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40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40화
‘정상 요새는 기본적으로 저격수에게 매우 유리한 지형이야.’
4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구조에 더해, 곳곳에 드높은 망루가 솟아 있어서 저격 스팟이 많기 때문.
하지만, 이러한 지형은 그의 덱스 플레이에서 이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촤라라라락!
반원으로 달리며 망루를 향해 로프를 사출한다.
달리는 관성에 원심력을 더해 도약하자 그의 몸이 높이 솟구쳤다.
타아아아앙!
도약 시점을 노린 탄환이 날아왔지만, 이미 기사배의 방향을 특정한 뒤라 충분히 공격을 인식하고 쳐낼 수 있었다.
‘기사배와의 거리는 대략 300미터.’
상승이 멈출 때쯤 재차 로프를 사출해서 다시 한번 몸을 튕겼다.
이로써 거리가 250미터로 줄었다.
타아아아앙!
핏, 탄환이 어깨를 스쳤다. 생각보다 재사격이 빨라서 완벽히 피하지 못했다.
기사배가 어떤 아이템 세트를 맞췄는지는 모르지만, 장전 속도 보정이 있으리라.
‘상관없어.’
촤라라락!
빠르게 거리를 줄이자 망루 위에서 하얀 인영이 벌떡 일어났다.
발견하는 즉시 로프를 날렸지만, 기사배는 망루에서 뛰어내려서 로프를 피했다.
-아으, 아깝다!
-기사배한테 로프가 고정됐으면 바로 게임 끝인데…….
-잘 피했어 사배 눈나!
잠깐 실루엣을 놓친 사이 기사배가 사라졌다. 세트 효과 중에 은신 관련 기능이 있는 것 같다.
‘숨박꼭질 하는 기분이네.’
어떻게든 거리를 벌려 원거리 싸움을 만들어야 하는 기사배와 거리를 좁혀야 하는 자신.
타아아아앙!
이번엔 총알을 피하지 못했다.
고속으로 이동하는 상황, 그가 대처할 수 없는 각도와 타이밍으로 날아왔기 때문.
‘확실히 다른 유저들이랑 차원이 다르긴 해.’
이게 전직 사격 금메달리스트의 클라스인가.
-ㄷㄷㄷㄷ한 방에 피가 60퍼 가까이 빠졌네.
-원래 저격총은 한 발 맞는 순간 게임 오버임.
-ㅇㅇㅇ 덱스 세트 효과로 방어력이 올라서 안 죽었네.
총알이 날아온 건물 지붕으로 몸을 날렸다.
이번에도 기사배는 훌쩍 뛰어내리는 걸로 공격을 피하고 모습을 감췄다.
‘괜찮아. 낙하 대미지는 계속 들어가고 있을 테니까.’
직접 공격을 가하지 못하면 지형지물을 이용, 추락 대미지를 가해서 낙사하게 만든다.
그가 고안한 기사배 공략법이었다.
타아아아앙!
촤라라라락!
그렇게 몇 차례의 공방과 추격을 거쳤을 무렵, 그는 이상함을 느꼈다.
‘벌써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아무리 구급약으로 피를 채울 수 있다지만.
장비할 수 있는 개수엔 한계가 있다.
“아, 혹시?”
그러고 보니 알빠치노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님들, 아이템 세트 중에 팀원 피를 회복시킬 수 있는 효과도 있어?”
-ㅇㅇㅇ최후의 의무병, 메딕이라고 있음.
-공격 위력 감소하는 대신 구급약 장비 개수가 무한으로 늘어남.
“아하.”
그제서야 시청자들도 그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아아아, 알빠치노가 메딕 세트 맞추고 피를 채워주고 있던 거구나!
-ㅇㅇㅇ그거인 듯? 어쩐지 계속 뛰어내리는데 죽질 않더라.
어느새 세이프 존이 정상 요새의 절반 정도로 줄어든 상황.
‘기사배가 사격을 가한 위치로 겹치는 동선을 분석하면…….’
타아아아앙!
기사배의 공격이 그의 상념을 끊었다.
날아온 탄환을 피한 후, 사격 위치와 멀어지는 쪽으로 로프를 사출했다.
-이거 아무래도 HP 회복을 막아야 승부를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디지야, 알빠 아저씨가 숨은 데가 어딘지 알겠어?
“대충?”
몸을 숨긴 채 생각을 이어 나갔다.
“지금까지 전투 구도는 네 군데의 지형지물을 술래잡기 하듯이 순회하는 식이었단 말이지.”
정상 요새의 꼭대기.
망루.
격납고.
초소.
전부 저격에 용이한 스팟이 있어서 지금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유난히 동선이 겹치는 곳이 있었다.
