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2)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2화
* * *
다음 날 아침, 식당 앞에서 내 퀭한 눈 아래를 본 유찬 형은 배를 잡고 웃어 대며 내 등을 두드려 줬다.
“아, 어헉, 배 아파. 뭐… 그래서, 결국 방 친구들이 전부 너를 형이라고 부르게 되긴 했어?”
“한 명 빼고요.”
“한 명이 누군데?”
“료타요. 아니, 계속 저를 아니키라고 부르더라고요. 어디서 뭘 보고 온 건지….”
“하하! 와, 너희 방 진짜 재밌겠는데? 지루할 틈이 없겠어.”
“어휴, 됐어요. 형 방은 어땠는지나 말해 줘요.”
내 툴툴거림에 유찬 형은 뭔가 고민하며 눈동자를 굴리더니, 내게 어깨동무를 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형도 복도에 걸려 있는 카메라를 슬슬 의식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음, 그게 좀… 살벌하더라고.”
“…살벌이요?”
나는 유찬 형이 자기와 같은 방을 쓴다고 알려 준 사람들을 떠올렸다.
공민호와 안진우, 그리고 한상우라고 그랬지.
한상우가 아마 16위였나, 17위였나 했을 거다.
AG 연습생 하나에, 다른 소속사에서 온 연습생이 둘. 다들 그렇게 잡음이 있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근데 이 멤버로 살벌하다고? 대체 왜?
“그냥, 뭐… 처음에 같이 잘 얘기했거든? 근데 12시 지나고 카메라 꺼지니까, 다 등 돌리고 자더라고. 나는 얘기 좀 더 했으면 했는데 말이야.”
“아아….”
이건 유찬 형이 아직 연습생 생활만 해 온 온실 속 화초들의 특징을 잘 몰라서 그런 거였다.
아이돌 연습생들은 어쩔 수 없이 일반인들과 감성이 다르다.
제한된 환경 속에서 항상 비슷한 유형의 인물들과만 부대끼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서바이벌이라는 환경 속에서 예민해져 있는데, 굳이 더 친해질 필요를 못 느끼는 사람에게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겠지.
근데 바깥에서 열심히 잘 살아오던 유찬 형에게 그건 굉장히 이상해 보였던 거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예전의 나도 원래는 그랬다.
지금의 생존형 사교성은 이전의 악성 멤버 시절, 매니저 형 따라 술 마시러 다니면서 체득한 거다.
술 게임을 연속으로 10번이나 했더니 없던 사교성도 갑자기 생겨났더라지.
“아 렉스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아 모르면! 마시면서! 배우는! 랜덤! 게임!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아아아악!”
…이걸 그 빌어먹을 매니저 형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지, 지옥에서 만나자고 해야 할지는 긴가민가하지만.
“춘용아. 너 주먹을 왜 쥐고 그래? 뭐 화났어?”
“아, 아뇨! 그런 게 아니고… 음.”
나는 형에게 그런 사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는 대신, 다른 정보를 돌려서 알려 줬다.
“형도 앞으로는 카메라 꺼지면 그냥 자요.”
“으응?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어?”
“왜냐하면….”
앞으로는 자고 싶어도 못 잘 수도 있거든요.
* * *
식사와 간단한 메이크업을 마친 아침 9시.
18명의 연습생은 제작진의 안내에 따라 모두 1층에 있는 댄스 연습실로 모여들었다.
“Oh, 춘용 형. 옆에 앉아도 돼요? 자리 있어요?”
다국적 플랫메이트 4명 중 가장 먼저 김춘용에게 ‘형’ 소리를 시작한 로건이 자연스럽게 김춘용의 곁에 섰다.
어찌나 조심조심 착하게 다가오는지, 그 큰 키 뒤로 대형견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아니, 없어요. 앉아도 돼.”
“Oh, cheers. 헉. 춘용 형, 이거 다 먹었어요? 이거 진짜 맛없던데.”
“어어… 로건. 그거 안 먹을 거면 앞으로 그냥 나 줘.”
김춘용은 로건의 손에 한가득 들려 있는 초코바를 낚아채며 작은 목소리로 알려 줬다.
“그리고 너 다음부터는 그런 거 소리 내서 말하지 마라.”
“에? 왜요? 이거 진짜 맛없.”
“이거 협찬이야.”
“…Gosh.”
자본주의를 아는 영국인은 곧 머쓱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매만지며 김춘용의 곁에 앉았다.
미리 그 반대쪽을 선점하고 있던 방유찬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로건에게 말을 걸었다.
“오, 네가 로건? 안녕. 나는 방유찬이야.”
“와우. Hi, 유찬. 춘용 형보다 나이 많아요, 적어요?”
“나? 나는 춘용이보다 나이가 많지. 난 스물두 살이야.”
“그럼 유찬도 형이네요. 유찬 형이라고 할게요.”
저에게도 꼬박꼬박 형이라고 잘 얘기하는 로건을 보며 방유찬은 김춘용을 감탄 어린 눈을 바라봤다.
“너 진짜 열심히 가르쳐 줬구나. 로건이 나한테도 형이라고 하는데?”
“제 다크서클이 다 어디서 왔겠어요.”
“Dark circle? 춘용 형, 어디요?”
“로건, 네가 만들어 줬잖아요.”
옹기종기 모여앉은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들이 그런 실없는 소리를 하는 사이.
연습실 앞문으로 누군가가 짠, 소리를 내며 등장했다.
