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8)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08화
* * *
어거스트 연예 기획사, 통칭 AG 엔터.
솔로 가수와 배우 명가.
아이돌 그룹은 아직 제대로 성공시킨 적 없고, 기획사 규모 자체도 솔직히 따지면 중형.
그럼에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AG를 향해서 은근한 기대를 보내는 이유는 회사의 마인드에 있었다.
우리는 올곧고, 정직하며, 실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마인드 말이다.
소속사 솔로 가수들의 믿고 보는 실력, 그 무엇보다도 끝내주는 곡과 작품 셀렉.
소속 연예인을 향한 철저한 지원과 항상 최선을 다하려는 퀄리티. 갑자기 올리긴 해도 잊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는 컨텐츠.
[[AGirls> Track After: 레이디스완 – 캘린더 (타겟팅 스타 Ver.)]레이디 스완의 실패로 그 이미지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그래도 AG인데’라는 기대를 약간씩은 품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
“솔직히, 저는 회사에서 재계약 제안을 먼저 안 해 주실 줄 알았어요.”
“맞아, 나도! 그런데 단체로 미팅을 잡으시더라고요. 와, 그렇게 비싼 식당은 또 오랜만이었는데.”
“떠나고 싶으면 떠나도 된다고 말씀 주시고, 만약 남으면 원하는 걸 하게 지원해 주겠다고 하시니까….”
“저희 취향이 좀 마이너한 편이긴 하니까. 다른 곳에 가면 이런 걸 할 수 없을 거란 생각도 좀 들었거든요.”
“난 우리 팀이 나중에는 한 번 더 앨범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다들 개인 스케줄 때문에 바쁘긴 하지만….”
“언니, 저 스케줄 없어요. 레코딩 잡히면 바로 뛰어올 수 있다니까요.”
“아, 뭐래 진짜! 하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모른 척하지 않으니까.
서로를 대우하며, 예의를 지키는 것.
AG 출신 연예인들이 자신의 소속사에 자부심을 갖고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에는 그런 배경이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전폭적인 아티스트 지원과 합이 잘 맞지 않는 회사 규모의 문제로 큰 사고가 터졌을 때 감당하지 못 하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각설하고.
그렇게 이미 아티스트를 향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 주는 회사가, 자본과 훌륭한 비주얼 디렉터를 끼고 아이돌을 데뷔시킨다?
어떻게 기대가 안 되겠냐고.
“아 씨, 손. 손 떨려!”
숨 가쁘게 뛰어 화장실 칸에 들어온 늘봄미르는 급하게 휴대폰 잠금을 풀었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에 굶주렸다.
그러나 그 새로운 것이 싸구려가 아니길 바랐다.
양질의 콘텐츠, 잘 짜인 각본. 그리고 이 재미가 단발성이 아니길 바라는 기대.
이미 [타겟팅 스타>로 그 가능성을 보여 주고, 인지도를 얻은 티오제는 그 기대를 충족시켜야만 했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뭐든 좋으니까 기깔 나는 거 했기를!’
그렇게 기대 80%, 불안 20%를 끌어안은 늘봄미르가 아까 본 그 사이트 링크를 누르는 순간.
“…….”
그녀의 두 눈은 커다랗게 뜨일 수밖에 없었다.
* * *
‘Who stole the dog?’이라는 문구 옆에 있는 링크를 누르자, 자체적으로 제작한 사이트에 사진 하나가 커다랗게 떠올랐다.
미국인지, 몽골인지. 사막인지, 아니면 마을인지. 정확한 위치 파악이 어려운 장소.
상단에는 1달의 유예가 걸린, 이미 해당 날짜에 빨간색으로 X가 쳐진 달력 하나.
그리고 아래에는, 90년대쯤 자주 사용하던 티피컬한 강아지 하네스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누가 개를 훔쳤냐고? 또또 강아지에 온갖 의미부여해서 아이돌로 철학하려고 하네… 문윤하 예술병 하고는 ㅉㅉ] [⎿님 세레니아 팬 닉네임 달고 이런 게시글 올리는 거 안 쪽팔리세요? 차라리 문윤하 뺏겨서 속탄다고 솔직히 말씀하시길… 물론 저도 이해가 안 가긴 합니둥 ㅎ]
티오제의 첫 티저에는 이게 뭐냐, 옆집 다른 신인이랑 비교된다, 설명을 좀 해라 같은 반응이 마구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그런 반응이 단 한 번에 뒤집어버리는 말 역시 올라오기 시작했으니.
[님들 그거 강아지 목줄 눌러 보셨음? ㅋㅋ] [⎿뭐임? 뭐임? 뭐임? 이거 뭐임?] [⎿ㅁㅊ 나 개 잃어버린 전단지만 보면 울어서 지금도 눈물 날라 그래]그 사이트를 그냥 넘기지 않고, 여기저기 들쑤셔 본 이들의 간증글이었다.
