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47)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47화
최애 영접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응모한 사람들은 수천 명이지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건 정말 소수였다.
[지금 사운드딥 강남 팬싸 진행 중인 거지? 레코드플레이 당첨자 내역은 언제 뜸?] [⎿벌써 떴어 당첨자들한테 알림 다 돌렸음] [⎿ㅆㅂ 내가 떨어졌다는 걸 이렇게 알게 되네]그러니, 그 기회를 잡지 못 한 사람들은 그저 손톱을 물어뜯으며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현장 반응을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볼 수밖에 없었다.
[(사진) ㅁㅊ 손재하 화관 미쳤다 누가 백합으로 만들어 준 거? 저거 생화지? 눈물 날 거 같음 장난 아니네] [⎿저걸로 눈물이 나면 되겠냐? ㅁㅊ 현장에서 누가 베일 갖다 줘서 베일도 한 번 썼대] [⎿진심? 사진 어디 있음?] [⎿30초 만에 시큐리티한테 뺏겨서 거기 있던 사람들만 봤다고 함…] [⎿아오 ㅆㅂ] [장시우 앞에 고양이 머리띠 8개 있는 거 봐 ㅁㅊ 다들 생각하는 거 똑같네] [⎿아무래도 눈이 있다면….] [⎿와중에 고른 건 검정색인 거 봐 진짜 감동받아서 말이 안 나온다 나 죽을 때 이 사진이랑 같이 묻어주라]그리고, 여기.
“와, 씨. 시우 진짜 미쳤네… 내가 돈만 있었으면 200장이든 300장이든 샀다, 진짜!”
5일간의 학교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긴 머리를 높이 틀어 묶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여고생 한 명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녀는 조금 케이스가 다르긴 했다.
“김춘용한테 달라고 해 보지, 왜. 뭐, 분명 안 되겠지만… 앨범 한 장은 안 주겠냐? 엄마랑 아빠한테도 보냈다는데.”
“아니, 앨범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우를 보는 게 중요한 거야. 언니. 언니도 알면서 그러냐?”
“아니면 한 번만 만나게 해 달라고 하든가. 나는 걔 전에 서바이벌 현장 데려다 주면서 봤어. 로건이었나? …귀엽던데. 키도 크고, 강아지 같고.”
“웩.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뭐하러 아쉬운 소리를 해, 내가?! 와, 그리고 언니. 로건 귀엽다고? 어? 귀엽다고 그랬어? 최가온에서 이제 진짜 갈아타는….”
“이게? 언니한테 목소리 높이라고 누가 그랬어? 미쳤냐?”
“이잉….”
원한다면 자신의 오빠에게 부탁해서 최애 영접이야 한 번쯤 할 수 있음에도, 그녀의 고집 아닌 고집을 지키기 위해서 굳이 그러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언니, 자만추라고 알아, 자만추?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야.”
“니 언니 고등학교 선생님이다. 내가 그걸 모르겠어?”
“근데 말이지. 나는 시우랑 자만추를 하고 싶은 게 아니야. 내가 쟁취해서! 직접! 보러 가고 싶다고! 그리고 내가 본 사람 중에 네가 제일 귀엽다고 알려주고 싶어!”
“제정신이 아니구나….”
자기 막내 동생의 광기 어린 선언을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던 김씨 집안 첫째, 김보미는 혀를 쯧쯧 차며 나리의 등을 두드렸다.
“들어가서 공부나 해. 노는 건 좋은데, 할 일은 하고 놀라고.”
“아, 오늘은 놀아도 돼. 쉬어야 할 때는 확실히 쉬어야 한다고 그랬어.”
“아니, 학교 선생님이 앞에 있는데 대체 누가 그딴 말을 처했….”
“누구긴 누구야. 엄마가 제발 사윗감이면 좋겠다고 했던 사람이지.”
김나리는 김보미를 비롯해 아빠와 김춘용을 쏙 빼닮은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제 언니의 눈앞에 휴대폰을 흔들었다.
