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49
소야는 여기까지 말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나는 무덤덤했다. 어차피 북부에 가는 김에 에밀리아도 한 번 더 따먹을 생각이었으니까.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무슨 영약이라도 먹은 건지 건강을 되찾아서 아주 날아다닌다고 했다. 그 정도면 내 1.5배 섹스에도 버틸 테니 충분히 박을만 했다.
“그래서, 그거 때문에 이렇게 떨고 있는거에요?”
“아, 아니요. 그 다음에 마부 아저씨가, 자기 삼촌이 북부 산맥 쪽에서 목장을 하신다고……. 잠깐 삼촌 얼굴 좀 보고 가자고 했어요. 자, 잠깐 얼굴만 보자고…..”
“네.”
“아이고, 마녀님. 그걸 말하시면…….”
“계속 말하세요. 소야.”
나는 마부가 입을 다물게끔 하고 소야를 계속 이야기하게끔 시켰다. 소야는 몸을 떨면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그래서 목장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거기서 막 그 어떤 두 사람이 막 성관계를 하고 있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아, 아직도 기억나요. ‘너무 좋아요! 더 세게 해주세요! 더 세게! 임신하고 말거에요!’”
“그래서요.”
마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소야는 마부를 힐끔 보더니 말을 이었다.
“그 때, 마부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삼촌! 조카 왔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안에서……. 안에서…..!”
“안에서?”
“여, 염소가 나오는 데, 염소가 사람말로 ‘앗! 주인님의 조카 분이시네요! 헤헤…….! 하면서 침을 질질…..! 으아아아앙!!”
“씹…..!”
“저, 저는 정상입니다 영주님! 자르지 말아주십시오!”
마부가 다급하게 변명했다. 그가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나는 마부가 정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소야를 위로했다. 이브가 말없이 다가와서 소야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나도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말했다.
“짐승이랑 교미하다니 정말 끔찍한 취향이군요.”
“아, 어…….음.…….”
마부도 이브도 소야도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년들.
왕국에서 새롭게 편지가 날아온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의 일이었다. 편지는 왕가의 직인이 붙어있었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편지를 받아들었다. 편지가 왔단 소식에 쫄래쫄래 내 옆으로 걸어온 이브도 왕가의 직인을 보자 대놓고 싫은 기색을 드러냈다. 왕궁에서 편지를 보내서 쉬운 일이 일어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 뭔데?”
“글쎄…….”
나는 말끝을 흐리며 편지 봉투를 열었다. 대체 무슨 일로 편지를 보냈을지 가늠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동부 평야 지대가 다 평정됐음을 알리는 편지일 수도 있었고, 사랑교의 주요 간부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알아냈다는 편지일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공적에 대한 포상은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이거 또 어디 가라고 보내는 편지 아니야?”
이브의 말대로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어떤 곳으로 출장을 가야 하는 편지일 수도 있었다. 나는 이브의 볼을 쓰다듬고 편지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편지는 늘 그렇듯 ‘페타 루시우스에게.’로 시작했다.
[페타 루시우스에게.현재, 서부 해안 지대의 인어들 습격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말라 죽고 있다. 인어들이 어선부터 군함에 이르기까지 바다 위에 떠 있는 모든 걸 다 습격하여, 현재 서부 해안지대의 바다는 시체가 반이요 나머지 반은 핏물이라, 해변에는 심심치 않게 살점이 떠밀려오고 부두에는 시체 썩는 냄새와 전염병이 들끓는다고 하니 이를 해결할 방도가 없도다.
인어들을 모두 죽이는 것도 인간의 여력으로는 불가하고, 해안지대의 도시들을 전부 버리는 것도 불가한바. 동부 평야 지대에서 수인들을 해치우는 데 큰 공을 세운 페타 루시우스에게 이 일을 위임하고자 한다.
페타 루시우스 그대는 일찍이 인어를 아내로 맞이하였으며, 아름다운 여성 인어들과 주기적으로 성관계를 맺는 취미가 있다고 들었다. 그 능숙한 친화력을 바탕으로 서부 해안지대로 가, 인어와 인간들의 화해를 도모하라.]
이브는 내 옆에서 왕의 글을 줄줄 읽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라는 거야?”
“나보고 서부 해안지대로 가서 인어들이랑 인간을 화해시키라는데.”
“안될걸. 실정을 모르니까 이런 씨알도 안 먹히는 개소리를 하지. 서부 해안지대랑 인어랑 화해? 뱃사람들이 인어만 보면 돈 된다고 어떻게든 죽이려 드는 거 모르지? 씨발 평생을 작살 맞으면서 살아온 애들이 화해하자! 그러면 그 말을 곧이 믿고 화해하겠어?”
이브는 냉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서부 해안지대에서 인어들이 난리를 피우니 나보고 화해를 시켜라? 나로서도 인어들과 인간이 잘 지내면 참 좋았지만, 이건 불가능한 임무였다. 오랜 세월 살육당한 인어들의 원한은 내가 대변해줄 수 없었고, 서부 해안지대의 박살 난 민심을 내가 다독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도 알아. 그런데 방법이 없긴 하겠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강이나 호수 같은 민물이라면 몰라도, 바다에 사는 인어들을 전부 죽이는 건 엄청난 비용을 소모해야 했다. 인어들은 바다에서 압도적으로 강하고, 인간은 물에 빠지는 순간 움직임이 제한된다.
“그럼 진짜로 간다고? 신랑. 이건 가면 인어한테도 욕먹고 거기 사람들한테도 욕먹어.”
