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41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41화
-캬, 결국 1등 먹었네.
-진짜 간발의 차였다. 방장이 폭사하기 전에 사배 누나한테 총검이 꽂혔어.
-ㅠㅠㅠㅠㅠ 결국 디지가 디지는 건 못 봤네…….
-ㅋㅋㅋㅋㅋㅋㅋ 미션으로 아군 트롤까지 유도했는데도 못 보네.
생존전을 치루는 내내, 디지의 시청자들은 두 무리로 갈려 있었다.
게임을 하는 동안은 디지의 데스를 바라는 이들의 채팅이 득세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난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방장이 상식은 부족해도 게임 실력 하나는 진짜거든~
-진짜 피지컬 하나는 도른자 아니냐? 디지 UP!
-디지 UP! 디지 UP! 디지 UP!
-ㅂㄷㅂㄷ…… 다음엔 꼭 죽인다…….
-디지 UP! 디지 UP! 디지 UP! 디지 UP! 디지 UP!
채팅창을 보는 그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이렇게 짜릿했던 건 지구에 오고 처음이네.’
고죽4의 라스트 보스인 오크로드를 죽일 때도, 록을 하며 수많은 유저들과 라인전을 벌였을 때도.
지금처럼 짜릿한 즐거움을 느끼진 못했다.
듣기로, 기사배는 불릿 어택에서 챌린저 티어를 달성한 고수였다.
그렇다면 리그 오브 게임즈에서도 고티어가 되면 지금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대장전 끝나고 나면 빠르게 티어를 올려 봐야겠어.’
하지만 지금은, 수금의 달달함을 좀 더 즐기도록 하자.
-아. 절대 무조건 안전자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엄마! 디지가 나 삥 뜯었어!
-ㅋㅋㅋㅋㅋ지가 미션 걸어 놓고?
-말도 안 되는 짓거리로 미션금 강탈하는데 그게 삥 뜯기지!!!
-ㅋㅋㅋ 고건 ㅇㅈ 이 방엔 안전자산이 없는 듯?ㅋㅋㅋ
디지가 채팅창을 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을 때였다.
왕삼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대형, 파티룸으로 오시지요.]왕삼이 만든 파티룸. 합방을 진행했던 네 명의 스트리머가 모였다.
“허허허, 이렇게 재밌는 합방이 될 줄은 몰랐는데.”
알빠치노가 흐뭇한 웃음을 터뜨렸다.
빈말로도 결코 게임 실력이 좋다고 할 수 없는 알빠치노.
그는 생존전에서 최종 3위까지 생존해본 게 처음이었다.
“이렇게 되면, 사배 양은 영원히 디지 군에게 오빠라고 해야 하겠군.”
“아, 그렇지.”
디지가 기사배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 ‘동생’. 이제 말해볼까.”
부들부들 떨던 기사배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이윽고 흘러나오는 개미만 한 목소리.
“디지…… 오빠.”
“그렇지그렇지. 앞으로도 잘 부탁해 사배 동생.”
“……아오오오!”
고개를 벌떡 치켜든 기사배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다시 떠! 개인전으로 진검승부 하자고!”
“응 안 해. 덱스 조건 해금했어. 다시 록 하러 갈 거야.”
덱스의 챔피언 사용 조건은 불릿 어택에서 총검으로 적을 열 명 이상 죽이는 것이었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 장인 대전을 준비하러 돌아갈 때다.
“그럼 록에서 떠! 이번엔 내가 니 본진에서 이겨줄 테니까.”
“니? 전직 금메달리스트 기사배 선수께서는 한 입으로 두말하는 성격이신가요?”
“……오빠 본진에서 뜨자고!”
“티어 안 맞아서 뜨지도 못해. 골드는 찍고 오던가.”
“이이익!”
말문이 막힌 기사배가 씨근덕거렸지만.
사실 그녀도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지는 않았다.
‘정말 간만에 재밌는 게임이었어.’
