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rd of another world is well fed RAW novel - Chapter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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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와 축제 (1)
쐐애애애액!
하늘에서 크게 원을 그리며 비행하던 와이번 세 마리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삽시간에 땅을 향해 내리꽂히듯 수직 하강했다.
“피해!”
이름 모를 기사의 단발마 같은 비명과 함께 기사들은 제각기 비산했다. 세 마리의 와이번의 목표가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끼에에엑!
굴에서 빠져나와 몸놀림이 자유로워진 지네가 나무들이 빼곡한 원시림 사이로 몸을 숨기려 했지만, 와이번들의 단단한 발톱은 이를 실패하게 만들었다.
심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 괴수 네 마리의 전투는 용맹하던 기사들마저 입을 벌리고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지네가 몸통 마디를 구부려 와이번의 목을 졸랐다.
다른 와이번이 지네를 낚아채 허공에서 바위를 향해 집어 던졌다.
지네가 정신을 차리려 하자 곧바로 세 마리의 와이번들이 각각 지네의 머리와 배, 꼬리를 물어뜯었다.
와이번의 몸통은 지네 독으로 타들어가고 있었고, 날갯죽지가 북북 긁혀 찢어진 놈도 있었다.
그러나 먹잇감이 몸부림친다고 음식을 두려워하는 생물이 있을까?
그럴수록 와이번들은 더 세찬 날갯짓과 발톱을 무기로 지네를 공략해나갔다.
끼에에에엑!
콰직-!
이십 여 분의 혈투.
그 끝은 허망했다.
힘이 빠진 지네를 다시 한 번 물고 하늘로 올라간 와이번과, 먹이를 나누자는 다른 와이번들끼리의 다툼 끝에 거대 지네가 하늘에서 세 조각으로 뜯겨버린 것이다.
푸와아아악!
땅으로 지네의 푸르고 진득한 피가 쏟아졌다.
기사들과 도미닉의 머리칼과 얼굴에도 잔뜩 튀었으나, 침과는 달리 피에는 독이 없는 듯 했다.
“…알고 있었나?”
“뭘요?”
“와이번이 지네를 먹이로 한다는 것 말이야.”
“글쎄요. 절반 즈음?”
이안이 도미닉에게 물었지만 확실한 대답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절반의 확률에 모든 것을 걸다니.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와이번이 지네를 먹을 지는 반반이긴 했어요. 그런데 어쨌든 지네를 발견하기만 하면 가만 두지 않을 거란 건 거의 확신했거든요. 그러니까 운은 아니고 실력이고 지혜고, 뭐, 그런 거죠.”
“확신했다고? 어떻게?”
다른 기사들도 어느새 옆으로 모여들었다.
파이어 마법을 발동시키던 도미닉에게 검을 들이댔던 기사도 있었다.
“와이번, 지금 발정기라서 산맥에 와 있는 거라면서요? 아까 기사님이 말씀해주신 건데.”
“좀 더 쉽게 이야기 해 줄 순 없겠나?”
아무래도 이 기사들은 동물의 습성에 대해선 일자무식이나 다름없는 듯 했다.
“발정기 때문에 특정 장소로 모여든다는 것은 짝짓기 이후 해당 지역에서 새끼를 낳고 기를 준비를 한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에요.”
“그, 그런가?”
“결혼해서 아기가 있는 분?”
“내가 딸이 있다. 이제 두 살이 되었지.”
“딱 예쁠 시기네요. 자, 기사님. 어린 따님의 주변에 힘세고 난폭하고 행실도 더러운 놈이 살고 있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크음-.”
“물론 우리 기사님이야 덕이 높으신 분이니 교화를 시도하셨겠지요. 그렇죠? 그런데 와이번들은 어떨까요?”
“…죽이려 들겠군.”
“그런 거죠.”
만에 하나, 와이번이 지네를 먹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발정기의 와이번이라면 반드시 지네를 공격할 것이라고 확신했던 도미닉이었다.
“근데요, 전투에서 쓴 마도구는 나중에 따로 다 보상해 주시겠죠?”
큰일을 치르고 나니 슬슬 본전 생각이 난 모양이었다.
**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 기사들과 도미닉을 향해 사방에서 박수와 경탄이 물 밀 듯이 밀려들어왔다.
“일단 좀 쉬면 안 될까요?”
하지만 정신력의 한계까지 스스로를 몰아 붙인데다 체력 역시 한 톨도 남김없이 써 버린 이들은 꼬박 하루를 잠과 휴식으로 채웠다.
기사들의 피로가 어느 정도 풀리자 로드들은 지휘부 천막으로 그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좀 더 구체적인 상황을 알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센티넬라시드의 마지막을 모두가 두 눈 똑똑히 지켜보았습니다.”
“정말이지 그대들이 아니었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을 것이 틀림없음이다!”
“그렇고말고요! 지네 놈의 외피를 보셨습니까? 이렇게 거대한 놈이 산맥을 휘젓게 되면 소형 몬스터들이 바깥으로 나와 인간들을 공격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을 겁니다.”
