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31
EP.431
#2-39 마법소녀 아카데미 잠입 계획(2)
“뭐……?”
야야의 말에 무심코 발끈해버리고 말았다.
당분이 들어갔다고 태도가 확 바뀐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초면에 이런 말투는 지나치게 무례하지 않아?
하지만 저 앳된 얼굴의 잠입원은 그게 뭐 어떠냐는 듯이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맞잖아? 무능하고, 방심하고, 쓸데없이 커다란 젖탱이나 달고 다니는 년들이랑 무슨 일을 하라는 건데.”
가슴 크기는 상관 없잖아. 가슴 크기는.
“너….”
“그쪽이야말로 너무 무능하다 못해 지능이 딸려서 본부에 연락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그러니까 우리까지 오게 된 건데요?”
――아니면, 자기 잘못이란 걸 알지도 못할 정도로 지능이 딸리시나?
단애가 발끈했는지 끼어들어 그렇게 대꾸했다. 그럼에도 얼굴은 한없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흥… 그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하! 변명은. 결국 능력이 안 되고 실력이 안 되니까 자기가 맡은 바 책임도 제대로 못 했다는 거 아닌가? 그렇죠? 케이는 어떻게 생각해?”
“어, 어어….”
“역시 케이야! 나랑 똑같은 생각이구나! …그렇다는데요, 잠입조사원님?”
“…………”
단애와 야야가 서로를 마주보았다.
시선이 부딪치고, 그 사이로 불꽃이라도 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매섭다.
여자들의 설전이란 거, 무서운 거구나…
아니, 그냥 둘 다 성격이 안 좋은 것뿐일까.
기싸움이라도 하듯이 서로를 노려보던 두 사람 중, 먼저 시선을 거둔 쪽은 조사원 야야였다.
앳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깊어 보이는 눈을 내리깔아 슬쩍 시선을 비낀다. 입매는 가볍게 다문 것이 분한 것인지 어떤 것인지 속을 알기가 어렵다.
“…흥. 말은 좀 잘하는 모양이야. 현장에서도 그 입심에 뒤지지 않게 잘 할 수 있기를 기대하지.”
“아이고,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감사하네요, 감사해.”
껌딱지 땅꼬마 주제에.
단애는 빈정거림이 듬뿍 담긴 말투로 말하며 덧붙였다.
그러나 그 정도야 별 타격도 안 된다는 듯, 이 야야라는 여자는 눈썹 하나 까딱 안 하고 그 깊은 눈을 돌려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너.”
“아, 예에….”
“임무가 장난이야?”
“……..?”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쏘아지는 냉정한 목소리에 가슴이 두근 뛰었다.
어, 어라… 뭔가 기시감이….
“하루 종일 두 사람을 미행해봤더니, 이건 뭐야. 아데님은 든든한 조력자라고 해서 살펴봤는데 둘 다 꽝이야. 허접해. 특히나 너, 케이라는 이름이었지? 너는 특히 더 해.”
“나, 나요…? 왜? 나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네가 열심히 하는지 나랑 뭔 상관이야. 주변에 대한 주의도 부족하고, 너를 보고 있으면 뭔가 이상하게 찌릿찌릿해져서 주변인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그런 주제에 뭐가 그렇게 안이한지 밤거리에서 이상한 수컷에게 홀려서 끌려가고.”
“아, 아니, 그건 불가항력이었….”
“조금 전 이 여자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주면 될까?”
“…끄응….”
이게 뭔데. 왜 내가 여기서 이렇게 혼이 나고 있어야 돼?
나는 그냥 지구에 돌아가려고 협력하고 있는 것 뿐인데… 동포도 아닌 다른 별 놈한테 이런 식으로 신랄하게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니, 뭔가 억울하다.
……하긴.
안이했던 건 사실이긴 하니까.
여러모로 주의가 부족해서 뭐만 하면 쉽게 당해버리는 것도 사실이고….
‘오히려 당하는 것을 바랄 때도…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 그건 진짜로 아니지!’
