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23)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23화
* * *
리얼리티 촬영 마지막 날이라서인지, 아니면 장소가 장소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캠핑장 촬영 내내 티오제는, 낭비하는 컷 하나 없이 아주 말끔하게 모든 분량을 뽑아냈다.
“God, 유찬 형. 뭘 표현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Offside? Foul?”
“그, 로건? 축구 용어만 얘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제발 다른 걸 좀 떠올려 봐!”
“Oh! I get it! Hat-trick!”
“…삼, 이, 일. 땡! 하하, 로건. 정답은 피겨스케이팅이었어.”
“말도 안 돼요! 아무리 봐도 축구로밖에는 안 보였는데요!”
“아, 근데 인정. 저라면 무조건 홈런만 외쳤을 거 같긴 해요. 아니면 사이드암이라든가? 주제가 스포츠였으니까. 로건, 저는 이해해요. 그럴 수도 있지!”
“얘들아, 그럴수록 유찬 형 표정이 안 좋아지고 있거든? 결국 너희 팀이 졌다고.”
“이러면, 간식은 전부 저희 거예요….”
“아니, 그건 안 되는데!”
흔하고 단순한 ‘몸으로 말해요’ 게임마저 보는 이를 포복절도하게 하고.
“으음… 제작진분들께 식사량 증량으로 딜을 요청하면 너무 무례해 보일까요?”
“재, 재하 씨?”
“아, 이대로면 멤버들이 전부 배고파할 거 같아서… 저희 팀에는 아직 성장기인 멤버들이 있거든요. 이런 양은 좀 곤란하네요.”
“어후, 저도 동의합니다. 스물두 살도 아직 더 클 수 있는 거 아시죠? 솔직히, 인당 1인분은 너무 적죠.”
“네. 그런 의미에서, 제작진분들이랑 저희가 게임을 하나 했으면 좋겠어요. 좀 더 많은 고기를 걸고.”
“―저, 저희도 잠깐 회의를 하고 말씀드릴게요! 잠시만요!”
“컷! 좋습니다! 이야, 이거 편집할 게 없을 수준인데, 어?”
그것만으로도 아이돌 리얼리티로써는 충분했으나, 어느새 카메라를 크게 인지하지 않게 된 티오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저녁 시간 후, 캠프파이어와 함께하는 ‘멤버들을 향한 속마음 고백하기 시간’.
타닥, 타다닥―
“제가, 워낙 낯을… 많이 가리고,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서 형들을 불편하게 할지도 모르지만… 열심히 할게요. 정말, 정말 열심히 할게요….”
“어, 내가 나이는 제일 많지만, 일반인으로 살던 시간이 길어서 너희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을 거야. 부족한 형이라서 믿음직스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노력해서, 빨리 따라잡도록 할게. 의지할 수 있도록.”
거기서 작게 흘러나온 말들은, 지금까지 환한 미소로 촬영에 임하던 이들의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크흥. 저도 열심히 할게요. 그렇게 얘기해 줘서 고맙다, 시우야. 고마워요, 유찬 형.”
“God, Why am I crying…?”
“다 같이 힘내자. 정말, 잘하고 있으니까.”
웃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그저 촬영 때문이라고만 하기에는, 모든 순간 항상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 당기에 충분한 힘이 있었다.
“…티오제 리얼리티, 반응 좋겠는데요?”
“내가 왜 굳이 신 이사한테 기를 쓰고 따오려고 했겠어. 다 이유가 있다니까.”
그렇게,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사람들마저 치솟을 시청률과 광고 입찰 생각으로 흐뭇한 미소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이 보기 좋은 상황을 즐기지 못 하는 건, 단 한 명뿐이었다.
“…….”
강박적으로 입술을 마구 깨문 호빈은, 어제 막 티오제와 마주했을 때보다도 더 안 좋은 낯이었다.
그의 머리 속에는, 아까 급하게 나눈 통화 내용밖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음, 지금 정은이 로드로 뛰고 있는 친구한테 그 얘기 듣긴 했어. 운이 좋으면, 아마 출연을 할 거 같긴 해.
“…그, 그래요?”
– 그렇지 않을까? 우리도 계속, 다시 한번 단체 활동을 해 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으니까. 그렇지만 너무 조급하게 굴 필요는 또 없을 거 같아. 호빈이 너도 너무 신경 쓰지는 말고.
“…알겠어요, 누나.”
그 말을 들은 이상, 호빈에게 선택지는 이제 하나만 남은 것과 다름없었다.
‘…누나들 활동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을지도 몰라.’
호빈은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한 번 놓치면, 언제 또 돌아올지 몰랐으니까.
영영 레이디스완을 보내야 할 수도 있었으니까.
아무리 호감을 갖게 되었다고는 해도, 티오제는 제대로 마주한 지 하루도 안 된 아이돌들.
