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2)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02화
그렇게 김춘용이 잠깐 생각에 빠진 사이, 두 동갑내기는 서로 어깨 싸움을 하며 부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아, 화성! 시리얼 저도 주세요. 같이 아침 먹어요!”
“아잇, 싫어요. 이거 시리얼은 내 거예요. 연습생 숙소에서 가지고 왔다고요!”
“치사하게 그러기예요? 한 입만 줘요!”
“씁, 한 입 쯤이야… 으음, 용용형도 먹을래요?”
“난 먹고 왔어. 일단은 앉아서 좀 쉬어야겠다.”
김춘용은 두 동갑내기가 약간은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앉은 식탁 맞은편에 엉덩이를 붙이며 능청스럽게 입을 열었다.
손재하와 장시우, 그리고 방유찬이 자고 있는 지금.
그리고, 아직 한국식 눈치가 살짝 부족한 로건이 곁에 있는 지금이, 일을 시작하기에는 적기였다.
있잖아.
“내가 방금 생각을 해 봤는데 말이야.”
“어어, 네.”
“나도 리얼리티 전까지 화성이, 네가 쓰는 옷방으로 들어갈까 봐.”
“뭐, 괜찮은 생각이긴… 네?”
그가 빨리 숙소로 들어오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지화성과 손재하 관계 회복’ 프로젝트의 첫걸음.
“아니, 용용 형이 굳이 그럴 것까지는 없는데요? 왜 그러지? 설마 제 천사표 이미지를 뺏어 가려고? 이거 참 곤란한데….”
김춘용은 갑자기 말이 빨라지는 지화성의 어깨에 팔을 턱 올리며 씩 미소 지었다.
“아니? 난 사실 더하지. 재하 형이랑 시우 배려하고, 너도 챙기는 거야.”
“…엥. 저를 챙긴다고요?”
“그래. 지화성, 너 겁 많잖아. 담력 체험 미션 때 그렇게 고함을 질러 댔는데.”
“아잇! 또 쪽팔리게 그때 얘기를, 아니. 그리고! 그거랑 방 같이 쓰는 게 무슨 상관….”
“―옷방에 귀신 나올까 봐 네가 또 얼마나 무섭겠어? 내가 너 도와줘야지.”
‘도와줘야지’라는 단어가 나온 순간.
지화성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김춘용을 바라봤다.
김춘용의 날카로운 눈매는 어느새 빙긋 보기 좋게 휘어진 채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모를 거 같냐?’
그 뜻에, 지화성이 순간적으로 낭패감 어린 표정을 내보인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Jesus, 귀신이 나오면 저도 불러 줘요. 꼭 보고 싶은데!”
“그래, 로건. 내가 귀신 나오면 꼭 불러 줄게. 같이 구경하자.”
어떤 귀신일지는 모르겠지만….
“화성이 고함 지르는 것도 같이 보고.”
어쩌면 지금 묘하게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지화성에게는, 리얼리티 시작 전까지의 밤이 귀신보다 더 무서울지 모를 노릇이었다.
* * *
서바이벌의 피로를 풀기 위해 늦게까지 잠을 청했던 다른 멤버들이 일어나 거실로 옹기종기 모인 지금.
김춘용은 ‘지화성과 손재하 관계 회복’ 프로젝트를 위해 떠올린 다른 방안도 슬쩍 입에 올렸다.
“유찬 형, 재하 형.”
“으응? 왜 그래, 춘용아.”
“그, 저희 숙소 말이에요. 너무 휑하지 않아요?”
떠보듯 꺼낸 그 한 마디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해 준 건 역시 방유찬이었다.
“어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라면 끓이는 데 냄비도 너무 작고, 컵도 몇 개 없어서. 내가 이따가 좀 나가서 사올까 싶어. 간식만 잔뜩 사 올 게 아니었다니까.”
‘유찬 형, 나이스.’
따로 말도 안 꺼냈는데 죽이 척척 맞는 느낌에, 김춘용은 얼굴 한가득 미소를 띠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지 말고, 회사 카드 받아서 쓰죠. 몇 명 같이 나가서 생필품 좀 사 오는 건 어때요? 짐 같은 거 생각하면 한… 네 명 정도요.”
“네 명? 왜 네 명이야?”
“두 명은 숙소에서 청소하면 좋을 거 같아서요. 분업이라는 거죠. 분업.”
김춘용의 생각은 이러했다.
일단 손재하와 지화성 단둘이 이야기할 상황을 좀 만들어 주고, 그러고도 안 되겠다 싶으면 자신이 개입하는 것.
‘그냥 대화해서 잘 풀리면 할 일이 줄어드는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멤버들끼리 좀 친해질 시간이 생기는 거니까.’
김춘용은 제 무릎을 꼭 끌어안고 앉아서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 장시우를 바라봤다.
“Hey, 시우. 이거 먹을래요? 사장님이 주신 건데, 쿠키래요.”