“기사들은 그대들의 무위를 자랑스러워해도 좋다!”
기사들이 복귀하면서 가지고 온 지네의 잔해를 테이블에 올려둔 로드들이 연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들이 기지를 발휘하지 못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소름이 끼쳤던 것이다.
“촌장이 애를 많이 썼군.”
“과찬이십니다.”
조용히 있던 싱클레어 백작의 말에 수뇌부 막사에 있던 모든 이들의 눈이 도미닉에게로 모아졌다.
‘공치사는 이쯤하고 상이나 좀 팍팍 주셨으면 좋겠는데.’
주변 영주들 사이에서 병사들을 잘 먹여 자존심을 한 번 세우는 것만 해도 삼 년 치 세금의 팔 할이나 깎아준 양반이었다.
‘아무리 우리 마을이 작아서 그렇다고는 해도 세금을 그렇게 파격적으로 깎아주는 걸 보면 은근히 기분파란 말이지. 그러니 그냥 입 싹 닦지는 않을 테고. 좋은 거, 제발 좋은 거!’
돈도 좋고, 땅도 좋다.
인생은 현금 아니면 부동산이니까.
“아군 기사들 중 중상자 하나와 경상자 여럿이 나오기는 했으나, 촌장의 지혜와 마도구 덕분에 사망자나 불구자가 나오지 않았다.”
전투에 참여했던 기사들의 얼굴에 긍정의 빛이 떠올랐다. 다행히 공을 독식하고 싶어 욕심을 부리는 자는 없었다.
하긴 돌이켜 봐도 지네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준 건 기껏해야 이안 하나였으니 다른 기사들의 입장에선 함께 묶여 가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면 다행인 셈이었다.
“촌장, 도미닉. 그대가 소비한 마도구는 세 배의 값을 매겨 치러줄 것이다. 아쉽게도 군 소속이 아니라 진급은 어렵겠으나, 백인대장에 준하는 상여금과 백은 훈장도 내어주도록!”
“명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기사 이안에게는…”
싱클레어 백작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도미닉의 머리 위로는 물음표가 서른 개 쯤 떴다.
‘뭐야 이게. 끝이야? 에이, 거짓말. …진짜? 진짜 이게 끝이라고?’
마도구라고 해 봐야 1클래스 마법이 무한정도 아니고 횟수 제한으로 담겨 있는 것으로, 그리 비싼 것이 아니었다.
백인대장이 받는 상여금도 그냥 저냥한 수준이었고, 훈장은 귀족들이나 기사들한테나 명예로운 것이지 충성심이나 명예욕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도미닉에겐 하등 쓸모없는 물건이었다.
“축하하네, 촌장!”
“백은 훈장이라니. 그래, 자네는 이 훈장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지, 암!”
생사를 함께 한 기사들이 축하를 해 주었지만 여전히 도미닉의 표정은 풀릴 줄을 몰랐다.
‘아! 다들 있는 자리에서 큰 상을 주면 질투를 당할까봐 그러시나? 그래, 그럴 거야. 참, 세심하시기도 하지!’
보상금과 약간의 상여금이 든 주머니와 훈장을 가지고 자신의 막사로 돌아온 도미닉은 여전히 복장을 바로 한 채 언제쯤 영주가 자신을 부를지 기다렸다.
“조리장님!”
그 때 바깥에서 병사 하나가 그를 불렀다.
“오오! 드디어!”
“저, 내일 점심에 귀환한다고 간편식을 준비할 수 있느냐고 물으시던데요. 뭐라고 할까요?”
“…그게 다야?”
“네?”
하지만 끝끝내 백작은 도미닉을 찾지 않았다.
‘누가 영감탱 아들 아니랄까봐.’
그 날 밤, 도미닉은 와인을 두 병이나 때려 마시고서야 간신히 잠을 잘 수가 있었다.
***
“하여간에 여기나 저기나 병사들만 뺑이를 치지. 어휴!”
“뭐가 그렇게 또 불만이지?”
“아, 오셨어요? 기사님은 이제 계속 지휘관으로 계시는 겁니까?”
“어제부로 지휘권은 영주님에게로 다시 귀속되었다. 나는 기존의 임무를 따라야지.”
“기존의 임무요?”
“그대를 보호하라는 노영주님의 명 말이다.”
이안의 대답에 도미닉이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
“힘내세요.”
“날 왜 그렇게 보는 거지?”
“원래 군대에선 공훈 뺏기는 건 숨 쉬듯이 일어나는 일이에요. 너무 심란해 하지 마세요. 푼돈 받고 끝난 저도 있잖아요. 사실 그 지네, 내가 잡은 거나 마찬가진데. 안 그래요?”
“무슨 소리지? 왜 그대가 푼돈을 받아?”
“기사님, 원래 좀 소박하신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걸 많이 받았다 그러긴 좀 그렇지 않아요?”
도미닉이 작은 주머니를 툭, 툭, 위 아래로 던지고 받기를 계속했다.
