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43)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43화
솔직히, 쇼케이스를 앞둔 위즈에 대항할 방법은 다양했다.
호빈 형에게 부탁해서 멤버들과 수록곡 관련한 라이브를 켠다거나, 우리끼리 안무 영상을 촬영해서 공식 위튜브 채널에 올린다거나.
꼭 다솔 쌤, 아니.
“라… 이브, 라고, 말을… 더, 빨리… 하는 방, 법은… 없….”
내 옆에서 아웃그램 라이브 화면에 대고 느릿느릿 말하고 있는 다솔 형과, 시간을 쪼개서 객원 크루 영상 촬영을 할 필요는 없었다는 거지.
그렇지만, 내 생각에는 이게 지금 내가 취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ToZFoooorever님이 입장하셨습니다] [Youknownothing: 헐 뭐야 다솔 오빠 아이돌이랑 라이브 하넹 ㅋ 쟤 춤 잘 추나?] [kpopotaku: yongyong say hello to Indonesia♡] [lologanpuppy: 추뇽아 추뇽아 추뇽아 로건은 뭐해? 오늘 로건 노래로 춤추는 거야??] [REALLeehoejin_님이 입장하셨습니다] [Everyspringtoyou: 여기 없는 사람 언급하지 마세요 ㅋㅋ 다솔님이랑 춘용님 얘기만 합시다] [dancingtnthemoon: 라이브 켜고 춤춰요? 아니면 예고 라이브예요? 뭐든 좋아 미남 좋아 미남 많이 넣어 더 넣어] [ehsrktmehsrktm: 댄서 앞에서 얼굴 얘기만 하는 사람이 있네 ㅋㅋ 저런 사람들이 씬 망치는 거임] [REALLeehoejin_: ㅁㅊ 이거 건영 형이 못 보게 해] [dancingtnthemoon: 춤 잘 추는 미남 댄서 많이 넣어 무대 잘하는 미남 아이돌 많이 넣어 성격 나쁘고 사람 뭐라고 그러는 돈가스인간 비켜]화제성을 위해서.
물론, 우리 멤버들과 라이브를 했어도 충분히 언급이 됐을 거다.
애로우즈 때보다도 더 가파르게 올라가는 성적과, 문윤하 디렉터님 덕분에 컨셉으로도 도장을 확실히 찍었으니까.
그렇지만, 문제는 우리 소속사, 어거스트 엔터테인먼트가 원래도 밀던 이미지가 ‘실력파’였다는 점이었다.
[최가온은 4분 내내 아가미 달린 것처럼 춤추고 노래하는데 파트 쪼개서 무대 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ㅋㅋ] [⎿얼굴에 의미가 있어 ㅁㅊ새키야 최가온은 무대에 잘생긴 애가 한 명만 올라오지만 티오제는 6명이 올라옴] [⎿⎿이렇게 얘기해 봐야 제니아님만 추해져요 ㅜ 소속사에 쟁쟁한 선배 솔로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보통 무대로는 당연히 만족을 못 하지….]사람들이 이미 맛있게 먹던 걸 다시 만들어서 내밀어 봐야, 새롭게 등장한 음식의 화제성에는 비할 수 없었다.
[신사 신상 맛집 추천리스트♡ 누구보다 빨리 다녀와봤어요!] [‘사실 그냥 비닐이야’ 성우민 디자이너의 친환경 소재 가방의 완판 비결?]설령 그게 맛이 있든, 없든.
내가 누구보다도 빠르게 새로운 걸 접했다는 고양감, 이미 접하던 것과는 다른 걸 취하고 있다는 특별함까지.
그런 걸 충족시켜 줘야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가 있었다.
내가 그걸 배운 건….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도 사고 후, 처음으로 욕을 먹기 시작했을 때.
[애로우즈 렉스의 안타까운 사연… 그가 팬미팅 현장을 떠나게 된 이유.jpg] [소속사의 케어는 어디에? 절벽에 선 아이돌, 아이돌의 우울증에 대해서]나라고 처음부터 욕만 먹어 온 건 아니었다.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악할 리 없잖아.