거기엔, 실제로 삼남매의 엄마가 사진을 볼 때마다 탄성을 내지르던 이와 관련된 길고도 감동적인 간증글이 한가득 펼쳐져 있었다.
[ㅎㅇ 나는 좀 아까 티오제 팬싸 다녀온 유찬 제니아야오늘 유찬이랑 나눈 대화가 너무 인상 깊고 고마워서 글을 좀 남겨볼까 해
난 팬싸컷을 못 맞췄음 ㅋㅋㅋㅋ 30명 있다는 랜덤 추첨 믿고 몇 장만 샀는데 우연히 당첨이 됐어 사실 팬싸 갈 생각도 없었고…
사실 내가 삼수생이라서 말이지]
거기까지만 읽은 보미의 표정은 곧 험악하게 굳어졌다.
삼수생이 아이돌 팬사인회를?
실제로 학교 선생님의 입장에서, 이보다 열 받는 일은 또 따로 없었다.
“미쳤냐? 미쳤어? 나한테 이거 왜 보여 주는데. 나 열받게 만드려고? 삼수생도 간다 이거야? 이리 와, 이것아!”
“아아, 언니! 감동 실화 깨지 말고, 끝까지 읽어 봐!”
“…별 같지도 않은 거 가지고 유난이면 너 진짜 죽어. 너 장시우 무슨 이상한 굿즈 다 갖다 팔 거야.”
“그거 개인 제작이라서 팔리지도 않아. 제발, 언니 빨리!”
나리의 호들갑에 보미는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이어지는 글에 다시 시선을 꽂았다.
물론, 읽어 봐야 그게 그거겠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아.”
아래로 펼쳐진 사연에는, 보미 역시 탄식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손에 문제가 좀 생겨서 더는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됐어
그래서 부모님과 상의를 하다가 실음과로 다시 한 번 입시를 도전해 보기로 했고 지금 이 상태지 ㅋㅋㅋㅋ
그래서 좀 방황하던 와중에 티비에서 유찬이를 보게 된 거야
시원시원하게 잘생겼고, 노래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내가 걔를 좋아하게 된 건 당연한 일이었어
너희도 알겠지만 유찬이는 한국대 실음과에 수석으로 들어갔잖아? 그리고 이제는 아이돌로 데뷔를 했고?
그래서 나는 어쩌면 걔를 질투했던 걸지도 몰라
최애를 질투한다니 말이 좀 이상한데, 뭐…
그래서 직접 만나서 한 번 들어보고 싶었던 거 같아
입시에 관해서라든가, 힘들었던 부분이라든가, 새롭게 도전하는 건 두렵지 않았냐 같은…
뭐랄까 그런 거 말이야]
그 글에서는 글쓴이의 복잡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글쓴이가 보기에, 자신이 좋아하게 된 방유찬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지금 새로이 준비 중인 목표를 성취했음에도 포기한 사람이었다.
누구는 새로운 도전 때문에 괴로워하는데, 누구는 그걸 내팽겨쳐 버리다니.
“이 사람 거기 가서 방유찬 때린 거 아니야? 아니, 뭐. 그러지 말라고 시큐리티가 있는 거긴 한데….”
“그랬으면 글을 올렸겠냐고, 언니. 아, 봐 봐. 뒷부분은 나도 좀 인상 깊게 봐서, 또 보고 싶다.”
