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3화
자기 팀을 뽑기 위해 다른 두 명과 최가온 옆에 서게 된 지화성은 최선을 다해 표정 관리를 해야만 했다. 속마음이 들키지 않도록 말이다.
‘개같네.’
드러나면 큰일날 테니까.
재하 형과 함께 상위 3명 중 하나가 되어서 마냥 기쁘기만 했는데, 이런 방송사의 트롤짓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점수 순서대로 한 명씩 뽑는다고? 누구 마음대로?’
물론, 주 피디 마음대로였다.
지화성의 총점은 308점으로 3위. 세 명 중 마지막이었다. 그렇다는 소리는 앞의 두 명이 먼저 멤버 선택권을 갖는다는 뜻이었다.
“손재하 연습생이 먼저 5위의 장시우 연습생을, 그리고 류웨이 연습생이 4위의 안진우 연습생을 뽑았네요! 자 이제 지화성 연습생의 선택만이 남았는데요. 과연 어떤 연습생을 뽑게 될까요?!”
최가온의 진행에 하하, 하고 웃는 지화성의 이마에 힘줄이 솟았다.
‘아, 진짜 열받네. 이렇게 되면 나 빼고는 그냥 그런 놈들을 뽑게 되잖아.’
지화성의 눈동자가 자신이 믿고 따르는 형, 손재하를 향했다.
‘차라리 내가 4위나 5위를 받았다면 재하 형이 나를 뽑았을 텐데…….’
시선을 느낀 손재하는 지화성을 향해 방긋 웃어 주며 입모양으로 ‘웃어’라고 외쳤다.
그 든든하고도 다정한 얼굴을 본 지화성은 정신을 번쩍 차리며 어깨를 폈다.
아, 나 데뷔하러 온 거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런 고비까지 잘 넘겨야 자신이 좋아하는 재하 형이랑 같이 데뷔를 할 수 있는 거였다.
지화성은 안정을 되찾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제대로 골라야 해. 최대한 손해 보지 않는 방향으로.’
이제 남은 유일한 AG 연습생은 AG 글로벌 연습생인 리밍쉔.
그러나 리밍쉔과 지화성은 거의 교류가 없다시피 했다. 애초에 AG 글로벌 연습생들과는 말도 잘 안 통하니까.
한국어를 배우려는 의지가 거의 없다고 해야 할까?
객관적으로, 득이 되지는 않을 거다.
‘그럼 내가 선택해야 할 사람은….’
마음을 굳힌 지화성은 남몰래 이를 한 번 악물고는 밝은 목소리를 꾸며냈다.
“아! 저는 이미 뽑을 사람을 처음부터 정해 뒀습니다.”
“오, 혹시 누군지 말씀하시기 전에 힌트를 주신다면요?”
“아무래도, 저희 18명 중에 제일 독특한 평가를 받으신 그분… 이요.”
지화성의 사탕 발린 말에 최가온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독특한 평가를 받은 사람.
지독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아이돌 서바이벌에 독특한 평가가 뭐 있겠냐마는, 여기 18명 중에는 그런 사람이 분명 있었다.
“지화성 연습생만 괜찮다면, 제가 그분의 이름을 불러봐도 괜찮을까요?”
“아, 네. 물론이죠! 근데 이랬는데 틀리면 어떡하죠?”
“하하, 그럴 일은 절대로 없죠. 그러니까―.”
잔뜩 신이 난 최가온은 그 상대의 이름을 목소리 높여 불렀다.
민시영이 준 0점과.
“6위의―.”
진다솔이 준 100점이 공존하는.
“김춘용 연습생! 앞으로 나와 주세요!”
김춘용을.
* * *
팀의 리더인 지화성이 무언가를 준비하러 잠시 연습실을 비운 사이.
나는 최종적으로 결성된 팀원들의 얼굴을 살피며 기묘한 데자뷔를 느꼈다.
“…저희 그럼 리더 기다리는 동안 가볍게 자기소개라도 하고 시작할까요? 제 이름은 김춘용이고, 20살인데.”
