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206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205화
데르트에게 단련을 받기 시작한 지도 게임 속 시간으로 한 달이 지났다.
중요한 순간이 아니면 대부분 스킵하며 빠르게 진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시간으로 약 하루를 소모한 결과.
디지는 투자 시간에 비례하는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단련만 받으면서 시간 보내면 지루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꿀잼이네ㅋㅋㅋㅋ
-밝혀진 게 없어서 답답하던 거 하나하나 알아가니까 던전 공략 힌트 찾는 기분이지 않냐?
-비유 보소 ㄹㅇ 딱 그 느낌ㅋㅋㅋㅋㅋ
다만 문제는 디지가 가장 알아내고 싶었던 정보는 얻지 못했다는 점.
“아니, 분명 설정 요소에 악녀 약혼자가 있다고 했는데 왜 없죠?”
-그러니까.
-나름 대공가 자제의 약혼인데 어떻게 학원 안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수가 있지?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느낌임.
약혼자가 누군지 알아내고 싶어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약혼 사실을 아는 사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니.
물론 데르트와 아스카니아에게는 묻지 않았을 때의 결과긴 했다.
직접적으로 내 약혼자가 누구냐는 질문을 던질 수는 없으니까.
슬쩍슬쩍 돌려 말해서 떠보기도 했는데 철저하게 ‘네 약혼자’라고 지칭해서 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다.
-제일 궁금한 건 알아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정보는 많이 얻었으니까.
-ㅇㅇㅇㅇ글치.
-ㄹㅇ 루시가 따돌림당하고 있을 줄은 몰랐음
‘만인의 사랑을 받는 자’라는 재능을 타고난 루시는 놀랍게도 행정학부에서 왕따 비슷한 처지였다.
-어케 우리 루시 눈나한테 그럴 수가 있지?
-얼굴만 봐도 절대 아싸가 될 수 없는 상인데
-귀족이기만 했어도 행정학부의 중심이었을 텐데 평민이라 그런 듯.
-ㅇㅇㅇ 귀족의 특징 생각해 보면 오히려 개연성 있게 구현된 거지.
디지가 빙의한 세계관은 스스로를 갈고닦아 명예를 드높일 준비가 된 기사가 그럴 가치가 있는 레이디를 섬기는, 전형적인 중세 기사도를 따르고 있다.
기사는 무력으로 외부의 일을 담당, 행정관인 여자가 내치에 집중하는 사회구조랄까.
즉, 능력에 따른 극소수 예외가 있긴 해도 일반적으로 남자는 기사학부, 여자는 행정학부에 소속되어 있었다.
-자기보다 신분도 천한 애가 기사학부에서 잘나가는 애들 거의 전부한테 러브콜을 받고 있는 거니까ㅋㅋㅋㅋ
-저 같아도 질투심 폭발했을 것 같긴 해요ㅋ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싫어하는 애랑 친하게 안 지내는 거 가지고 뭐라고 할 수도 없는 거고.
따라서 루시는 학원 전체로 보면 숭앙받는 한 송이 꽃이었으나, 행정학부에서는 외로이 동떨어진 처지였다.
루시를 은애하는 기사 생도들은 이 사실을 알고도 루시를 도울 수 없었다.
자신들의 옹호가 더해지면 행정학부 생도들이 더더욱 루시를 배척하리란 걸 알기에 끙끙 앓고 있기만 했을 뿐.
여기서 디지는 한 가지 꾀를 발휘했다.
-ㅋㅋㅋㅋㅋ버림받은 망나니 설정을 그렇게 이용할 줄은 몰랐다
-ㄹㅇㅋㅋㅋㅋㅋ 이런 거 보면 디지가 몸만 좋은 건 아니라니까ㅋㅋㅋ
-잘나가는 놈들이 루시랑 친하게 지내면 역효과 나지만, 버림받은 망나니랑 친구 먹는 건 끼리끼리 노는 거라 이거지~
-하여간 방장 잔머리 하나는 기가 막히다니까ㅋㅋㅋㅋ
“어허. 잔머리라니. 사고의 폭이 넓은 거거든?”
-에이 잔머리 맞지ㅋㅋㅋㅋ 정식 루트는 이게 아니잖앜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
-솔직히 아바타 처지랑 입장 보고 루시를 어케 공략하지……? 했었는데 그런 제도가 있을 줄이야.