“오케이. 알빠 아저씨 먼저 잡는다.”
촤르르르륵!
지금까지와 같은 움직임으로 기사배를 추격한다.
다만, 한 가지 의도를 섞었다.
타아아아앙!
탄환에 맞아서 HP가 아슬아슬할 때까지 떨어졌지만,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계획대로 움직여줬네.’
방금 들려온 총성은 알빠치노가 있으리라 추정되는 곳으로부터 가장 먼 스팟에서 들려왔다.
촤라라락!
곧바로 로프를 사출해서 네 군데의 스팟 중 한 곳으로 날아갔다.
타아아앙! 타아아앙!
지금까지와 달리 기사배는 위치를 바꾸지도 않고 연신 저격을 시도했다.
그의 의도를 짐작한 모양이었다.
‘이미 늦었어.’
기사배는 절대 알빠치노의 데스를 막을 수 없다.
촤라라락!
정상 요새 2층의 격납고.
컨테이너 더미 위로 날아가며 아래를 훑다가 그를 올려다보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예상대로 여기에 있었네.
“디지 군. 간만이에요.”
컨테이너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알빠치노가 머쓱하게 웃었다.
“그러게요. 대충 30분 만인가요.”
컨테이너를 좌우로 걷어차며 지면에 착지하는 순간, 알빠치노가 재빨리 손을 내밀었다.
탕!
알빠치노가 가한 회심의 공격. 그러나 그의 총알은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역시 빠르구먼, 디지 군은.”
순식간에 접근해서 알빠치노의 손목을 붙잡곤 허공으로 치켜든 디지가 씨익 웃었다.
“순순히 데스당해 주실래요? 그래도 연장자인데 몸싸움을 벌이고 싶진 않네요.”
“허허허, 그렇다면 살려주는 건 어떨까 싶은데.”
“그럼 게임이 끝나질 않는 걸요? 생존전은 데스매치 방식이니까.”
디지가 총검을 휘둘렀다.
“악의는 없어요. 이해하시죠?”
[DG입니다 -> 알빠치노] [2/100]* * *
[DG입니다 -> 알빠치노] [2/100]“이런.”
기사배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지금까진 높은 곳에서도 거침없이 뛰어내리는 것으로 거리 상의 우위를 점했으나 앞으론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동선을 꼬아서 위치 특정이 안 되게 했는데…… 피지컬만 좋은 게 아니라 머리도 좋아.’
정확히는 전술적 판단이랄까, 적의 정보를 분석하고 추론하는 능력이 무척 뛰어난 것 같다.
-사배 눈나, 디지가 일대일에서 혼자만 구급약 보급받는 건 반칙 아니냐고 전해달래.
“그렇게 따지면 처음부터 개인전 했어야지.”
팀전에선 마지막까지 팀원을 살리는 것도 능력인 법.
“승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전력을 다하는 게 오히려 정정당당한 거라고 전해주세요.”
-ㅇㅋㅇㅋ.
-전해줬는데 디지가 웃는다. 그것도 맞는 말이래.
상황이 한층 불리해졌음에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격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첫인상이 별로였던 디지였으나, 지금은 바뀌었다.
‘이 정도 실력이면 사격을 쉽게 생각한 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넘쳤던 거지.’
프라이드.
달리 말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
그녀 또한 누구보다 높은 프라이드의 소유자였기에 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그렇기에 지고 싶지 않았다.
-방장 누나 이제 어떡할거야?
-지금까지의 전법은 못 쓸 거 같은데.
“지켜 보세요. 제가 1등하는 걸.”
세이프 존이 점점 좁아진다.
디지의 추격이 한층 편해졌고, 총검에 공격당할 거리까지 접근을 허용하는 위기도 겪었다.
하지만 버텨냈다.
그리하여 기사배는 최후의 기회를, 자신의 마지막 한 수를 디지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
촤르르르륵!
정상 요새의 꼭대기, 헬기 착륙장.
그녀는 빠르게 날아오는 디지를 보며 모든 장비를 벗어던졌다.
그러곤 미리 옮겨둔 새 장비를 걸쳤다.
[산탄총을 든 보안관, 말콤 세트를 완성했습니다.]“니가 그렇게 탄환을 잘 피해? 한번 이것도 피해봐라!”
거대한 더블 배럴 샷건의 총구를 디지에게 내민 기사배가 승리의 웃음을 터뜨렸다.
“예의를 주입시켜 주마, 애송이!”
말콤의 시그니처 대사를 외친 그녀가 힘차게 방아쇠를 당겼다.
투콰앙!
* * *
세이프 존이 최소화되기 전에 게임을 끝내려 했건만, 결국 끝까지 진행되어 버린 생존전.