“그래도!”
“응?”
확실히, 확실히 상대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프로에 비하자면 단순히 마법(도 아니고 물리)스런 힘을 조금 얻었을 뿐인 나는 여러모로 엉성해보이겠지.
단애는 성격은 뒤틀려있지만 똑똑하고 뭐든 잘하는 만능형 인간이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뭐든 잘하는 엄친아, 엄친딸 같은 스타일이라 짜증나고 부럽기도 하다.
그래도 말이다.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너한테 그런 소리 듣기 싫어!”
나는 주먹을 꽉 부르쥐며 외쳤다.
솔직히, 아무리 내가 못나도 그렇지 그렇게 차갑게 말할 필요 없잖아! 초면인데! 좀 더 살살 말해줘도 되잖아!
팩폭 멈춰!
어쩐지 눈물까지 날 것 같은 비참한 기분으로 노려보자니, 나를 지그시 바라보던 조사원님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보다 아까부터 신경 쓰이는데, 반말하지 마라. 이야기 들어보니 내가 한참 연상이더만.”
“……엥?”
그리고 그 한마디에 입이 다물어졌다.
어… 뭐라고?
“내가 늬들보다 연상이라고. 사람 외모로 판단하지 마라. ■■살이니까. 임무니까 말투에 좀 신경 썼다마는, 아까부터 ‘이 애’니 ‘저 애’니 듣기 열 받네.”
“거, 거짓말….”
“누가 거짓말이야. 죽여버린다? 섭취한 영양분이 전부 그 쓸데없는 젖탱이로 가버리는 천박한 여자들이랑은 다른 것 뿐이거든.”
어려보이는 건 저 겸손한 가슴만이 아니라 키라던가 그런 여러 가지 사이즈를 포함한 느낌이지만.
눈 앞의 조사원 여자가 손을 휘젓자, 허공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인적사항 비슷한 게 기록된 화면이 내 눈 앞에 둥둥 떠있다.
그리고 경악했다.
진짜네.
‘이거 위조한 거 아니야…?’
아무튼 증거품까지 들이댔는데 더 이상 의심을 할 수는 없었다. 할 수는 없었는데….
“…쯧!”
의심과 호기심이 섞인 시선으로 쳐다보는 게 여러모로 짜증이 났는지, 조사원 님… 누나… 언니께서는 혀를 차며 등받이에 깊게 몸을 기댔다.
“야.”
“에, 네? 저요?”
“물.”
나는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잠시 우왕좌왕하다가, 카페 선반 부근에서 서둘러 물을 따라왔다.
내가 따라온 물을 조사원님이 거만하게 들이키더니 몸을 일으켰다.
“잠깐 실례. 둘 다 기다려.”
조사원님이 건들건들 밖으로 나갔다.
뭘 하는 건가 싶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카페 안으로, 우리가 앉아있던 테이블로 돌아왔다. 그 손에는 작은 사각형의 상자가 쥐여져있다.
담배다.
어쩐지 엄청 오랜만이네.
마법소녀가 되고서 야한 것에 빠져있었더니 최근 담배 생각이 거의 나질 않고 있었는데.
조사원님은 담배갑의 포장지를 벗기고 톡톡 두드려 능숙하게 담배를 한 개비 꺼내더니 입에 물었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싸구려 라이터를 던지고는, 그 끝을 나를 향해 내밀었다.
“뭐해? 붙여. 【레지스탕스】 내부에서는 나이 어린 놈이 불 붙여주는 게 상식이다.”
“그거 우리 별도 그랬는데요.”
“근데 왜 가만히 있지?”
“요즘은 그런 거 하면 불법이에요.”
“여긴 불법 아니니까 붙여, 꼬맹아.”
이 녀석한테 꼬맹이 소리를 들으니까 기분이 묘하다. 나는 일단 건네받은 라이터로 순순히 불을 붙여주었다. 뭐랄까, 이 일련의 행동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굴욕감이 든다.
