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805
EP.804
#3-11 마법소녀는 번민하며 요구한다 (에르, 블루 – 정액 드레싱) (1)
“그럼 다음에 또 보자~ 식사 맛있게 하고~ 즐거웠어, 에르~.”
열린 문 너머로 휘적휘적 손을 흔들며 배웅해주는 연구원 괴인에게, 에르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며 떠나갔다.
할 일을 마친 자지를 숨기듯 팬티 한 장과 백의만을 딸랑 입은 채 굉장히 만족스러운 얼굴로 에르를 떠나보내는 괴인의 모습이, 뒤이어 기이잉 하고 닫혀버린 문으로 가려져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일단 자신이 정신을 차렸다는 것은 들키지 않은 것 같았다.
그 날림 검사에는 무척이나 감사하지만, 아직도 아랫배에 느껴지는 정액의 감촉과 몸 전체에 피어오르는 열기가 꺼림칙하게 느껴져버린다.
거기다, 물티슈로 대충 닦기는 했지만 미처 다 지우지 못한 희미한 정액 자국과 야릇한 냄새도 이래저래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당장에라도 씻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식사시간.
씻고 난 뒤에 식사를 하러 갔다간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그리고 기억 속의 나는… 이런 경우 씻지 않고 바로 갔었지.’
땀을 잔뜩 흘리고 여러 체액이 묻어 야릇한 냄새가 나는 그대로, 하루종일 돌아다니거나 했던 것 같다.
마치 그런 냄새와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 어떤 훈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제정신으로 돌아온 지금이야 그게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만, 당시의 자신은 진심으로 그러한 모습에 기뻐했었던 것 같다.
…새삼 떠올리니,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달아오르고 만다.
‘아니, 지금은 그런 것보다….’
에르는 머릿속에 떠오른 과거의 모습에서 잠시 사고를 돌리고, 자신의 모습을 다시금 살펴본다.
이미 조금 전 관리실에서 거울로 한차례 살펴봤기에,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 싫어도 깨달을 수 밖에 없다.
“정말… 왜 이런 걸 입히는 거야… 저질 변태 같으니….”
복도에서 엉거주춤하게 선 에르의 복장은, 더 이상 아침부터 입고 있던 마법소녀의 코스튬이 아니었다.
연구원 괴인에게 한차례 코스튬이 벗겨지고, 모든 행위가 끝난 뒤에는 그 코스튬을 모조리 몰수당하고 말았다.
그 대신이라는 듯이 주어진 것이, 바로 이 복장.
머리에는 쫑긋거릴 듯한 기다란 토끼귀.
다리에는 스타킹, 그리고 상의라고 할 것은 목에 채워진 리본 넥타이 뿐.
그 외에는 의복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다.
그 가녀린 어깨도, 허벅지 위쪽과 사타구니도, 그녀의 배와 가슴도… 그 사타구니 사이의 소중한 음부도, 모두가 훤히 노출되어 있다.
그나마 간신히, 유두와 유륜에는 하트모양의 핑크색 유두패치가 붙어있다.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얇은 유두패치 너머로 그 발기한 젖꼭지가 살짝 튀어나와 보이고 있지만, 아무튼 없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그러나 그 패치도 유두를 가릴 뿐.
보지 쪽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녀의 국부를 지켜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에, 에르는 부끄러워하며 엉거주춤하게 걸어가는 것이다.
‘정말… 진짜… 악취미….’
국부를 손이나 허벅지로 가리듯 슬금슬금 나아가는 에르.
그녀의 뒤에서는 그 사랑스러운 엉덩이가 노출된 채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선명하게 보이고 있건만, 거기에 신경을 쓸 여유도 없었다.
그리고 유두패치로 가려졌다곤 하나, 그럼에도 가슴을 그냥 내보일 만한 담력도 없기에 엉거주춤하게 몸을 웅크릴 수 밖에 없다….
‘정말… 정마알…!!’
오히려 제정신이기에, 이런 상황에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을 다 느끼고 만다.
그렇기에 에르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신을 차린 일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지금 상태라면,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으니까.