불릿 어택은 리그 오브 게임즈와 달리 전략적 요소가 많지 않다.
때문에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지고 고티어가 된 이후론 승부욕을 자극받을 일도 거의 없었다.
‘록…… 시작해 볼까?’
프로를 은퇴하고 묻어뒀던 승부욕이 자극을 받았다.
그녀에게 게임은 도피처였다.
한창 프로 사격 선수로서의 전성기일 때 닥친 강제적인 은퇴.
사격에 대해 미처 버리지 못한 미련 탓에 불릿 어택만을 고집해 왔지만…….
“한 입으로 두말하기 없기야.”
지금이라면 새로운 출발을, 미련과 도피가 아닌 전진으로서 게임을 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네가…… 오빠가 있는 티어까지 올라가면 그때 다시 내기해.”
“오케이.”
왕삼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떻습니까, 대형. 불릿 어택도 꽤나 재밌는 게임이지요?”
유달리 극존대인 왕삼의 말투. 그 사실을 눈치챘으면서도 디지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응. 지금은 대장전을 준비해야 하지만, 대회 끝나고 나면 다시 해보려고.”
알빠치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디지 군이 가면 합방은 여기까지겠군. 덕분에 재밌었어요, 허허허.”
그 순간이었다.
“어?”
“어머머?”
“으헉?!!”
디지, 왕삼, 기사배가 동시에 경악성을 내뱉는 가운데.
알빠치노가 허허 웃었다.
“이건 선물이에요, 모두들.”
[윤서 아빠 님이 1,000,000원을 후원합니다.]-저게 얼마야. 일, 십, 백…….
-백만 원? 한 번에 백만 원 후원???
-그러고 보니 저 닉네임은……. 큰손이잖아?
큰손. 인터넷 방송계에서는 거액의 후원을 쏘는 열혈팬을 의미하는 단어.
프레야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선 매달 최대 액수 후원자 리스트를 발표한다.
그리고 윤서 아빠는 매달 리스트에 포함되는 거물급 큰손이었다.
-윤서 아버님 정체가 알빠치노 님이었어???
-ㅋㅋㅋㅋㅋㅋ드디어 후원 쏘셨네. 난 알고 있었지롱~
스트리머 알빠치노. 시청자로서의 닉네임은 윤서 아빠.
엄청난 부를 이룬 사업가로 말년에 인터넷 방송에 맛을 들인 그의 취미는 후원으로 혼내주기였다.
“게임이 워낙 재밌었어서 말이야. 소소한 성의 표시이니 부담 갖지 말아요.”
부담을 안 가질 수가 없는 금액인데?
“알빠 선배. 지난번에도 거액 후원을 받았는데 또 이러시면 후배는 너무 부답스럽소이다.”
“그러니까요. 이러시면 저희가 돈 바라고 아저씨랑 합방하는 것 같잖아요…….”
보아하니 왕삼과 기사배는 알빠치노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백만 원 후원을 냅다 꽂아줄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이 나이 먹고 좋은 것 중 하나는 사람 보는 눈이 길러진다는 거지. 그런 사람들은 알아서 거르니 걱정들 말아요.”
알빠치노가 눈을 찡긋거렸다.
“알빠 아저씨, 후원 감사합니다. 한 번에 이 정도 금액 후원은 처음 받아보네요…… 와…….”
“디지 군은 방송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고 했지? 응원이라고 생각해 줘요.”
신분상 나이 때문에 존대를 하는 게 어색했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대인배야, 대인배. 손도 크고 마음도 넓어.
“존경합니다, 아저씨. 리액션을 해드려야 하는데 보고 싶은 거 있으세요?”
“죽는 건 빼고! 앞으로 디지 군 방송도 챙겨볼 생각인데 언제 데스를 맞이할지 궁금하거든, 허허허.”
그렇다면 뭘 보여줘야 할까.
‘아. 그렇지.’
마침 리액션으로 좋은 게 있네.
