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25)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25화
* * *
조태욱을 쥐도 새도 모르게 해치워 버리겠다는 김춘용의 강한 의지 덕분에, 캠핑장 뒤쪽에서 일어난 소동에 대해 아는 이들은 정말 소수였다.
먼저, 계획을 짠 김춘용.
그리고 거기에 저도 모르게 양념을 더하게 된 손재하와 유호빈, 그리고 당사자인 조태욱.
그러나.
“으음. 이건, 정말….”
캠프파이어를 즐기고 있던 다른 티오제 멤버들마저 뒤늦게 알게 될 그 일을, 우연찮게 일찍 마주하게 된 인물이 하나 있었으니.
“…좀 큰일 같은데.”
멤버들끼리 즐기라고 두고 간 봉투에 손대는 조태욱에게 저도 모르게 시선을 준 사람.
처음에 그 봉투를, 방유찬에게 건넸던 당사자.
[타겟팅 스타>에 이어서, 티오제의 리얼리티 촬영마저 함께하게 된 메인 작가, 이현정이었다.‘이거 괜찮은 건가? 아니, 당연히 안 괜찮지. 이제야 매니저가 붙나 했더니, 지금 잘렸잖아! 맙소사, 바로 보내 버리다니… 물론, 더 붙잡고 있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일련의 짧은 소동을 원치 않게 모두 지켜본 이현정은, 짧은 탄식과 함께 캠핑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세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굳이 상황을 정리하지 않으려고 해도, 몇 년이나 방송 작가 생활을 지속하다 보면 알게 되는 사실이 있었다.
“지금 티오제 멤버들을 챙겨 주고 있는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짧게 전해 주시겠어요?”
“어… 자, 잠시만요. 이거 생각을 좀 해 봐야 해서!”
“…천천히 고민하고, 말씀주세요. 그렇게 중요한 인터뷰는 아니니까요.”
소속사의 제대로 된 케어가 없는 아이돌 그룹은, 어쩔 수 없이 티가 나게 된다는 것.
티오제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그룹답게, 그 결성부터 데뷔까지 타 그룹에 비해 훨씬 더 적은 시간과 많은 품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이제야 아이돌 산업을 제대로 준비 중인 소속사가 약간씩 삐걱거리는 건 당연하지만, 글쎄.’
데뷔 전 스케줄은 이래저래 소속사 직원들로 돌려막기가 가능했다지만, 본격적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그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
조심스럽게 그 뒤를 쫓는 이현정의 두 눈에 염려가 서렸다.
다시는 서바이벌 촬영 같은 거 못 하겠다고, 주철영과 함께 일하지 못 하겠다고 장담한 그녀가 이 리얼리티에 참여하게 된 건 물론 주철영의 미묘한 꼬심도 있었지만….
“아, 형들! 어디 다녀온 거예요. 안 그래도 지금 제가 로건이랑 결판을 내기 직전이라고요!”
“Hey, mate. 장담하는데, 이건 제가 이긴 게임이에요. 유찬 형이 축구 쪽에 손을 들어줬잖아요?”
“하하, 정확히 그쪽에 손을 들어준 건 아니고. 그냥 내가 고등학생 때는 축구를 많이 했다는 얘기였는데?”
“저는, 그런 걸 한 번도 못 해 봐서….”
저기, 저렇게 떠들고 있는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의 아이들을 진심으로 아끼게 되어서였다.
그러니, 아직까지 이렇다 할 케어를 제대로 받지 못 하고 있는 그룹에게 그녀가 자꾸만 신경을 쓰는 것 역시 당연지사.
‘아까 상황으로 봐서는, 또 매니저를 새로 구해야 할 텐데. 지금 상황에서 그게 가능할는지는….’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캠프파이어 가장자리에 앉은 이에게로 향했다.
아까, 조태욱과 대거리를 마치고 그에게 택시비까지 직접 쥐여 보낸 김춘용에게로 말이다.
만난 지 만 이틀도 되지 않은 매니저에게 멱살 잡히고, 또 그 매니저를 돌려보내게 된 상황 속에서도 그의 표정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축구랑 야구? 나는 야구이려나.”
“용용 형! 진짜 믿고 있었다고요, 네? 그렇다니까요. 한국인이라면 야구가 맞지!”
“근데, 나도 학교 다닐 때는 축구를 더 많이 했어. 아무래도 학교에서 야구를 하기는 좀 무리가 있잖아. 그러니까 이건 대충 비긴 걸로 하지, 그래?”
‘아니, 저렇게 평화로워도 되나 싶을 정도인데.’
