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22)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22화
내가 자기 곁으로 다가가자, 의아하다는 얼굴이던 매니저 형은 금세 표정을 바꿔 나를 맞이해 줬다.
“…이야, 춘용 씨. 무슨 일이십니까? 저한테 다 찾아오시고요. 뭐, 언제든 환영이긴 함다. 이제부터 제가 매니저니까요, 네!”
아직까지는, 내가 형에게 잘 보여야 하는 인물로 분류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 이 형 입장에서는 만난 지 고작 이틀 된 사이니, 당연한 일이려나.
“아뇨, 뭐. 아까 인사드리고 별 대화를 못 해 본 거 같기도 하고….”
“아아, 친해지고 싶어서 오신 거구나!”
아뇨.
그럴 리가요.
“네에, 뭐.”
나는 입꼬리를 애써 올리며, 가만히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일단, 무슨 대화가 오갔길래 호빈 형의 표정이 그 모양이 됐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근데 이 형의 입이 가볍긴 했지만,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모든 얘기를 할 정도는 아니거든.
가까이 가기도 싫고, 대화는 더 끔찍하고, 손끝 하나 닿기만 해도 소독을 하고 싶을 지경인 상대였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듣기 위해선 최소한의 호감을 살 필요가 있다, 이거지.
“하하….”
나는 절로 터진 웃음을 다시 집어넣으며, 별로 달갑지 않은 예전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니까, 내 기억 속 매니저 형은….
잘나가고, 인기 많고, 굳이 나서지 않아도 항상 주변에 사람이 따르는 이를 부러워했다.
“야, 렉스야. 너 그 뭐야. 슬레딕스 리더랑 많이 친해졌어? 야, 그 사람 좀 어때?”
“그 형이야, 뭐. 그냥저냥 친하죠. 그냥 같은 날 클럽에 있으면 마시고, 없으면 안 마시고…. 그 형 자기 관리 잘하잖아요. 자주 안 마주쳐요.”
“…하하! 하긴, 뭐. 그렇게 잘나가는 사람이 어디 우리 같은 사람들 거들떠나 보겠어, 응? 재수 없게, 그렇지?”
“그런, 그런가…?”
예를 들어서, 연우 형 같은 사람.
그럼, 그런 사람인 것처럼 취급해 주면 될 일이었다.
“그게 말이죠, 어.”
“으응…?”
매니저 형이 뭐라고 이어 말하기도 전에, 나는 빠르게 짝다리를 짚고 건들거리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리고 최대한 목소리를 걸걸하게 내리깔고, 손 모양도 약간 껄렁하게 하고.
괜히 뭔가 있는 것처럼 머리를 초 단위로 흔드는 건 덤.
화룡점정은 말투였다.
“…제가 또, 예? 형님 같은 사람이랑 친해지는 걸 엄청 기대했거든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쓰으읍… 요즘 애들이 워낙 재미가 없어서.”
…와 씨.
내가 말해 놓고도, 너무 고등학교 뒷골목 양아치 같아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근데 내 외모가 외모라서, 이런 걸 하면 또 아주 자연스럽기 짝이 없더라고.
“…….”
순식간에 돌변한 내 태도에, 형의 작은 두 눈이 거의 두 배가 될 정도로 크게 뜨였다.
그 동공 안에 보이는 건 현재 상황 파악을 위한 고뇌, 당황. 그리고 약간의 어이없음.
“뭐, 뭐야. 씨.”
그리고….
“…야 인마. 진작 말하지 그랬어! 친해지는 게 어디 뭐 별건가? 형님, 아우 하면 금방이지.”
자기가 생각한 부류의 사람이 맞았다는, 안도감.
“와하하, 이리 와. 말 편하게 한다, 춘용아?”
“당연하죠. 편하게 하세요, 형님. 아, 저도 빨리 말하고 싶었는데, 촬영장 분위기 때문에 눈치가 보여 가지고.”
“이해한다, 이해해. 너 담배? 담배는 피나? 아, 아이돌이라서 이건 안 피겠네, 어.”
순식간에 내 목에 팔을 척, 건 매니저 형은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지 이것저것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야, 내가 또 아이돌 매니저는 처음이라서 긴장을 많이 했지 뭐냐.”
애들이 워낙 까탈스러워서 걱정했는데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촬영 귀찮지 않냐, 여기 스텝 중에 예쁜 사람이 있더라, 등등등.
“…….”
윽, 역겨워.
그럼에도 나는, 과거에 본 적 있는 질 안 좋은 술친구들의 행동 여러 개를 이용해 맞장구쳤다.
“…쉽지는 않죠, 어디 세상에 쉬운 게 있겠어요. 잘해 보자고 그러는 건데. 형님은 이미 잘하고 계시는데요, 뭐!”
“캬… 너 진짜 좋은 놈이구나? 이거 참, 마음이 놓이네.”