“깜빡했군.”
“뭘요?”
“자네 영지군 소속이 아니었지?”
“이제 와서 텃세 부리시게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대가 들고 있는 그 훈장 말이다.”
“훈장이요? 이게 왜요? 기사님 드릴까요? 필요해요?”
“……”
도미닉은 순간, 이안이 생각보다 명예욕이나 권력욕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백은 훈장은 전공을 세운 이에게 수여되는 것이다.”
“예, 예. 명예로운 거죠.”
여전히 심드렁하게 대꾸하는 도미닉.
하지만 이안은 그런 도미닉의 반응을 신경도 쓰지 않고 자기 할 말을 계속했다.
“가장 큰 공적을 세운 자에게 수여되는 백은 훈장은, 전장에서 노획한 것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상으로 받게 될 것이라는 징표로 사용되기도 하지.”
툭-.
그 말에 도미닉이 금화가 든 주머니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이제 이해가 좀 된 모양이군.”
“그, 그러면…”
“지네의 외피. 그것이 그대의 소유가 되었다는 뜻이다.”
“영, 영주님! 천수를 누리소서!”
“쯧.”
한동안 잠잠하던 사극 대사가 또 튀어나왔다.
**
잔여 몬스터들을 잡기 위한 병력은 남았지만 초과 임무까지 마친 도미닉은 영주의 허락 아래 에버그린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며칠간 더없이 평화로운 나날들이 흘러가는 중이었다.
딱 도미닉이 바라던 그런 일상이었다.
화르륵!
오랜만에 어촌계 식사를 직접 준비하는 도미닉이 화구에 강한 불을 당겼다.
조리대에는 이미 준비해 둔 재료들이 그득하게 쌓여 있었다. 오징어, 조갯살, 소라, 새우에 배추, 청경채, 버섯과 죽순 따위의 신선한 채소도 한 가득이었다.
“여기에 돼지고기도 볶아야지.”
쏴아아, 마치 비가 내리는 듯 한 소리를 내며 커다란 웍에서 매운 내가 터지는 고추와 돼지고기가 튀겨지듯 익기 시작했다. 이후 해산물과 채소들도 쏟아졌다.
“크으-. 역시 라드! 냄새부터 다르다고!”
열을 만나 순식간에 투명해진 라드가 넘치게 푸짐한 재료들을 알알이 코팅하자 유혹적인 향기가 온 조리실 안을 가득 채웠다.
“파이어!”
마치 마법 시동어를 외치듯 멋을 부리는 도미닉.
실상은 그저 높은 도수의 술을 조금 뿌려 크게 불길을 만들고, 잡내를 잡으려는 것이었지만 구경하던 이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오오! 대단하군, 그래!”
“역시 도미닉! 박력이 있어, 박력이!”
쿵짝이 잘 맞는 중년 거구의 사내 둘.
칼론 아저씨와 노영주, 테오도르 싱클레어 노백작이었다.
어느덧 짬뽕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고춧가루가 들어가며 색을 찾은 재료들에 아침부터 끓여 놓았던 해산물 베이스 육수를 넣었다.
“먼저 맛보실 거죠?”
“당연하지!”
도미닉이 그릇 네 개를 꺼내 면을 가지런히 놓고 그 위로 붉은 빛 국물과 재료들을 아낌없이 펐다.
두 중년 남자와 이안, 그리고 자신의 몫이었다.
“완성! 특제 해산물고기 짬뽕입니다.”
“오오!”
“근데, 진짜 괜찮으신 거죠? 통풍에 짬뽕 되게 안 좋아요.”
“소드마스터의 육체를 뭘로 보고!”
“…전 분명히 경고했어요?”
작게 한숨을 쉰 도미닉이 노영주에게도 마저 그릇을 건넸다.
“아니, 근데 리조트에 머무시는 분이 왜 만날 여기 와서 식사를 하시는 겁니까? 우리 리조트 음식 되게 괜찮은데.”
“너 오기 전에 벌써 질리게 먹었다. 크으-! 이거 좋구만! 사내들의 음식이야! 한 방이 있어, 크크크!”
“역시 뭘 좀 아십니다, 노영주님! 자고로 인생의 쓴 맛을 모르는 자들은 이 매운 맛을 즐길 줄을 모르지요, 으하하하!”
이마에 맺힌 굵은 땀과 허덕이는 입술을 보면 분명 꽤 매워하고 있는 게 틀림없는데 끝까지 허세를 부리는 노영주와 칼론 아저씨였다.
“언제 돌아가실 거예요? 계속 여기 계실 수는 없잖아요.”
“글쎄다. 적어도 지네 외피 경매까지는 보고 가야지. 큰 축제가 될 거라면서?”
“아직 열리려면 꽤 남았는데요?”
“클클, 내게 넘치는 건 힘과 시간이거든.”
어디서 구해 입었는지 꽃무늬 자수가 새겨진 셔츠를 입고 한량처럼 마을을 돌아다니는 리조트 장기 투숙객, 노영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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