어째서….
“춘용 형 다음은 내가 하겠다.”
“Oh, 그럼 가오옌 다음에는 my turn. 준비됐어요.”
익숙한 거냐고.
“하하….”
나는 양손을 부여잡고 열심히 자기소개하는 영국인을 보며 헛웃음을 터드렸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나는 로건과 가오옌이라는 다국적 플랫메이트들과 팀마저 공유하게 되었다.
4명 중 셋이 같은 팀이 되다니. 이래도 되는 거야?
제작진의 농간 같은데, 이거.
물론, 나의 그런 의견을 반박하는 다른 면면도 있었다.
“서빈이에요. 성이 서, 그리고 이름이 빈. 저도 20살이고… 열심히 할게요. 무조건.”
여기 비장한 얼굴의 서빈이라든가.
얘는 다른 기획사 출신의 연습생이었는데, 너무 이름값 높은 심사위원들 앞에서 긴장했을 뿐, 이후 무대는 그럭저럭 잘해 내서 [타겟팅 스타>에서 떨어진 후 솔로로 데뷔한다.
강단이 있다는 거지.
‘저기, 렉스야. 내가 너랑 같이 서바이벌 한 정이 있어서 얘기하는 건데… 너 그렇게 술 마시다가 진짜 병 걸려서 죽어. 지금 생방 5분 전인 건 아는 거지?’
악성 멤버로 이름을 떨친 나와 술 한 번 안 마셔 본 인물이니 믿어도 된다.
“오, 그럼 춘용 형과 동갑이다.”
“음? 맞아요.”
“그럼 형이다. 반가워, 빈 형.”
“비, 빈 형…?”
“이름 빈이랬잖아. 빈에 형을 붙이면 빈 형이다.”
“그, 그러지 말고 그냥 서빈 형이라고 불러도 돼. 어감이 좀 이상해서….”
“What? 한국에서는 성이랑 이름을 같이 부르면 rude한 거라고 그랬는데요. 저도 빈 형이라고 부르겠어요.”
“아냐, 굳이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
게다가 저 다국적인들과 죽이 잘 맞는 걸 보니 확실히 성격도 좋은 녀석 같고.
한참을 가오옌과 로건 사이에서 굴려지던 서빈은 제 뺨을 살짝 상기시키며 내게 다가와서 다시 인사했다.
“그, 안녕. 춘용…이. 춘용아. 우리 동갑이니까, 말 놓아도 될까?”
나는 서빈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연하지. 이번에 같이 잘해 보자, 빈아.”
“어어. 진짜 열심히 할 거야. 나 이번에 등수 받고 충격 좀 많이 받았거든. 근데….”
나와 잘 이야기하던 서빈이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뒤쪽에다가 시선을 줬다. 자연스럽게 그걸 따라 보던 나는 아, 하는 박 터지는 소리를 내야만 했다.
거기에는.
“짜, 짜증 나, 진짜….”
11위라서 이미 멘탈이 털려 있는데, 거기에 또 자기와 사이가 안 좋은 나, 그리고 지화성과 같은 팀을 하게 된 김주안이 제 무릎을 끌어안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도 놀라긴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지화성이 김주안을 뽑다니 말이다.
뭐, 굳이 이유를 찾아 보자면….
원래 10위였던 내가 이번에는 6위가 되어서인지, 예전과 다르게 순서가 조금씩 밀리면서 등수가 뒤죽박죽으로 섞인 것이려나.
원래 7위였던 김주안은 같은 소속사 출신인 나와 비교되어서 11위로 밀려나고, 그러면서 선택권이 크게 없던 지화성의 수중에 김주안이 떨어진 거겠지.
“진짜, 아… 하나도 맘에 안 들어….”
“으음, 계속 저러고 있으면 안 좋을 텐데.”
김주안의 짜증섞인 목소리, 그리고 서빈의 곤혹스러워하는 신음성에 나는 고개를 까딱이며 머리를 굴렸다.
전에야, 같이 퀸스 기획사에서 고생했던 일말의 정으로 조언을 해 줬지만, 이제 경쟁 상대가 된 상황에서….