적어도 지금 상태를 깨달은 지금이라면,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뭐라도 할 수 있을 테니까.
가만히 상황에 순응하는 것은 자신의 취향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뭐라도 하려고 하는 것이――
‘으우우, 부끄러운 건… 정말 어쩔 수가 없네.’
‘제발 아무도 마주치는 일이 없기를. 아무도 없어라… 제발….’
* * *
안타깝게도 에르의 기도는 닿지 않아서.
에르와 마찬가지로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하던 무수한 괴인들이 에르를 발견했으며, 곧바로 그녀에게 추근덕거리며 성희롱을 해댔다.
물론 복도를 나아가던 마법소녀가 자신만은 아니었기에, 에르 혼자 단독으로 그들의 성희롱을 받아낸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마법소녀 코스튬을 착용하고 있던 여타 다른 포로들보다 더 많은 손길과 관심이 와서 닿았음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마치 나를 희롱해주세요~ 하고 과시하는 듯한 복장이었으니까.
‘으우으… 정말….’
괴인들에게 엉덩이를 쓰다듬어지고, 아무것도 가리는 것이 없는 국부를 조물락조물락 매만져지고.
유두패치 너머로 그 젖꼭지를 그극그극 긁혀지거나 하면서 여러차례 희롱당하고 말았다.
여러 괴인들의, 다수의 수컷들의 손에 타서 희롱당하고 더럽혀진 것도 일단 속상한 일이지만.
설상가상으로 마법소녀들의 질투가 가득한 시선까지 받는 바람에, 에르는 한층 더 마음이 불편해지고 말았다.
다들 세뇌최면에 빠져, 괴인들의 총애를 받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에르가 이 선정적인 복장으로 괴인들의 관심을 더욱 크게 받으니, 음탕한 암캐년이라며 몇몇 마법소녀는 에르를 매도하기까지 했다.
……내가 하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닌데….
부르르….
음탕한 암캐년, 이라고 매도당했던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리니, 왜인지 모르게 에르의 전신에 오싹오싹한 쾌감이 흘렀다.
다만 착각이라고 치부하면서, 에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떨쳐버린다.
“아하아… 정말… 쉽지 않네….”
에르는 한숨을 내쉬긴 했지만, 일단은 식당에 무사히 도착했음을 기뻐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붐비는 식당 안에서, 에르는 가능한 주변의 시선을 피하듯이 움직이며 접시를 들었다.
이곳의 식당은 뷔페식.
음식은 이것도 저것도 영양가와 맛을 두루 갖춘, 아주아주 호화스러운 것들이라 불만은 없다.
평소대로 누군가와 같이 식사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에르는 금방 포기했다.
여전히 자신을 향한 매도와 질투의 시선을 보내는 마법소녀들도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지금 자신의 정신상태로, 세뇌의 노예가 된 마법소녀들과 한 테이블에 둘러앉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괴리감이 엄청 날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조심 사람들이 적게 몰리는 반찬을 고르며 접시에 담아가는데.
“에르?”
별안간, 에르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 익숙한 목소리에, 에르는 한순간 경직되었다가 돌아본다.
“……블루?”
에르가 돌아본 곳에는, 푸른 레오타드 코스튬과 큼직한 모자를 쓰고 있는 동료 마법소녀가 서있었다.
블루 사파이어.
에르와 함께 이 연구소에 숨어들었다가, 비열한 함정에 빠져 잡히고 말았던… 에르의 진한 친구이자 동료였다.
함께 앉아 밥을 먹자는 블루 사파이어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에르는 뻣뻣하게 굳은 미소를 지으며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함께 돌아다니며 반찬을 골라 집어, 각자의 접시 위에는 금방 음식이 수북히 쌓였다.
“저기, 에르는… 아니, 아니야… 역시… 지금은 말해도 소용이 없겠지….”
블루 사파이어는 이따금 뭔가 어렵다는 듯이 입을 오물거렸다.
그녀가 뭘 말하려는지는 알 것 같다.