오가는 대화가 길지 않았음에도, 매니저 형은 이미 나를 자기 쪽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렉쓰레기로 살아오면서 얻은 빅데이터가 이딴 식으로 쓰이다니, 마음이 씁쓸하긴 했지만.
아냐, 일단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자.
나는 예의 그 비굴하고 못돼먹은 양아치 표정을 최대한으로 유지하며, 매니저 형을 향해 양 손바닥을 싹싹 비볐다.
“저어, 형님. 근데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어어, 물어봐. 뭐 알려 줄까? 나 전에 같이 일했던 배우? 야, 말도 마. 그 사람이 씨발, 진짜 얼마나 예뻤냐면….”
으익, 역겨워.
그렇지만 참아야 했다.
원하는 걸 제대로 얻기 위해서, 이 인간을 아주 제대로 쫓아내기 위해서.
…지금 나는 못 할 게 없다고!
“예에, 그것도 정말 궁금한데요! 그, 있잖아요. 저기, 형님 교육하려고 따라오신 분이요. 이름이 호빈인가? 그분이요.”
“…쓰읍, 그 인간은 왜?”
“아뇨, 표정이 아까부터 갑자기 썩어 있길래. 무슨 일 있나 싶어서 그러죠.”
“뭐 그런 걸 궁금해하는지, 참나….”
내 질문에, 매니저 형은 갑자기 주제가 드리프트 되어 썩 즐겁지 않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하, 진짜 귀찮게 하기는.
나는 야비한 표정과 함께 약간 굽신거리는 모양새로 주억거렸다.
쉽게 표현하자면, 간신배 같은 자세?
“…또, 그거 때문에 형님이 신경 쓰시는 거 같기도 하고! 이래저래, 눈길이 가더라고요? 아, 제가 또 남자답지 못하게 마음이 약해서 그만… 형님처럼 시원시원하면 좋을 텐데요.”
자기 앞에서 내가 꼬리를 바짝 내리자, 매니저 형의 얼굴에 다시 자신감 넘치는 웃음이 떠올랐다.
“뭐… 연습실에서 맨날 연습만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뭐. 아, 나. 이거 또 대외비라서 어디서 막 떠들고 다니면 좀 그렇긴 한데….”
내 목에 두른 팔을 떼어낸 매니저 형은, 자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느긋하게 말을 골랐다.
“후우… 그게 말이지. 너, 레이디스완 알지? 너네 선배들. 뭐, 망했긴 한데.”
“…알죠, 알고 말고요.”
“그래. 저 인간이 말야, 들어 보니까 레이디스완 매니저였다고 하더라고. 레이디스완 복귀할 때 다시 현장 뛰려고 기다리고 있었다나, 뭐라나.”
여기까지는 이미 알고 있었고, 알고 있는 정보로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단지, 이 인간의 입에서 저렇게 저열하게 까 내려진다는 게 불쾌하고 기분 나빴을 뿐.
“근데, 아까 보니까 너한테 찝쩍거리면서 각을 재는 거야. 어. 뭔지 알지? 너희가 잘될 거 같으니까, 이제라도 갈아타려고 한 거지. 쯧, 찌질하긴.”
찌질한 건 자기인 주제에.
나는 하늘을 찌르려는 역함을 초인적인 힘으로 참아내며, 잠자코 그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패면 안 된다.
주먹을 날리면 안 된다.
류웨이한테도 참은 주먹을, 이런 사람한테 써서는 안 됐다.
“하여튼, 내가 너희 매니저가 된 마당에, 그게 가당키나 하냐? 그래서 내가 마음 접으랍시고, 이래저래 주워들은 걸 좀 말해 줬지.”
“…아, 그래요? 그게 뭔데요? 그런 정보도 다 갖고 있고, 장난 아닌데요?”
“와하하, 내가 좀… 이래저래, 다리 걸치고 있는 사람이 많다 보니 그렇지, 뭐!”
내 추켜세움에 우쭐해진 입은 멈출 줄을 몰랐다.
술자리에서 관심받기 위해 더더욱 자극적이고 저열한 말을 하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조만간, 뮤직데이즈에서 너희 후속으로 아이돌 서바이벌을 한다거든.”
그리고.
드디어….
“근데, 연습생들이 아니라 기성 아이돌을 대상으로 하는 서바이벌이랜다.”
내가 이 개같은 짓거리를 한 보람 있는 이야기가, 저 촉새 같은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그 말이 나오는 즉시,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다시 한 번, 저 정상으로! 뮤직데이즈 걸그룹 서바이벌, [리턴 투 스테이지 걸즈> 본격 가시화] [[대중문화칼럼> “또 서바이벌이야?” 점점 극에 달하는 경쟁… 연예계 자극 전쟁을 향한 우려] [[리턴 투 스테이지 걸즈>, 대체 누가 나오길래? 익숙하고 새로운 각양각색의 얼굴 화제…]이미 그걸 알고 있는 마당에, 맥락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고.
“…아하. 거기 출연진 후보 중에, 레이디스완이 있나 보죠?”