조사원님은 그대로 스읍~하고 들이키더니.
“콜록콜록! 우엑, 켁!”
힘겹게 숨을 내뱉었다.
“…담배 못 피시는 겁니까?”
“콜록, 콜록! 흥… 그래, 못 피운다! 이런 걸 왜 좋아라 피는 사람이 있는 거야? 이해가 안 되네.”
“아니, 그러면 왜 굳이 사와서는….”
“이 정도까지 해줘야 내 나이를 인식하는 멍청이들이 있으니까.”
헤에, 그런 사람들도 있구나.
왜 사람의 말을 믿어주지 못하는 걸까. 요즘 세상은 너무 각박하다고 생각한다.
“케이, 너 지금 돌려서 멍청이라는 소리 들은 거야.”
“응? 내가? 왜?”
“…진짜 멍청하구만.”
“…케이야….”
단애는 어쩐지 울 것 같은 얼굴로, 조사원 야야 님은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왜 멍청이야. 나처럼 똘똘한 애가 어딨다고.
“쓸데없는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조사원님은 한숨과 함께 테이블을 탕탕 두드렸다.
“아무튼, 이쪽 여자는 그렇다치고 너 같은 경우는 특히 엉성하니까. 방해 안 되게 조심하라는 거야.”
“씨이….”
“일단 현장에서의 지위는 내가 더 높아. 그러니까 객기 부리지 말고 네 멋대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내 말대로 그대로 따를 것. 제 주제를 알고, 쓸데없이 나서다 현장 망치지 말고. 알았어?”
결국 결론은 자기 말을 따르라는 모양이었다.
여러모로 마음에 안 드는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조그만 실수도 장난으로 여길 수 없는 현장일 테니까.
자칫 잘못하면 연락도 안 되는 곳으로 끌려가게 될 수 있다. 신중한 것은 무엇보다 좋다. 이 여자가 굳이 우리의 기를 팍 죽이고 선언한 것도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납득은 된다.
‘납득은 되지만, 이 여자 어쩐지 싫은 걸.’
유능한 여자 특유의 저 오만한 분위기가 역시 싫다. 짜증나.
“……그래서. 그 유~능하신 프로님께서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이라던가 있으신가?”
내가 분을 삭이는 사이 단애가 물었다. 단애도 상당히 언짢은 듯한 얼굴인데다 말투도 빈정거림이 한층 심해졌지만, 조사원님은 신경도 안 쓴다는 듯 미동도 않고 답했다.
“당연하지, 계획 정도야 다 있어. 나는 유능하니까. 너희 같은 미숙하고 무능한 마법소녀님들이 잘 따라 줄 수 있을지는 문제지만.”
“아, 그러셔?”
――미숙한 건 당신 가슴이겠지.
…왠지 그런 목소리가 들려온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기분 탓이겠지?
“그래서, 그 대단하신 계획이란 게 뭔데?”
“……..”
꿀꺽….
조사원님은 조금 전 내가 가져다 준 물을 한 모금 들이키고는, 컵 안에 동동 떠 있는 얼음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학교.”
“응?”
“이 【향락의 도시】 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듯이, 젊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어. 정확히는 오로지 교육이라는 컨텐츠만 모아놓은 작은 도시라는 느낌이지만.”
달칵, 하고 얼음이 띄워진 물잔이 내려섰다.
조사원님은 여전히 무표정하지만, 지금까지 이상으로 진지한 눈으로 우리 둘을 마주보았다.
“【향락의 도시】에서 일어나는 수수께끼의 납치 사건, 그리고 【공장】.”
“그 모든 것에 단서가 될 놈들이 이 교육도시에 있다는 것까지는 알아냈어.”
“그리고 이제부터 모든 것을 파헤치기 위해… 이 교육도시에 잠입한다.”
“――이상, 반론은 받지 않아. 내가 말하는 대로 따르도록. 그러면 다 잘 될 테니.”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엄숙하게 내리는 결론에, 거절할 이유도 없어 우리는 일단 나란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