실제로, 티징 사이트에 있는 강아지 하네스를 누르면 화면이 넓어지면서 숨겨진 내용이 주르륵 나열됐다.
[AG물산회사 @HARDWARE_storeㅁㅊ 님들 이거 사이트 내에서 목줄 누르니까 없어진 강아지 이름 뜨고, 그 강아지랑 가까웠던 사람 인물 정보 뜨는데 전부 ToZ 멤버임 제발] [이거 강아지 이름 백퍼 팬덤명이다 내 전재산을 걸고] [⎿제논×제니아 이거 공식 주식이네요] [지금 팬들이 강아지라는 거임? 그리고 그 강아지를 누가 훔쳐 가서 찾는다는 거야?] [⎿ㅆㅂ 자기들 데뷔 준비하는 동안 누가 자기 팬들 훔쳐 갔다고 찾는다고 박아 버리는 패기 미쳤고 다시 찾겠다고 원티드 박아 버린 거 미쳤고] [애들 정보 배경 이미지 찾아보니까 스카우트 단원증 같은데? ㅠㅠ 강아지 돌봐주던 보이스카웃 단원? 이거 된다 진심 된다] [⎿단원증 증명사진 빨리 그걸로 사진 뽑아서 폰케 뒤에 넣어야 돼 남친이라고 하고 다니게] [⎿와 씨 증명사진이 첫 컨포이려나 보다]
최근 아이돌들의 컨셉 티징은 대부분 SNS 게시로 이루어졌다.
앨범 프리오더와 타임 테이블, 간단한 이미지와 함께 말이다.
그러나, 티오제의 데뷔 앨범 속 비주얼 디렉을 맡은 문윤하는 그런 뻔한 방법이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빠른 접근성, 눈에 확 들어오는 이미지. 전부 좋다 이거야. 근데 그게 재밌어?”
“어, 재미요…?”
“그래. 사람들은 재미가 없으면 쉽게 질려 한다고. 계속해서 활동하는 아이돌한테는 최악이지.”
기대감을 품게 해야 해.
“이 다음에는 뭐가 나올지, 어떤 걸로 놀라게 해 줄지.”
그리하여, 문윤하가 자기 사단을 죽어라 갈아 넣으며 만든 첫 티징이 바로 이거였다.
보물찾기.
단순히 보여 주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말고, 사람들이 함께 찾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게 해라.
달칵―
[강아지를 찾습니다!이름: 제니아(Xenia)
성별: 확실하지 않음!
특징: 아주 순함, 밥 주는 사람 좋아함, 백덤플링 가능
돌봐주던 사람: 유찬 / 재하 / 춘용 / 로건 / 화성 / 시우]
달칵―
[재하나이: 21세
생일: ????/10/24
특징 1. 왼손잡이
특징 2. ????????
특징 3. ????????]
달칵―
[춘용나이: 20세
생일: ????/04/12
특징 1. 목 뒤에 흉터
특징 2. ????????
특징 3. ????????]
“…대바악. 이게 다 뭐람.”
“지화성, 너 지금 뭐하는… 아, 우리 티저 뜬 거 보고 있었네?”
“어. 이거 생각보다 좀 복잡하게 봐야 하던데요? 와 씨, 이런 걸 줄은…”
“복잡하긴 뭘. 그냥 계속 클릭만 하면 되는데. 관찰력 좋은 사람들은 벌써 다 찾아냈을걸.”
“뭐어, 용용 형이야 그렇겠지만요….”
지화성은 문윤하가 열과 성을 다해 만든 사이트를 눈으로 다시금 훑으며, 다른 멤버들의 정보도 하나씩 눌러보았다.
이름, 생일. 나이와 특징들.
처음으로 공개된 특징은 대부분 신체와 관련된 것이었는데, 어딘가 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게 대부분이었다.
“어후, 유찬 형 특징에는 쇄골에 점이 3개 연달아 있다는데요? 디렉터님이 신체적으로 특별한 거 있으면 적어서 내라고 하시길래, 뭐 어떤 걸 적어야 하나 했더니….”
“지화성 너는 뭐 적었는데 그래?”
“저는 그냥 뭐… 피곤하면 쌍커풀 풀린다고 적었죠.”
“푸핫, 너 그러면 이따가 일부러 쌍커풀 풀고 사진 찍겠다.”
“네에? 아니, 아직 그 정도로 피곤하진 않은데요? 그리고, 오늘 이거 사진 찍는 건 그냥 카메라 테스트라고 그랬잖아요!”
“그건 그렇지. 근데 일정이 빡빡하잖아? 이제 한 달 정도 남았어. 우리 곡이랑 안무 연습도 벌써 들어갔는데, 컨셉 포토 촬영 일정이라고 못 당기겠냐.”
“아무리 그래도 당장 오늘 낮에 사이트 처음 올라갔는데 무슨….”
