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24)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24화
김춘용이 돌아온 후 만난 이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그와 어떤 관계를 맺었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티오제 멤버들은 물론이고 그 밖에 AG 사람들과 [타겟팅 스타>에 출연한 연습생들, 촬영 스텝들, 정연우.
심지어는, 홍대 길거리에서 마주친 최건영조차도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난 이들 중에서도, 조태욱은 김춘용에게 특별했다.
“지금, 담당 연예인 멱살을 잡은 겁니까? 이게 대체 무슨 짓이에요!”
“놔. 놓으라고! 씨발, 저 새끼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이게 진짜!”
“춘용 씨가 대체 무슨 말을 했… 윽, 술 냄새!”
마음 속 부정적인 감정의 정도가, 다른 이들과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전에 김춘용과 좋지 못한 모습으로 안녕한 류웨이와도 결이 다른 감정이었다.
류웨이? 당연히 싫지.
짜증나고, 밉고. 보기만 해도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애로우즈가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데에 류웨이가 김춘용과 함께 큰 역할을 했다는 건, 굳이 따져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사실이었으니까.
그러나, 김춘용이 류웨이를 본 건 결국 3년 남짓.
중국으로 떠난 녀석을 술을 마실 때마다 몇 번이고 저주하긴 했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 년, 이 년, 삼 년. 분노는 옅어지고, 흐려지고.
뭐, 다시 만나서 지랄하는 모습으로 인해 결국 관계를 파탄내긴 했지만, 어쨌든.
그러나, 조태욱은 달랐다.
“렉스? 뭐, 처음에는 데리고 다니까 예쁜 애들도 많이 붙고, 이래저래 말이 잘 돌아서 좋았는데. 이젠 그냥 귀찮지. 씨발, 이미지도 더럽잖아. 렉쓰레기가 뭐냐, 진짜? 젠장, 내가 걔랑 걔네 그룹 케어해야 하는 것도 어이없다, 이젠… 꿀도 빨 만큼 빨았으니까, 이직이나 좀 해 볼까 봐.”
사람은 처음부터 미웠던 이보다, 어떤 계기로 인해서 틀어진 이에게 더 쉽게 분노를 느낀다.
틀어졌다는 말이 옳을까? 글쎄.
“…렉스야.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냐? 그런 것도 처음에 한두 번이지. 사고 나고 몇 년이 지났는데도 내가 너 위로해 준다고 데리고 다녔던 거겠냐고. 하, 씨. 이래서 멍청한 애들은….”
김춘용의 경우에는, 배신감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아, 재하 형, 저 진짜 괜찮아요. 잠깐 목이 막혀서 그랬던 거예요.”
“으음, 네가 괜찮다니까 다행이긴 한데… 무슨 일인지 설명해 줄 수 있어? 좀, 당황스러워서.”
“…그게요.”
김춘용은 손재하의 흐린 검은 눈 아래 담긴 당혹감과 분노를 읽으며 조용히 침음했다.
차라리 저기서 유호빈과 몸싸움 아닌 몸싸움 중인 조태욱이, 김춘용에게만 그런 행동을 했던 거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테다.
“형, 오늘 시우 스케줄 안 따라갔어요? 애 혼자 있을 거 같은데. 그래도 시우는 아직 어린….”
“뭐, 알아서 잘 하겠지. 너희 연차가 얼만데, 내가 그런 거 하나하나 다 챙기냐?”
“…그럼 시우는 퇴근할 때 어떻게 퇴근해요? 회사에서 따로 붙은 분이 있는 거예요?”
“어어, 글쎄다? 나한테 연락 따로 온 건 없으니까… 택시라도 타려나, 뭐.”
그러나, 어떤 경험은 너무나도 머리에 뚜렷하게 남고….
“렉스 씨. 일단, 소속사분들에게 연락부터 하시죠. 그래야 그쪽 법무팀과 개인 변호사가 올 것 아닙니까.”
“…안, 올 텐데.”
“네?”
“안 올 거라고요.”
아무도.
후회와 죄책감으로 범벅이 되어 돌아오게 된 누군가는, 절대로 그 기억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손재하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난 김춘용은, 제 날카로운 눈을 빛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각기 다른 감정을 담은 세 쌍의 눈동자가 그에게로 박혔다.
“…제가 여기로 오니까, 제작진분들이 성인 멤버들 마실 거면 마시라고 주신 맥주를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씨발, 뭐? 저게 지금 무슨 말을….”
“아까, 유찬 형한테 이 작가님이 주신 거 말하는 거구나. 응. 우리가 아무도 안 건드려서, 뒤로 빼놓은 거.”
심각해진 표정으로 손재하가 고개를 끄덕이고, 조태욱의 표정이 끔찍하게 일그러지는 가운데.