디지의 시선이 왕삼에게 향했다. 날 선 생존 감각으로 그의 의도를 눈치챈 왕삼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동도 여러분! 알빠 선배의 통 큰 후원으로 분위기도 훈훈해졌으니, 방송 종료 타이밍으로 적절하군. 오늘 합방은 여기까지 하고 본인은 이만-”
“어허. 어딜 가려고. 우린 아직 정산할 게 남았잖니, 아우야.”
사색이 된 왕삼이 그를 바라봤다.
“대, 대형. 정산할 게 있다니, 이 불초 아우는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헛, 벌써 시간이?! 아우는 피곤하여 이만 방송을-”
“갈!!”
다시 한번 왕삼의 말을 끊은 그가 무시무시한 미소를 지었다.
“알빠 아저씨.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 거액의 후원 리액션 겸 다음 컨텐츠는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니 참고해 주세요.”
디지털 월드를 종료하기 전, 왕삼을 한 번 노려봤다.
“알겠지만, 도망가면 죽는다. 미리 준비해 놓고 있어.”
* * *
30분 후.
왕삼과 오프라인에서 만났다.
경고를 무시하지 못한 왕삼은 일전의 체육관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어질 리액션 겸 컨텐츠! 우리 삼이의 ‘뼈를 깎는’ 수련입니다!”
어디까지나 왕삼의 가상현실 부적응증을 고치는 수련이란 걸 설명한 그가 자세를 잡았다.
왕삼의 뼈를 깎아버릴 자세를.
“미션 걸렸다고 뒤통수를 쳐? 이 대형은 아우가 돈미새였단 사실에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구나.”
“대형…… 미쩔지입니다…….”
대답을 무시한 채 왕삼의 전신을 팔다리로 구속했다.
“그러고 보니 오프라인 수련을 공개하는 건 처음이네요. 그동안은 무의식적 습관과 뇌의 버릇을 대련으로 교정하는 식으로 진행했지만, 오늘은 한 가지 요소가 추가됩니다. 기대되지, 삼아?”
“무척 기대됩니다! 대형은 항상 아우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으셨죠! 대형의 위대함에 그저 감복할 따름이옵니다!”
그렇게 극존대한다고 봐줄 생각 없다, 이 자식아.
“삼아, 분근착골이라고 알아?”
왕삼의 얼굴이 대번에 해쓱해졌다.
-정보) 분근착골은 점혈이나 기공을 이용하여 근골을 뒤틀리게 해서 고통을 가하는 고문 무공을 뜻하는 무협 용어이다.
-고마워요 정보맨!
-근데 디지 형 무공도 쓸 줄 알아?
“아뇨? 진심 조르기!”
“끄어어억!”
그의 팔다리가 왕삼의 몸통을 마구 조였다.
“대형! 살려주십시오오오!”
-ㅋㅋㅋㅋㅋ아프게 하면 분근착골인 거임?
-트롤의 말로 = 분근착골(물리)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아프면 분근착골 맞다곸ㅋㅋㅋㅋ
“알빠 아저씨, 어때요? 이 정도면 리액션으로 충분할까요?”
[윤서 아빠 님이 10,000원을 후원합니다.] [허허허, 왕삼 군이 한 행동이 맞아도 싼 짓이긴 하지. 난 재밌으니 걱정 말아요.]명색이 리액션인 만큼, 그는 다채로운 각도로 왕삼을 다졌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화려한 액션이 1인칭 시점으로 펼쳐지자 시청자들이 환호했다.
“크어어어억!”
“아프지? 정신 바짝 차려라. 잘 피하고 잘 막으면 안 아파.”
-ㅋㅋㅋㅋ맞지. 안 맞으면 안 아프짘ㅋㅋㅋ
-디지 말버릇 생각나네. 그냥 하면 돼요!!
-삼아! 너도 그냥 피하면 돼!!
“크윽…… 대형! 제 행동은 전부 방송의 재미를 위한 것이었단 말입니다!”