티오제뿐만 아니라 그 어떤 1티어 아이돌 그룹을 데려 오더라도, 호빈 마음 속에서 레이디스완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
호빈은 잠깐, 저 멀리 껄렁한 표정으로 서서 티오제 멤버들을 바라보는 태욱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흐, 흥….”
콧노래를 부르며 다리를 떠는 그 모습은, 호빈의 마음을 인정사정없이 흔들고 있었다.
자신이 레이디스완에게로 돌아가면, 티오제 멤버들은 이제 태욱과 함께 모든 일정을 함께 다녀야하니까.
태욱이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이미 눈치챈 마당에, 어떻게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
호빈은 발로 땅을 차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적어도, 돌아가게 된다면 티오제 멤버들의 매니저를 다른 사람으로 뽑자고 팀장님에게 말해 보자.
‘네가 하면 되잖아?’라는 대답이 돌아오더라도, 모른 척하며 이력서를 뒤져 보자.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호빈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때.
♪♬♩♬♪♬♩….
“…아.”
‘캠프파이어라면 이게 절대로 빠질 수 없다’며 로건이 숙소에서부터 꼭꼭 챙겨 온 기타의 현 울리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아까부터 여러 좋은 곡들이 캠핑장을 은은하게 울렸었지만, 이번 곡은 특히나 호빈의 주의를 끌었다.
“반주만 들어도 알겠죠? 춘용 형 신청곡이에요! Wow, 이걸 다시 부를 줄은 몰랐는데요… 화성, 같이 부를래요?”
“아, 당연하죠! 로건, 빨리, 빨리. 저 이거 좋아하는 노래라고요.”
“음음, 좋아요. 그럼, One, Two….”
그 노래는, 호빈이 모를 수가 없는 노래였으니까.
– 네게 다시 곧 돌아갈 날을 헤아려
Monday, and Tuesday
색연필로 그리는 매일
로건이 [타겟팅 스타> 커버 미션 당시, 직접 편곡해서 좋은 성적을 얻었던 그 노래.
– 날아가는 일력들
눈이 녹으면 꽃 피는 봄이 오니까
내 품에 널 안고 We’re Flyin’
레이디스완의, 캘린더.
“…….”
– 멀리 있어도 네가 보이는 것 같아
이 길은 Rainbow Road
저 끝에 네가 있다는 걸 알아
보이지 않아도, 저 멀리 있어도
언젠가는 닿을 테니까
결국 다시 만날 테니까
꼭 당장의 불확실한 기회에 매달리지 않아도, 언젠가는 다시 만날 거라고.
– I don’t care What time is it
날 더 기대시킬 뿐이야
한 걸음, 두 걸음
그러니까, 부디 지금을 좀 더 즐기고, 몰두하라고.
레이디스완이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티오제가 말하는 것 같기도 한 그런 가사.
– 날아가는 일력들
눈이 녹으면 꽃 피는 봄이 오니까
꽃 피는 봄이 오니까
기다려 줄래
가장 예쁜 꽃이 필 그날까지
로건의 성격처럼 섬세하고 부드러운 가사와, 지화성의 단 한 글자도 놓치지 않는 딕션이 호빈의 마음에 가시처럼 박혔다.
그렇게 호빈의 고민으로 흔들리던 두 눈이 점차 깊어지고, 로건의 손가락이 느려지며 반주가 잦아들던 그때.
“…아.”
꽤나 멀리,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눈이 마주쳤다.
다른 사람도 아닌, 호빈에게 매니저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준 그 사람.
김춘용 말이다.
“…….”
활활 타오르는 캠프파이어 불빛과 김춘용의 빨간 머리카락은 거의 똑같다 싶을 정도였다.
그러니, 호빈이 느끼는 그 존재감도 거대했다.
과하게 날카롭다 싶은 두 눈이 둥글게 휘어지고, 김춘용이 유호빈을 향해 무어라 뻐끔거렸다.
‘――.’
“노, 래… 노래, 좋죠? 아….”
그 입 모양을 읽으려 몇 번 중얼거린 호빈은, 저도 모르게 박 터지는 소리를 내야만 했다.
“…….”
그래, 좋았다.
이미 하나로 좁혀진 선택지를, 다시 고려해 봐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 정도로.
♬♪… ♩♪♬♪…
로건의 반주가, 점점 더 작게 줄어들었다.
* * *
예정되어 있던 모든 촬영 일정이 끝나고, 출연자도, 스텝들도 잠깐 쉴 수 있는 자유 시간이 찾아왔다.
“저녁 촬영 수고하셨고… 카메라 잠깐 철수할 거니까, 간식 드시고 편하게 대화 나누면서 쉬세요. 내일 아침에 아침 미션이랑 클로징하면 리얼리티 촬영은 끝이에요.”