김춘용과 꼭 닮은 두 자매는, 곧 머리를 맞대고 이어지는 글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실제로 본 유찬이는 너무 잘생기고 친절하고 목소리도 좋더라내가 상상한 대학 선배 그대로였어
그리고 하필!! 무슨 팬이 준 건지, 한국대 과잠을 걸치고 있더라고
걔가 훨씬 더 좋아지는 동시에, 혼란스럽기까지 했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말했더라고
너는 아이돌 할 줄 알았으면 그렇게 힘들게 입시했을 것 같냐고
근데 유찬이가 그러더라고
자기는 그때 그게 자기 목표였고, 지금은 목표가 바뀐 것뿐이래
그리고 그때 최선을 다했으니까 후회하지도 않고, 나랑 이렇게 만나서 이런 얘기를 나눠볼 수 있어서 즐겁다고 그랬어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건 늘 멋진 일이고, 자기가 과거에 했던 일도 지금의 자기가 있게 만든 일이기 때문에 언제나 좋은 기억으로 남을 거라고…
그 말 듣고 나도 모르게 좀 울었던 거 같은데, 유찬이 ㅆㅂ 존나 착해서 나한테 휴지 주더라… 집에 갖고 옴 (사진)]
그 길고, 사랑이 가득하며, 많은 생각이 드러난 글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하여튼!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나는 이 일로 인해서 유찬이를 더 좋아하게 된 거 같고, 이번에 다가올 입시도 두렵지 않아진 거 같아
붙을 거 같은 기분 ㅋㅋㅋㅋㅋ
마지막으로 유찬이가 써 준 입시팁이랑 사인 사진 올릴게
너희도 내가 유찬이 덕분에 위로받은 것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앞으로 더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
글을 모두 읽은 보미는 딱 한 마디로 이 이야기를 정리했다.
“존나, 결혼하고 싶게 하네….”
팬사인회에서 도리어 팬을 위로해 주는 아이돌?
단지 ‘김춘용의 잘생기고 호쾌한 팀메이트’였던 방유찬이 김보미의 결혼하고 싶은 아이돌 2위로 올라서는 위대한 순간이었다.
물론, 여전히 1위는 최가온이었지만.
제 언니의 감정적인 모습을 본 나리는 키득거리며 소파를 뒹굴었다.
“봤지? 봤지? 와, 이 글 보고 방유찬 완전 내 차애 등극. 심지어 한국대 실음 수석이야. 차애 기 받으면 나도 입시 잘 할 수 있을 듯?”
“뭐, 그것도 그런… 야, 잠깐만. 근데 글에 쉴 때 확실히 쉬라는 말 없는데? 너 뭐야!”
“아 씨, 들킴.”
“너 이리 와, 이리 와!”
두 자매가 서로 몸싸움과 말싸움을 곁들이며 다투기 시작한 사이, SNS와 커뮤니티는 계속해서 새로운 팬사인회 간증글로 업데이트가 되고 있었다.
방유찬의 다정한 입시 상담, 장시우의 고양이 챌린지, 지화성의 고글, 로건의 축구 교실, 손재하의 팬사인회 아이템 바꿔 끼기까지.
그리고, 그 와중에 두 김씨 여성들이 가장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화끈한 시선을 끌고 있는 게 있었다면….
[실시간 트랜드1. 티오제 팬싸
2. 어떻게아이돌이름 가쿠란
3. 가쿠란]
늘봄미르의 과거 상처 치유와 더불어, 김춘용의 크나큰 이미지 변환점을 가지고 온 착장이었다.
* * *
이전까지 김춘용의 이미지는 강렬했지만, 딱 한 마디로 정리하라고 하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름: 어떻게아이돌이름김춘용얼굴: 날티남
성격: 당혹스럽게도 착함
실력: 확신의 춤멤 센터 [ NEW
종합: 이게 뭐야 신기해]
일명 ‘갭모에’라는 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확실히 좋았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 방점을 찍을 부분이 필요한 것도 사실.
그러던 와중, 빨간 머리에, 새카만 가쿠란을 입고, 지나가던 또 다른 제니아가 ‘이거다’ 싶어서 선물한 반창고를 뺨에 붙이고, 팬을 향해 웃고 있는 김춘용은….
