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7)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07화
룸메이트와 함께 쓸 방을 정하는 미니 게임은 간단한 젠가였다.
으레 아이돌 리얼리티 미니 게임이 그렇듯 서바이벌 시절 인상 깊었던 일 말하기, 인디언밥, 손가락 접기 게임 같은 게 적혀 있는 그거.
“음, 좀 있으면… 쓰러질 거, 같은데요….”
“얘들아, 형은 대학까지 갔던 사람이야. 이런 건 아주 쉽게….”
와르르르륵!
“…….”
“아하하, 유찬 형. 아주 쉽다면서요. 쉬운 게 아닌 거 같은데.”
“우우, Liar.”
“유찬 형. 마지막 벌칙은 들고 온 짐 공개인 거 알죠? 빨리 캐리어 가지고 오세요.”
“이게 이러면 안 되는데, 되게 곤란하… 잠깐, 잠깐! 화성아, 형이 가지고 올게! 형이 직접!”
“뭘 빼놓을 줄 알고요!”
우리가 찍는 리얼리티가 서바이벌도 아니고, 굳이 격정적으로 몸을 써서 하는 게임을 해 봐야 20대 초반 남자들에 의해 가구가 망가질 뿐일 테니까.
부드럽게 가자는 거지, 부드럽게.
그리고 장담하건데, 차후에 방송에 더 많이 나갈 부분은 로건이 품에서 은밀하게 꺼낸 트럼프 카드로 한 포커 게임일 게 분명했다.
“어떻게 춘용이가 3번 연속으로 스페이드 에이스를 가지고 있을 수 있지? 이거 말이 돼?”
“로건. 같은 숫자 카드가 넷이라고요? 그럼 족보가… 어어? 잠깐, 이거 좀 이상한데!”
“Loser가 말이 많아요, 화성. 저랑 춘용 형은 정정당당하게 이겼다고요.”
“어, 로건… 형 손목, 에. 카드….”
“우와, 너희 정말 대단한 사기꾼들이구나?”
“Oh, 재하 형이 그렇게 말하니까 아픈데요!”
뭐, 대충….
[벌써부터 사기와 고함이 난무하는 ToZ 숙소?!] 같은 자막이 붙으려나.“하하….”
“응? 춘용아. 왜 그래?”
그 화면을 상상하며 내가 터뜨린 헛웃음에, 나와 함께 두 번째로 넓은 방을 쟁취해 낸 룸메이트가 여상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아, 그래.
이게 또 제일 중요했지.
나와 같이, 화살 문양이 그려진 쪽지를 뽑은 사람.
“…아니에요, 재하 형. 그냥, 옷방이 아니니까 뭔가 묘하다 싶어서요.”
재하 형.
“하하. 그러게, 미리 방에 들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너랑 방 같이 쓸 것 같다고 그랬었잖아.”
“뭐어… 어쨌든, 방 자체는 달라졌으니까요? 저희가 두 번째로 넓은 방이라 다행이네요. 유찬 형이랑 화성이 방은 좀 좁을 거 같던데.”
“그래도, 둘이서 재밌게 지낼 수 있을 거야. …너랑 나도.”
잘 부탁해.
나는 재하 형이 내민 주먹에 가볍게 손을 가져다 대며, 방구석에 달린 카메라 속 비칠 표정을 관리하기 위해 애썼다.
“저도 잘 부탁해요, 형.”
솔직히, 화성이랑 유찬 형이 같은 방이 된 걸 보고… 나는 로건이나 시우가 룸메이트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 그건 아마 바람이었을 거다.
내가 지금 아리송한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재하 형과 다른 방이 되어서, 한 발짝 떨어져서 관찰하고 싶다는 바람.
아무래도, 화성이 일과 관련해서 형의 숨겨진 모습을 좀 봤다는 느낌이 강했으니 말이다.
“어? 춘용이 여기서 옷 갈아입게? 과감한데.”
그렇게 내가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재하 형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한 번 더 귀를 치고 들어왔다.
나를 보며 웃고 있는 형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평온해서, 약간 긴장 중이던 내가 이상해 보일 지경이었달까.
“여러분, 춘용이가 일찌감치 몸 공개를 하고 싶다네요, 하하. 역시 몸 좋은 사람은 달라도 다른가 봐요.”
“재하 형, 그런 거 아니에요!”
…어쨌든, 재하 형은 보다시피 워낙 프로페셔널하니까 방송 분량도 잘 뽑힐 테고.
하여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야 했다.
상대방을 알고 싶으면 바로 봐야 한다는 말이 있기도 하니까.
나는 ‘아직 몸 공개는 이르다’는 말로 투덜거리며, 자연스럽게 화장실로 피신했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나를 구해 주는 건 화장실이지, 암.
그리고, 그 순간에 딱 맞춰서.
――.
