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721
EP.720
#2-87 무력한 마법소녀, 어두운 폐건물 패배 굴복 강간 능욕 (3)
도망…쳐야한다.
이곳에 있어도 승산은 없다. 이대로는 절망과 굴복만이 있을 뿐이겠지.
그리고 그것은 결단코 있어서는 안 될 일.
두 사람은 나쁜 놈들을 퇴치하러 온 거지, 나쁜 놈들에게 당하러 온 것이 아니니까.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자꾸 머뭇거리게 되어버리는 거지.
바로 도망쳐야 하는데.
바로 이 자리에서 몸을 돌려 도망쳐야 하는데.
단순히 등을 보이면 안 된다는 불안감과는 또 다른 이유로, 발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 것만 같다.
이런 것은….
“케이.”
“…….”
이유를 몰라 당황하고, 또 머뭇거리고.
그런 케이의 낌새를 눈치챈 것처럼, 단애가 옆에서 그런 그녀의 손목을 꽉 쥐었다.
어서 도망가자고.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그렇게 시선과, 손목을 쥔 손을 통해 주장하듯 그녀의 의식을 교환한다.
“……그래.”
단애의 주장에, 단애의 의견에 케이는 자신의 사고에 쓸데없이 끼어든 생각을 의식의 한켠으로 밀어냈다.
도대체 무슨 쓸데 없는 생각을 하는 거냐.
지금 이 자리에선 도망치는 것 말고 다른 생각은 할 필요가 없는데.
이쪽을 해방시켜준 괴인들을, 이쪽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들을 하는지 각자 다른 표정으로 지켜보는 그들을 경계하듯이 노려보면서,
등을 내보이지 않도록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면서 뒤로 물러난다.
바로 뒤에는 두 사람이 들어온 입구이자 출구.
여전히 벌컥 열려진 그 문까지는 이제 겨우 두 걸음 정도 밖에는 남지 않았다.
괴인들은, 쫓으려는 생각이 전혀 없어보인다.
불안해보이거나 불만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는 이들도 있지만, 개 중에서는 신경 쓸 것도 없다는 듯이 내려놓았던 술병을 도로 집어드는 놈들도 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싶지만 아무튼 놓아주겠다는 말은 거짓이 아닌 듯 하다.
그렇다면…
스윽…
휙… 타닷―!
케이와 단애는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몸을 돌려, 두 사람이 들어왔던 출입구 너머로 뛰쳐나갔다.
혹시 모를 추격에 대비해,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고자 열려있던 문을 당겨 콰당 닫아버린다.
괜찮다. 아무런 문제 없다.
아무도 도망치는 그녀들을 쫓아오려 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무사히 탈출했다.
* * *
캉, 캉, 캉, 캉, 캉, 캉.
쇠로 된 낡은 계단이, 마법소녀의 부츠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요란한 소리를 냈다.
만약에 이게 술래잡기 같은 거였다면 분명 크게 불리하게 작용했겠지.
자신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두 알려주는 셈이니까.
괜찮다. 괜찮아.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소리로 알려주는 격이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론, 이제 와서 뒤늦게 쫓아나오려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두 사람의 속도라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을 터다.
……도망, 칠 수 있을까?
‘아니… 어쩐지….’
정정. 정정. 정정.
만약 지금부터 쫓아온다고 한다면… 어쩐지 도망치지 못하고 붙잡힐지도 모르겠다.
『무력화 시뮬레이션』의 가장 최근의 실험 단계에서, 교장과 했던 실습이 그러한 것이었으니까.
자신은 아무리 큰 핸디캡을 가지고 도망치려 하더라도, 마지막에 가서는 반드시 속수무책으로 붙잡히고 말았으니까.
이성적으로는 『이만큼이나 거리를 벌렸으니, 결코 붙잡히지 않아』라고 생각하면서도,
심적으로는 아무리 멀리 도망치고, 아무리 재빠르게 움직여도… 만약 저들이 그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붙잡히고 말거라고… 그런 마음이 들어버리고 만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 됐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자.’
“케이, 이쪽이야.”
“아, 응.”
캉, 캉, 캉, 캉, 캉, 캉.
쇠로 된 계단을 밟으며, 계속해서 나아간다.
도망친다. 도주한다.
잔뜩 긴장한 탓일까, 조금 전에 비해 계단이 이상할 정도로 길어진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같은데, 설마 그럴 리가.
아마 긴장이 지나쳐서 체감 시간이 길어졌던 모양이다. 아무튼 단애의 눈짓을 따라서, 우리는 어두운 폐건물 안을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리고 저 너머에, 익숙한 문이 보였다.
“출구….”
“좋았어, 도착이야.”
케이가 중얼거리고, 단애가 만족스럽게 말한다.
두 사람이 제대로 닫지 않았던 문은 살짝 열려있었고, 그 너머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좋아. 도대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저히 그 나쁜 남자들에게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다음번에는 잘 할 것이다… 잘하고 말테다.
일단 지금은, 전략적 후퇴라는 것으로…!
“안녕~. 잠깐만이네. 또 만나서 반가워~♪”
그리고 두 사람이 문을 벌컥 열고 그 너머로 나아가자,
어딘지 익숙한 남자가, 바로 조금 전에 결별하고 뒤에 남겨두었을 괴인들이… 이쪽을 향해 팔랑팔랑 손을 흔들면서 맞아주고 있었다.