-그럼 뭐 함 디지는 써먹지도 않는데ㅋㅋㅋㅋ
플레이 첫날, 디지는 이안에게 결투 신청을 당할 뻔했었다.
결투. 서로의 무를 겨뤄 승자가 패자에게 승복하는 일종의 의사결정 제도.
이와 같은 장치가 행정학부에도 있었다.
그 명칭은 바로 토론.
이름 그대로 정해진 규칙하에 서로의 논리를 겨뤄 상대를 논파한 자가 승리를 거두는, 일종의 말싸움이었다.
[루시조아 님이 10,000원을 후원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정식 루트: 따돌림당하는 루시와 친해진다 -> 루시를 대신해서 행정학부 생도와 토론 대결을 한다 -> 공전절후의 문재로 승리 거두고 루시 호감작 완료! 아니,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루트가 있는데 왜 하기 싫다는 거야 디지 형…….]-ㄹㅇㅋㅋㅋㅋㅋㅋ
-루트가 훤히 보이는데 하기 싫다고 안 하는 애는 또 처음 보네.
-너 알파메일이야? 우리 루시 정도는 눈에 안 찬다 이거야?
-ㄴㄴㄴㄴㄴ그건 심미학적으로 불가능. 루시를 보고 어케 성에 안 찰 수가 있냐.
-아 그건 그르네.
“말했잖아요. 그렇게 엔딩 보기는 싫다고.”
공략 대상과의 연애에 성공해야 엔딩을 볼 수 있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할 말은 아니지만.
디지는 루시를 공략하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리 AI라지만, 시뮬레이팅 학습 기술로 만들어진 이상 인간과 크게 다를 게 없어.’
그런 생각이 발전하여 어스워즈에서 종족 해방 전쟁이란 멋진 상황을 연출해 시청자들의 환호성을 사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디지는 아무리 클리어를 위해서라지만, 한 사람의 감정을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난 한 달간 루시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친구 비슷한 사이가 된 지금은 더더욱.
“분명 루시를 공략하지 않고도 엔딩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
-아니 길이 훤히 보이는데 왜 드리프트를 하려는 거냐고…….
-루시랑 러브러브 이터널 러브 찍는 거 보여주면 안 됨?
-아니 방장이 로맨스 찍는 거 보고 싶어서 이터널 러브 투표한 건데 뭔 추리 게임 하듯이 플레이를 하고 앉았어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ㅋㅋ
“몰라요. 좀만 더 찾아보고 안 되면 그냥 미션 포기할래.”
-???!!
-자낳괴가…… 300만 원 넘게 쌓인 미션을 포기한다고?
-어이. 네 본분에 충실해라.
-아니면 이안 공략하는 건 어때?ㅎㅎㅎㅎ
-ㄹㅇ벨에는 집착 감금 광공 피폐 이런 것도 잘 먹혀서 강제로 해도 괜찮은데ㅎㅎㅎㅎㅎ
-…….
-…….
[넘버원 디팔이 님이 10,000원을 후원합니다.] [해당 후원은 음성 후원입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잇, 깜짝이야. 디팔아 강퇴당하고 싶어? 뭐 하는 거야.”
시기적절한 넘버원 디팔이의 시선 돌리기용 후원 덕에 디지는 보지 말아야 할 채팅을 보지 않을 수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디팔이 나이스! 역시 네가 넘버 원이다!
-매니저! 얼른 불순분자 밴해!
-ㅇㅇㅇㅇ 밴 때려!!!
그렇게 소수의 극단적 취향의 소유자들이 진압되고.
“디지, 오늘도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형님.”
호탕하게 웃으며 오늘치 단련의 끝을 고하는 데르트.
지난 한 달 동안 데르트와의 관계도 많이 호전된 상태였다.
-데르트도 웃기다니까ㅋㅋㅋㅋ 처음 등장할 때는 전형적인 악역이었는데ㅋㅋㅋㅋ
-관제 AI의 설계는 전형적인 악역 맞았을걸? 디지가 비틀어서 그렇지ㅋㅋㅋ
-어느새 좋은 형이 되어 있음ㅋㅋㅋㅋ
그간 알아낸 과거사에 의하면, 데르트가 디지를 싫어했었던 이유는 총 두 가지.