이제 티오제 멤버들이 익숙해진 이현정은, 조연출이 들고 온 봉투 중 하나를 방유찬의 손에 쥐여 주며 설명을 이었다.
“아, 이쪽 봉투는 성인인 멤버들 간단하게 놀라고 준비한 거니까… 미성년자들한테는 손 안 닿게 주의해 주시고요.”
“아, 저희 어차피 안 마실 텐데! 그래도 감사합니다. 하하, 얘들아. 이제 완전 자유 시간이다.”
“Holy! 게임해요, 게임! 카드 들고 올게요!”
촬영을 아주 수월하게, 그리고 근사하게 마무리한 덕인지 출연자와 스텝들 너 나 할 것 없이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난생처음 보는 커다란 캠프파이어에 마시멜로를 구워 먹고, 카드 게임을 하고.
“그럼, 로건은 그럼 한 번도 야구를 안 봤다는 거야? 신기하다. 한국에서는 야구가 인기가 많거든”
“Yes, 유찬 형. 저에게는 Only football이에요. 그래서, 한국에서 야구가 인기 많다는 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당연히 인기 많을 수밖에요. 야구는 한 방에 4점을 낼 수도 있는데! 축구는 10명이 달려들어도 고작 1점이잖아요?”
“…God, 화성, 이건 저를 향한 challenge예요. 오늘 밤에 반드시 football의 낭만을 알려 줄게요.”
“아앗. 형들, 너무 그러지는 마요….”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와 관련해서 시답잖은 장난을 치고, 그 말을 들으며 신이 나서 웃음을 터뜨리고.
그리고, 또 누군가는….
“저기, 호빈 형.”
“아, 네. 네, 재하 씨. 무슨 일이시죠.”
“…잠깐, 대화 괜찮아요?”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틈타, 은밀하게 이루어져야만 할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고.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는, 형이 저희 매니저가 되어주셨으면 좋겠어요.”
“…….”
안 그래도 아까 캠프파이어 촬영 당시 ‘캘린더’ 노래를 들은 것.
그리고 김춘용과 눈이 마주친 것 때문에 심란했던 유호빈의 두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하실 수 있잖아요, 그렇죠?”
손재하는 오른손으로 제 입을 가리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형이 뭐 때문에 망설이시는지는 알지만… 멤버들이, 지금 매니저 형을 약간 불편해하는 거 같아요. 저는 리더니까, 그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요.”
“…저는, 그러니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호빈에게는 당장 하겠다, 아니다라고 대답할 수가 없는 문제였다.
레이디스완, 티오제.
당장 티오제의 매니저로 찾아온 조태욱.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줄을 타고 있는 자신.
호빈이 잠시간 자신의 저열함에 침묵하는 사이, 손재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곤 말을 이어나갔다.
“음, 물론 저희가 매니저 형을 뵌 지 얼마 안 됐고, 매니저와 담당 연예인이 꼭 가깝게 지낼 필요는 없지만….”
“…….”
“형은, 레이디스완 누나들한테 그렇게 사무적으로 대하지는 않았잖아요.”
그 말에, 호빈의 두 눈가가 잘게 떨렸다.
“저희는 담당 연예인을 그렇게 대해 줄 매니저가 필요해요, 형.”
사실, 아까 김춘용이 손재하에게 부탁한 내용은 이게 아니었다.
“물론 어제오늘 처음 뵌 거라서 확실하진 않지만… 방금 대화해 보고 왔는데, 썩 괜찮은 분 같지는 않아서요.”
“…으음. 나도 좀 느끼긴 했어.”
“혹시, 형이 호빈 형에게 한 번 여쭤봐 줄 수 있을까요? 저희 매니저님, 바뀔 수도 있는 거냐고.”
그저, 멤버들이 조태욱을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알려달라는 것.
그러나 손재하는 원래도 눈치가 빠른 편이었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발 더 앞서 나가 일을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김춘용, 지화성, 방유찬과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아졌다고 한들, 천성이 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니까, 김춘용은 여기까지도 예상을 했다는 거.
“…….”
그렇게, 연달아 다가온 폭탄에 유호빈이 강박적으로 입술을 깨물던 그 순간.
“―이 씨발 새끼가!”
유호빈과 손재하가 서 있던 곳에서 조금 떨어진 숲 안쪽에서, 커다란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거기엔….
“켁… 이것 좀, 놓….”
김춘용이 준비해 둔, 마지막 폭탄.
“지금, 지금 뭐하는 겁니까!”
당혹감과 분노로 달려간 유호빈은, 극적인 상황으로 인해 무언가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놓치고 만다.
“켁, 크흡. 아, 아.”
“춘용아, 괜찮아?”
“…그럼요, 형. 괜찮아요.”
조태욱에게 멱살을 잡혔던 김춘용이, 분노 섞인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