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48)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48화
* * *
우리 티오제의 2주차 활동은 첫 주보다 더 빡빡한 일정과 함께 시작됐다.
“유찬 형, 유찬 형! 이제 일어나요. 형 헤어 메이크업 받아야 해요.”
“어억, 화성아… 형 죽겠다. 아니, 지금 몇 시야…?”
“죽겠다고 하면 안 돼죠! 용용 형이 형 좀 더 오래 자게 두겠다고 먼저 헤메 받았는데! 지금 세 시인 거 알아요?”
“오후 세 시? 와, 나 되게 많이 잤….”
“아뇨, 새벽 세 시. 형 지금 2시간 잤어요. 그래도 좀 자고 나니까 개운하죠? 여기요, 피로 회복제.”
“춘용아.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슬프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하하… 다녀오세요, 형. 저희 오늘도 바쁘니까요. 저희 오늘 생방 갔다가 팬사인회 한 번 더 있잖아요.”
“…오늘이었구나? 큰일이다! 저번 팬사인회에서 받은 편지도 다 못 읽었는데!”
“그걸 아직도 안 읽었어요? 어우, 유찬 형은 진짜 잠이 너무 많아요! 용용 형이랑 저는 3일 만에 끝냈다고요!”
팬사인회에, 자체 컨텐츠 촬영에, 우리를 홍보할 예능 출연 일정까지 겹쳤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
그 사이사이 난감한 일들도 종종 일어났지만, 다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니까, 로건 씨가 리버풀에서 온 거잖아요? 이야, 그 리버풀 사투리가 엄청 유명하다고 들었….”
“하하! 저, MC님. 갑자기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한데, 제 특기가 노래 랜덤으로 틀어 놓고 춤추는 거거든요. 한 번 보여 드려도 될까요?”
“어어? 춘용 씨? …아휴, 진다솔 크루랑 같이 촬영한 사람인데. 내가 어떻게 거절해! 좋아, 노래 주세요!”
예를 들어, 이전처럼 또 무례한 예능 MC가 멤버들의 출신 지역으로 같지도 않은 분량을 뽑으려 든다거나.
“춘용 씨, 혹시 시우 씨 어디 가셨는지 아시나요?”
“아, 아마 잠깐 물 마시러 갔을 거예요. 찾으시는 이유가 있으세요?”
“시우 씨 형님 분이 컨텐츠 현장에 커피차 보내셨던데, 감사하다고 말씀 좀 전해 드리고 싶어서요!”
“…제가 아주 정확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컨텐츠 촬영 현장 속에서, 멤버들의 멘탈에 문제가 생길 법한 일들을 사전에 컷 한다든가.
“이거, 이거 선물이란 말이에요! 왜 뺏어 가요! 이게 시큐리티님 거예요? 제가 춘용이 주려고 손수 가져온 거라고요!”
“아니, 세상에 무슨 빠루가 아이돌 팬사인회 아이템이에요! 이거 아까 금속 탐지기에 어떻게 안 걸린 겁니까?”
“플라스틱이에요! 그리고, 원래 클래식 양아치 미남은 빠루가 전통인 거 몰라요? 춘용아아!”
“하, 하하….”
팬사인회에서 내 이미지를 제대로 확립한 후, 기묘한 방향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선물들을 감당한다든가.
“춘용아. 너 이거 봤어? 너 결국 마지막에는 그 팬분이 주신 선물 들고 사진 찍었잖아. SNS에서 사진 엄청 돌아다닌다.”
“아, 재하 형. 형이 이러면 제가 좀 부끄러운데!”
“아냐, 되게 잘 어울려. 으음, 나는 이런 게 어울리는 얼굴이 아니라서. 되게 부럽네….”
“형 얼굴에 안 어울리는 게 뭐가 있겠어요? 제가 그 얼굴로 태어났으면 부모님한테 감사하다고 계신 방향으로 매일 절할걸요.”
“춘용이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도리어 내가 민망해지는데….”