위대한 거인의 혈통을 타고났으면서도 몸이 약한 주제에, 단련으로 스스로를 개선할 노력과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달간 매일같이 내가 설정한 단련을 모두 해내다니. 널 다시 봤다, 디지.”
“그간 불민한 아우 탓에 형님께서도 고민이 많으셨을 테지요. 앞으로는 다를 것입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적당히 데르트에게 아부로 호감작을 한 이후 헤어졌다.
-오늘도 끝이네 나이스!
-이제 루시 보러 가자ㅋㅋㅋㅋ
-헤으응 루시 눈나…….
-고단한 하루 끝의 비타민 그 자체…….
지난 한 달간 디지는 방과 후 데르트와의 단련을 마치면 항상 루시와 만났다.
카페에 가서 서로 문장을 자아내어 교환하거나 여러 분야의 폭넓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등 친분을 쌓아왔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인 애정 쪽은 아니지만, 어쨌건 우정 쪽으로는 호감도 작업을 해왔던 것.
“네, 가야죠. 루시한테도 정보를 더 알아내야 할…….”
그 순간이었다.
무언가 싸한 느낌을 받은 디지가 곧바로 몸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뭐냐? 왜 화면 까매짐???
-디지 방송 껐냐? 아닌데?
-소리는 들리는데 뭔 일임???
말을 하려고 했지만 물리적으로 입이 움직이질 않는다.
디지는 채널 설정을 방송용으로 변경해서 입을 열었다.
-???뭐가?
-갑자기 뭔 상황이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디지가 시청자들의 의문에 답했다.
[아무래도 지금 납치당한 것 같은데요?]-납치???
-아, 기사학부 생도들이 해코지하려는 거 아님?
-그거다. 루시랑 친하게 지내니까 이번엔 역으로 디지가 기사학부 생도들 앙심을 산 듯?
-헐 그럼 어카냐? 기사학부 애들이면 기사답게 주먹으로 훈계할 텐데
전신의 감각에서 여섯 개의 손, 세 명의 사람이 아바타를 들쳐메고 이동하고 있단 게 느껴진다.
최대한 발버둥을 쳤지만 손들의 제압에서 풀려날 수는 없었다.
쿵!
아바타가 딱딱한 어딘가에 놓이고, 이내 손발에 밧줄이 감겼다.
그리고 들려오는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
덜컹. 덜컹. 덜컹.
아마 마차에 태운 채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 같았다.
‘생도들은 허가증 없이 학원 부지 밖으로 나갈 수 없는데?’
마차가 잠시 멈췄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마차가 다시 출발했다.
-??? 학원 밖으로 나가는 거 같은데?
-뭐임 납치당한 채로 어케 나가는 거임.
-짐 검사도 안 하나?? 안에 슬쩍 보면 납치된 디지 바로 보일 텐데 이게 통과가 되네.
덜컹. 덜컹. 덜컹.
체감상으로 약 10분. 마차가 멈추고 다시 한번 아바타를 들쳐메는 손길이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후.
풀썩.
넓고 푹신한 어딘가, 짐작건대 침대 위에 몸이 던져졌다.
그때. 달칵,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오고. 누군가가 사뿐사뿐 걸어오더니 디지의 몸에 손을 댔다.
입에서 빠져나가는 재갈. 이어서 눈에 감긴 두꺼운 천이 풀려나가는 순간이었다.
-으악, 깜짝이야!!!!
-저 여자 뭐야!!!!
-와 진짜 개못생겼다;;;;
-아니 루시 보러 가는 길에 이게 뭔 봉변이야
시청자들을 일제히 경악하게 만든 용모의 소유자가 눈앞에 있었다.
“디지 공자님. 소녀를 두고 바람을 피우셨다 들었습니다.”
얼굴과는 다르게 봄비가 내린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처럼 맑고 고운 목소리.
“아무래도 소녀와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셔야 할 듯하여. 모셨습니다.”
여자의 정체는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아바타가 저절로 반응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으니까.
“아, 아, 아리아나. 오해가 있소. 부디 내 말을, 말을 들어 주시구려.”
———캐릭터 설정———
이름: 아리아나 폰 그란데
신분: 후작가의_악역_영애
성격: 지고지순&집착
재능: 저주받은_재색겸비
특이사항: 한눈을 판 약혼자를 조교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
아리아나 폰 그란데.
상황 주사위에서 나왔던 악녀와의_약혼 요소의 장본인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