“…괘, 괜찮아요.”
“Oh, 그래요. 다시 먹고 싶으면 말해 줘요!”
“네에….”
[타겟팅 스타> 이후로 좀 나아진 것 같긴 했지만, 새로운 멤버들과 부대끼고 살게 된 상황에서 역시나 약간은 낯을 가리는 상태.그나마 이렇게 일상 속에서 나누는 대화가 늘어난다면, 그 마음을 여는 데에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재하 형이랑 화성이 생각도 생각이지만, 우리 막내 챙기는 것도 잊으면 안 되지.’
생각을 마친 김춘용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떠올린 인원을 호명했다.
“그럼 나랑 유찬 형, 그리고 로건이랑 시우. 이렇게 넷이 다녀오자. 빨리 옷 입어. 회사에는 내가 전화할게.”
“네? 나가는 사람을 왜 용용 형이 정해요!”
그리고, 그 말에 지화성이 당황한 목소리를 높이는 건 당연했다.
평소라면 그냥 그러려니, 편하게 손재하와 함께 숙소에서 쉴 수 있으니 좋다 하겠다만.
지금은 그렇게 따르던 형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으니까.
자기가 약간 과민 반응을 했다는 자각이 든 건지, 아차 싶은 표정을 한 지화성은 빠르게 말머리를 돌렸다.
“아니, 뭐. 전 상관없는데, 재하 형 의견도 물어봐야죠. 네? 리더 형이잖아요!”
지화성의 그 말은 도움의 요청이었다.
형도 지금은 내 태도 때문에 당장 얘기하는 게 좀 그럴 텐데, 좀 유예 기간을 갖자는 도움의 요청.
그러나.
“…으음, 나야 뭐. 숙소 적응도 하고 좋지. 나랑 화성이가 청소 좀 하고 있을게. 넷이서 다녀와.”
손재하는 아주 보기 좋게 지화성의 그런 도움 요청을 거절했다.
“어어…?”
“‘리더 형’이 그렇다는데? 말 들어라, 인마.”
김춘용은 얼굴에 떠오른 웃음을 숨길 생각도 않고 지화성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옷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내가 생각한 걸 재하 형이 떠올리지 않았을 리가 없어.’
“그럼, 잘 가. 춘용아.”
당장에, 자신의 꿈에 나와서 현 상황을 짚어준 사람이 손재하 아니겠는가.
늘 그렇듯 다정하고, 친절하고, 약간은 의뭉스러운 리더 형.
‘뭐,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지만. 형도 화성이랑 얘기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을 거라고.’
제 빨간 머리를 가리기 위해 볼캡을 뒤집어쓴 김춘용은, 문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장보기 멤버들과 다른 둘을 번갈아 보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어떻게 되나 지켜보자, 생각하며 말이다.
* * *
나를 포함한 네 멤버의 쇼핑은 꽤나 수월한 편이었다….
라고 하고 싶지만.
예상 범주에 있던 일들이 일어났음에도,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얼굴 다 알려진 연습생들이 어딜 그렇게 돌아다닌다고, 나참….”
“What? No! 멀티탭이 없어서 너무 불편하단 말이에요! 애초에 진작 숙소에 있었다면 이럴 일도….”
“하하! 하하하!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정말, 사람들 눈에 안 띄도록 조심할 테니까요! 로건, 태워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려야지?”
“에?”
아직 로드매니저가 없는 우리를 위해 나와준 회사 직원과의 미묘한 기류.
“으, 음. 이게 좋을까요? 아니면… 더 작은 거?”
“오, 시우. 생각보다 잘 골랐….”
“아니지. 이쪽이 할인 중인 거고, 우리는 대용량이 필요하니까. 이걸로 하자. 무거우니까 형이 들고 갈게.”
“…….”
“어… 유찬 형?”
“…더헉. 시우야. 가지고 와! 가지고 와! 내가 잘못 생각했네, 어. 그걸로 10개 사자!”
“아니, 아니에요. 형이 말씀하신 걸로 사도….”
“반씩 사죠. 반씩! 그럼 될 거 같은데!”
아직까지도, 물과 기름처럼 서로를 완전히 이해 못 한 유찬 형과 시우 사이의 소통 미스.
“…야, 로건. 너 이리 와. 인마, 너 트럼프 카트 벌써 갖고 있으면서 뭘 또 사?”
“Oh, 춘용 형, Listen. 이걸 하나 더 사면요, 다른 게임도 할 수 있어요. 제가 정말 자세히 알려 줄게요. 오버 핸드 셔플 기술부터, 그 중간중간 카드를 빼돌리는 것까지….”
“내가 언제 사기 치는 방법 궁금하대? 갖다 놓고 와. 얼른. 누가 너 알아보기 전에.”
“Huh… 너무해요, 너무해.”
“너무는 무슨 이 자식아. 대체, 공부만 한 녀석이 저런 손기술은 어디서… 잠깐. 이거 뻥튀기는 또 뭐야?”
