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29
이브는 소야가 주문했다니까 바로 관심을 끊었다. 그녀는 누가 인어 가죽 지갑 같은 걸 구매하는 게 아닌 이상 남들의 쇼핑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소야는 다시 주변을 슬쩍슬쩍 바라보더니 집무실 문으로 달려가서 문을 잠갔다.
“야, 아무도 안 와. 씨발 유난 떨지 마.”
이브는 소야의 그 소심한 행동을 보고 벌컥 짜증을 냈다. 소야는 이브의 역정에 다시 몸을 움츠리고 종종걸음으로 이브 앞에 앉았다. 소야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브에게 말했다.
“그……. 이건 진짜 이브 씨한테만 상담 가능한 일이라서…….”
“그래. 빨리 말해봐.”
이브는 슬슬 소야가 빨리 이야기를 꺼내고 가줬으면 싶었다. 그녀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소야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녀는 기억을 더듬어서 천천히 이야기의 서두를 꺼내 들었다.
“제가, 영주님을 생각하면서, 그……. 자위를 했는데요오.”
“…..내가 씨발 너 자위한 이야기도 들어야 해?”
하지만 이브는 서두부터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그녀는 지금 일하는 중이였기 때문이었다. 소야는 이브의 역정에 화들짝 놀라서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아! 진정하세요. 이브 씨! 이브 씨가 생각하는 그런 음란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씨발 내 남편 가지고 딸딸이 친 이야기가 어떻게 건전해지지?”
“이건, 이건 그러니까 사랑 이야기에요! 사랑! 저, 저 요즘 영주님을 생각하면 잠을 못 이루겠다고요!”
이브의 흥분이 식을 기세가 보이지 않아서, 마침내 소야가 큰소리로 외쳤다. 슬슬 곡도를 집어 들까 고민했던 이브는 의외로 건전한 고민에 금방 진정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물론 그래도 기분이 나쁜 건 여전했다. 이브는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다가 소야를 보며 말했다.
“야, 생각해보니까 암만 그래도 내가 부인인데 내 앞에서 남편 따먹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게 맞나?”
“아니, 그……. 그래도 제일 개방적이시니까. 시에리 씨한테 이런 이야기 하면 제가 괴롭히는 거 같구……. 셀루 씨는 이브 씨한테 물어보라고 그러구우…….”
“그래서, 뭘 어떻게 하고 싶은데.”
이브가 물었다. 소야는 이제야 이야기가 제자리로 돌아왔다며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말했다.
“루시우스 씨랑 맺어지려면, 그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브는 소야가 자신에게 이걸 상담하는 상황이 맞는 건가 고민이 됐지만,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어차피 세상에 루시우스가 따먹을 여자는 많았고 그중 한 명이 더 늘어난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었으니까. 이브는 루시우스의 변태적인 성향으로 미루어 봤을 때, 동부 평야에서도 수인들을 몇 명 따먹고 올 거라고 확신했다.
이브는 그런 마음을 담아서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냥 가서 따먹어달라고 해. 그러면 ‘저도 기다리고 있었어요. 소니아 야이반.’이라고 말하면서 당장 바지 벗을걸?”
“그, 그런 거 말구요!”
소야가 소리를 질렀다. 이브는 자기 앞에서 소리를 지르자 살짝 눈을 찌푸렸지만, 그녀가 매우 일을 열심히 하는 마법사라는 걸 참작해서 한 번만 봐주기로 했다. 이브가 물었다.
“그러면?”
“조, 조금 더 로맨틱하고……. 그런 거 있잖아요. 달콤한 사랑의 말을 속삭이는 그런, 그……. 섹스으.”
이브는 짜증을 토해냈다.
“야이 좆같은 년아.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난 해적질 할 때도 강제로 밴대질하는 거 아니면 로맨스 따윈 없었어. 우리 신랑이랑 나랑 사적으로 밀담 나누는 걸 해달라는 건 아닐 거고. 그렇지?”