누가 안 좋은 일이 생긴 사람한테 처음부터 못된 말을 마구 던지겠어?
애로우즈가 망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함께 옹호해 주는 팬들이 있었고, 내 상태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다.
[(링크) 아니 ㅆㅂ 렉스 촬영하다가 피디랑 싸워서 촬영장 이탈했다는데? 이거 뭐임? 대박이다 뭘 긁었길래 피디랑 싸워] [⎿와 미친 방금 전에 렉스가 잘 극복하길 바란다고 댓글 쓰고 왔는데]그 과정에서 내가 같지도 않은 짓거리를 한 건 별개로 치더라도, 뭐.
[슈팅렉스 @Shooting_REXAG에서 올라온 입장문 잘 읽었습니다!
쌍방으로 오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방송사에서 아티스트를 좀 더 존중해 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앞서네요.
렉스의 내일이 오늘보다는 편안한 하루가 되길…
힘내, 렉스야
언제나 응원할게]
그럼에도, 나를 응원해 주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그러나, 대중은 자신을 즐겁게 해 주어야 할 엔터테이너가 우울해하는 걸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아 ㅈㄴ 피곤해 죽겠는데 아직도 게시판 플로우 렉스임? 아니 힘들기야 하겠지만 나도 힘든데;] [렉스 플로우 끝나면 댓 좀 달아 줄 사람 계속 보고 있기 너무 그래 ㅠ]당장에 자신의 삶도 힘들고 피곤해 죽겠는데, 남 우울한 걸 보아 봤자 기분이 나아지지도 않으니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한 주철영 피디가 혜성같이 주간 연예 뉴스 화면을 나로 장식했다.
[언제까지 동정만? 도를 넘는 애로우즈 렉스의 추태!] [그렇게 슬프고 힘든 사람이 술 마시러 클럽을 다닌다고? [뮤직데이즈 파파라치>]그 프로그램이 올라가고, 화려하게 연예계란을 장식한 렉스라는 이름을 봤을 때 기분이란.
그리고 그 아래에 드디어 화끈하게 달리기 시작한 사람들의 댓글은 또 어땠고?
“…….”
순간, 나는 턱에 빡 들어가려는 힘을 애써 풀고는 자연스럽게 다솔 형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어, 춘용… 씨.”
“아, 죄송해요. 불편하세요? 저 이거, 자세가 좀 힘들어서!”
“…아니, 에요.”
나는 다솔 형을 향해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눈동자를 가만히 굴렸다.
지금 중요한 건 당시의 내가 느꼈던 감정이나 고생, 약간 잠잠해지나 싶었더니 다시 바닥에서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주철영 피디를 향한 분노 같은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 일로부터 배운 무언가들이지.
얼마나 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가.
누가 이 라이브를 볼 것인가.
그리고, 그 소식이 어떤 식으로 퍼져나갈 것인가.
그런 맥락에서, 내게 수없이도 러브콜을 보내온 다솔 형은 아주 확실한 보증 수표였다.
[댄서 진다솔, 인터네셔널 댄스 대회 크럼프 부문 우승 쾌거!]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다면 국가대표’ 댄서 진다솔의 생활은?] [‘말보다는 몸으로 말한다’ 디자이너 브랜드 GN, 진다솔 단독 화보 공개]느린 말투나 새카만 착장 때문에 ‘어둠의 자식’이라는 말로 놀리긴 해도, 그 누구도 다솔 형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과 함께 춤을 추는 아이돌 멤버라는 수식어는 우리 티오제에게 분명한 도움이 될 테고.
물론.
“더, 편하게… 기대요. 이따가, 춤… 많, 이. 시킬… 거니까.”
“하, 하하! 아, 아닙니다. 갑자기 되게 편해졌어요.”
이 형이 나에게 이런 무한정의 호감을 보내는 이유는 아직 모르겠지만.
“아, 이제 슬슬 크루분들도 오실 거 같아서… 라이브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곧 올라올 영상 기대해 주세요!”
