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529
EP.528
#2-48 마법소녀 육변기 육인형 쾌락 심문(휴식시간) (2)
……….여긴…?
단애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
그때 그녀는 더 이상 에 만들어졌던 학교 건물 스테이지가 아니라… 팔랑거리는 의상들이 여기저기 눈에 밟히는, 영문 모를 창고 같은 방이었다.
어쩐지 초점이 맞지 않는 흐릿한 시야. 도저히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의식 속에서, 억지로 스스로의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애썼다.
‘자아, 를… 유지해야….’
‘내가 누구인지를… 다시 떠올려….’
――나는 누구인가?
단애. 그게, 내 이름.
――나는 누구인가?
단애. 지구에서 온… 마법소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단애… 나는… ■■를 좋아하고… ■■가 특기인….
하나씩, 하나씩.
자문자답을 반복하며 스스로의 자아를 되찾는다. 혼탁한 의식 속에서, 자신이 했던 어리석은 선언과 고백들이 플래시백 된다.
나는 메크라크 주인님들의 암퇘지라느니, 저속 천박한 보지노예라느니, 항문을 괴롭혀주면 바로 항복하는 마조변태년이라느니….
절정을 반복하면서 이성이 풀리고, 되는 대로 지껄였던 소리다.
그러나 그런 상태에서 선언한 것이어도, 어쨌든 스스로의 입으로 한 고백은 이 머리에 계속해서 새겨지고 새겨져서… 점점 그 고백에 대한 저항감이 사라지고, 최종적으로는 진짜로 그렇게 전락해버리고 말겠지.
선언했던대로, 마조 암퇘지로 전락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누가… 될까보냐….’
‘여자를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머릿속에 끊임없이 반복해서 울려 퍼지는, 수컷들의 천박한 웃음소리며 비웃음 섞인 목소리들.
뇌리에 박혀져 가시지 않을 법한 소리들은, 단애가 속으로 자문자답을 반복할수록 하나하나 가지를 쳐내듯 지워져 나간다.
매번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자아유지를 위해 시행하는 루틴(Routine) 작업.
마법소녀의 에 더해, 스스로가 ‘평범한 사람’임을 자각하고 있는 단애가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채용한 방법이다.
스으… 하아… 스으…. 하아….
자문자답을 반복하고, 심호흡을 더한다.
그렇게 차츰차츰 혼란스럽던 머리가 안정을 되찾고, 초점이 맞질 않아 흐릿하고 뿌얘보이던 시야도 그나마 선명하게 되돌아왔다.
시야에 보이는 것은, 여기도 저기도 그득한 팔랑거리는 옷가지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단애의 정면에 보이는 것은――
“…….정말 믿기지가 않네. 어떻게 이런 상황에, 그렇게 침착해질 수가 있지?”
정면의 둥근 테이블에 앞에,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여러모로 우아한 장식들과 테이블 위에 놓여진 고급스런 찻잔과는 어울리지 않게도, 퇴폐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여성.
샥스를 비롯한 이 『인형공장』 패거리들의 조력자이며, 동시에 이 모든 일의 원흉으로 여겨지는 학생.
눈가 밑에 기미가 짙게 내려온 페리가, 징글징글한 것을 봤다는 눈치로 단애를 노려보고 있었다.
* * *
“지금은 휴식시간이야, 선생님. 의 체감시간을 늘린다는 건, 그만큼 뇌를 혹사시킨다는 거니까. 현실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래 그 상태를 유지하는 건 절대 금물이거든.”
페리는 김이 모락 피어나는 찻잔을 기울이면서 혼잣말을 하듯 그렇게 말했다. 두 다리는 조신하지 못하게 의자 위에 무릎을 세운 채 올려둔 자세다. 반바지를 입고는 있지만, 무척 짧아서 그 사이로 속옷이 슬쩍 보이고 있다.
시선은 허공에 띄워 놓은 여러개의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향하고 있으며, 찻잔을 쥐고 있지 않은 다른 한쪽 손은 끊임없이 움직여 뭔가를 조작하고 있었다.