“재하 형, 제발요. 형은 자기 얼굴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니까요? 그리고 지금 형 입은 거 되게 잘 어울려요.”
“정말? …하하, 고마워. 너도 잘 어울려. 알지?”
그리고 당연하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출연할 무대였다.
재하 형은 내가 자신에게 한 말에 많은 생각이 든 건지, 곧 거울 앞에서 오늘의 우리 생방 무대 의상을 찬찬히 체크하기 시작했다.
내가 팬사인회에서 걸친 가쿠란으로 시선을 끌자, 우리 활동의 모든 시각적인 부분을 총괄하고 있는 문윤하 디렉터님은 딱 한 마디 했다.
“무대 올려.”
“…예? 디렉터님, 저희 의상 대여 예약 전부 다 해 놨는데요?”
“응, 알아. 나도 알고 시키는 거야. 너희는 할 수 있어. 내 사단 애들이 그거 하나 못 할 리가 없잖아.”
“아니, 의… 상 바꾸는 거 정도는… 음, 네. 그냥 애들 전부 검정색 일본 교복으로…?”
“뭔 소리야? 내가 이번에 메인 컬러 핑크랑 브라운, 그리고 라이트 그린으로 잡은 거 기억 안 나? 당장 다들 튀어가서 일본 교복 사 오고, 리폼 준비해. 시안 내가 짤 테니까.”
“디렉터님!!”
뭐, 상사가 까라면 까야 하는 법.
덕분에 나를 포함한 우리 티오제는 원래 예정되어 있던 의상 대신, 뮤뮤데 생방에서만 단발성으로 문윤하 디렉터님이 자신의 미감을 가득 담아 리폼한 일본 교복을 걸치게 되었다.
“춘용 씨, 상처 분장 지워지기 쉬우니까, 무대 전에 땀 흘리지 않게 조심해 주세요!”
“아, 넵!”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되니, 예전에 누나가 한창 즐겨보던 일본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이런 교복을 입었던 것이 떠올랐다.
“쟤네는 머리 꼴이 다 왜 저래? 세상 무슨 고등학생 머리 색이 총천연색이야? …그리고 왜 교복을 저따위로 걸치고 있고?”
“짧게 말해 준다. 이제 한바탕 싸우러 가기 전에 각 한 번 잡은 거야. 원래 이런 고등학생 만화에서는 다 그런다고. 그리고, 내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고 가, 이 자식아.”
“아, 지금 컴퓨터 시간 나라고! 언제까지 할 거야!”
“어, 안 들림. 꺼져.”
글쎄, 한바탕 하러 가기 전에는 의상을 한 번 쫙 빼입고, 총천연색 머리와 함께, 무리가 함께 있는 단체샷을 한 번 잡아 준다나, 뭐라나.
“허….”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확실히 설명할 거리가 많긴 했다.
평균보다 조금 넓은 내 어깨에 딱 맞는 크기로 수선된, 보이스카웃 유니폼 색상과 검정색이 조화롭게 섞인 가쿠란.
팬분들이 ‘지나가다가 불러서 돈 뜯는 대신 사탕 줄 거 같다’고 말해 주는 얼굴 위에 그려진 상처 분장.
그리고, ‘한창 활동기에 색 빠지면 곤란하다’는 지시 아래,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롭게 색을 입히고 있는 내 머리카락은 언제나처럼 새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뭐랄까….
“티오제 여러분 이동하시겠습니다! 벤 탑승해 주세요!”
“아, 넵!”
한바탕하러 가려는 모습처럼 보이긴 했다.
* * *
그리고 다시 지금.
“아, 안녕하세요. 손재하입니다. 티저랑 뮤직비디오, 정말 잘 봤어요.”
“…한단우입니다. 여기, 앨범이요.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아, 저희도 앨범 있는데. 잠시만요.”
“네. 천천히 하십시오.”
“…….”
