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12)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12화
재하 형이 지금 이렇게까지 바쁜 이유를 대라고 하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굳이 결정적인 하나를 골라 보라고 한다면….
바로, 아직 우리에게 이렇다 할 매니저가 제대로 붙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아, 그게… 면접까지 다 마쳤는데, 최종 합격된 분과 갑자기 연락 두절이 돼서요.”
“네? 연락 두절이요?”
“네. 아마 자기 예상보다 업무가 많을 거란 생각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 지금 그 다음 후보분들한테 연락 돌리고는 있거든요? 정말 미안한데,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처음 들었을 때야, 뭐.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니까, 당연히 좀 시간이 걸리겠거니 하며 넘어가려 그랬다.
왜냐하면, 이 순간이 다 지나고 찾아오는 매니저 형이 누구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나도 좀 얼굴을 늦게 보는 게 심적으로 낫겠다고 판단한 게 좀 있었다고.
그러나.
재하 형이 이렇게 갈려 나가고 있고, 그게 형의 마음속 벽을 세우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
형이 이렇게 매니저가 할 일까지 당연히 자기가 할 일이라고 인지하고, 그게 이후에도 이어진다면 곤란하단 말이지.
안 그래도 ‘자기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찬 형인데, 그렇게 되면 어떻겠냐고.
“렉스야, 가자! 오늘 클럽에 설예은 뜬다는 말 있더라, 응?”
“어어, 형. 가는 거야 문제없는데… 이따가 시우 개인 스케줄 있지 않아요?”
“걱정 마, 걱정 마! 형이 그런 것도 손 안 써 뒀겠냐? 다 방법이 있다고. 너는 룸에서 술 마시고, 나는 설예은 얼굴 좀 보고! 빨리 나가자. 준비하고 나와!”
…매니저 형이 나랑 자꾸 술 마시러 가는 데도, 애로우즈 멤버들이 스케줄 소화를 아무렇지 않게 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을 거다.
“이건 좀 최후의 수단 같은 거로 남겨 두려고 그랬는데….”
나는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꾹 주며, 내가 지금 저지르려는 일에 대해서 잠시간 고민했다.
과연 당장에 가능할지.
그리고, 그 깐깐한 주철영 피디가 리얼리티 촬영 컨텐츠에 자기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나는 걸 괜찮게 여길지.
회사에서는 또 뭐라고 할까.
아직 데뷔도 안 한 애가 무슨 배짱으로 갑자기 일을 키우냐고 하는 건 아니려나.
하여간, 남들이 뭐라고 하든….
“…당장은 우리 멤버가 더 중요하다고, 나는.”
자잘한 것은 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한참 전에 눌러 뒀던 전화번호 11자리를 향해 통화 버튼을 누르며, 찬찬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 ――?
“어어, 나야. 잘 지내고 있냐?”
– ――! ――?
“아, 다른 거 때문에 전화한 건 아니고.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
…너 위튜브 컨텐츠거리 좀 주려고.
* * *
우리가 준비 중인 데뷔 리얼리티 촬영분 중에서는 딱 하나,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게 있었다.
대충 설명하자면…
[1. 재하 2. 시우 3. 유찬 4. 로건> [다음 중 형제가 없는 멤버는? ※ 틀릴 시 벌칙 게임!>티오제 멤버들 정보를 배경으로 한 골든벨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아직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 못 하는 멤버들이 서로 더 알아가고, 숙소에서는 할 수 없는 몸 쓰는 미니 게임을 곁들여 클립용으로 팔아먹겠다는 완벽한 의도.
그 촬영은 오늘 오후로 미루어진 안무 연습이 끝난 직후, 저녁부터 밤늦게까지 촬영될 예정이었지만….
내가 굴린 스노우볼로 인해서, 아주 조금 빠르게 시작이 됐다.
아니, 아주 조금이 아닌가?
“티오제 멤버들! 빨리빨리 움직이겠다. 어허, 굼뜨다 못해 기어 다니고 있다! 이러면 곤란한데!”