김주안의 저런 짓을 굳이 어르고 달랠 필요는 없지, 내가.
“빈아, 잠깐만.”
“어, 어? 그래.”
나는 서빈에게 고갯짓으로 인사하고, 김주안에게 와락 다가가서 어깨 동무를 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카메라에 아주 크게 담길 정도로 말이다.
“야, 김주안. 너 왜 그래? 배고프냐? 나가서 라면이라도 먹고 올까?”
“…뭐라는 거야?”
내 이런 살가운 태도에 김주안은 나를 귀신처럼 쳐다보며 대놓고 경멸해 댔다.
얘는 지금 카메라 돌아가고 있다는 의식이 있는 걸까, 없는 걸까.
나는 슬쩍 고개를 아래로 숙이며 김주안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괜히 툴툴거리는 거 방송 타서 욕먹지 말고 그냥 잘하자, 어?”
“―!”
김주안은 내 어깨동무를 풀어 내며 기겁을 했다.
“너, 너. 뭐야. 너 왜….”
지화성 같이 얘기해?
김주안이 입모양으로 뻐끔거렸다.
나는 김주안의 빠른 눈치에 솔직히 감탄했다. 솔직히, 얘가 이걸 알아챌 줄은 몰랐거든.
‘형. 술 취해서 흐느적거리는 거 방송 타서 욕먹지 말고 그냥 빠지든가 해요, 네?’
나름 지화성이 이번에 나를 뽑아 준 김에 따라 한 건데. 물론 김주안보다는 내가 더 구제불능이었다.
난 굳이 무대에 올랐다가 댄스 브레이크 부분에서 토했으니까.
…어쨌든, 그걸 입 밖으로 안 꺼내고 입모양으로만 했으니까 김주안도 정신을 차렸다는 소리겠지.
“네가 스스로 이미지 말아먹는 건 상관없는데, 팀에 민폐는 되지 말라고.”
“…….”
내가 대충 말을 마무리하고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연습실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여러분의 화성이가 돌아왔습니다!”
출연자들 중 가장 큰 키, 새하얀 얼굴 위로 멋대로 휘날리는 금발, 열정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눈 위에.
어디서 구해 온 건지 모를 뿔테 안경을 낀 지화성 말이다.
“자, 자. 가사지 하나씩 받으시고. 안무 볼 수 있게 테블릿 받으시고. 아, 제가 사 온 음료수도 받으시고.”
지화성은 멤버들의 손에 이것저것 쥐여 주며 요란스럽게 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주안은 퍽 당황스러운 얼굴이었다.
얘 성격이 원래 이랬나?
딱 이 표정.
김주안이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면, 김주안과 달리 지화성은 머리가 꽤 좋다는 점이었다.
“영상 바로 틀게요! 저희 무대 준비 시간이 길지 않으니까, 집중해서 보시죠, 예?”
자기 성격을 언제, 어느 때 드러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가면을 쓸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는 화끈하게 지옥의 주둥이를 쓰는 사람.
그게 지화성이었다.
짧게 말하면 공과 사를 잘 구별하는 인물이랄까.
다른 건 몰라도, 아이돌이라는 ‘직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뽑으라고 하면 나는 바로 얘를 뽑을 수 있다.
물론 가끔 자기 성격에 못 이겨서 버럭버럭 화를 내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게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딱히 사건이 없다면, 그 성격을 드러낼 일도 없을 테고.
“자아, 다들 안무랑 가사 한 번씩 보셨을 텐데. 이제 저희 파트 분배를 한 번 해 볼까요?”
내가 추억에 젖어 있는 사이, 지화성이 랩파트에 줄을 왕창 그어 내며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다 아시겠지만, 저는 랩을 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이 중에서는 랩을 하시는 분이 별로 없으니까… 괜찮다면,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제가 가져가고 싶은데.”
그러자 가오옌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뒤에 더블링이랑 서브로 주고받는 부분 내가 하고 싶다.”
