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13)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13화
오랜만에 [타겟팅 스타>의 연습생들을, 아니.
이젠 아이돌 그룹 티오제가 된 연습생들을 마주하게 된 이현정은, 혀를 내두르며 그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살폈다.
나이가 제일 많은 방유찬부터 막내 장시우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다음, 티오제 중 여자 형제가 있는 멤버는? …이건 너무 쉬운데요! 용용 형이잖아요!”
삐이이─
“엥? 왜!”
“화성이 혀엉. 잘 읽어야죠…. 저기 밑에, 자기 이름부터 말하고… 정확한 답을 외치라고 적혀 있는데.”
“어, 헐? 진짜네? 나는 골든벨 같은 건 처음이라 잘 모른다고. 시우, 넌 저걸 또 언제 봤냐.”
“그냥… 형이 부주의한 건 아닌….”
“와하하! 얘도 참!”
리얼리티 제작진 측이 준비한 캐주얼한 스쿨룩은 그들에게 어색함 없이 잘 녹아들고 있었다.
단정하게 넥타이 조끼 바지 풀핏으로 차려입은 장시우도, 셔츠와 바지만을 대강 걸친 지화성도.
모두가 정말이지, 자기 캐릭터에 딱딱 맞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고 해야 하나?
‘카메라 마사지라는 게 실제로 있긴 해, 진짜.’
처음 [타겟팅 스타>에 나왔을 때만 해도, 카메라에 새겨진 연습생들의 외모에서는 약간 어색함이 느껴졌다.
‘물론 그때도 잘생겼었지, 잘생겼었는데. 신인이 항상 그렇듯이, 뭔가 미묘한 느낌.’
어떤 화면에서 자기가 잘생겼는지 모르고, 어떤 표정이 제일 어울리는지 모를 때 나오는 그런 어색함.
그러나 장장 몇 개월에 걸친 [타겟팅 스타>의 촬영이 막을 내리고, 오랜만에 만난 연습생들은 정말이지….
“…어후.”
이현정은 막 손을 번쩍 들고 정답을 외치기 위해 동그랗게 눈을 뜬 티오제 멤버 둘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똑같이 교복 셔츠의 팔을 한껏 걷어붙였지만,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로건, 정답! I mean, huh. wait. 이걸 한국말로 뭐라고 하는지가, 흠.”
로건이 좀 더 쾌활한 느낌이라면….
“잠깐, 제작진분들? 저렇게 영어 쓰면서 시간 끌어도 되는 건가요? 저거 반칙 같은데요!”
방유찬은 운동부 학생들에게서 나오는 그 건강함, 더불어 성인이 갖는 묘한 성숙미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Why not? 저는 확실히 정답을 안다고요, 유찬 형. Um, 그러니까! 춘용 형은 여자 형제가 한 명 있다! 맞죠?!”
삐이이─
“What?! Wrong answer? 그때 분명 만나 보았는데요!”
“유찬, 정답! 두 명! 춘용이는 누나 한 명, 여동생 한 명이 있다!”
딩동댕─
“아싸!”
“No way! 정말요?”
게다가, 그런 두 사람에게서도 이제 일말의 일반인의 느낌조차 나질 않았으니.
‘아이돌 다 됐네, 진짜.’
현장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도 퍽 다르지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촬영팀 스텝들도, 리얼리티라고는 해도 그때그때 약간의 디렉을 위해 스케치북을 들어올려야 하는 제작팀도.
“…….”
시선에 호감이 가득했다.
‘당연하지. 기대가 안 될 수 없어.’
앨범 준비는 완벽히 이뤄지고 있고, 벌써 티징도 시작됐으니, 조만간 그들의 컨셉 포토 촬영도 모두 마무리가 된 후에는 본격적인 프로모션만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으음….”
이현정은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가만히 침음했다.
현재 남자 아이돌 시장은 거의 양강 체제.
컨셉에서도 캐주얼에는 슬레딕스, 세계관 형성에서는 레오폴드.
두 팀이 워낙에 이미지 구축을 잘한 까닭에, 뒤늦게 데뷔한 다른 신인들은 그들에게서 떨어져 나오는 나머지 파이라도 얻어보기 위해 두 갈래로 나뉘어 힘을 쓰는 그림이었다.
그러나, 지금 혜성 같이 등장한 티오제는 처음부터 거기서 다른 노선을 타고 있었다.
서바이벌 출신이라서 캐주얼한 무대가 가능하다는 건 이미 보여 줬고….
“손재하는 만년필 꼭 왼손으로 쥐라고 하고. 뺨이랑 손에 잉크 좀 묻히고. 알아들어? 그리고 머리카락 속눈썹 안 가리게 좀 만져 줘. 너희가 하다가 안 되면 내가 하러 갈 거야. 잘해.”
