㅋㅋㅋㅋ
-이거 그거 아니냐? 자본주의 모드 발동한 거 같은데ㅋㅋㅋ
-뒤풀이에서 후원 뜯어야 하니까 다들 오라고ㅋㅋㅋㅋ
-이거다ㅋㅋㅋㅋㅋㅋ
우승자 인터뷰 다음은 준우승자 인터뷰였다.
“팀 난현역! 아쉽게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상금 각 1,000만 원과 준우승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이에 대한 소감을 들어볼까요!”
분하다는 프로스트와, 아쉽지만 만족한다는 다른 팀원들을 지나서.
주장인 미카엘에게 마이크가 주어졌다.
“…….”
잠시 침묵하던 미카엘이 양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아!”
-카엘아 수고했어!
-많이 아쉽긴 하겠지만 오랜만에 네 경기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ㄹㅇㅠㅠㅠㅠㅠㅠㅠ
재차 팔을 들어올리려는 듯 몸을 움찔한 미카엘이 이내 팔 대신 입꼬리를 올렸다.
“전 한 번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전 디지가 아니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마 따라하나 했네ㅋㅋㅋㅋㅋ
“이번 패망전. 제 입장에선 정말 많은 걸 느끼고 즐길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카엘이 입장에선 정말 그랬을듯.
-프로에서 뛰다가 은퇴하고 처음 나온 아마추어 대회니까.
“준우승으로 그친 건 좀 아쉽지만…… 은퇴 후 시작한 스트리머 생활, 가장 먼저 그리고 제일 친해진 디지가 상대여서, 뭐, 만족합니다.”
-올, 리스펙.
-샤라웃 해주네ㅋㅋㅋ
-미카엘이 매너 하나는 짱이야.
“음…… 하지만 좀 아쉽긴 하네요. 프로 은퇴하고 또다시 경쟁에서 즐거움을 느낄 줄은 몰랐거든요. 아, 안 되겠다.”
잠시 마이크를 내린 미카엘이 대회장을, 관객들을 둘러보며 환하게 웃었다.
“저, 다시 프로하려고요.”
가볍게 튀어나온 충격 발언. 대회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미, 미카엘 선수. 다시 프로를 하신다고요?”
“네. 역시 저는 겨루고 이겼을 때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그걸 디지가 깨닫게 해줬습니다.”
그 순간이었다.
【권능, 인연의 나침반】
【인연의 굵기가 두꺼워집니다.】
권능을 통해 흘러 들어오는 미카엘의 감정.
패배의 분함 아래 그보다 큰 즐거움과 승부욕이 도사리고 있었다.
‘역시. 너도 내 과일줄 알았어.’
진한 미소가 지어질 때, 미카엘과 눈이 마주쳤다.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화답하는 미카엘.
“디지야.”
“어, 카엘아.”
“난 이번 서머 시즌부터 바로 복귀할 건데, 너도 같이 하지 않을래?”
“나보고 프로를 하라고?”
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하는 대회장.
“응. 너라면 프로에서도 먹힐, 아니, 날아다닐 수 있을 거야. 재밌을 텐데, 어때?”
유혹하는 포인트가 돈도 명예도 아니고 재미라니, 그새 날 잘 파악해 뒀구만?
하지만 디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록은 이제 그만하려고.”
미카엘의 눈이 한껏 커졌다.
“록을 그만둬? 왜?”
“그야 다른 재밌는 게임도 많으니까. 난 게임 스트리머잖아. 이것 저것 해봐야지.”
대장전에 이어 패망전까지 우승했으면 많이 했지.
”록은 이제 질렸어.”
“록이 질린다고……? 어떻게?”
미카엘은 진심으로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하긴, 저 정도로 록을 즐겨야 프로로 최정상에 오를 수 있었을 터.
록이 워낙 중독성이 강해서 20년 가까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게임이기도 하고.
“프로는 나중에 할 거 없고 심심할 때 생각해 볼게. 제의는 고마워.”
디지는 진심으로 더 이상 록을 할 생각이 없었다.
록으론 더이상 귀환자의 이정표를 발동시킬 수 없을 터이니.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과거의 나, 라는 정체성을 되찾고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가족을 만나는 것.
그러니, 록 프로의 길은 그와 맞지 않는다.
“이상으로 패망전, 길었던 대장정이 막을 내림을 시청자 여러분께 알립니다.”
“현장을 방문한 관객 여러분들께서는 준비된 이벤트들이 있으니 많은 참가 부탁드리며, 저희도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클로징 멘트와 함께 디져 중대 일원은 무대를 내려왔다.
“얘들아, 오늘 달려야지!”
“갑시다! 파티룸을 잡아놓았소이다!”
“술 마시는 거야?”
“술도 좋고 먹방도 달리자고!”
우승의 기쁨이 빠지지 않아서 흥겹기 그지 없는 분위기.
미리 예약한 택시가 도착하고 다같이 올라탔다.
‘이제 슬슬 발동시켜 볼까.’
“여러분. 저 잠깐 눈 좀 붙일게요.”
말을 마친 디지는 눈을 감은 채 염원했다.
【권능, 귀환자의 이정표.】
【당신은 게임을 통해 우승이란 업적을 쌓았습니다.】
【당신은 화려한 게임 플레이로 수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새로이 쌓은 업을 통해 소실한 업을 복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