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1)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01화
* * *
내 갑작스러운 숙소 입주 선언에 놀라지 않을까, 했던 가족들은 의외로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니, 아무렇지 않다뿐이겠어.
“어머, 둘째가 이제 진짜로 독립을 하네… 내일 아침이 같이하는 마지막 식사니까, 맛있는 거 해야겠다.”
“잠깐, 잠깐! 엄마. 나 내일 바로 가라고?”
“그으럼. 갈 때는 빨리 가야지! 벌써 다른 친구들도 다 들어갔다며? 반찬 싸 줄 테니까 들고 가고. 응.”
오히려 좋아하더라니까.
아빠도 내 등을 두드려 주시면서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디딜 때는 빠르게 해 버려야 한다’며 등을 떠밀어 주실 정도였다.
“안 그래도 너 때문에 우리 과자 꿍쳐 놓은 거 다 거덜나는 줄 알았는데. 잘됐다. 빨리 사라져.”
“아싸. 김춘용 들어가면 노트북 내 거. 소파 자리도 내 거.”
내 문제적 여자 형제들의 심드렁하고도 유쾌한 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고.
“…이거 맞아?”
곧장 다음 날 아침. 묵직한 캐리어와 함께 현관을 나선 나는, 나도 모르게 얼떨떨한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돌아온 직후에는 서바이벌 멘토 평가 무대 준비하느라고 잘 못 봐, 서바이벌 때는 연습생 통조림 시설 들어가 있느라고 잘 못 봐.
원래는 숙소 입소 전까지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진짜 이렇게 그냥 입주시킨다고? 어? 진짜로?”
들어가겠다고 말한 사람이 나긴 한데, 뭔가 그림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니, 아니. 좀 더 아쉬워 해 줘야 맞는 거 같은데. 이거 좀….”
그렇게 내가 ‘우리 가족들의 무심함과 호방함,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려는 찰나.
지잉―
– X: ㅋㅋㅋㅋㅋ 아 개웃기네
– X: 야 너나 가족들 오랜만에 보는 거지 너희 가족들은 너 20년 내내 매일매일 봤다고!
– X: 가족들한테 진짜 잘하고 싶으면 지금 쥐꼬리만한 서바이벌 출연료로 생색낼 생각하지 말고 우리 계약이나 완수해 😀
언제나처럼, 엑스에게서 메시지가 쏟아졌다.
그러나.
돌아온 직후나, 한창 서바이벌에 몰두하던 시기와는 약간 다른 점이 있었다.
– X: 내가 특별히! 네가 원하던 옵션까지 넣어 줬잖아? 으응?
– X: 하 계약자가 쪽팔리든 말든 이런 거 잘 안 해 주는데 참나 나도 너무 착하다 정말
드디어 엑스와의 대화 속 그놈의 뿅 소리가 사라지고, 알림이 무음이 됐다는 점.
첫 번째 목표였던 ‘[타겟팅 스타> 최종 6인으로 데뷔’ 직후.
엑스가 내게 내민 보상은 다양했다.
원하는 스킬의 랭크업과 능력치 보정, 더 나아가서는 다른 고등급 스킬 선택까지.
목표 완수는 꽤 큰일이니 내가 택할 수 있다나, 뭐라나. 그런 말들로 말이다.
– X: 얼른 골라 봐 싸다 싸
– X: 역시 제일 처음 게 낫지 않냐?? ‘아이돌의 아우라’ 이거 패시브 중에 제일 좋은 것 중 하난데
– X: 이거 랭크를 올리고 데뷔한다? ㄷㄷ 무대 장악 스타트 라인이 달라진다는 거죠
– 김춘용: 아니 그것도 그건데
– 김춘용: 나 다른 거 원하는 거 있어
– X: 엥?
그렇게, 내가 요구한 보상이 알림의 소리를 끄는 것이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일단 그놈의 뿅 소리부터 좀 끄고 가자고.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노발대발하던 엑스의 프로필 사진은 빨개졌다가, 파래졌다가, 노래지더니.
결국은….
– X: 아오 진짜 이 말 안 통하는 놈아!!
– X: 그건 그냥 내 재량으로 해 줄 테니까 다른 보상 골라
– X: 아 진짜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 X: 야 넌 인상이 무서워서 알림이라도 좀 귀여운 걸 써야 한다고
– X: 그래서 내가 일부러 알림 안 끈 거라고!!
– 김춘용: 헛소리하지 마 이 자식아
뭐, 나는 진짜로 알림만 꺼도 좋았지만. 그렇게 됐다는 거다.