“넵!”
“그리고 지화성. 쟤는 오른쪽 얼굴 각이 예쁘더라. 그쪽에 주근깨 잘 보이게 조명 좀 더 약하게 넣… 어어? 내가 쟤 쌍커풀 풀어서 오라고 안 그랬어?”
“아니, 안 피곤하면 안 풀린다고 하던데요? 갑자기 힘들게 만들 수도 없고….”
“손은 장식이니? 장식이야? 눈꺼풀 눌러서 풀어 주고 와. 빨리!”
미학 광인 문윤하의 정신 나간 마이크로 매니징 덕분에 컨셉도 확실.
리얼리티 촬영 때문에 대동한 카메라팀이 갖고 온 촬영분을 떠올리며, 이현정은 속으로 슬그머니 쓴웃음을 지었다.
‘뭐, 그렇게 들들 볶아 대서 결과물이 별로면 모르는데, 또 엄청 잘 나오니까 어쩔 수가 없어.’
하여튼, 이렇게가 이제 막 데뷔를 앞두고 있는 티오제의 현실이었다.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껏 품고, 그만큼 물 오른 폼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이제 무대 준비랑, 우리랑 같이 촬영 중인 리얼리티만 잘 마무리한다면….’
그렇게 점점 흐뭇해하는 이현정의 귓가로,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치고 들어왔다.
“씁, 오늘따라 좀 애매하구만. 별로는 아닌데. 애매해.”
이미 아주 좋은 그림에서, 굳이 티끌을 찾아내는 그 목소리.
지금 이 현장에서 그런 말을 대놓고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또 좋은 분위기에 초 치시네, 또!’
이현정은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질린 표정을 애써 주워 담으며, 침착하게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뇌까렸다.
“저는 되게 좋아 보이는데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피디님.
그리고 그쪽에는.
“아니, 뭐어. 분위기가 좋다는 건 나도 알지. 쟤네 다 아이돌 다 됐어, 그렇지? 이야, 디렉 없이는 헛소리만 하던 게 어제 같은데.”
이현정 왈 ‘초치기 위해서 아주 준비가 된 인물’인 주철영 피디가 알 듯 말 듯, 묘한 얼굴로 자기 뺨을 슥슥 매만지고 있었다.
“로건 녀석이랑 방유찬이는 말할 것도 없고, 장시우. 저 녀석도 이제 사회성 떨어지는 게 아니라 수줍은 것처럼 보이네. 지화성은… 여전하고.”
[타겟팅 스타>를 촬영하던 당시 한창 핼쓱했던 뺨은 어느새 보기 좋게 살이 올라, 남들이 생각하는 ‘아이돌 서바이벌계의 미다스 손’ 주철영 피디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근데 말야. 원래 잘하던 놈이 오늘따라 미묘하다고. 이 작가는 안 보여?”
“어….”
주철영이 언급하지 않은 티오제 멤버를 머리 속으로 그리던 이현정은, 아주 조심스럽게 이름을 입에 올렸다.
“…김춘용 군이요?”
“뭐어? 이 작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니, 오늘따라 말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거 같아서….”
“말을 많이 하는 게 꼭 중요한가? 아니, 중요할 수는 있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은 주철영은, 스튜디오 어딘가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속닥거렸다.
“근데 저렇게 중요할 때 할 일을 해 주면, 말은 많이 안 해도 돼.”
아니나 다를까.
[방유찬이 티오제 멤버가 다니기 전 다녔던 학교의 이름은?> 이라는 질문이 나오자마자.김춘용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제 옆에 앉아 있던 로건의 목에 팔을 확 두르고는 외쳤다.
“춘용! 로건은 어차피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까지 하나도 못 맞췄으니 제가 곁다리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점수 반씩 주세요!”
자연스럽게 멤버를 챙기는,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팀워크.
“No! 춘용 형, 제게 시간만 있다면 전부 맞출 수 있는데요!”
“그래, 로건의 허세는 뒤로 하고… 정답은 한국대입니다! 그것도 실음과!”
자신의 붉은 머리카락, 날티 나는 이미지와 잘 어울리게 대충 걸친 교복.
딩동댕─
“봤냐? 이게 형이야.”
거기에, 쾌활하게 웃으며 슬쩍 드러나는 송곳니까지.
“…네. 잘하네요. 아주 완벽하게요.”
“그래, 그렇다니까. 내가 말하는 건 다른 녀석이야.”
주철영 피디의 시선이 어딘가에 닿았다.
“유찬 형, 한국대 실음과 입학할 때 수석이었다면서요. 건너건너 들었는데.”
“아, 그걸 또 어디서 들었대? 민망하다, 야.”
“하하….”
방유찬의 옆에 앉아, 자연스럽게 말을 붙이며 미소 짓는 한 사람.