요 며칠 내가 다른 일에 집중하느라 소홀히 했던 대상에게서 깜빡거리며 메시지가 도착했다.
– X: 야야 관계 신경 쓰는 것도 좋은데 말이쥐
– X: 너 데뷔 준비 잘해야 하는 거 알지? 응?
– X: 세상에 쉬운 거 하~나도 없다 렉쓰렉아
– X: 멤버들 관계도 챙기고? 데뷔 준비도 잘하고? 팬들한테 고맙다고 큰절도 하고? 아 좋아 좋아
– X: 근데 신인상도 받아야 할 거 아니야아아악!!
-X: 데뷔 무대 전에 생방송 보상 뭐 받을지 딱딱 정해 오셔 무대 하면 그거 무효화됨 ㄱㅡ
“알아, 안다고….”
나는 엑스의 재촉에 작게 중얼거리며 익숙한 연습용 트레이닝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엑스가 또 갑자기 신나서 종알거리는 게 좀 귀찮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뭐.
이제 리얼리티가 시작됐으니, 데뷔로의 길도 박차를 가해야만 했다.
그래, 어쨌든 신인상을 타려면 데뷔를 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탁―
“후….”
“춘용이, 나갈 준비 다 했어? 그럼 나도 이제 준비해야겠다. 애들 나오면 핸드캠 챙기라고 대신 좀 전해 주라.”
“네, 형. 천천히 준비하세요. 아직 시간 많으니까요.”
‘시간이 많다’는 내 말에, 재하 형은 알 듯 모를듯한 미소와 함께 화장실로 자취를 감췄다.
저 미소의 뜻은 나도 알지.
사실, 시간이 별로 많지는 않다는 거 말이야.
* * *
서울 북부 모처에 위치한 회사 사무실.
점심시간이 막 지나, 혈당 스파이크와 식곤증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는지 자는 건지 모를 그때.
연습생 김춘용의 팬… 아니.
이제 곧 데뷔할 신인 아이돌 그룹 ToZ의 메인 댄서, 춘용의 네임드 팬 늘봄미르는 신경질적으로 커서를 달칵이고 있었다.
“웹하드에 업로드 한 거 파일 확인 부탁드려요. 퇴근 전까지만 디벨롭 해서 보내 주세요.”
“네, 네에….”
그녀의 옆자리 주니어는 자기가 일을 너무 못해서 열 받은 건가, 생각하며 약간은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지금 늘봄미르를 화나게 만드는 것은 아직 배울 게 산더미처럼 많은 주니어의 일 처리 같은 게 아니었다.
한참 더 배우고도, 훨씬 더 느린 자식들이 컴퓨터 너머에 있었으니까.
‘AG, 이 미친 새끼들.’
옆자리 주니어가 모르는 늘봄미르의 인터넷 시크릿 페이지에는, 언제나와 같이 SNS 창이 자그마하게 탭으로 켜진 상태였다.
[ToZ @Targetofzenon_AG(사진)(사진)
여러분 안녕하세요? Toz입니다 ^^ 오늘 막 저희의 첫 리얼리티 촬영이 시작됐어요! 멀지 않은 시간에 예고편과 함께 만나요~ #ToZ #유찬 #재하 #춘용 #로건 #화성 #시우 #AG_ent #뮤데]
화면 가득히 채우고 있는 티오제의 사진은 이미 일주일 전에 올라온 것이었다.
당시에야 늘봄미르도 이제 드디어 애들이 리얼리티도 찍고 데뷔하기 위해서 뭘 하고 있구나! 하며 미친 듯이 기뻐했지만….
‘미친, 이것만 주고 아무것도 안 준다고? 장난해?! 개별 셀카라도 달라고! 아니면 팬덤명이라도! 어떤 팬이 지금 말라 죽어 가잖아!’
원래도 AG라는 회사가 공개 3초 전에 예고를 올리는 끔찍한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다.
“하아….”
늘봄미르는 의자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대며 죽어 가는 소리를 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됐다.
아이돌의 데뷔와 컴백은 그냥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예전에야 기사 한 줄, 뮤직비디오 예고 하나, 뮤직비디오, 앨범 발매, 음방 출연 같은 단순한 루트로 진행이 됐다만….
자기 PR과 숏폼 디지털 시대에 어디 그게 대중들에게 먹히기나 하겠냐고.
컨셉 티징, 컨셉 포토, 타이틀과 수록곡의 하이라이트 메들리, SNS와 커뮤니티에 쫙 돌아갈 프로모션까지!
준비 기간을 거쳐서, 공개되는 컨텐츠까지 알차야 먹힐까 말까 하는 아이돌 시장의 지금.
양질의, 훌륭한 데뷔를 위해서는 시간이 좀 드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느끼는 건 달랐다.
‘그래도 너무 늦어. 한참 늦다고!’