…조금 성급한 거 같기도 하고.
내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 때문에 잠시 뻘하게 서 있는 사이, 현 상황에 깜짝 놀란 로건이 제일 먼저 말문을 열었다.
“Wait, Wait. 가오옌!? 지금 여기서 뭘 하는 건가요?!”
“음? 로건. 소식이 너무 늦다. 새로운 일일 매니저가 임명됐다는 걸 아직도 모르다니!”
“What!?”
자신의 촬영 스텝 몇 명을 대동해 함께 등장한 가오옌은, 여느 때처럼 위풍당당한 표정으로 허리에 손을 척 올렸다.
“어제부로 15만 구독자를 달성한 가오옌의 새로운 위튜브 컨텐츠다. 이름하여 일일 아이돌 매니저 체험. 위튜버로서 명성을 드높인 가오옌이, 아이돌이 되기 전 염탐을 하고자 하는 의도이기도 하지.”
“염탐이라는 말을 그렇게 대놓고 해도 되는 거예요, 가오옌? 아니, 그리고! 이런 건 보통 아침 일찍부터 하고, 우리한테 미리 얘기도 좀 해 주는 게 맞지 않나? 이렇게 갑자기?”
“아니! 회사에 아이디어 결재 받고 이제 2시간 지났으니, 오히려 촬영이 이른 편이라고 봐야 한다. 화성, 아직도 모르는가? 가오옌에게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 그게 홍콩의 남자니까.”
도대체 홍콩의 남자에겐 뭐가 중요하단 건지 모를 얘기였다.
“맙소사….”
‘최대한 빠를수록 좋다’고 얘기하긴 했는데 바로 다음 스케줄부터 나타나다니.
“…크흡.”
물론 가오옌이 따로 보내 준 메시지를 보자면….
회사에서 현재 우리 팀에 매니저도 없겠다, 같은 서바이벌 출신끼리 겸사겸사 밀어보자 하는 의도가 없는 것도 아니긴 했지만.
내가 일부러 가오옌의 실행력을 믿고 저지른 일이라곤 해도, 우리 회사가 저 녀석의 무대뽀 기질을 결국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의 증명이기도 해서 속이 약간 쓰렸다.
“…오랜만이다, 가오옌?”
“음! 오랜만이다, 춘용 형. 오늘은 매니저님이라고 불러야 한다. 정확히는, 24시간 동안!”
나는 아까 나와 통화를 해 놓고도, 미리 맞춰 둔 말대로 뻔뻔하게 인사하는 가오옌과 악수를 나누며 혀를 내둘렀다.
얘는 참 언제 어디 있어도 여전하네.
[타겟팅 스타>에 출연한 연습생들 중, 가장 빨리 대중들에게 다시 얼굴을 내보인 사람은 우리 티오제가 아닌 가오옌이었다.“반갑다, 가오옌이다! 미리 말하는데,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을 안 하면 손해 보는 건 이걸 보고 있는 너다! 왜냐면 바로 보지 못 한 걸 후회하게 될 테니까!”
AG와 디지털 크리에이터 계약을 맺기 무섭게, 가오옌의 그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눈여겨보던 회사 위튜브 팀 인원 몇 명은 바로 팀을 꾸렸다.
시끄러운 가오옌의 일상 이야기, 일명 ‘노이지 보이(Noisy Boy)’ 채널.
[서바이벌에서 탈락한 연습생은 무얼 할까? 위튜버가 되지! [Noisy Boy Ep.1]>호언장담하던 마야 문명은 못 갔지만, 작은 스튜디오에 자신의 팬 몇 명을 불러 인터뷰를 진행한 가오옌의 첫 위튜브 컨텐츠는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불러 모았다.
왜냐하면….
“처음으로 [타겟팅 스타> 무대에 발을 올려 놓을 때부터 데뷔할 줄 알았다면서, 가오옌?”
“당연하다. 원래 사람은 꿈을 크게 그려야 하는 법. 이미 마인드 셋이 끝난 바, 가오옌은 데뷔한 것과 다름없이 행동했지. 그리고 보라. 이렇게 이미 스타가 된 모습.”