* * *
어, 어…?
뭐지…?
어째서 저 사람들이 여기에 있는 거지?
분명 그들은 뒤에 남겨두고 도주했을 텐데.
그런데 어떻게 도망친 자신들보다 앞서 출구에 도착해 있을 수 있던 거지?
‘공간이동…? 아니면, 환영이나… 그것도 아니면, 메크라크만의 특수한 기술…?’
아니, 아니, 아니다.
냉정하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은 조금 전의 그 방이었다.
괴인들이 둘러 앉아서 술판을 벌이고, 시시덕거리듯 웃으면서 음식을 집어먹던 바로 그 공간.
어째선지 출구로 향했을 터인 두 사람은, 영문을 모른 채 조금 전 도망쳐 나온 그 공간에 도로 되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여섯 명의 남자들 중에 절반 정도는 이미 알고 있던 것처럼 보인다.
“봐봐, 제대로 돌아왔잖아.”
“안 돌아왔으면 어쩔 뻔 했냐고. 아까울 뻔 했다고.”
“그 경우에는 그만큼 돈으로 받으면 되지. 이상(異常) 보고 시에 추가 보수 준다고 했으니까.”
“돈보다 여자가 중요하다고. 저런 여자들 어디서 또 보냔말야.”
괴인들은 실실 웃으면서 저마다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
아직, 아직 기회는 있다.
어째서 여기로 돌아왔는지 영문을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직 그들은 두 사람을 적극적으로 붙잡으려 하지 않는 듯 하니.
케이가, 단애의 팔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조금 전과는 반대되는 양상.
단애에게 다급하게, 괴인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전한다.
“(도망치자.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다시 한 번 도망치자.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겠다.
그렇게 말하며 케이가 재촉했지만,
단애는 어째선지 정면을 바라볼 뿐, 케이의 주장과는 달리 더 이상 도망치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흑요석과도 같은 검은 눈동자를 흘끗 옆의 케이에게 향하더니,
배시시 웃으면서 작게 중얼거린다.
“어딜 도망간다 그래, 케이?”
“여기가――우리가 갈 곳이잖아.”
단애는 그저, 그렇게 말했다.
이곳이야 말로 목적지라고.
더 이상 도망칠 이유가 어디에 있냐고.
“……?!”
케이는 반사적으로 그 팔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소름이 돋는 것만 같고, 목 뒤에 차가운 손이 닿은 것만 같았다.
단애의 그 발언보다도,
지금 케이에게 향하는 시선이, 그 목소리가, 그 지성을 잃은 듯한 흐릿한 눈빛이 왜인지 모르게 오싹하게 만드는 것이다.
‘단애가… 이상해?!’
단애는 슬금슬금 환영한다는 듯 다가오는 괴인들을 앞에 두고 그저 인형처럼 가만히 서있을 뿐.
체념과 수긍의 뜻이 담긴 그 태도에, 지금 상황을 어떻게든 해보고자 하는 그런 의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갑자기 왜… 단애가 이런 판단을 내리고 만 걸까.
이해할 수가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읏…!”
재빠르게 판단한다. 아아, 안 된다. 이 돌대가리 같은 머리는 바라는 만큼 돌아가지를 않는다.
단애가 이렇게 된 이유도, 지금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혼란에 빠진 머리로는 도저히 판단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거기에 더해, 이렇게 되리라고 알고 있는 듯한 저 괴인들의 반응도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이다.
지금도 손만 뻗으면 닿을 만큼 다가오는 괴인들을 앞에 두고, 느긋하게 생각을 정리할 여유도 없다.
그리고 여기서 붙잡히면.
이대로 붙잡혀버리면… 그 때는 정말로 끝이다.
아무런 희망도 없고, 분명 아무런 타개책도 없겠지.
그들에게 한 번 붙잡힌다는 건 그런 뜻이다… 수컷에게 붙잡히면, 굴복할 수 밖에 없으며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한다고, 케이의 안에 심겨진 경험과 기억과 세뇌암시가 유혹하듯 계속해서 속삭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자리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은 포기했다.
케이는 이를 꽉 깨물고, 단애를, 그리고 다가오는 괴인들을 돌아보더니,
결국 결심하고, 발을 돌렸다.
“단애, 미안해!”
단애를 남겨두고 홀로 도망친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일이지만, 이 상황에 단애에게 일어난 이상사태를 파악하고 규명할 여유가 없다. 그녀를 설득할 시간도.
이 자리에서 두 사람 다 잡혀버리면, 그건 정말로 안 될 일이다.
답이 없고, 희망이 없어져버린다.
그렇기에 케이는 몸을 돌려, 조금 전 들어온 이 방의 출입구 너머로 달려나간다.
일단은 후퇴하자.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고, 그리고 준비가 되면 단애를 구하러 돌아오자.
의리는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얼타다가 둘 다 붙잡히는 것이야 말로 최악이며 어리석은 짓이니까.
그렇게 도망치는 케이를, 그녀의 가녀린 뒷모습을,
괴인들은 어차피 결말을 알고 있다는 듯 그저 여유롭게 지켜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