“어, 더블링이요? 음, 체크 해 둘게요.”
가오옌의 말을 시작으로 하나둘 손을 들며 자기가 하고 싶은 파트를 이야기 했다.
서빈은 도입부와 2절 브릿지, 로건은 2절 벌스.
나는 댄스 브레이크 센터만 가져갈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했고, 나의 첫 무대를 기억하고 있는 대부분의 멤버들이 동의했다.
그러니까, ‘대부분’이.
* * *
이현정은 잘 쥐고 있던 볼펜으로 질문지를 톡톡 두드리며 흐뭇한 얼굴로 웃었다.
“김주안 연습생.”
잘 되어 가는 아이돌 서바이벌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게 무엇이냐, 라고 누군가가 물었을 때, 이제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건 바로….
“파트 분배 중에 약간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갈등이다.
“그, 그게요오….”
이미 한바탕 쏟아 내고 온 건지, 눈시울이 불거진 김주안은 고개를 다시 한번 푹 숙이며 말을 골랐다.
평범한 20살 남자가 하기에는 너무 가련한 행동이었지만, 김주안은 본인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귀여운 외모라 그게 꽤 잘 어울렸다.
“저는 그냥, 모든 연습생들한테 공평한 기회가 있지 않나 싶어서 얘기를 꺼내 본 건데.”
가오옌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 사람이가 떼를 썼다.”
“…떼를 썼다고요? 가오옌 연습생. 그런 말은 누가 가르쳐 줬어요?”
현정의 두 눈이 커지는 걸 보고도 가오옌은 쉬지 않고 입을 놀렸다.
“그래. 떼. 가오옌의 한국어는 가오옌이 알려 줬어. 한국어 번역기를 사용해서 ‘떼쓴다’라는 문장을 알았습니다. 김주안, 그는 무작정 자기도 댄스 브레이크 센터가 하고 싶다고 했다.”
서빈은 살짝 지친 표정이었다.
“이게 또 저희 오리지널 송이잖아요. 파트 많이 가져가고 싶은 거? 이해하죠. 근데 한 마디도 안 하고 있다가 그러니까 조금, 당황스러웠다고 해야 할까.”
“김주안 연습생은 다른 팀원들이 자기 말을 안 들어 줬다고 하던데요?”
“예? 저희가요? 어… 꿈꾼 거 아니에요?”
지화성은 제 샛노란 머리를 한 손을 탈탈 털며 고저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뭐. 무작정 댄스 브레이크를 자기도 하고 싶다 그러는데… 그냥 막 줄 수는 없잖아요. 김춘용 형은 댄스 브레이크를 할 수 있으면 자기 보컬 파트는 조금 적어도 된다, 그랬는데 김주안 형은 그런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냥 내내 의견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소통의 부재로 인한 작은 다툼이었군요. 서로 양보하면 해결이 될 수 있는?”
“아, 그건 아니에요. 이게 해결된 방법이 쫌 다른데… 아, 그냥 얘기해도 괜찮을라나.”
로건이 손으로 무언가 팡, 터졌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꽤 신이 난 얼굴로.
“Wow, 근데 춘용 형이 거기서요. 따로 Talk about, 한 게 아니라 그냥.”
“로건 연습생. 미안하지만 한국말로 해 줄 수 있어요?”
“Opps. 아 그러니까,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그냥 춘용 형이 보여 줬어요.”
질문하는 이현정 옆에서 눈을 빛내고 있던 주 피디가 스케치북에 무언가를 휘갈겨 써서 인터뷰 중인 연습생을 재촉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그의 그런 적극성에 한숨을 푹 내쉰 김춘용은 제 뒷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게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는데… 제가 그, 안무를 좀 빨리 따는 편이거든요.”
“그래서요?”
“주안이가 댄스 브레이크 센터를 하고 싶어하는데, 아직 안무를 못 땄길래….”
제가 거기서 좀.
“알려 줬죠….”
김춘용의 말에 주 피디가 마구 허공 박수를 갈겨댔다. 그의 입 모양은 쉬지 않고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100점! 10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