“뭐, 어떻게 가지고 가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일 운전도 하셔야 하는 분이 이러시면 안 된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김춘용은 발치에 굴러다니는 찌그러진 맥주캔을 발로 툭, 차고는 상심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된 거죠.”
물론, 실제 인과와는 전혀 다른 설명이었다.
“아, 형님! 여기 계셨네요, 네. 어디 가셨나 한참을 찾았는데. 말씀드린 건 잘 챙겨 가셨나요?”
“어어, 춘용아. 고맙다, 진짜. 첫 스케줄이라서 진짜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너도 알아서 알려준 거지? 이럴 때 맥주 한 캔 딱, 어? 정신이 말끔해진다니까, 그러게.”
“…아아, 알죠. 그럼.”
조태욱에게 맥주가 어디 있다고 알려준 건 김춘용이었고, 조태욱에게 멱살을 잡히기 직전 나눈 대화 역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조태욱은 잘 나가고, 인기 많고, 굳이 나서지 않아도 자기 곁에 사람이 따르는 사람을 부러워했다.
그 말은 즉, 본인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고.
“학교 다닐 때 씨발, 잘나가 봐야 아무 소용 없어. 나를 봐. 지금 내 옆에서 같이 술 마시고 있는 애들이 누구냐? 내가 마시는 술은 가격이 얼마고? 그 새끼들이 자기 상사한테 존나 굽신거리고 있을 때, 나는 이렇게 즐겁게 놀고 있단 말이야!”
“알겠어요, 형, 그러니까. 일단 좀 진정을….”
“…렉스, 너도 나 무시하냐? 어? 내가, 니 뒷바라지 심부름꾼이라고 씨발, 무시하는 거냐고.”
일련의 경험을 통해 사실을 이미 알고 있고, 스킬 합성을 통해서 얻은 [오버랩 F] 스킬의 디매리트 부분을 제대로 확인한 김춘용은….
“뭐, 이렇게 하는 게 형님께도, 제게도 쌍방으로 좋은 일이니까요!”
“음? 그게 무슨 말이야? 짜식, 알아듣게 설명을 좀 해라.”
“그러니까, 뭐. 형님이 이제 저희 티오제를 계속 도와주시고, ‘심부름’도 해 주시고, 이래저래 잡일을 맡아 주시는 거잖아요?”
“…….”
“그러니까, 앞으로 ‘심부름’해 주실 형님께 잘 보일 생각으로― 큭!”
…당사자 말고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조태욱의 트리거를 아주 슬쩍 눌렀던 것이다.
‘매력 –10%라고만 적혀 있어서, 갑자기 멱살을 잡을 줄은 몰랐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됐나.’
김춘용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조태욱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마구 고함을 내지르는 중이었다.
“저 빨간머리 새끼가 지금 장난하나. 뭐? 네가 나를 말렸어? 내가 담당 연예인 마시라고 준 맥주를, 아무 말도 없이 혼자 가지고 와서 마셨다고?”
“…….”
“하, 하하. 선배님. 어, 재하 씨. 들어보세요. 이거, 술이 어디 있다고 알려준 게 누군지 아심까? 저 녀석이에요! 제가 아무리 정신을 빼 놓고 산다 쳐도, 이런 짓을 아무 생각 없이 하겠습니까. 예?”
“…….”
그러나, 둘 중 조태욱의 말에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손재하는 아예 시선을 떼고 김춘용의 등을 두드려 줄뿐이고, 유호빈은 끔찍하다는 얼굴로 제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고 있을 뿐.
“잠, 깐… 어어? 어?”
벌건 조태욱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가, 종국에는 흙빛으로 물들었다.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이유를, 그제야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알콜이 잘 받지 않는 체질 때문에 풀풀 풍기는 술 냄새. 그리고 이 술을 마신 현장의 위치.
그리고, 자기가 방금 충동적으로 김춘용에게 저지른 행동까지도.
“…….”
그 꼴을 가만히 바라보던 김춘용은 한 마디, 한 마디 꼭꼭 씹어 내뱉었다.
“어후. 매니저 형. 지금, 취하셔서….”
“…….”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시는 거 같네요.”
이건, 이 장소에 있는 네 명 중 오로지 단 한 사람만이 알고 있는 말.
[오버랩 F] 스킬을 이용해서 조태욱을 자극하거나, 화나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라….“형, 형? 무슨 말을 하는 거, 거예요. 분명, 클럽이랑 술 같은 건! 형이 먼저….”
“…아이고. 얘가 지금 취해서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긴 시간 동안, 마음 속에 담아 뒀던 분노를 풀어내는 말이었다.
“정말 죄송해요. 제가 조금 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아닙니다, 춘용 씨. …제가 자리를 안 비웠다면, 이런 일을 당할 일도 없으셨을 겁니다.”