“대단해. 에서 몇 날 며칠을 그렇게 지독하게 당했으니 현실감이 없을 텐데… 내 예상으론 회복하기까지 하루는 걸릴 것 같았거든. 그걸 이렇게나 빨리 회복하다니. 연구해보고 싶어.”
“……칭찬 고맙네. …케이는 아직 안 일어났구나?”
옆을 돌아보니, 묵직해보이는 고풍스런 의자에 앉은 케이가 보였다. 축 늘어져 있는 것이,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한 모양이다.
다만 “으….”하고 중간중간 신음을 흘리는 것이, 어쩌면 조금 전 자신처럼 정신이 혼탁해진 상태일 뿐일지도 모른다.
단애는 나름의 방법을 사용했지만, 그런게 없다면 회복되기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으리라.
‘…그런데 이 옷은 뭐야?’
그리고 그제서야 간신히 깨달았는데, 단애도 케이와 비슷하게 고풍스런 의자에 앉혀져 있었으며… 묘하게 팔랑거리는 의상을 입고 있었다.
두 손목과 발목이 의자에 고정되어 있어, 아무래도 운신은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의상.
케이와 단애, 두 사람이 입고 있는 건 발목까지 덮는 풍성한 드레스. 과할 정도로 팔랑이는 프릴이 가득하고, 실용성이 없어 보이는, 오로지 보이기 위한 장식이 달려있다.
케이는 붉은색 드레스, 자신은 짙은 남색의 톤이 살짝 들어간 새카만 검은 의상.
마치 비스크돌 인형에게 입히는 고풍스런 고딕풍의 의상이었다.
거울이 없어 본인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지만, 옆에 앉은 케이를 보면 눈에 즐거울 법한 예쁜 드레스라는 사실은 알 것 같았다. 장식이 좀 과하긴 하지만.
뭐라고 해야할지… 마치….
“인형놀이같지?”
단애의 마음을 대변해 주듯.
테이블 앞에 앉아 작업에 몰두하던 페리가 답해주었다.
“여긴 인형공장이잖아. 샥스의 취미가 그거고. 다 큰 남자가 인형놀이를 좋아한다니까. 징그럽게.”
“다 큰 남자도 인형놀이 좋아할 수도 있지. …그리고 이거, 직접 제작한 옷 같은데… 취미라고 하기에는 대단히 본격적인데?”
“그러니까 변태라고 하는 거야.”
페리는 시선을 돌려 방 안에 가득한 의복들을 흘겨보았다.
아마도 이 방 안에 있는 것 전부, 샥스가 직접 제작한 의복들인 모양이다. 그렇게 제작한 의복을, 잠들어 있던 두 사람을 굳이 끌고 와 입혀 본 것 같고.
의식이 없는 사이, 그 광대가 자신의 알몸을 멋대로 만지작거렸다고 생각하니 어딘지 모르게 혐오스런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뭐라더라, 저쪽에 있는 저 의상 말인데.”
“저 붉은 드레스?”
“그래. 그 옆으로 주르륵 늘어선 파란 거랑, 노란 것도. 진짜 변태 같은게, 걔가 맨날 얘기하는 무슨 지구의 프로그램에 나오는… 여자애들의 옷을 재현해봤다더라고. 그러고 보면 그쪽 케이 선생님도 비슷한 걸 입은 것 같긴 한데.”
어, 그거 설마….
“어디 보자… 이름이 분명… 위치, 위치… 그래, 이었던――”
“위치걸?!!!!!”
별안간.
옆에서 끙끙거리고 있던 케이가, 소리 치며 퍼뜩 잠에서 깨어났다.
“어디?! 어디에 이 있어?! 위치걸! 위치거~~~얼!!”
“정신차려, 케이.”
“위치걸! 위치… 위치… 어라… 몸이 안 움직여…? 응…? 여긴 어디지…?”
케이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단애를 쳐다보았다.
단애는 한숨을 내쉬고, 대강 지금의 상황을 전달했다.
그렇게 설명이 끝나고 나자, 케이도 아아, 하고 납득했다.