이현정은 폭풍처럼 몰려오는 당혹감을 애써 참아 내며, 팔짱을 끼고 그 광경을 바라봤다.
어차피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딱히 없었고, AG에서 옳은 결정을 내려주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그리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그녀의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갔나 했더니, 촬영 끝나고도 애들을 보고 있어? 이거 참, 이 작가 열정이 대단하네.”
“…주 피디님.”
이현정은 어느새 살짝 취한 얼굴로 제게 다가오는 주철영 피디를 보며, 저도 모르게 질린 표정을 하고 말았다.
자기도 저 그룹이 분명 잘될 거라고 생각해서 기를 쓰고 리얼리티를 따왔으면서. 저렇게 태평하다고? 스탭들이랑 한 잔씩 걸쳐 가면서?
‘당사자들이 태평하면 어쩌자는 거야, 정말!’
김춘용과 주철영을 향해 저도 모르게 억하심정을 느끼고만 이현정은, 입을 일자로 주욱 늘리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제 열정이 넘친다기보다는, 걱정이 돼서요.”
“걱정? 뭘 걱정해?”
“피디님은 보신 게 없으셔서 모르겠지만, 지금 이래저래 저 애들한테 일이 있는….”
“이 작가는 참, 생각이 너무 많다니까.”
제 손에 들린 맥주를 홀짝인 주철영은 제 이마로 쏟아진 머리칼을 대강 뒤로 넘기며 느긋하게 말했다.
“일 없는 아이돌이 어디 있어? 경계해야 하는 건 그냥 마냥 잘 풀리기만 하는 애들이지. 그런 애들은 자기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거든.
“…아이돌이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면 됐지, 뭘 또 할 수 있어야 하나요?”
“어어? 나랑 같이 [타겟팅 스타> 촬영까지 해 놓고 그런 말을 해, 이 작가?”
크게 너털웃음을 터뜨린 주철영은 티오제 멤버들이 앉아 있는 장소에 손가락질을 해댔다.
“하, 하하… 아, 배야. 이 작가. 저기 있는 녀석들 중에서 사연 없이 데뷔한 놈이 몇 명이나 있나 생각해 봐. 응? 로건은 어디 쉽게 데뷔했나? 가뜩이나, 김춘용이는 또 어떻고?”
“그건 그렇지만….”
“됐어, 됐어. 와서 이 작가도 한잔해. 이제 내일 아침 촬영 끝나고 복귀하면 편집 때문에 머리통 깨질 테니까.”
“어어? 잠, 잠깐만요!”
주철영의 손에 따라가는 중에도 여전히 그 걱정의 실을 놓지 못 한 이현정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 하고 뒤에 앉은 티오제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때.
“…어?”
그녀의 눈에 문득, 비어 있는 누군가의 자리가 들어왔다.
* * *
“…후.”
잠시 캠프파이어 현장에서 벗어나 자리를 옮긴 호빈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음? 셋이 어쩌다가 같이 오는 거야? 무슨 일 있었어?”
“아, 뭐. 그런 건 아니고요. 겸사겸사, 같이 회포도 풀자 싶어서요. 오늘 촬영 길었으니까?”
“Oh, 그럼 저희 매니저 형은 어디 가셨나요? 아직 별로 친해지질 못 해서, 대화를 좀 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그 인, 크흠… 그분은 미리 퇴근하셨어. 일이 어. 그렇게 된 게 있거든.”
“What? 조기 퇴근이요?”
“으응. 그렇게 됐네.”
“와 씨, 그래도 돼요? 우리 회사 복지가 좋은 건 알았는데. 장난 아니네, 이거!”
아직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티오제 멤버들에게 조태욱이 왜 자리를 비웠는지,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 설명할 의무가 그에게 있었지만….
[레이디스완 수인 누나]그 전에, 그가 해결할 것이 있었다.
“아, 호빈 형. 혹시 신청곡 같은 거 있으세요? 저희 로건이 기타를 잘 치거든요. 뭐, 좋아하시는 노래 있으면 말씀 주셔도 되는데요. 뭐, 예전에 자주 듣던 노래라든가?”
“마음은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으응? 어디 가시는 거예요, 형? 지금 가시면 안 되는데요!”
“하하….”
잠깐 자리를 비우겠다고 말하자 김춘용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는 것에서, 호빈은 왜 자신이 그곳으로 인도되었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호빈이 택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호빈은 김춘용이 계획 중이던 ‘유호빈 매니저 꼬셔 내기 프로젝트’로부터 슬쩍 벗어나, 자의적으로 움직여야만 했다.
“…….”
