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17)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17화
그렇게 무드 샘플러 업로드와 티저 사이트 갱신 직후.
모든 SNS와 커뮤니티, 메신저 상단 광고판, 더 나아가서는 위튜브 광고까지 곁들인, 티오제의 데뷔 앨범 프로모션이 시작됐다.
[#ToZ_1st mini album_숨바꼭질] [제니아를 찾아 탕탕탕! 꼭꼭 숨어라, 찾는 재미가 있게♬]AG가 자랑하는 미친듯한 아티스트 지원 화력과 거기에 지지 않는 퀄리티, 이제 감히 다른 그룹과 겹친다고 할 수도 없는 컨셉.
그 덕에, 이제껏 음해하던 이들의 입이 꾹 닫힌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저기요 멘똘기이렇게살다죽긔 @mennnnheeriS2 님! 나와서 뭐라고 말 좀 해 보세요 ㅜㅜ 누가 쫄린다고? 누가 차트의 이슬이 될 서바남돌이라고?] [⎿이 사람 사이다 발언한다는 식으로 좋아해 주던 팔로워들 다 떨어져 나가니까 부리나케 계정 자물쇠 건 거 진짜 추함 ㅉㅉ] [응 니들이 뭐라고 해도 티오제 존나 성공해~ 티오제 디렉터 문윤하야~ 컨셉이랑 앨범 성의 존나 미쳤어~ 올해 남돌 신인상 이미 티오제 확정이야~] [⎿아직 위즈 티저도 안 나왔는데 이런 어그로는 ㄴㄴ] [⎿⎿ 응 일단 무드 샘플러 티오제급으로 안 나오면 비비지도 못 함~]‘제니아’라는 이름으로 추정되는 티오제 팬덤이 흥분으로 살짝 선을 넘는 발언을 해도, 다른 팬덤은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저런 달콤한 보상이라니.
‘부럽다, 미친!’
저것보다 더 나은 게 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지금.
어떤 타팀 팬이 [에궁 그래도 곡이랑 뮤비까지는 다 보고 나대시죠 ㅠㅠ] 같은 말을 하겠는가?
뭐, 게다가 지금 상황에서 그런 말을 듣는다고 해서 끄떡할 티오제의 팬덤도 아니었다.
그들의 머리속에는 이미 앨범 버전은 몇 개일지, 팬싸 응모를 위해서는 몇 장을 사야 할지, 초동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같은 다음 스텝과 관련된 것뿐이었으니까.
“…미친.”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중간중간 멈춰 가며 SNS 반응도 함께 살피던 한 여성의 입에서 욕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손은 계속해서 티저 사이트 속 장시우, 무드 샘플러, SNS를 번갈하서 확인하다가….
종국에는, 고민 끝에 위튜브 어플을 꺼 버리고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기세로 메시지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김나리: 야야야야야야 김춘용] [김나리: 야 오빠 제발 이것만 알려줘 제발] [김나리: 그래서 제니아가 팬덤명임? 아님? 걍 개 이름이야?] [김나리: 나 친구들이랑 이걸로 단체 명찰 뽑기로 했어 걍 개 이름이면 개 이름 명찰 뽑는 사람 된다고] [김나리: 내가 진짜 입 무거울 중 해서 지키고 있을게 시우의 이름에 걸고 맹세함 ㄹㅇ로]자신의 의문에 가장 빠르게 답해 줄 수 있는 당사자를 향해서 말이다.
* * *
그리고, 같은 시각.
그 메시지를 받은 김춘용은….
“내가 그걸 알려주겠냐고.”
흙먼지가 잔뜩 날리는 뮤비 로케이션 현장에서, 투덜거리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데뷔 일정이 빡빡한 만큼 해외 로케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었지만.
문윤하의 광기와, 어쨌든 아티스트 의견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는 회사 덕에 최대한으로 꾸며진 촬영 현장 말이다.
“음? 춘용아, 무슨 일이야?”
“아, 아니요. 동생한테 메시지가 와서요. …제니아가 진짜 팬덤명이 맞냐고 알려달 라던데요.”
“뭐어? 하하! 그것까지 아는 거야? 네 동생, 진짜 우리 팬이구나.”
그리고 그런 김춘용의 곁에 있던 방유찬은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들었다는 듯, 호쾌하게 웃으며 김춘용의 등을 팡팡 두드려줬다.
이목구비를 강조한 자연스러운 메이크업, 그리고 염색한 것처럼 푸른 끼가 돌 정도로 새카만 머리카락.
그 위에 베레모를 쓰고, 다른 멤버들과 달리 긴 바지를 입은 방유찬은 소년과 청년의 기로에 선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는 상태였다.
‘어후, 형은 진짜 저런 게 잘 어울린다니까. 좀 성숙해 보이는 거. 아직은 어린 편인데도 느낌이 저러네.’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두른 김춘용은, 최대한 얼굴에 올린 메이크업이 밀리지 않게끔 조심하며 뺨을 긁적였다.