갑작스럽게 더 몸을 붙여오는 다솔 형을 피하며, 나는 라이브 화면에 대고 익숙해진 클로징 멘트를 던졌다.
[NBML__0412: 안돼춘용아누나방금왔어제발] [NBML__0412: 오늘도잘생겼구나오늘도날티나는구나너는최고의아이돌이야너는최고의댄스멤버야누나가응원해요춘용아] [Youknownothing: 대충 편집하고 보여주려나 보네 ㄱㅡ 쟤 춤 잘 못 추나보다 ㅠ 다솔 오빠 그러지 말고 나를 불러~] [ChoiKY_: ㅆㅂ 왜 둘이서만 만나요] [ChoiKY_: 다발 씨솔이형 저에게도 기회를 달라고요]아쉬워하는 댓글, 춤을 안 보여 줄 거면 왜 라이브를 켰냐는 댓글이 간혹 보였지만 별로 중요하진 않았다.
이걸로 판은 드디어 깔렸으니까.
[라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다시 보기 업로드▷]“…어? 다시 보기 업로드하시려고요?”
“네… 저도, 나중에… 보, 려고….”
내게 느리게 고개를 끄덕인 다솔 형은, 곧 입고 있던 새카만 레더 자켓을 벗으며 천천히 중얼거렸다.
그 아래에 입고 있는 화려한 그래픽의 티셔츠도 검정색이라서 조금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춤도, 업로드… 다, 할… 거예요. 연습, 하는 것… 까지.”
그 뒤에 흘러나오는 말은, 웃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하하.”
“기대, 했… 거든요. 춘용… 씨. 춤.”
애초에, 내가 다솔 형이 보내온 러브콜을 외면한 것에는 이유가 다 있었다.
그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평가받는 입장으로 좋은 말을 듣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댄스 포지션 멤버가 댄서에게 칭찬을 듣는 건 사람들이 보았을 때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선이니까.
그렇지만, 그 곁에서 함께 춤을 추는 건 달랐다.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더 나아가서는 ‘저러니까 아이돌이지’나 ‘왜 댄서가 아니라 아이돌을 한 거냐’라는 말들까지 불러일으키는 일.
자칫 그 가운데에서 조절을 잘 못 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고.
“…긴장되네요. 하하, 그럼 저도 그럼 옷 좀 갈아입을게요!”
나는 걸치고 있던 회색 후드를 걷어 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그럼에도, 해내야만 했다.
[‘MONOCHROME’ 티저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위즈는 대체 어떤 그룹? “지금 데뷔한 아이돌도 함께 연습했었어”]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날 팔아먹으려던 사람들한테, 내가 당신들 입에 오르내릴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게다가….
“춘용… 형. 괜, 찮겠어요? 너무, 피곤할… 거 같은, 데.”
“Right. 오늘도 생방 다녀왔잖아요! 아직 메이크업도 못 지웠고….”
“으음, 나도 말리고 싶은데. …네 생각이라면 존중하겠지만.”
“용용 형. 잘하고 와요, 어? 안 그래도 다솔 쌤이 형 완전 좋아하잖아요! 이럴 때 크루 들어갈 생각 없다고, 나는 티오제라고 기선제압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요.”
“어후, 너 다녀오면 형이 라면 끓여 줄게. 안 자고 기다려야겠네, 이거!”
응원까지 받았는데, 어떻게 못 하겠다고 자리에 드러누워서 울겠어?
“어어, 안녕하심까… 이쪽이, 진형이 말씀하신 분인가?”
“아, 네. 안녕하세요, 티오제의 춘용입니다!”
“이야, 잘생기셨네요. 좀 무섭기도 하고. 진형 취향이 맞아, 어. 예전부터 이런 얼굴이 크루 얼굴마담이어야 한다고, 빠르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말을 하더라니까요.”
“그러게. 역시 이런 얼굴이면 아이돌을 하겠지. 그냥 댄서가 아니라. 우리 다솔 형이 좀 이상한 거고.”
“하하….”
이제 속속이 들어오는 다솔 형의 크루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나는 송곳니가 보일 정도로 활짝 웃었다.