“…손재하 녀석. 오늘따라 묘하게 카메라에서 뜨네. 평소에는 절대 저럴 놈이 아닌데.”
“안무 연습하고 왔다니까, 피곤해서일 수도 있죠. 아직 신인이잖아요?”
이현정의 대수롭지 않아 하는 목소리에, 주철영은 혀를 쯧 차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동안 [타겟팅 스타> 할 때는 안 피곤했나? 내가 봤을 때는,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일이요? 허참, 항상 그렇게 어리짐작하는 말씀만 하시고….”
“두고 봐. 맞는지, 아닌지. 내 눈에는 다 보인다니까. 내가 방송 촬영만 몇 년을 했는데.”
“네에, 네.”
이제 최종 미니게임만 남겨 두고 있는 가운데, 주철영 피디가 막내 작가에게 슬쩍 눈짓하며 나지막히 말을 이었다.
“뭐, 하여간….”
“잠깐 쉬었다가 마저 가겠습니다!”
리얼리티 촬영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한 막내 작가, 이하준이 큰 소리로 외치자 순식간에 촬영장이 웅성였다.
그리고 덕분에.
“…곧 해결되기야 할 거 같지만.”
주철영 피디가 약간 즐거운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리는 건, 그 곁에 있는 이현정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듣지 못 했고.
“아이돌들, 물을 마시도록 해라!”
“아니, 지금 별로 목 마르진 않은….”
“이따가 목이 마르다고 매니저를 부려 먹지 말고, 지금 마시도록 해라! 미리미리 수분을 보충해! 손을 여러 번 쓰게 하면 곤란하다!”
“네, 네에…!”
일일 매니저랍시고 물을 들고 달려드는 가오옌과, 그 모습에 깔깔 웃는 티오제 멤버들의 모습이 아직 꺼지지 않은 카메라 너머로 담겼다.
그리고, 그 이후 모습은 또 다른 이의 눈에 담길 예정이었다.
* * *
“수고하셨습니다!”
우리가 약간 버벅거리거나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서 다시 테이크를 가져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미 데뷔까지 확정된 마당에, [상대방을 이렇게까지 모르는 건 좀…] 같은 악의로 똘똘 뭉친 자막이 붙을 일도 없었으니 말이다.
뭐, 그래도 ‘서로에 대해 모든 걸 알기 전까지는 숙소로 돌아갈 수 없다!’는 문구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렸다는 건 사실이긴 하지.
늦은 밤, 숙소로 돌아온 티오제 멤버들은 각각의 방법으로 피로를 풀기 위해 애를 썼다.
– 으윽, 너무, 너무 피곤해….
“유찬 형! 빨리 나와요, 저도 씻고 싶다고요!”
빠르게 씻고 바로 잠자리에 간다거나.
“Mate, 지금 바로 안 잘 건가요? 아, 안무 체크를 하려고요?”
“네에, 저도 어차피 바로 안 자니까. 로건 형… 도. 기타 만지셔도, 괜찮아요.”
“Okay. 그럼, 헤드셋 끼고 할게요!”
눈이 잠길 듯 말 듯 하더라도, 평소의 루틴을 지키려고 한다거나.
그리고, 나와 같이 방을 쓰는 사람은.
“…….”
오늘따라, 잠시 멍하니 서서 두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원래의 재하 형이라면….
촬영이 끝나고 따로 회사에 들러, 내일의 스케줄을 듣고 다른 직원들과 짧은 미팅을 하고 와야 했다.
그러나 오늘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런 일은 매니저가 하는 거라고 들었다! 매니저에게 맡기도록, 아이돌!”
“음. 마음은 고마운데, 가오옌. 이게 또 우리 데뷔랑 직접 관련이 있는 거니까….”
“나도 티오제의 데뷔에는 진정으로 관심이 있어! 그러니까, 컨텐츠로만 대하지 않고 제대로 할 생각이다!”
내가 불러 낸 조커 덕분이지.
나는 아직도 겉옷을 벗지 않고, 거울 앞에서 서성이는 형을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재하 형.”
“어, 어?”
화들짝 놀란 재하 형은, 나와 두 눈을 마주하고는 잠시 침묵했다.
그래, 형도 워낙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기억났겠지.
‘오늘까지만 우리가 하는 걸 다 지켜보고, 잠깐 밤에 이야기 좀 하자’고 내가 했던 말을.
나는 재하 형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바깥을 향해 가볍게 눈짓했다.
재하 형.
“…저한테 시간 좀 내줄래요?”
오늘 자신이 예상 못 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음에도, 거의 동요를 보이지 않았던 재하 형.
그런 형이 밖에서 내게 어떤 말을 할지는 대충 예상이 갔지만….
그럼에도, 지금 꼭.
전해야 하는 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