“…커흠. 정확히 말하면 저 빼고 다른 멤버들 팬이겠죠. 오빠 팬이라는 동생은 못 들어봤거든요.”
“왜? 이렇게 멋진 오빠가 있으면 팬 되고 그럴 수도 있지.”
“멋진 오빠… 윽.”
김춘용은 잠시 ‘봄날의 용용이 파이팅’ 같은 슬로건을 들고 있는 김나리를 상상했다가, 저도 모르게 헛구역질을 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남매끼리는 확실하게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유찬 형. 그거 진짜 형제 없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발언이에요. 앞으로 조심해 주세요. 형과 제 우정을 위해.”
“으응? 어, 뭘 조심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알겠어!”
“넵, 좋아요. 좋습니다.”
갸우뚱거리는 방유찬을 향해 엄지를 척 날려준 김춘용은, 대기 중인 벤에 달린 거울 너머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
문윤하발 마이크로 매니징의 효과는 정말 대단했다.
너무 심하게 날티가 나서 호불호가 갈리긴 해도 잘생긴 편이었던 김춘용을, 이렇게까지 만들어 놓다니.
중간중간 검정색이 살짝 섞인 빨간머리. 그리고, 피부색에 잘 어울리는 황색 스카우트 단복.
무릎에 붙인 반창고나, 대강 묶은 듯 최선을 다해 스타일링한 머리카락도 그의 양아치스러움을 한껏 강조해 주고 있었지만….
그중 화룡점정을 찍는 것은, 귀에 달린 까만색 피어싱이었다.
“맞다. 춘용이 너 그거 진짜 피어싱이었던 거야? 나 깜짝 놀랐어!”
“아, 네. 디렉터님이 뚫어 보는 게 좋을 거 같다고 그래서요.”
“휘우, 진짜 멋있는데? 아, 나도 대학 다닐 때 미리 좀 뚫어 볼 걸 그랬나. 근데 좀 아플 거 같아서….”
“어후, 형은 안 뚫어도 멋있으니까 괜찮아요.”
진심에서 우러나온 칭찬을 몇 마디 날린 김춘용은 다시 거울 속 자신을 자세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문윤하는 멤버들에게도 아직 컨셉 속 ‘제니아를 훔친 사람’이 누군지 알려주지 않았다.
뮤비 촬영을 하는 중에도 알 수 없을 거고, 마지막에 뮤비 리액션 자컨을 찍을 때나 눈치챌 수 있을 거라나, 뭐라나.
‘…솔직히 내가 범인일 것 같은 껍데긴데.’
눈 마주치면 돈이라도 뜯길까, 김춘용은 혀를 내두르며 거울 속 자신과 눈을 안 마주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지도 한 번 보고, 카메라 보고! 눈 3분의 1 감았다가 다시 뜨고! 아냐, 그게 아니라고! 감을 듯 말 듯했다가, 어! 컷, 컷!”
“네? 눈을 3분의 1만 감는 게 대체 뭐죠?!”
“화성 씨. 아직도 나를 그렇게 모르냐고. 아, 정말 미치겠네… 누가 가서 인공 눈물 좀 가지고 와 봐. 눈망울 좀 촉촉하게 만들게.”
티오제의 데뷔곡, ‘숨바꼭질’의 뮤직 비디오 촬영이 절찬리에 진행되고 있는 지금.
“손가락이 어색해. 머리 만졌다가, 코끝으로 한 번 훑고 내려와. 그렇지. 감독님, 이대로 포징 갈게요.”
“윤하 씨.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말이야. 화성 씨 머리 옆에 살짝 땋은 거 넣어도 예쁠 거 같은데? 워낙 이목구비가 깔끔해서 그런 양념도 조금은….”
“아뇨, 과해요. 원래 19세 남자아이들은 머리 땋고 그런 거 안 한다고요. 무조건 생머리예요. 비누 아니고 샴푸인데 린스는 안 한 그런 머리. 금발이라서 더 그래야 돼. 감독님 혹시 감 떨어지신 거예요? 아니죠?”
“어, 어. 그래. 아, 알겠어! 그대로 가자!”
미학 광인 문윤하의 진두지휘에 약간 딜레이가 되나 싶긴 했지만, 어쨌든 그녀의 니즈를 맞추다 보니 화면은 기가 막히게 뽑히고는 있었다.
자, 이쯤에서 현재 티오제의 상태를 한 번 짚어 볼까.
노래? AG와 천재 소년 로건의 콜라보답게 좋아.
춤? 진다솔과 김춘용이 영혼을 갈았어.
프로모션? 말해 뭐해.
멤버들과의 관계? 아직 좀 긴가민가하지만… 이제 데뷔는 무사히 할 수 있을 정도.