“춘용 형. 그건 제 거가 아니에요. I swear!”
“…….”
“시우야?”
아직 어린 티가 잔뜩 나는 두 멤버가 은근슬쩍 밀어 넣은 자기 위시 리스트 빼내기까지.
“후….”
나는 식은땀으로 축축한 이마를 훔치며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우리를 다시 숙소 앞까지 태워다 주며 묘하게 영수증을 체크하던 회사 직원을 떠올리면, 아직도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진짜 기가 쭉 빨리네….”
“형도 그렇다, 춘용아….”
살짝 핼쑥해진 유찬 형과 내가 눈빛 교환을 하며 서로의 고생에 리스펙을 보내는 사이, 박스 가득 든 짐을 든 로건이 신난 목소리로 외쳤다.
“정말 이걸로 충분해요, 춘용 형? 아무리 봐도 좀 부족한 거 같은데요!”
“아냐, 로건. 필요할 때 그때그때 사면 돼. 미리 사놓으면 짐이 될 수도 있잖아.”
“Huh, 그렇군요. 그러면, 누가 우리를 알아보기 전에 빨리 숙소로 돌아가죠. 다 같이 카드 게임 해요. 제가 아주 다들 손 봐 주겠어요!”
“어휴. 로건, 사기 칠 생각에 또 신났네.”
“No! 춘용 형, 그러니까, 사기가 아니래두요? 그건 전부 다 사용하는 기술―”
“그래, 그래. 로건, 화내지 말고 이리 와. 나랑 짐 좀 나눠서 들자!”
“흥. 춘용 형, Your Lucky day.”
짐을 나눠 들며 앞서 나가는 유찬 형과 로건은 이미 퍽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상대방의 짐을 툭툭 건드리고, 불현듯 와악 웃음 짓고.
“두, 둘은 진짜 금방 친해졌네요… 서바이벌 내내 다른 방이었는데도요.”
시우의 얼떨떨한 말에, 로건은 자기도 신기하다는 투로 빠르게 입을 열었다.
“Um, 맞아요. 유찬 형과 제대로 얘기한 건 어제 밤이 처음이었는데 말이죠. 근데 되게 잘 통하더라고요?”
“맞아. 로건이랑 내가 듣는 귀가 같더라. 시우 너, 나랑 로건 모닝콜 같은 거 쓰는 거 알았어?”
“Right. 유찬 형 알람을 제가 끌 뻔했다니까요!”
“내 말이. 나도 그랬어. 네 거 울려서 내 건 벌써 꺼진 줄 알았는데, 또 울리지 뭐이야.”
크게 의미 없는 수다로 시시덕거리며 하이파이브를 날리는 둘을 보며, 나는 얼굴에 슬며시 미소를 띄웠다.
글쎄, 내 생각에….
둘이 쉽게 가까워진 이유가 듣는 귀 하나 때문이라기보다는, 공유하는 배경이 비슷해서였다.
[타겟팅 스타>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쌩일반인이었다든가, 이래저래 다른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고 왔다는 점들.그러니까, 아무래도 AG라는 온실 속에서 곱게 자란 다른 셋보다야 더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거지.
“…….”
그 둘을 바라보는 시우의 표정이 묘했다.
누군가와 저렇게 쉽게 가까워진다는 건 상상도 안 해 봐서 그런 걸까?
약간 부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거 같기도 하고.
“―시우야. 이리 와. 너는 나랑 이거 같이 들자. 네가 가벼운 거 들어.”
나는 얼른 시우의 한쪽 팔을 잡아끌며 멀티탭 따위가 든 가벼운 봉투를 손에 하나 쥐여줬다.
그런 얼굴을 한 막내를 계속 보는 게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거든.
“어, 어? …감사해요, 형. 제가 무거운 거 들어도 괜찮은데….”
“에이, 감사는 무슨. 네가 나중에 나 도와주면 돼.”
내가 힘들 때 말이야.
“뭐, 보컬 톤 잡기를 어려워한다든가. 무대 동선을 어려워한다든가? 부담 갖지는 말고.”
우리 이제 같은 팀이잖아.
“…….”
내가 뒤늦게 덧붙인 말을 들은 시우는, 잠깐 두 눈을 커다랗게 뜨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조금 전에 비해 꽤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이라는 건, 굳이 짚을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아까 들은 노래가 정말 좋았는데요. 음원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어, 아마도… 그건, 유명한 CM송이라서… 제가 이따가, 제목 알려 줄게요.”
“Holy, 고마워요, 시우.”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른 우리 넷은 꽤 괜찮은 분위기였다.
이 정도면, 처음에 세웠던 목표치의 반은 이뤘다고 봐야지.
띠, 띠, 띠, 삐빅―
나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나머지 목표는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귀찮으면 그냥 귀찮다고 말해요, 재하 형. 차라리 그게 속 편하니까!”
제대로 안 풀렸다는 건, 아주 쉽게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