“방송적 재미라…… 그래. 우린 스트리머니까 재미를 추구해야 하는 게 맞지.”
그런데 말이야.
“지금도 다들 재밌어하고 있네? 방송적 재미를 위해 참을 수 있지?”
“……그건.”
왕삼은 부정하지 못했다.
-본인 논리에 잡아먹히니까 입꾹닫이네ㅋㅋㅋㅋㅋㅋ
-트롤 참교육! 트롤 참교육! 트롤 참교육!
-합의된 폭력 라이브 ON!!
“봤지. 악감정은 없어. 방송은 방송으로 봐야 한다, 아우야?”
“끄아아아아악! 살려줘어어!!!”
수련은 전신이 왕삼의 전신을 완전히 다져 버리고 나서야 끝났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다들 내일 만나요!”
방송을 끈 그가 왕삼에게 다가가서 뺨을 톡톡 건드렸다.
“삼아, 네 말대로 방송 각이 진짜 이쁘게 나왔다.”
벌떡 일어난 왕삼이 실실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날렸다.
“흐흐, 아주 나이스였소이다, 대형.”
처음 왕삼에게 배신당했을 때는 진심으로 뒤통수를 맞은 심정이었으나.
직후 왕삼에게 프라이빗 채팅을 받았었다.
미션을 받은 왕삼의 트롤링.
팀원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전신.
고군분투 끝에 마침내 세이프 존에 도달하는 극적인 연출에 게임이 끝난 후의 마지막 참교육까지.
전부 방송각을 위해 잘 짜놓은 한 편의 연극이었다.
“너 맞는 연기 잘하더라. 실감 났어.”
“연기라니! 진짜 아프게 때려놓고서!”
“통수 맞은 건 진짜였으니까 너도 그 정도는 참아야지.”
“그건 맞소만…….”
“그나저나 시청자 반응이 예상보다 좋네. 알빠 아저씨를 빼고도 평소보다 후원 수익도 많고.”
“흐흐흐, 내 대본이 그만큼 훌륭했다는 뜻이외다.”
어린 형과 나이 많은 아우는 다시 한번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거 아시오, 대형? 아직 약과요. 방송각이 워낙 이뻐서 커뮤니티 바이럴을 타면 시청자 유입도 꽤 많이 늘 것 같소이다.”
“말 나온 김에 커뮤니티나 확인해볼까.”
둘은 곧바로 커뮤니티 겜팁에 접속했다.
“뭐야. 작성된 게시글이 하나도 없는데?”
“음? 그럴 리가. 탭을 록으로 설정한 거 아니요?”
“아.”
겜팁은 다종다양한 게임을 모두 다루는 커뮤니티이다 보니 게임별로 게시글 작성 탭이 다르다.
불릿 어택으로 설정을 바꾸고 다시 검색하니 최상단에 ‘Hot’ 태그가 붙은 글이 보였다.
[총알 고자 덱스 매드 무비.avi]불릿 어택 라이트 유저인데 오늘 신기한 거 봤음.
(Video Clip)
원래 불릿 어택 하던 스트리머는 아니긴 한데 ‘그’ 총알 고자 가지고 도토리 따 먹길래 뽕 차서 영상 만들어봄ㅎㅎㅎ
(영상이 길어서 와튜브 링크로 올렸으니 참고!!)
[댓글]-오ㄷㄷㄷㄷ 실방 본 사람인데도 이거 보니까 감탄 나오네.
-글쓴이 편집 좀 치는 듯? 거의 액션 무비처럼 만들어놨네ㅋㅋㅋㅋ
-왤케 멋지게 만들어놨냐? 실방에선 멋보다는 병맛 듀오 개그가 더 웃겼는데
└ㄹㅇ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음. 나는 하얀 트롤이다아아아앙!!
-디지 와튜브 안 하냐? 이런 영상 올려주면 구독 두 번 박는다~
‘댓글 수가 엄청 많네.’
호기심이 생긴 그가 영상 링크를 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