한참이나 제 얼굴을 문지르고 있던 유호빈은, 곧 다리를 떨며 입술을 깨물고 있는 조태욱에게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태욱 씨.”
“…….”
“술도 드셨으니까, 그냥 바로 집에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티오제의 이번 스케줄 마무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집, 집에 가라는 말은….”
“계약서에 도장도 안 찍었으니, 별 문제는 없을 겁니다.”
호빈의 말은 차분했고, 어떤 감정도 담기지 않은 사무적인 문장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이쪽 업계에서 다시 일하진 못 하시겠지만요.”
표정에 섞인 혐오만큼은, 호빈도 다 가리기 어려운 것이었다.
“…….”
애당초 취한 게 아니라 그저 화 때문에 얼굴이 빨개졌을 뿐이었던 태욱은, 참담한 얼굴로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그를 변호해 주고, 지켜줄 이는 여기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마치, 긴급 체포 당시 그 누구에게도 전화할 생각을 못 하고 의자나 빙빙 돌리던 렉쓰레기, 김춘용처럼 말이다.
“으, 으아아….”
“…….”
김춘용의 머리에 만감이 교차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쩌면, 지금과는 달랐을지도 모르지.’
태욱이 정말로 티오제를 위하는 사람이었다면.
적어도 긴급 체포 당시,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다’라는 말로 김춘용을 외면하지만 않았다면.
이 모든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유호빈과 손재하가 조태욱의 바닥을 볼 일도 없었을 테고, 애초에 김춘용이 이런 계획을 짤 일도 없었지도.
그러나, 어떤 경험은 사람의 머리에 너무나도 뚜렷하게 남는 경향이 있어서….
“저, 매니저 형.”
김춘용은 어느새 내려앉은 제 입꼬리를 몇 번 매만지고는, 군더더기 없는 발걸음으로 조태욱에게 다가갔다.
“아, 이젠 아니니까. 태욱 형, 이라고 해야겠네요. 하하….”
“…….”
조태욱의 두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 상황에서 그걸 발산할 용기도 없는 찌질한 인간이었다.
남이 갖고 있는 스킬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 계속해서 거머리처럼 사람에게 들러붙어 은근히 고혈을 빨아먹는 찌질한 인간 말이다.
김춘용은 아까 미리 주머니에 넣어뒀던 현금 조금을 태욱에게 건네며, 가만히 말했다.
“이거, 택시비로 쓰세요. 조심히 들어가시고요.”
“…….”
“…다시는 보지 말죠.”
그 말이 김춘용에게 어떤 의미인지 조태욱은 영원히 알지 못 한다.
김춘용 역시, 그걸 알려줄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끝나야 하는 관계도 존재했으니까.
굳이 다시 잘 봉합한 상처를 할퀴어 내면서, 잘못 꿰어진 실을 풀어낼 필요는 없었다.
적어도, 지금.
김춘용이 렉쓰레기가 아니라 김춘용으로 존재 중인 이 순간에서는 말이다.
* * *
부우우웅―
“…….”
나는 촬영장을 떠나가는 택시의 후면등이 흐려질 때까지, 한참을 서서 바라봤다.
글쎄. 지금 드는 생각은….
허탈하기도 하고, 개운하기도 하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슬픈 거 같기도 하고?
“…후!”
아니, 이제 다시는 안 볼 사람에게 어떤 감정적 소비를 할 여력은 없었다.
데뷔까지 바쁘다니까, 글쎄.
나는 양손으로 내 뺨을 가볍게 짓누르며, 뒤에서 무어라 대화 중인 두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일단, 회사에는 제가 말씀을 드렸으니까요. 괜찮을 겁니다.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면, 다른 곳에서 접근하기도 어려울 거예요.”
“네. 그럼 이제, 다음 스케줄을 어떻게 할지가 문제인데….”
“…그건.”
예상한 것처럼, 재하 형이 호빈 형을 향해서 매니저가 되어 줄 수 있겠냐는 말을 꺼낸 모양이었다.
재하 형, 나이스.
나는 입술을 혀로 슬쩍 훔치며, 그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저기, 두 분 다 너무 고생하셨는데요.”
“…아.”
“잠깐 사람들 많은 곳으로 가서 기분 환기 좀 하죠, 네? 제가 그러고 싶어서요!”
내 말에 재하 형의 두 눈에 잠깐의 의아함이 스쳤지만, 형은 곧 호빈 형의 팔을 이끌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호빈 형, 같이 가요.”
“예? 저는, 어….”
“에이. 그러지 마시고요.”
나는 호빈 형의 반대쪽 팔을 척, 잡으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맛있는 것도 좀 먹고, ‘진짜’ 회포도 좀 푸시고, 네?”
이제 문제적 매니저를 완전히 처리했으니,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누가 봐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새 매니저가, 완전히 결심하게 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