데뷔 전에 그 소리를 끄는 건 내게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서바이벌에서 종종 알림이 울리는 것도 자칫 잘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었는데, 이제 갓 데뷔한 신인 아이돌의 휴대폰에서 어처구니없는 알림이 울린다?
‘대체 뭐길래 저런 소리가 나냐’, ‘연락하는 사람이 있는 거 아니냐’, ‘요즘 신인들 군기 다 빠졌다’ 같은 말이 무수하게 쏟아질 게 뻔하다고.
하여간, 결국에는 필요한 조치였다는 거지.
데뷔를 위해서, 본격적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
그걸 위해서 보상을 잠시 킵해 둔 것도 다 의도가 있는 거라고.
“후….”
허탈한 웃음을 한 번 토해 낸 나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대강 쑤셔 넣으며 뺨을 매만졌다.
눈앞에 쏟아지는 붉은 머리카락이, 내가 또다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음을 알려 줬다.
“…….”
긴장이, 기대가.
불안이 없을 수가 없었다.
당장 숙소로 들어가서 멤버들끼리의 미묘한 어색함도 해결해야 했고, 새로운 이름의 그룹으로서 데뷔 준비도 해야 하고.
거기에다, 데뷔 후부터는 정말 본격적으로 내가 나돌던 시기의 인물들을 마주하게 되니까.
연우 형이야, 과거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멀쩡한 사람 중 하나지만….
“렉스야. 야, 렉스야. 나와 봐.”
“…매니저 형?”
“그래, 인마. 형이야. 렉스 너, 옷 멋있게 입고 나와. 형이 너 기분 전환시켜 주려고 뭐 좀 준비했다!”
“지금 굳이 나가고 싶은… 기분이 아닌.”
“야, 이럴 때일수록 다른 생각을 해야 해. 멤버들이야 온실 속 화초라서 연습밖에 모르지만… 형은 또 다르잖냐?”
‘너, 클럽 한 번도 안 가 봤지?’
그게 아닌 사람도 있다는 점.
“…….”
나는 잠깐 감았던 두 눈을 부릅, 뜨며 살짝 후들거리는 양다리에 힘을 빡 줬다.
자기 연민, 후회, 좌절 같은 걸로 쓸데없이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그 무엇보다도 지금 집중해야 하는 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라고.
실패 후 엑스가 한 번 더 나타나서 두 번 기회가 주어진다는, 꿈 같은 일이 일어날 리는 없을 테니까.
그렇게 내가 마인드 컨트롤을 마치고, 미리 불러 놓은 택시를 타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그때.
벌컥―
“야, 야! 김춘용!”
“…어? 누나?”
현관문을 열고, 출근 준비를 거의 마친 누나가 쏟아지듯 뛰어나왔다.
“와씨, 내려간 줄 알았네. 이거 챙기라고 식탁에 올려 뒀는데, 그걸 두고 그냥 가냐? 너 바보야?”
누나가 투덜거리며 내게 건넨 작은 물건.
덕분에 약간 가라앉고, 예민해질 뻔했던 기분이 풀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고마워. 진짜 두고 갈 뻔했네.”
“정신 빼 놓고 살기는, 진짜! 같이 사는 다른 애들한테 민폐 끼치지 말고, 어?”
잘해, 동생.
누나가 마지막에 남긴 말은 택시 안에서도, 숙소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내 안에 오래오래 남았다.
어, 나 잘할게.
이번에는 정말 잘할게.
그런 다짐을 몇 번이고 하게 만들며 말이다.
“…후.”
나는 나리의 고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찍었던 가족사진을 조심스럽게 지갑 안에 집어넣으며, 숙소 앞에 서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812호]가만히 문에 귀를 갖다 대 소리를 들어 봤지만,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딱히 없었다.
분명 안에서 남자 다섯이서 부대끼고 있을 텐데, 이상할 정도로 인기척이 안 느껴지는 집이라.
친한 사이면 그냥 편해서 조용하겠거니 하겠는데, 아직 우리 멤버들은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닌 상태.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단편적으로 알려 주는 증거라고나 할까.
띠, 띠, 띠… 삐빅.
나는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띠며 어제 로건에게 전달받은 비밀번호를 천천히 눌렀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보이는 익숙한 현관이 나를 다시 현실로 인도했다.
가족들의 응원도 받았고, 정신도 바짝 차렸고. 준비도 다 됐으면, 당연히….