감탄이 나왔다.
‘확실히 전 세계 1위를 먹어본 사람은 달라.’
그가 처음 정상 요새에 도달했을 때 기사배가 자리하고 있던 헬기 착륙장.
돌고 돌아 최후의 무대가 된 곳을 향해, 기사배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 기사배가 거리를 벌릴 공간이 없네. 디지가 이길 듯?
-안 돼애애애애! 사배 눈나 디지 좀 죽여줘!!!
-ㅋㅋㅋ 가능하겠냐? 디지 승리 확정!
촤라라라락!
마지막이 될 로프 사출.
단숨에 헬기 착륙장에 착지한 그가 기사배를 향해 달리는 순간이었다.
-어? 기사배 포기했나?
-왜 장비를 다 던지지?
-아냐, 밑에 봐! 다른 장비들이 있어!
방탄복 대신 바람막이 망토를, 저격총 대신 거대한 더블 배럴 샷건을 치켜든 기사배가 씨익 웃었다.
“예의를 주입시켜 주마, 애송이!”
투콰앙!
전방을 모조리 뒤덮는 산탄을 발사하는 샷건.
저격총과 달리 근접전에 특화된 사격이 그를 덮쳤다.
“이런.”
순간적으로 시야의 모든 것이 느려진다.
날아오는 수십 발의 산탄.
‘일일이 피하거나 쳐내기엔 수가 너무 많아.’
그렇다면 포기해야 할까?
아니, 그의 사전에 포기는 없다.
심신일체(心身一體). 몸과 마음이 일치되어 하나가 되는 경지.
위기 감각이 경종을 울리며 모든 감각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
‘일일이 쳐낼 수 없다면, 한 번에!’
탄환과 탄환 사이에 선이 이어진다.
산탄 분포가 가장 적은 곳으로 스텝을 밟으며 선을 따라 총검을 휘두른다.
티디디디딩!
위에서 아래로. 손목을 틀어 아래에서 사선으로.
티디디디디딩!
“이걸 견뎌!?”
경악한 기사배가 재차 방아쇠를 당겼다.
투콰앙!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전진했다.
그 결과 피하거나 쳐낼 수 없는 탄환이 생겼지만.
그는 탄환을 향해 철모 쓴 머리를 내밀었다.
이대로 탄환을 패링시키고 총검을 찔러넣으면……!
-정보) 말콤 세트엔 탄환 적중 시 무조건 적을 넉백시키는 효과가 붙어 있다.
“아?”
패링으로 대미지를 최소화했지만, 시스템의 강제에 의해 몸이 뒤로 밀쳐지는 걸 막을 순 없었다.
“다음부턴 새 게임 할 때 기본적인 정보는 알아두고 와라, 이 짜식아!”
투콰앙!
또다시 쏟아지는 산탄 세례.
한 발이라도 맞으면 몸이 밀쳐진다.
총검을 박아넣을 수 있을 때까지 거리를 좁힐 수 없다는 뜻.
퍽!
강제로 넉백당하며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근접전이 되면 무조건 승리할 거란 생각과 달리.
기사배는 아이템 세트 변경을 통해 초근접전을 피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었다.
‘이대로 공격당하면 게임 오버야.’
퍽! 한 번 더 몸이 넉백되며 헬기 착륙장의 가장자리까지 밀려났다.
세이프존은 지금도 좁아지고 있으니 떨어지는 순간 폭사 신세가 될 터.
승리를 확신한 기사배가 힘차게 방아쇠를 당겼다.
“이제 끝이다!”
‘정말 방법이 없나?’
절체절명의 순간.
사실 지더라도 변하는 건 없다.
이건 게임에 불과하니까.
와 비타에서와 달리, 데스당한다 한들 그의 생이 끝나진 않으니까.
하지만.
‘지고 싶지 않아.’
극한의 집중 상태에서 그는 스승, 골드 드래곤 루미니아스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네 길을 막는 장애물은 오직 너의 포기일지니.]그 순간, 디지는 뒤로 훌쩍 몸을 날렸다.
-어어? 야 왜 자살해!
-떨어지면 그대로 폭사인데?
-ㅋㅋㅋㅋㅋㅋ디지 쉑, 포기냐!!?
“포기?”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지면까지의 거리는 약 20미터.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권능, 웨폰 마스터】
바람을 계산한다. 거리와 각도, 힘의 배분이 본능적으로 읽어내 팔을 휘두른다.
“미안, 사배야. 오빠는 나야.”
쏜살처럼 날아가는 돌격소총. 끝에 장착된 예리한 총검이 기사배의 심장을 노리는 순간.
콰과과과광!!!
마침내 모든 맵이 폭발하고, 길었던 생존전이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