설령 마법사라고 해도 바닷물을 통째로 들어내지 않는 한 인어들에게 마법을 걸 방법은 없었고, 흉포한 인어들이 작정하고 몸으로 들이박기만 해도 배를 부숴 먹을 수 있었다. 무턱대고 용사를 보내서 죄다 쓸어버리자니, 인어 애호가인 내 눈치도 보였으리라.
나는 이브의 만류에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내가 안가면 인어들이 다 죽을걸?”
이건 내 눈치를 봐서 왕이 선심성으로 꺼낸 제안이었다. 내가 이 문제로 왕궁에 항의하거나 나쁜 감정을 가지지 않도록 미리 선수를 친 것이다. 내가 여기에 응해서 갔을 때, 인어와 인간들을 화해시키지 못한다면 왕궁에선 어쩔 수 없다는 듯 왕궁의 총력을 기울여서 인어들을 조져버릴 것이다.
인어들을 몰살시키는 건 불가능하지만, 인어들이 더 서부 해안지대를 습격하지 못할 정도로 개체 수를 줄이는 건 시간과 돈만 들인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손가락만 빨고 있다가 인어들을 죄다 죽이느니, 내가 직접 가서 이야기라도 해보는 게 나았다. 물론 이 문제가 서부 해안지대의 영주들과 이야기가 됐는지는 다른 문제였지만.
“너도 갈래?”
나는 이브에게 물었다.
“뭐?”
이브는 황당하다는 듯 나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로서도 이해가 안 되는 제안이겠지. 당장 이브를 데리고 북부를 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인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닥을 달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인어에 대한 여론이 최악인 서부 해안지대로 가자고 한다? 이브로서는 이보다 무리한 제안은 없을 게 분명했다.
“아니, 서부 해안지대까지는 안 가더라도. 내가 일단 그쪽으로 한 번 가기는 해야 하거든.”
아티가 줬던 던전 지도에 표시되었던 3개의 던전. 아힐데른을 제외한 두 개의 던전은 각각 드워프 던전과 서부 해안지대에 존재했다. 나는 이번 기회에 서부 해안지대에 있는 그 던전을 깰 생각이었다. 내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이브는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괜찮겠어? 던전도 부수고, 인어들과도 싸우는 게 될까? 그렇게 무리하다가 큰일 나는 거 아니야?”
“던전에 뭐 별거 있으려고. 있어 봐야 너랑 나랑 같이 가면 무적이야. 알잖아?”
“그래도. 그러면 힘들잖아.”
나는 이브의 걱정에 다시 한번 손을 내저었다. 어차피 인어 설득 건은 일단 시도만 해보고, 정 안될 거 같다 싶으면 무리할 생각이 없었다. 인어들이 죽는 건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인어들을 살리고자 목숨까지 바칠 생각은 없었으니까. 나는 이브의 걱정을 뒤로 한 채, 인수인계를 위해서 시에리를 호출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엘시는 두고 갈 생각이었다.
“이브 씨도 같이 가는군요.”
시에리는 어딘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 보였다. 나는 시에리에게 말했다.
“시에리. 당신도 가고 싶어요?”
“…..네.”
시에리는 내 눈을 피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큼 솔직하게 대답할 줄 몰랐던 나는 되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시에리의 손을 잡고 말했다.
“시에리. 저랑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같이 갈 수 없어요. 이유는 잘 알잖아요?”
“제가 약하니까요?”
시에리의 자기 비하는 끝을 몰랐다. 나는 고개를 젓고 시에리의 손을 꾹꾹 주물렀다. 시에리의 손은 아기 손 같아서 주무르면 주무를수록 오묘한 매력이 있었다. 나는 시에리의 손이 주는 감촉을 느끼며 말했다.
“아니요. 시에리가 소중하니까 같이 가지 않는 거예요.”
“아, 그…….”
시에리는 화들짝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얼굴이 붉어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이렇듯 갑작스러운 돌직구에 약했다. 얼굴을 붉힌 채 말을 더듬기에, 나는 그녀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꺅!”
시에리가 화들짝 놀라서 들고 있던 서류를 집어 던졌다. 나는 허공에 날아드는 서류를 전부 잡아채서 다시 시에리에게 건네주었다. 시에리는 그 행동이 마치 서커스 곡예라도 되는 양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나는 시에리에게 말했다.
“시에리. 제가 시에리 당신 하나를 못 지킬 만큼 약해 보여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니지만…….”
“남자들은 모두 그늘이 되고 싶어해요. 크고 울창한 거목의 그늘이요. 뜨거운 햇살에도, 몰아치는 비바람에도 사람들을 꼭 보듬어주죠. 그런 식으로 절 믿는 사람들을 지켜주고 또 사랑해주는 거예요.”
나는 시에리를 끌어안고 덧붙였다.
“시에리. 당신이 제게 의지하지 않는다면, 저는 누구를 위해 그늘이 되어야 하죠?”
“아, 그……. 그러니까…….”
시에리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는 다시 하반신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인수인계를 그만두고 집무실의 문을 잠갔다. 로잘린 유바 영애는 이제 델몬 영지의 저택으로 이사했으니 방해꾼도 없었다. 나는 집무실 책상에서 일어나 시에리에게 다가갔다. 시에리는 내 눈짓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가 작은 입을 벌리고, 내 기둥을 붙잡았다. 나는 바지를 내리고 시에리의 머리를 붙잡았다. 밝게 타오르는 전등의 불빛 때문에 시에리의 몸에 그림자가 졌다. 나는 지금 거목이었다. 시에리를 지켜주고 보듬어주는 거목. 시에리는 그 거목의 뿌리를 삼키기 위해 입을 벌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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