이제 할 일 해야지?
* * *
앞으로 제논의 멤버들이 함께 살게 될 숙소에는 방이 4개 있었다.
거실 안쪽으로 둘, 부엌 앞에 하나, 그리고 화장실 맞은편에 하나.
그러나 이 중 거실 안쪽에 있는 것 중 하나는 옷방이었기 때문에, 다른 세 개의 방을 멤버 둘씩 함께 이용하라는 것이 본디 AG의 의도였다.
어차피 리얼리티 촬영을 하려면 룸메이트가 있는 게 아이돌 방송 국룰이기도 했고, 그편이 아직 어색한 멤버들끼리 친해지기에도 수월했으니까.
그러니까, 당연히 김춘용이 들어오기 전에 혼자 방을 쓰는 사람은 한 명뿐이어야만…
“어? 용용 형 빨리 왔네요?”
하는데.
‘거참.’
현관에 캐리어를 텅, 내려놓은 김춘용은 혀를 내두르며 머리를 긁적였다.
“…지화성. 너 거기서 잔 거야? 거기, 어제 보니까 자는 방 아니던데.”
“어, 음. 그게요.”
방금 막 옷방에서 튀어나온 지화성은 뻘한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다.
어느새 뿌리염색을 마친 금발은 방금 막 일어났다는 걸 티 내기라도 하듯 잔뜩 헝클어진 채였다.
“…뭐, 리얼리티 시작하면 어차피 방 같이 쓸 텐데. 그전까지 혼자 쓸 수 있으면 혼자 쓸 수 있는 게 좋죠?”
“무슨 소리야? 너 분명, [타겟팅 스타>에서 인터뷰할 때는 같이 자는 사람이 많은 게 좋….”
“아, 배려예요, 배려! 시우랑 재… 하 형이 또 잠귀가 예민한 편이라. 이렇게 잠깐 쉴 수 있을 때 제대로 쉬게 돕는 거예요, 제가.”
“―God, 춘용 형? 이제 왔네요.”
“어어, 로건.”
김춘용은 부엌에서 후다닥 달려 나오는 로건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어딘가 약간 묘한 기색의 지화성을 주의 깊게 바라봤다.
아무렇지 않은 척 부엌으로 들어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기 시작했지만….
“너 물 다 흐른다, 인마.”
“푸확! 아, 씁, 아. 수건, 수건….”
물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그냥 바닥에 뿌리는 건지도 모를 정도의 정신머리를 보면, 뭐.
아무리 좋게 쳐 줘도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로건, 너도 혼자 자?”
“No. 저는 지금 유찬 형이랑 같이 자고 있어요! 지금 자고 있을 텐데, 들어가서 춘용 형 왔다고 말할까요?”
“아냐. 피곤할 텐데, 더 자게 둬. 우리 데뷔하면 잘 시간도 없다….”
“그래도 하루에 4시간씩은 자야 건강에 좋을 텐데요! 걱정이네요.”
로건의 염려를 흘려들은 김춘용은, 턱을 매만지며 닫힌 방문들을 눈으로 훑었다.
이러면 다른 방의 사정도 대강 머리에 그려졌다.
방 하나에 손재하, 방 하나에 장시우, 방 하나에 로건과 방유찬.
그리고 자진해서 옷방으로 들어간 지화성.
‘그렇게 따르는 재하 형이 아니라 별안간 시우랑 같이 방 쓴다고 그러면 그림이 이상하니까, 일부러 옷방에 들어가는 걸 택했네.’
나름 머리를 쓴 결과물이긴 했다.
그러나 문제점은, 거기서 굳이 옷방을 택하는 모양새도 썩 그럴듯한 선택지가 아니었다는 점.
방유찬이나 로건 같은 경우에는 아직까지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서바이벌 내내 솔직히 그렇게 가깝지는 않았고, [타겟팅 스타> 촬영 당시에도 그들의 룸메이트는 다른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렇지만, 한솥밥을 먹은 지 한참 된 장시우나 당사자인 손재하라면 어떨까?
지화성 왈 ‘잠귀가 밝을’ 정도로 예민한 사람들인데, 그 미묘한 기류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그렇게 가까워야 할 셋이 뭔가 데면데면하게 구는 걸 목격한다면, 다른 둘이 눈치채는 건 시간 문제였다.
‘큰일이네, 이거.’
그러니까, 이건 돌아옴으로써 그 경계에 미묘하게 걸친 김춘용이 끼어들어야 하는 문제라는 소리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