“어떡해, 진짜 화면이랑 똑같아. 감동적이야….”
가오옌이 팬들을 인터뷰하는 게 아니라, 팬들이 가오옌을 인터뷰했으니까.
‘스타가 팬을 인터뷰하며, 자신과 다른 삶을 조명한다’식 훈훈한 포맷을 완전히 뒤틀어 버리며 웃음을 자아 낸 그 컨텐츠는, 단 4시간 만에 위튜브 실시간 인기 동영상 2위에 오르며 가오옌을 위튜브 스타의 자리로 인도했다.
“구독자들? 반갑다. 오늘도 찾아온 홍콩의 남자, 노이지 보이 가오옌이다. 오늘은 특별한 게스트가 있다! 가오옌과 같은 회사이자, 가오옌을 이기고 데뷔한 연습생들, 티오제!”
하여간, 아웃그램 1,500만 팔로워를 달성해 본 인플루언서는 달라도 다르다고 해야 하나.
“오늘 가오옌은 일일 매니저를 명목으로 티오제를 쫓아다니면서, 그들의 데뷔 비결을 반드시 캐내도록 하겠다. 다들 잘 쫓아오도록.”
“네엡, 가짜 매니저.”
“어허, 화성. 이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돌 같으니. 매니저님이라고 불러라!”
어쨌든, 녀석이 이렇게 빠르게 결재를 받아 일일 매니저를 하겠답시고 찾아온 건 호재였다.
“아, 좀 급하게 진행된 거였군요. 네, 알겠습니다. 네에….”
지금 회사와 연락 중인 재하 형의 눈치로 보아하니, 내가 벌인 일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하고 있고.
가오옌은 엄살이 좀 심한 편이니까, 이게 잘만 시너지를 일으킨다면 상상하던 그림을 그려 볼 수도 있을 터였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재하 형이 매니저를 대신해서 해온 역할은 정말이지….
할 일이 많거든.
“부조리하기 짝이 없군! 일을 이렇게 많이 해야 한다니, 파업을 선언하겠다!”
“야, 인마! 어느 세상 매니저가 촬영장에서 그런 말을 해?!”
아니나 다를까.
가오옌이 ‘티오제 일일 매니저’라는 명찰을 달고 난 후부터는, 정말 단 한 순간도 오디오가 빌 틈이 없었다.
“촬영장에서 물을 돌려야 한다고? 가오옌이?!”
“하하, 당연하지. 원래는 우리 물도 네가 가져다줘야 하거든?”
“유찬 형.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다들 손과 발이 있어. 그럼 물 정도는 자기가 떠다 마실 수 있다!”
“그래, 그러게. 물 정도는… 우리가 마실 수도 있지. 누가 굳이 안 가져다줘도 말이야. 하하!”
이 정도면 애교다, 싶을 정도로 사소한 것부터.
“이게 새벽 스케줄? 거짓말하지 마라. 티오제는 아직 데뷔도 안 했는데, 왜 새벽부터 샵을 가야 하지!”
“그렇게 해야, 데뷔를… 하죠….”
“일리가 있지만! 가오옌은 이런 꼭두새벽에 일어나고 싶지 않은데? 매니저의 일이란 이토록 가혹한 건가?”
“I’m sorry, 가오옌. 그렇지만 저희는 아직 매니저님이 안 계신걸요! 재하 형이 그동안 우리를 도와줬어요.”
“거짓말! 한 사람이 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리가! 그건 로봇이나 하는 짓이다!”
의외로 핵심을 꿰뚫는 말까지도.
그래. 한 사람이 데뷔 준비도 하고, 스케줄 조율도 하고, 그러면서 다른 멤버들 챙겨 주기까지 한다고?
그건 가오옌 말대로 거짓말 같은 거나 다름없지.
“이제 멤버들만 촬영할 거니까, 나가 인마!”
“원래 매니저는 곁에서 지켜보는 게 아닌가? 그렇지만, 나가라면 나가야지. 가오옌은 꽤 순종적인 편이다.”