김춘용은 제게 놀라 반문하는 지화성에게 송곳니를 씩 드러내 보이며 미소지었다.
“인마, 오늘 낮에 처음 사이트 올라갔으니까 오늘 찍는 거지. 이제 우리는 바쁘다고.”
오늘 찍는 것도.
“분명 올라갈 거야. 형이 장담한다.”
미학 광인 문윤하가 추구하는 미에는, 당당함과 자연스러움 역시 존재했다.
그 말인 즉, 이게 직접적으로 컨셉 포토라고 말하지 않아도 컨셉 포토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김춘용의 말에, 지화성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스튜디오를 둘러봤다.
촬영 장비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텝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SNS와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하는 사람들.
“…아.”
누가 봐도, 아이돌의 앨범 포토 촬영 현장이었다.
그러니까, 티오제의 첫 번째 스케줄은 시작된 후라는 거지.
* * *
“…후.”
메이크업 수정을 받아야겠다며 뛰어간 지화성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허리를 짚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한 달 남짓으로 남은 데뷔.
그동안 우리 티오제의 일정은 정말….
끔찍하게 바빴다.
회사에서 나름 배려를 해 주겠다고 일자별로 나눈 일정만 해도 그랬다.
레코딩 일정, 안무 연습, 앨범 수록 포토 촬영, 자체 컨텐츠 촬영.
“오늘, 배운 곳까지는… 다, 끝내고 갑니다.”
“배, 배운 곳까지요? 설마….”
“댄, 스 브레이크… 될 때까지 할, 거예요.”
“우, 우와아….”
“지금방유찬씨는우와라고하면안되는데….”
“…….”
연습, 연습, 연습!
“시우야. 잠은 좀 잤어?”
“어….”
“No, 어제 한숨도 못 자는 걸 제가 봤어요! 그럼 안 돼요, 시우. 말리기는 좀 그랬지만… 연습은 연습할 때만. Ok? 건강에 안 좋아요.”
“그… 러는 로건, 형도. 어제 곡 기타 연습, 하고 싶다고 계속… 헤드셋 끼고 기타, 쳤잖아요….”
“Opps. 그걸 봤어요?”
“우리, 같은 방인데… 그걸 어떻게 못 봐요?”
“아주 둘이 똑같구나, 그냥. 잘했다, 잘했어.”
이미 바쁜 일정 속에서, 더 잘하고 싶다는 욕구를 가진 이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지는 건 당연했다.
작사와 작곡이 되는 로건은 A&R팀과 함께 편곡 참여.
시우는 꾸준히 무대 동선 체크.
유찬 형은 아침 7시부터 보컬룸 출근, 화성이는 자기 몫으로 받은 랩 파트 작사.
이미 진다솔이 만들어 온 안무에, 상의 후 내 오리지널리티를 좀 섞는 나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해야 하나.
게다가, 그 모든 걸 리얼리티 카메라에 담고 있으니 편히 쉬지도 못 하는 상태.
나는 카메라 테스트를 핑계 삼은 컨셉 포토 촬영 현장으로 걸어가는 한 사람을 바라보며 혀를 쯧, 찼다.
“다음 페어요! 재하, 화성 들어가실게요!”
“네엡!”
화성이도 화성이지만, 글쎄.
역시 제일 신경이 쓰이는 건….
“안녕하세요, 티오제 재하입니다! 오늘 촬영 정말 잘 부탁드려요. 미리 감사합니다.”
역시나, 재하 형이랄까.
각자 맡은 바가 있는 다른 멤버들도 충분히 바빴지만, 재하 형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비주얼팀 현장 컨셉 회의 참여 후 멤버들에게 알려 주는 것도 재하 형, 준비 일정이 틀어졌을 때 그걸 미리 듣고 공지하는 것도 재하 형.
아직도 우리에게 붙지 않은 로드매니저 때문에, 어딘가로 이동할 때마다 회사에 연락을 취하는 것도 재하 형.
“재하 형. 형 대체… 언제 일어나는 거예요? 제가 새벽 5시에 깼을 때도 침대에 없던데요.”
“아아, 너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어. 잠깐 회사 가서 얘기 좀 듣고 올 게 있어서. 요즘 실무팀분들이 되게 바쁘신 거 같더라고.”
“무슨 얘긴데 그래요?”
“음… 나중에 알려 줄게.”
“…….”
“아, 너한테는 정말로 알려 줄 거야. 하하, 걱정하지 마.”
나를 향해서 한 배를 탔다고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언제나처럼 그 의뭉스러움을 유지하면서 너무 무리를 하는 거 같다고 해야 하나.
완전 신경쓰이는데.
나는 스텝 분들에게 빠르게 물을 돌리는 재하 형의 손을 거들며, 형의 안색을 유심히 살폈다.
아니, 여전히 잘생기기는 했는데. 완벽하게 잘생겼는데….
그리고 그런 내 시선에.
“…어?”
무언가가 걸려든 건, 우연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