단체 사진 속 김춘용의 살짝 물 빠진 붉은 머리카락을 커서로 몇 번 쓰다듬던 늘봄미르는, 급기야 왼손 엄지손톱을 딱딱 씹으며 티오제의 차후 스케줄을 추측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최소 3주 정도 걸린다고 봤을 때, 최종적으로 데뷔를 하게 되는 날짜는 아마 한 달 반… 쯤 되려나.’
자기가 회사에서 일을 이렇게 했으면 진작 상여금을 받았을 거란 생각과 동시에, 늘봄미르는 키보드 위로 무너지듯 엎드렸다.
그녀의 생각대로라면 지금 ToZ의 데뷔 시기는 다소….
위험했으니까.
[“올해도 준비 완료” 대형 아이돌 그룹 슬레딕스, 정기 앨범으로 하반기 컴백 예고!] [슬레딕스 연우 “우리 팀에게도 이번 앨범은 새로운 도전이 될 것”] [연예 기획사 퀸스, AG 신인 남돌 저격? 그룹 ‘위즈(WEZ)’ 로고 공개] [[연예계 칼럼> 올해도 정신없는 음원 시장, 그러나 여전히 여자 아이돌이 강세?] [멘똘기이렇게살다죽긔 @mennnnheeriS2ㅇㅅㅇ… 그때 쫄린다는 말을 왜 그렇게 길게 하냐고 하신 분 멘션 지우셨네요 ㅎㅎ 진짜 쫄리는 게 누구지? 개나대 진짜 차트의 이슬로 사라질 서바남돌 빠는 주제에] [언제나 연우 @Yeonwoojung___
이번 정기 앨범도 너무너무 기대돼요 ♡ 다들 컴백 전에 예전 타이틀로 차트 점령하시는 거 잊지 마시라고 재공유 이벤트 한 번 하겠습니다!
스밍 2000번 이상 인증해 주신 분 중 랜덤으로 한 분께 정성호텔 식사권 보내 드릴게요 ♡] [남돌1타강사 @Mega_Sky11
어쩌면 슬레딕스 컴백과 데뷔가 겹칠지도 모른다고 그러지, 퀸스에서는 아예 대놓고 겹쳐서 낼 거라고 그러지.
거기에 소식 좋아하는 사람들은 신이 나서 미친 듯이 동요하고 있지.
‘괜히 춘용이 힘들게 데뷔했는데, 소리소문없이 묻히면 어떡하냐고…!’
회사에서 하라는 일은 안 하고 큰 시름에 빠진 늘봄미르는 이마를 짚으며 크게 탄식했다.
“하….”
“어어, 어.”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주니어가 한 번 더 어깨를 움찔거린 건 안 비밀.
‘내가 부족해서 속이 많이 타시나 봐. 어쩌면 좋아!’
자기 직속 사수의 예민한 모습에 약간 울음을 참아 낸 심약한 주니어는, 용기를 내 키보드를 부술 기세로 두드리는 늘봄미르에게 말을 걸었다.
“저어, 책임님. 저 1차 디벨롭한 거 방금 다시 업로드 했거든요. 제, 제가 좀 서툴 수 있지만… 말씀하신 부분은 다 처리했어요.”
“…아, 정말요? 고마워요. 일찍 줬네요.”
‘항상 열심히 해 줘서 진짜 고맙네. AG가 우리 주니어님만큼만 해줬다면 내 속이, 더, 편, 할, 텐, 데!’
늘봄미르는 주니어가 보내준 파일을 협력사에 보내기 위해, 다시 인터넷 시크릿창에 접속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이 아주 크게 뜨였다.
“…떠, 떴다.”
“네? 책임님, 방금 뭐라고…?”
제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주니어와 시크릿창을 번갈아 본 늘봄미르는 뭔가 결심한 듯 비장하게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세이 님.”
“네, 네엑!”
“그때 제가 교육해 드린 이후로, 아직 협력사에 시안 보내는 거 한 번도 안 해 보셨죠.”
“네? 어, 마, 맞아요. 아직 한 번도….”
“시간 좀 걸려도 좋으니까, 지금 한 번 해 보실래요? 제가 봐 드릴게요.”
“제가요!?”
“네. 이제 해 보실 때가 됐어요. 틀리면 제가 수정해 드릴 테니까, 오늘 한 번 해 봅시다.”
저는 세이 님 믿어요.
“그럼 전 잠시 화장실을! 시안 작성하고 계세요!”
늘봄미르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로 뛰어가 버렸다.
주니어가 기대와 불안, 막중한 책임감에 입을 틀어막았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당연한 일일까?
늘봄미르 역시, 인터넷 시크릿창 속 SNS에 뜬 한 사이트를 보고 같은 감정을 느끼느라 바빴으니까.
드디어, 수많은 이들이 기다려오던 티오제의 데뷔 예고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