한참 동안 휴대폰 화면과 눈싸움을 하던 호빈은, 조심스럽게 통화 버튼을 누르고는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있었던 수많은 기억을 정리하는 건 덤이었다.
레이디스완의 로드매니저가 되어서 서툴게 스케줄을 함께 하던 시절.
잦은 실수에도 불구, ‘착하고 열심히 한다’는 응원을 받고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결심했던 때.
그렇게 드디어 일 잘하는 사람이 되었음에도, 레이디스완의 잠정 해체를 그냥 눈 뜨고 봐야만 했을 때.
그리고.
티오제를 만나게 되었을 때.
– 아, 여보세요? 호빈이?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어느새 통화 연결음이 사라지고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순간 긴장이 풀린 호빈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수인 누나.”
– 무슨 일이야? 혹시 아까 그, 서바이벌 프로그램 관련 일인가?
수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어쨌든, 새로운 스케줄이 생기는 건 레이디스완도 줄곧 바라온 일 중 하나였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호빈이 태욱의 꼬임에 그렇게 흔들렸던 것이며, 손재하의 말에 확답을 주지 못 한 것이었다.
“…제가 여기 제작진분들한테 여쭤 보니까, 섭외 요청이 갈 것 같긴 해요. 누나들 오랜만에 다 같이 모이겠어요.”
– 어머, 정말 기대 안 했었는데! 그럼 호빈이 너도….
그렇지만, 이제는 그래서는 안 됐다.
“수인 누나.”
– 으응?
“저, 이번에 티오제의 매니저가 될 것 같아요. 아니, 제가 할 생각이에요.”
유호빈이 김춘용이 은근히 깔아 주려던 판을 빠져나온 이유는 간단했다.
이런 방식으로, 쉽게 핑계 댈 수 있는 면죄부를 얻어서는 안 됐으니까.
“저… 춘용 씨. 괜찮으십니까?”
“네?”
“그, 목이요. 이따가 밴드라도….”
“아. 뭐, 하루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텐데요 뭐. 멍 든 것도 아니고, 그냥 옷에 쓸려서 그래요.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아까 조태욱에게 멱살을 잡힌 것 때문에 살짝 붉어진 김춘용의 목덜미를 보며, 호빈은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우유부단하게 굴지 않았다면 저런 일을 겪을 필요가 없었을 텐데.
진작 티오제의 매니저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더라면, 오늘 모든 일이 보다 부드럽게 흘러갈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마당에, 남이 보기 좋게 깔아 준 판에 슬쩍 숟가락만 올리며 ‘이제는 제가 당신들을 케어할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것만큼은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앞서 지난 미련을 정리해야만 했던 것이고.
호빈은 휴대폰 너머를 향해 조용조용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껏 고집 부려놓고 줏대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요, 누나.”
– …….
“등 떠밀려서, 상황이 이렇게 돼서 하게 됐다고 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이건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 …….
“티오제를 보면, 누나들 생각이 많이 나요.”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잘해 보고 싶어요.”
수인이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빠르게 말을 쏟아낸 호빈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제게 쏟아질 질타를 기다렸다.
지금 호빈은, 그간 자신이 계속 잡아 온 레이디스완이라는 소중한 줄을 놓겠다고 선언한 것이었으니까.
욕설도 괜찮고, 실망했다는 차가운 말도 괜찮았다.
그리고….
– ―너무 잘됐다! 그럼 호빈이 너, 다시 로드 시작하는 거구나?
호빈이 그토록 오래 지켜본 아이돌은, 이런 순간까지도 따뜻한 응원의 말을 던졌다.
– 너 원래 현장 일 뛰는 거 좋아했잖아. 신인이랑 같이 현장 하는 거, 되게 재밌을걸? 바쁘기야 하겠지만.
“…맞아요. 재밌더라고요.”
– 그래. 우리 때문에 너무 오래 신경 쓰고 있어서 정말 미안했는데… 잘됐다.
잘됐으면 좋겠어.
“너도, 티오제도. 하하, 그럼 겸사겸사 우리도 잘될지도?”
“…….”
이미 통화가 끊어진 휴대폰을 손에 쥐고, 호빈은 저 멀리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붉은머리의 아이돌을 바라봤다.
뭔가 불안한 거 같기도 하고, 생각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푸핫.”
그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준 호빈은, 속으로 가만히 말을 씹었다.
레이디스완을 향해서, 고맙다고.
그리고 김춘용을 향해서, 반갑고 미안하다고.
그의 발걸음이 천천히 캠프파이어 현장으로 다시 향했다.
이제는, 그들의 매니저로서 지금까지 있던 일들을 설명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