“그래! 이야, 춘용이 너. 생긴 거랑 다르게 머리가 좋네? 아주 척하면 척이다, 야.”
“하하… 뭐, 형님만 하겠어요.”
“짜식, 띄워주기는. 뭐, 하여튼… 그래서, 내가 괜히 우리 티오제 친구들한테 눈독 들이지 말고, 그렇게 원하던 레이디스완 스케줄 뒷바라지나 하러 가라고 알려줬지.”
그래서였구나.
그래서, 아까 호빈 형이 그런 얼굴을 한 거였어.
이 이후 어떤 일을 할지 생각하는 것과는 별개로, 화가 나는 건 당연했다.
진짜, 나도 알아주는 쓰레기, 렉쓰레기였지만….
이 인간은 레벨이 다른 수준이잖아, 이거?
정작 본인은 우리를 이용해 먹을 생각뿐이면서, 확실하게 출연 여부가 정해진 것도 아닌 선배님들 이름을 팔아 먹는다고?
안 돼. 패면 안 돼. 참아, 김춘용.
나는 꽉 말아쥔 주먹이 보이지 않도록 숨기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뭐… 그런 거면, 저분도 돌아가는 게 더 기쁘긴 하겠네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정도로 좋아한 담당 연예인이니까.”
“그래, 그래. 근데, 저 인간 아무리 봐도 레이디스완을 여자로 보고 좋아한 거 같다니까? 씨발, 징그러워 죽겠네. 그런다고 연애라도 할 수 있을 줄 아나….”
연예인이랑 연애할 수 있을 줄 알고, 친해질 줄 알고 매니저 일을 시작한 건 자기면서. 대체 뭐라는 거야?
잘 참아 오던 감정이 갑자기 복받치려고 했다.
그래서 나를 그렇게 이용한 거면서.
처음에는 위로해 주려고 그랬다고 했으면서,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채로. 그렇게.
“…이제 슬슬 촬영 시작하려는 모양이네요. 저는 이제 다시 제 자리로 가 보겠습니다, 형님. 이따 봬요.”
“어어…? 음, 뭐. 그래, 그래. 이따 보자고.”
갑작스럽게 내가 말을 끊고 돌아서자 갑작스런 상황에 퍽 얼떨떨한 모양이었지만, 내겐 알 바 아니었다.
잘 참았다, 나 자신.
“후….”
나는 싸늘하게 식은 뺨을 매만지며, 천천히 캠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이 이렇게 되면, 단순히 호빈 형의 호감을 사는 것만으로는 매니저 형을 떼어 놓을 수가 없었다.
좀더 확실한 방법이 필요했다.
호빈 형의 마음을 돌리고, 저 형의 속을 완전히 긁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 말이다.
…엑스에게 [오버랩 F] 스킬 활용법에 대해서 조금 더 물어볼까?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린다거나?
그렇게, 내가 고민 탓에 굳은 얼굴로 캠핑카 뒤쪽을 배회하던 그때.
“―춘용아.”
캠핑카 안의 창문 한쪽이 열리고, 그 안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하 형?”
“네가 매니저님이랑 말씀 나누고 있는 거 같길래, 그냥 여기서 가만히 있었는데….”
창틀에 팔을 올리고, 가볍게 턱을 괸 재하 형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글쎄, 네가 고민이 많은 거 같아서.”
형의 그 얼굴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
예전 같았다면, 저 약간은 의뭉스럽고 다정한 표정을 보고 살짝 당황했을 텐데.
어째선지, 이제는 그냥 정말 나를 걱정하고만 있는 것처럼 느껴진달까?
아니지.
이건, 내가 재하 형이 지고 있던 짐이 어떤 건지 봤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거다.
그렇기에, 더더욱 재하 형을 이용하던 저 인간을 가만둘 수 없는 거였고.
“…아.”
문득, 무언가가 내 부족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호빈 형과 이미 알고 있는 사이인 누군가가 도와준다면 가능성이 있는 무언가가.
물론 재하 형은 이제껏 너무 많은 일을 해 왔기 때문에, 너무 많은 걸 부탁할 생각은 아니었다.
이건 그러니까….
아까 요리를 할 때처럼, 내가 칼질을 하고 재하 형이 MSG를 치는 것 같은 일인 거지.
거짓말이 아니고, 내가 칼질은 꽤 잘했거든.
나는 형이 있는 쪽으로 슬그머니 다가가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재하 형. 있잖아요….”
내 말을 전부 들은 재하 형의 두 눈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음, 내가 한 번 말해 볼게. 그래도 내가 우리 소속사에서 오래 있었으니까, 이런 얘기를 하려면 내가 하는 게 맞을 거 같아.”
“…하하. 고마워요, 형.”
난 재하 형을 향해 크게 웃어 보이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형, 지금 저기 매니저랍시고 찾아온 인간은 형을 고생만 시킬 인간이라서요.
…제가, 그러기 전에 처리해 버릴 생각이거든요.
저만 믿으라고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