“오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제껏 엑스에게 닦달에 닦달을 당하며 올린 스탯과, 고생 끝에 모은 스킬까지.
모조리 써서, 완벽한 영상을 촬영할 생각뿐이었다.
* * *
김춘용이 진다솔의 연습실로 떠나고 5시간.
앞서 김춘용이 ‘아무래도 시안을 보내고 얼마 안 된 안무이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는 말을 남겼지만, 그저 ‘그렇구나’하고 넘길 티오제들이 아니었다.
“…가자. 연습실로.”
그러니까, 다들 바리바리 싸들고 김춘용의 외조에 나섰다고.
“이거면 괜찮겠죠? 음, 커피를 안 드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에이드 종류도 샀는데….”
“용용 형 기죽어 있으면 어떡하죠? 물론 그럴 형이 아니긴 한데. 그래도 전부 다 댄서분들이라서 좀 걱정돼서.”
“춘용, 형… 잘, 추니까. 괜찮을…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지금, 가는 거고.”
“Oh, 시우. 그런 것치고는 너무 떨고 있어요. 덕분에 저까지 떨리네요.”
“이래서야, 라면을 끓여 주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끓여 먹게 생겼네….”
“괜찮을 겁니다. 걱정 마세요.”
두당 한 마디씩만 해도 여섯 마디가 되는 벤의 뒤에다 대고 말끔한 대답을 한 유호빈은, 핸들을 부드럽게 꺾으며 주차를 마쳤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도, 약간의 걱정이 서려 있긴 했다.
진다솔이야, 이상할 정도로 김춘용에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그 크루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댄서들이니까 프라이드가 다 높겠지. 듣기로는, 전에 로건 씨와 춘용 씨 둘 다 [타겟팅 스타> 미션에서 댄서와 트러블을 겪은 적도 있고.’
당시 상황을 전달하던 로건의 얼굴이 퍽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유호빈이 티오제의 이런 외조에 동행한 것이었다.
“Listen. 춘용 형이 혼자 잘하긴 하지만… 그래도 저희가 가서 힘을 보태 주면 더 좋을 거 같아서요. 정말요!”
“와, 로건. 이제 ‘보탠다’는 말도 아네요? 언제 써야 하는지도 알고!”
“화성, 진지한 얘기 중이라고요!”
“아니, 누가 안 간다고 그랬나? 가자고요. 우리 여섯 전부 다!”
“…유찬 씨, 차 키 내려놓으세요. 운전은 제가 하죠.”
“하하, 다행이네요! 제가 또 차 운전은 오랜만이라 할 수 있을까 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연습실 문을 열기 전까지 유호빈과 티오제의 얼굴에는 화기애애한 척해도 긴장이 깃들어있었다.
만약 김춘용이 힘들어하고 있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댄서들에게는 어떤 말로 대화를 시작할 것인가.
그런 고민들 때문에 말이다.
…그러나.
철컥―
“저, 잠깐 괜찮을까요? 저는 춘용 씨 매니저인 유호….”
정중하게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간 호빈의 입은, 그 안의 광경 때문에 턱 막힐 수밖에 없었다.
땀방울이 흐르고 있어야 할 댄서들의 치열한 연습실이….
“아이돌 활동기가 아닐 때만 잠깐 오면 되는 거잖아. 한두 달 정도? 설마 소속사가 그것도 안 빼? 그건 아니지? 아니, 그러면 소속사 너무한데? 우리가 더 잘해 줄 수 있는데?”
“아, 그건 아닌데요! 전 일단 신인이고…!”
“더… 해. 더… 많이… 빨리, 꼬셔. 나, 혼… 자로는, 안 돼.”
“회사가 그런 부분을 조율해 주지 않는다면, 나한테 말해도 돼. 내가 로스쿨 다니다가 자퇴했거든? 도와줄게. 물론 우리랑 같이 일한다는 조건으로 생각해 주면 좋겠어.”
“더… 해. 더.”
치열한 헤드헌팅의 장으로 변모해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