블루 사파이어는 에르의 체질과는 정반대.
세뇌와 최면에 대한 내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아직도 완전히 박사의 지배에 놓이지는 않은 상태다.
그나마도 지속적인 연구와 세뇌 실험으로 인해 많이 침범되긴 했지만, 적어도 제정신인 에르의 시선으로 보기에 블루 사파이어는 아직 많이 양호한 것 같았다.
다만 어제까지만 해도 에르는 계속해서 세뇌 아래에 있던 상황이었으니까.
분명 지금 블루 사파이어가 말을 아끼는 것도, 상식적인 말을 해봐야 에르에겐 소용이 없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에르는 잠시 입을 우물거리며 고민하더니.
“저기, 있잖아.”
“응?”
블루 사파이어는 아직 세뇌와 최면에 완전히 굴복하지 않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동료다.
그런 블루 사파이어를 앞에 두고, 에르는 일단 자신의 모든 상황을 고백하기로 했다.
블루 사파이어라면 분명 기뻐해 줄 것이다.
기뻐하며, 힘이 되어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한줄기 희망의 빛을 붙잡듯 에르가 다음 말로 이어가자니.
“아, 잠시만.”
별안간 블루 사파이어가 중요한 것을 잊었다면서, 에르의 말을 끊었다.
“우리 드레싱을 안 받았잖아. 받아오자.”
“드레싱…? 그렇지만 나, 샐러드는….”
“무슨 소리야? 늘 받는 그거. 엄~청 맛있는 거 있잖아.”
블루 사파이어가 이상한 것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에르를 쳐다보더니,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괴인들의 테이블을 가리켰다.
“필수로 섭취해야 하는 그거 있잖아.”
“정액 드레싱.”
“매 식사 때마다, 근처 테이블의 수컷 분들께 정액 드레싱을 부탁드리는 게, 여기서는 당연한 룰이잖아?”
너무나도 해맑은 표정과 함께 말하는 블루 사파이어의 그 태도에,
에르는 조금 전 하려던 말을 꺼내지 못하고 그대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 * *
“실례합니다!”
“응?”
“뭐야, 마법소녀님이네~?”
“네. 그게, 식사를 위해서 정액드레싱을 받을 필요가 있어서…
오후의 일과에도 제가 힘을 낼 수 있게, 조금만 싸주실 수 없을까요?”
근처에 있던, 네 명의 수컷 괴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던 테이블.
그곳에 다가간 블루 사파이어는 수줍어하면서도 싹싹하게 부탁한다.
그 태도에,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이상하다거나 상식에서 벗어나있다는 생각은 전혀 없는 듯 하다.
“음~ 상관 없는데.”
“조금이 뭐야. 많이 줄 수 있으니까, 원하는 만큼 마법소녀님이 뽑아가.”
괴인들은 식사를 방해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젠틀하게 웃어주며,
각자 주섬주섬 바지를 내리고 자지를 드러내보였다.
그 반응에 블루 사파이어가 정말 고맙다며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블루 사파이어의 뒤를 따라온 에르는 뭐라 말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응? 이쪽의 마법소녀님은?”
“이쪽 마법소녀님도 필요하지 않아? 그래서 여기 있는 거지?”
블루 사파이어의 요구를 받은 괴인들, 그 맞은편에 있던 나머지 두 명의 괴인들이 에르에게 주의를 돌렸다.
떨어진 것도 바싹 붙은 것도 아닌 어중간한 거리에 서있는 에르의 두손에 들린 접시를 보고,
에르 또한 마찬가지로 정액드레싱을 요구하러 왔음을 깨달은 모양이다.
“아, 저, 그게….”
당황하며 말을 더듬는 에르.
그런 그녀에게, 괴인들은 제대로 부탁해보라고 요구한다.
‘…저, 정액드레싱을… 요구하라고…?’
‘거기다, 정액을… 식사로… 먹으라니… 그런 것…은….’
분명 기억 속의 자신은 매 식사 때마다 아주아주 맛있다는 듯이 괴인의 정액을 퍼먹었었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는…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