“아, 네. 그, 그걸 들으려는 건 아니었어요. 그래도 에이, 그래도 뭔가 그……. 여자들 꾈 때 그 감성이나 그런 게 있으실 거 아니에요? 정말 없었어요? 그렇게 그……. 전과가 화려하신데.”
전과라는 말에 이브가 다시 한번 더 발끈했다.
“뒤질래? 결혼했는데 꼬시긴 누굴 꼬셔. 우리 신랑이 최곤데.”
“하, 하지만 루시우스 영주님도 여자들 많이 만드시는 데, 이브 씨도 좀 그런 거 보면 연애하고 싶다거나 다른 애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안 드세요?”
“전혀. 내가 왜? 신랑한테 이미 내가 최고고. 나한테는 신랑이 최곤데. 너 씨발 그리고 아까부터 나 살살 긁는데 적당히 안 하면 진짜 뒤진다.”
이브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찜찜한 표정으로 소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야는 이브가 그리 단호하게 말하니 되려 놀랄 지경이었다. 생각해보면 이브가 저택 사람들에게 추근대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뭔가 신기하네요.”
소야가 말했다. 이브는 소야의 기분이 잦아드는 걸 보고 조금 진정할 수 있었다. 이브가 물었다.
“뭐가?”
“이브 씨가 질투를 안 한다는 게요. 그래도, 첫째 부인이시잖아요. 루시우스 영주님이 여기저기서 추문을 뿌리고 다니시는 데, 질투 안 나세요?”
이브가 코웃음을 쳤다.
“왜 질투를 해. 나는 그런 거 못 해. 인어 튀김 될 뻔한 걸 살려준 이후부턴 나한테는 우리 신랑밖에 없거든. 그런 거 있잖아. 진짜, 말도 안 되는 망나니에 성격도 더럽고 음란하기 짝이 없는 인간인데. 그냥 좋은 거. 왠지 이 사람이라면 나를 계속 사랑해줄 거 같다는 거.”
“…..멋지네요.”
소야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 그 풀어진 얼굴에서 이브가 불안함을 느꼈다.
“뭐, 뭔데?”
“그 대사, 제가 영주님에게 가서 써먹어도 돼요?”
“…..근데 이 씨발년이 진짜.”
이브가 책상을 뛰어넘어서 소야 앞에 섰다. 그녀는 소야의 볼을 확 꼬집어 끌어올렸다. 이브보다 키가 큰 그녀는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인 채 이브에게 질질 끌렸다.
“아야야야야! 아야야야야! 아파요오! 잘못했어요! 안할게요오!”
“이 씨발년을 어떻게 죽여버리지?”
소야는 최선을 다해서 이브에게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으나, 엘시와 수행과 꾸준한 단련으로 강화된 이브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바깥을 보더니 창문을 벌컥 열었다. 화들짝 놀란 소야가 이브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더! 던지지 마세요! 저 진짜 죽어요! 저 다리도 아파서 높은 데서 뛰어내리지도 못한단 말이에요! 이브 씨! 이브 씨!”
“닥쳐봐. 손님 왔잖아.”
이브가 소야의 볼을 놔주었다. 팅팅 부은 볼을 쥐고 소야가 이브와 같이 창문을 내려다보았다. 저택 앞에 화려한 마차가 서 있었다. 소야가 이브에게 물었다.
“누구예요?”
“우리 남편 둘째 부인.”
“네? 시에리 씨요?”
1층은 때아닌 손님맞이로 분주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귀빈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운동하고 있던 로빈이 황급히 갑옷을 받쳐 입고 앞으로 뛰어서 기사단을 호출했다. 여기저기서 느긋하게 굴러다니던 기사들도 갑옷을 챙겨입고 뛰어오기 시작했다.