[미친 왔다 아이돌 날티 계보 후발 주자가] [⎿게다가 춤멤임 이거 된다 그동안 느낌은 살살 봐왔는데 이건 확신이다] [⎿4세대는 김춘용이네 이거 맞네 야 이름도 레트로로 돌아감 이게 리얼 싼마이지] [⎿내 팬한테만 다정한 양아치 이게 ㄹㅇ이야 오랜만에 ‘진짜’를 본다…] [늘봄미르 @NBML__0412(사진)(사진)
팬사랑 가득 4세대 대표 날티남 #춘용 이 보고 가세요♡] [⎿퍼가요] [⎿아니 언제적 퍼가요임?] [⎿시대상 반영한 거임 받아들이세요]
드디어, 자신의 이미지를 확립할 수 있었다.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클래식 양아치 미남 멤버’로 말이다.
게다가 이전에 진다솔 크루와의 댄스 콜라보레이션으로 단지 얼굴만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했으니, 이보다 더 나은 방향은 또 없었다.
그러니까, 이제 아무나 함부로 김춘용을 그룹 홍보용으로 더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
오히려 확고한 캐릭터가 쌓인 만큼, 가려질 수 있으니까.
“씁….”
팬사인회가 끝난 직후, 제게 쏟아진 반응을 확인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곤 엑스와의 메시지창으로 들어갔다.
거기엔, 그동안 보낸 메시지, 그리고 방금 도착한 메시지가 한가득 쌓여 있는 상태였다.
– X: 아 니네 티오제 큰일난 듯 너 라이벌 그룹 데뷔하는데? 쟤네가 내가 보내 준 리스트 속 신인상 탔던 애들 맞지?
– X: ㅋㅋㅋㅋㅋㅋ 아 고생길 또 열렸구용
– X: 뭐 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ㅎㅎ 네가 기억 못 할까봐 나는 계속 리마인드 시켜줘야 해서 ㅎㅎ
– X: 너어? 신인상 못 타면? 긴급 체포 때로 돌아가야 한다? 응응?
며칠 전 해당 사실을 수습하느라고 못 본 척한 깐족거리는 메시지를 대강 슥슥 내린 김춘용은, 곧 좀전에 도착한 엑스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 X: ㄱㅡ 아 김춘용이 내 도움도 안 받고 해결하니까 좀 열받네
– X: 너 원래 이렇게 유능한 이미지 아니지 않았냐? 왜 잘하지? 씁 하 실패할 줄 알고 골랐는데 안 되는데
– X: 웁스 실언 하여튼…
– X: 어쨌든, 뭐 내가 굳이 너를 저주하거나 그러지 않아도 ㅋㅋㅋㅋㅋ 고난이 알아서 찾아오더라 추뇽추뇽!
– X: 오늘 새벽부터지? 고생 좀 해 ㅎㅎ
– X: 맞다 도감 쌓인 것도 좀 확인하고?? 오늘 뭐 [첫 팬사인회의 기억] 같은 거 좀 들어왔을걸
– X: 아 야근 빡세네 나 먼저 들어감 ㅃ2
악담인지, 저주인지, 칭찬인지 모를 그 문장을 모두 읽은 김춘용은 제 뺨을 손으로 가볍게 문지르며 두 눈을 끔뻑였다.
피로한 낯이었지만, 사실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맑았다.
“…….”
드디어, 멤버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제 능력으로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지금.
김춘용은, 시간과 당혹감에 쫓겨 황급히 해결책을 찾던 때와 달리 이번만큼은 확실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안녕하세요, 티오제 선배님들. 인사드리겠습니다, 위즈입니다.”
연습생 시절부터 만나 왔으며, 그 중간중간 트러블이 있었던 사람들과….
“우와, 안녕하세요, 춘용 선배님. 저는 안태이라고 합니다. 하하… 혹시, 저희 동갑인 거 아세요?”
자신과 정반대의, 이 세상 탄탄대로를 걸어 온 사람과 면대면으로 마주해도 뻔뻔스럽게 굴 수 있을 만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