그러니까.
‘드디어 뭔가… 제대로 되고 있네.’
아주 간만에 무언가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김춘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이쪽 업계 특성상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는 뭐가 달라져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들은 게 있거든.’
김춘용은 제 기다란 손끝으로 차에 달린 거울을 슥, 문지르며 침음했다.
“그동안 정말 죄송했어요. 오늘 뮤비 촬영 끝나고 픽업하러 가는 건 로드가 가게 될 거예요. 저희가 이걸 어떻게 사과드려야 할지….”
“아, 아니에요. 뭐, 면접 보고 도망간 사람을 어떻게 하겠어요! 하하, 정말 괜찮습니다.”
“아니에요.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다른 회사에서도 못 뽑게 만들어야죠. 사회 생활이 장난도 아니고.”
“우, 우와아….”
“저희 회사한테 한 번 지랄한 놈은 끝까지 밟아 줍니다. 그게 AG의 방식이에요.”
아마 높은 확률로, 이따가 티오제를 픽업하기 위해 찾아올 매니저가 렉쓰레기와 유흥을 즐기던 ‘그’ 매니저일 거란 것.
“후….”
그의 허허실실 웃는 호감형 얼굴을 떠올린 김춘용은 끙, 하고 가볍게 앓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절대 같이 못 가지. 내 주제에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지만, 술이랑 여자 좋아하는 건 쉽게 안 바뀌어. 그 형은 이번에도 그럴 거야.’
꽐라, 렉쓰레기, 알코올 중독자 악성 멤버 김춘용이 이번 생에 와서 술을 단 한 번도 안 마실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그 전의 김춘용은 취하는 걸로 모든 걸 잊고 싶었던 거지, 술자리 자체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매니저는 달랐다.
술자리가 주는 흥겨움. 그리고 피부 아래 근육과 피가 알코올로 달아오르면서 느껴지는 노곤함.
그리고 김춘용을 데리고 다님으로써 만날 수 있는 여자 연예인을 보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
그게, 김춘용을 알코올 중독자로 이끈 매니저의 특징이었다.
‘…그걸 모르고, 나를 신경 써 주는 거라고 생각했지.’
그러나, 아직 대뜸 회사 측에 ‘이 사람은 멤버들 데리고 술이나 마시러 갈 거 같다’는 관상학적 발언을 해 봐야 먹히지 않을 터였다.
‘건수를 만들든가, 건수를 잡거나 하나는 해야 할 텐데. 아, 진짜!’
그리고, 김춘용이 미간을 찌푸리며 무릎 사이에 얼굴을 박아넣기 직전.
툭―
“어어. 안 되지, 춘용아. 얼굴 좀 펴. 하하, 너 이따 그러면 디렉터님한테 혼난다?”
곁에서 김춘용의 그런 모습을 모두 지켜보던 방유찬이, 근사한 웃음과 함께 그의 이마를 툭 건드렸다.
“…생각이 많구나, 너?”
“어, 음. 그러니까… 네.”
순간 살짝 당황한 김춘용이 더듬더듬 말을 고르자, 방유찬은 눈동자를 한 번 가볍게 굴리고는 혀로 입술을 훑었다.
이 좋은 순간에 쟤가 왜 저러지, 같은 생각을 할 법도 하건만.
바깥에서 사회 생활을 해 보는 걸로 사회성과 대범함을 동시에 겸비한 방유찬은, 김춘용의 속을 긁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그의 기분을 풀어줬다.
“뭐, 네 일을 굳이 캐묻기는 조금 그렇지만 말이야! 너 그러는 거 얼굴이랑도 안 어울리고, 또….”
이따가 있을 촬영이랑도 안 어울리거든?
“그러니까, 같이 힘내자. 뭐든 말해주면 도와줄게. 야, 내가 리더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형이잖아?”
“…유찬 형.”
방유찬의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멋진 배려, 그리고 상냥한 말에 김춘용은 두 눈을 끔뻑이다가 곧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때문에 미리미리 걱정하는 건 그저 스트레스만 유발시킬 뿐이었다.
그러니, 당장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고마워요, 형. 진짜 이래서 사람이 대학을 나와야 하나….”
“뭐어? 와하하, 너는 진짜…!”
김춘용은 방유찬의 높은 웃음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카시트에 몸을 기대며,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그래. 지금은 당장 코앞에 다가온 일만 준비하면 됐다.
예를 들어 다다음 차례로 예정되어있는 자신의 뮤직 비디오 촬영.
그리고.
[ToZ 멤버들 리얼리티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촬영! 데뷔 전 마지막 여행을 멤버들과 함께 즐겨 봅시다 ( ˆoˆ )/]데뷔 전.
티오제 멤버들의 속마음을 듣고, 잘 하지도 못 하는 요리도 함께 하며 진행될 우당탕 리얼리티 캠핑 같은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