“연습생 여러분들, 식사는 맛있게 하셨나요? 또다시 나타난 여러분의 MC, 최가온입니다!”
프롬프터에 [연습생 일동 박수와 환호>가 떠오르자, 이제 슬슬 방송이 익숙해진 연습생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최가온에게 뜨거운 환호성을 내질렀다.
“쉿, 쉿. 이런 거 안 해도 돼요!”
자연스럽게 너스레를 떤 최가온은 큼, 하고 목을 가다듬고는 이어 말했다.
“저는 오늘 여러분이 공연하게 될 단체곡에 대해 알려 드리기 위해서 나왔답니다. 다들 궁금하시죠?”
“네에!”
프롬프터는 쉬지 않고 연습생들에게 리액션을 요구했다. 방송의 세계란 이토록 심오했다.
“여러분의 단체곡은 바로바로… 이번 타겟팅 스타의 간판곡이 될 노래, ‘Aiming’입니다!”
Aiming.
한글 뜻은 조준.
[타겟팅 스타>라는 프로그램 컨셉을 확실히 잡고 가고자 도재찬이 AG의 A&R팀을 갈아넣은 오리지널곡.‘진짜 대박 컨셉충….’
연습생들이 그 지긋지긋함에 혀를 내두를 때즈음, 연습실 앞에 있는 화면에 진다솔과 그의 크루 멤버들이 등장했다.
그러곤 오토바이가 시동을 거는 듯한 배기음이 쾅쾅 울리더니, 곧이어 흐르는 메탈을 살짝 가미한 일렉트로닉 팝의 비트에 맞춰 그들이 일사불란하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빛나는 도시, 시끄러운 사람들
그렇지만 여기에는 오직 너와 나
You & I
그중 가운데에 있는 진다솔의 춤사위는 아주 간단하고 가벼워 보였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춤을 춰 본 적 있는 연습생들은 그의 동작 하나하나가 얼마나 완급 조절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 세상에 우리를 겨눠
모두의 심장을 조준할 때야
Aiming, Aiming
지켜봐 누가 쏘는지
Aiming, Aiming
강렬한 하이라이트 이후 고난도 동작으로 이루어진 댄스 브레이크. 숨 쉴 틈 없는 곡 전개.
‘저게… 내가 처음으로 부르게 될 노래.’
연습생들은 서서히 입을 벌리며 그 곡에 완전히 매료됐다.
그리고 곧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여러분, 다들 잘 보셨나요? 저도 노래가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지 뭐예요! 제가 부르고 싶을 정도라니까요. 타겟팅 스타 대박날 거 같아요. 나도 이걸로 데뷔할걸!”
최가온이 텐션 높게 방송용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진심인 듯했다.
그의 눈에 묘한 부러움이 담겨 있었으니까.
“큼, 하여튼… 저는 여러분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한가지 의문을 알고 있답니다.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계시죠?”
왜.
“18명이 아니라 6명이서만 추고 있는 거지?”
그래. 바로 연습생들의 머리를 맴돌던 의문이 그거였다.
연습생들은 총 18명. 그러나 화면 안에 등장한 진다솔의 크루는 6명.
6명이 연계해서 이어지는 무대 구성이 많았기에, 18명이 추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는 코레오그래피였다.
최가온은 흐흥, 하고 웃음을 짓고는 활짝 웃으며 얘기했다.
“그 이유는, 여러분 18명이 각각 3팀으로 나눠져서 경연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무, 뭐? 단체곡을 3팀이서 나눠서 한다고…?”
누군가의 시킨 것 같은 리액션에, 최가온이 자신의 잘 정리된 손가락을 앞으로 내밀며 6을 그려냈다.
“[타겟팅 스타>를 통해서 데뷔하는 인원은 6명. 그리고 6명이나 되는 남자 아이돌에게는 제일 중요한 건 팀워크예요.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완벽한 무대가 나올 수 있는지, 어떻게 소통을 하고 맞춰 나가는지. 이게 이번 경연의 핵심 내용이랍니다.”
빠르게 말한 최가온은 숨을 한 번 고르고는 이어 말했다.
“그럼 팀은 여러분 마음대로 짜는 걸까요? 아니죠! 그렇게 쉽게 짤 수 있다면 타겟팅 스타가 아니죠. 우리 똑똑한 제작진 여러분은 다 생각이 있답니다.”
카메라 너머로 주 피디가 우쭐거렸다. 저런 대본으로라도 스스로 얼굴에 금칠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자, 여러분은 모두 자기 기본 등수를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엄청 커다란 전광판에 떴으니까요. 그렇지만, 각 멘토분들께서 어떻게 점수를 주셨는지는 모르고 계시죠?”
최가온이 사악하게 미소 지었다.
“바로 지금! 여기서 공개합니다!”
“…허어억.”
연습생들 사이로 적나라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때만을 기다려 왔다는 듯, 카메라맨들이 경악한 연습생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기 시작했다.
아까 진다솔과 그의 크루가 춤추던 화면 안에는 연습생들의 이름과 함께 각 멘토들이 채점한 점수들이 붙어 있었다.
“이제, 여기서 제일 높은 점수를 받은 3분께서 각각 득점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자신과 함께 단체곡의 무대를 꾸릴 멤버 5명을 뽑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손뼉을 짝, 부딪힌 최가온은 상큼한 목소리로 마무리를 지었다.
“자, 그럼 이제 팀을 짜 보도록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