“아오, 아니, 됐다… 그래. 이 작가. 잘 찍어 놨지? 나중에 이걸로 예고편 클립 써먹어. 그게 아니면 의미 없으니까.”
“네. ‘어쩌다 찾아온 깜짝 손님?’ 같은 자막도 넣을게요.”
그렇게 가오옌이 주 피디가 이마를 짚게 만들고, 촬영장에서 누가 주인공인지 모를 정도로 활개를 치다 잠시 물러난 그때.
“헤이, 용용형.”
내게 슬쩍 다가온 지화성이 옆구리를 찔러왔다.
“왜, 인마.”
“…재하 형 얼굴 봤어요?”
이래저래 생각이 많은 표정의 지화성은, 당연한 것처럼 재하 형의 문제를 내게 물어왔다.
이정도면 거의 형 관련해서 레이더가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지만… 뭐.
어쨌든 나도 재하 형 표정을 살피고 있었던지라, 굳이 녀석한테만 그런 타이틀을 씌우기는 애매했다.
봤지, 그럼.
당연히 봤고말고.
“…….”
형답지 않게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던걸.
재하 형과 가오옌은 [타겟팅 스타> 내에서도 부딪힐 일이 잘 없는 사이였다.
같은 방도 아니야, 미니게임도 같이 안 해 봤어. 마지막 즈음에 같이 무대를 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뿐.
재하 형이, 그리고 가오옌이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턱도 없었다는 소리.
물론, 사실 같이 데뷔를 하지 않게 되었으니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지만….
“재하 형이 그럼 이 일들을 다 해 왔던 건가? 맙소사다. 가오옌은 이 참담함을 잊지 않고 얼른 회사에 건의하도록 하겠어. 빨리 매니저가 붙을 수 있도록!”
“하하, 아니야. 그분들도 바쁘실 텐데 뭐. 내가 계속하는 것도 아니고, 아주 잠깐 시간을 쓰는 거인걸.”
“아니다, 재하 형. 어불성설. 우리는 그런 걸 비생산적인 자기희생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티오제 멤버들도! 재하 형을 열심히 돕는 게 옳다!”
“으음, 마음은 되게 고맙네….”
자신과 전혀 다른 유형의 누군가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언급을 하는 건, 분명 머리를 약간 식히는 데에 도움을 줄 게 분명했다.
그리고 한 발 나아가서, 가오옌이 이런 난장판을 쳐 주는 걸로 회사에서 얼른 매니저 형을 부를 생각도 할 테고 말이다.
내가 그 형이 심적으로 불편한 것과는 별개로, 어쨌든 초반에는 일을 잘했으니까….
급한 불부터 끄자는 거지.
나는 재하 형의 꽁무니를 눈 빠져라 바라보는 지화성의 어깨에 손을 턱, 올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따가, 밤에 내가 전화하면 놀이터로 내려와.”
“…무슨 그런 말을 그렇게 비장하게 해요? 무섭게! 그리고 왜 하필 밤에, 놀이터래? 촬영 끝나고는 안 돼요?”
“엄살 부리긴. 야, 그리고 이거 촬영이 언제 끝날 줄 알고.”
내 말에 지화성은 다소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촬영 시간이라는 게 다 정해져 있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런 얼굴.
글쎄,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티오제 멤버들! 이제 스튜디오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나는 우리 멤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ToZ 골든벨!>이거, 우리가 서로에 대해 제대로 모르면 집 못 가는 컨텐츠거든.
내 말이 아직도 아리송한 건지, 긴가민가한 얼굴의 지화성을 두고 나는 스튜디오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깥에는 일일 매니저 체험이랍시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가오옌.
그리고, 발걸음 끝에는 무슨 생각 중인지 모를 재하 형.
이 촬영이 끝나고 나서, 내가 재하 형에게 예고한 대화 시간이 찾아온다면….
“슬레이트 내리겠습니다! 하나, 둘―”
무언가가, 반드시 바뀔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