그리고는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 그렇네… 액세스 코드도… 불어버렸어….”
허망한 표정이다. 결국 심문을 견디지 못하고, 말하면 안 될 비밀을 말해버리고 말았으니까.
어쨌든 후회한들 어쩔 수 없었다.
케이는 고개를 저어 미련을 떨쳐내고, 대신 페리를 돌아봤다.
“…근데 넌 뭐 하고 있는 거야?”
“해킹 시도. 벌써 ■■■■■번째 시도인데 이것도 꽝인 것 같아. …아, 터졌다.”
페리는 별로 아쉽지도 않다는 표정을 짓더니, 홀로그램 화면을 치워버렸다.
손을 허공에 휘젓자 전원이 끊어진 것처럼 화면이 모두 사라져버린다.
“또 실패했네. 그 놈의 학교, 시큐리티 하나는 견고하단 말이야.”
아무래도 본래 하려던 대로 【교육도시】의 데이터를 해킹해서 뽑아내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거 좀 이상하지 않나?
케이는 마음 속에 의문을 떠올리며, 페리에게 물었다.
“……액세스 코드는 알려줬을 텐데?”
말로 꺼내고 보니 비참한 기분이다. 단애 또한 케이와 마찬가지로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괴인들의 능욕극. 쉬지 않고 정신을 깎아내리는 심문들.
기능으로 강제로 내뱉게 된 말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본심인지 아닌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자유도 휴식도 거의 허용하지 않은 채 계속되었던 괴인들의 공세.
결국 견디지 못한 케이도 단애도 그 공세에 굴복해 모두 고백해버리고 말았다.
솔직히 7일간의 능욕 고문이라니.
심지어 인 만큼 익숙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
그런 조건하의 능욕 공세에 5일이나 버텼다는 것도 장하지만,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고 말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러니, 두 사람 다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가짜더라.”
이어진 페리의 말에, 두 사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가짜라고. 더미 코드였어. 그 코드를 사용했더니, 반대로 시큐리티라 강해지고 말았다니까.”
페리 본인에게는 그다지 유쾌한 내용이 아닐텐데도, 그녀는 허공을 보며 깔깔 웃어댔다.
“더미…라니.”
“애초에 선생님들, 그 코드를 이용해서 네트워크에 접속한 적은 있어? 아, 알겠네. 얼굴만 봐도 알겠어. 한 번도 없었구나. 그렇지. 네트워크는 보통 연구를 병행하는 교원들만 쓸테니까. 신입인 당신들이 쓸 일은 없었겠지. 내 생각이 짧았어.”
정확히 상황을 이해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어렴풋이 이해하기로, 케이와 단애 두 사람이 알고 있던 코드는… 애초부터 아무런 의미가 없는, 가짜였다는 모양이다.
학생들의 정보가 빼내어질 일은 없다.
심문에는 져버렸지만, 결과적으로는 다행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제껏 뭘 참아왔던거냐…라는 허무한 회의감은 들지만.
달칵
페리가 찻잔의 내용물을 호록 마시고, 그대로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기미가 내려온 그 두 눈은 마치 훑어보듯 두 사람을 지켜보고, 이내 한숨과 함께 시선을 치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쨌든 선생님들은 진짜 코드를 알고 있고, 심문에 이기지 못한 척 가짜 코드를 넘겼다… 그렇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 얼굴들을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네. 정말 실망이야.”
“……흥. 실망시켜서 미안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코드는 그거 뿐이거든. 단애도 그럴걸?”
“나도 그래.”
“……그래.”
페리는 아쉽다는 듯 의자를 덜컹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많이 피로해보이는 눈으로, 두 사람을 잠깐 바라보더니 출입구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그러다 문에 다다르기 몇 걸음 전에, 우뚝 멈춰섰다.
“…일단 샥스네들한테는 말해둘게. …말해둘게요. 선생님들은 아무 것도 모르니까, 그냥 보내주자고. 이 이상 심문은 필요 없다고.”
“여러모로 미안했어요, 선생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