저택이 분주한 가운데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느긋하기만 했다. 그녀는 하얀 다리를 먼저 내밀며, 주변을 탐색하듯 우아하게 손으로 문을 붙잡았다. 긴 드레스와 팔에 찬 영롱한 보석 팔찌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소란 떨지 말아라.”
우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실, 저택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 여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로빈이 식은땀을 흘리며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에리나 공주님!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십니까? 혹시 저희 영주님과 사전에 어떤 연락이 있으셨는지…….”
“사전에 연락은 없었다. 페타 루시우스는 어딨지?”
마차에서 내린 사람은 엘프 공주 에리나였다. 그녀는 내리자마자 루시우스의 행방부터 찾았다. 이브는 갑작스러운 방문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손님을 마중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위에 덧입는 외투를 걸쳐 입고, 외출용 부츠를 신었다. 소야는 에리나의 얼굴을 알아보고 화들짝 놀라서 제 입을 틀어막았다.
“이, 이브 씨! 공주님이신데 그런 표현은……!”
“좆까라 그래. 왜 면전에서 해줘?”
“아, 아니요 그러지 말아 주세요. 제 심장에 나빠요.”
이브는 사실 둘째 부인이라고 했을 때 에리나의 반응이 몹시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 시끄럽고 무식한 공주가 이번에는 무슨 일 때문에 왕국에서 영지까지 직접 행차하였는지도 궁금했다. 이브가 아는 에리나 공주의 최신 뉴스는 산욕열로 쓰러져서 병간호를 받는 중이라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머, 에리나 부인. 여기까진 어쩐 일로 행차하셨는지?”
이브가 옷을 차려입고 내려왔을 때, 에리나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팔짱을 낀 채 손가락으로 제 팔뚝을 톡톡 두드리며 루시우스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브에게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한 뒤 입을 열었다.
“페타 이브. 네 남편인 페타 루시우스는 어디 있지?”
“출장 갔는데?”
깐깐하고 도도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그녀는 그 말 한마디에 무너졌다. 입을 쩍 벌리고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는 다시 이브에게 물었다.
“추, 출장을 갔다고? 갑자기?”
“응. 동부 평야 지대에서 사랑교 일 때문에.”
“말도 안 된다! 용사인 에이에이에겐 그런 연락이 오지 않았단 말이다!”
“네 남편은 수인 대가리 쪼개고 다니는 수인 혐오자잖아. 애들 설득하는 일인데 그런 미친놈을 어떻게 데려가. 이성적이고 매사에 신중하며 수인들을 사랑하는 내 신랑이 가야지. 칼잡이가 가서 뭐하게? 뭐 수인들 앞에서 칼춤 춰서 설득하게?”
실제로 에이에이가 수인들 머리를 쪼개고 다녔는지는 이브가 알 바 아니었다. 에리나는 이브의 헛소리에 발끈해서 외쳤다.
“헛소리하지 말아라! 내가 본 사람 중에 에이에이만큼 수인들을 아끼고 보살펴주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내 이 일 관련해서 왕국에 공문을 보내던지 해야겠구나!”
“지랄하네. 마누라가 수인 혐오자인 엘프 공주님인데 너 같으면 수인들 설득하는 일 맡기겠냐? 우리 신랑이 저번에 니들한테 입국 거부당할까 무서워서 엘시를 못 데리고 갔어.”
이브는 아힐데른에 갔던 일을 회상하며 말했다. 에리나는 그 말에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몸을 움찔 떨다가 시선을 돌리고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안된다……. 안된단 말이다…….”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지? 계속 여기서 있긴 그러니까.”
“알겠다.”
이브는 귀빈을 여기 계속 세워두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집무실로 자리를 옮길 것을 제안했다. 가는 길에 소야와 다른 고용인 몇 명을 시켜서 집무실 근처로는 오지 못하게 했다.
에리나는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문을 잠그고, 손목의 팔찌를 문에 대더니 뭔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브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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