데뷔 첫날, 선배들의 대기실을 방문하며 앨범을 전달하러 온 위즈와 마주하게 된 나는 당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마케팅팀과는 전혀 상관없을 녀석들에게 ‘옛정이 있지 어떻게 나를 홍보용으로 팔아먹냐?’고 하면서 들이받을 이유가 없기도 했고, 당장은 좀 지켜볼 필요가 있었으니까.
여섯 명만을 위해 준비된 대기실에 그와 똑같은 수의 사람이 들어오자 좀 복작복작한 느낌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면면을 파악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Hi, I Know you. Logan Lee. 리버풀 출신이죠?”
“Oh, 교포예요?”
“No. 나 캐네디언. 반가워요, 영어권 친구. I’m Jaden. 저 리버풀 가 봤어요. 축구 보러. 리버풀이랑 뮌헨 챔피언스리그 조별 경기요.”
“…리버풀 팬이에요?”
“No, 뮌헨. 거기 캐네디언 선수 있어요. 제일 좋아해요.”
“So… 제 생각에 저희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I think so, too.”
처음으로 내 눈에 들어온 건, 우리 팀의 강아지 로건과 악수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위즈의 외국인 멤버, 제이든이었다.
제이든은 내 기억에 확실히 남아 는 녀석이었다.
“가오옌, I can’t do this. 이 계단은 너무 위험해.”
“아니, 제이든. 나를 믿어라. 너는 할 수 있다. 마치 내가 방금 아주 당당하게 그 계단 위를 걷고 지나간 것처럼!”
“No, 난 못 해. 그리고 넌 방금 거짓말을 했어. 안 지나갔잖아, 계단.”
“그런 쩨쩨한 일에 하나하나 신경 쓰면 진정한 사나이가 될 수 없다. 제이든, 남자가 되기 싫은 건가?”
“…좋은 방식으로 도발했다. Got it. 내가 여기서 떨어져 죽으면 기네스에 등재해.”
“난 네가 정말 마음에 든다, 제이든!”
위즈가 제대로 자리를 잡은 후에, 개인 인플루언서였던 가오옌의 컨텐츠에 종종 등장하면서 높은 조회 수를 뽑아냈었거든.
가오옌은 두말할 것도 없이 좋은 녀석이니까, 제이든이 괜찮은 놈일 거라는 것 정도는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누가 더 리버풀을 싫어하는지, 내기해도 좋아요.”
“로건, Do you like to bat? 배팅하는 거 좋아해요? 내가 이길 거 같은데.”
“Sorry, Jaden. 이건 나의 게임이에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천천히 알려줄게요.”
로건의 사교성이 좋은 덕분인지는 몰라도, 저렇게 금방 친해졌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그러니까….
내가 예의주시해야 하는 건, 다른 인물들이었다.
“아, 죄송해요. 시간이 좀 걸리네요. 다른 대기실도 찾아가 보셔야 할 텐데….”
“괜찮습니다.”
“아잇, 재하 형. 제가 그냥 지금 호빈 형한테 가서 앨범 받아올게요! 이래서야, 너무 오래 걸리겠네!”
“…….”
재하 형과 화성이의 앞에서 무표정하게 서 있는 내 퀸스 연습생 동기 한단우와, 그것보다 좀 더 불편하다는 얼굴로 짝다리를 짚기 직전인 이선호.
“…….”
“하원 형, 형 괜찮아요?”
“어? 어… 뭐, 그렇지….”
“어, 혹시 추우세요? 저희 애들이 덥다고 그래서 에어컨 온도를 좀 낮췄는데! 내려 드릴게요.”
“아,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약간 내 눈치를 보며, 내 주위를 은근히 맴돌다 유찬 형에게 걸린 박하원과, 그런 박하원을 걱정스럽게 보는 조은.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아, 장시원 선배님 동생분이시죠? 장시원 선배님께서 예전에 저희 부모님 드라마 단역 출연하실 때, 현장에서 본 적 있는데! 기억나요? 저 그때 한복 입고 있었어요.”
“아, 음… 네. 저도… 기억나요.”
“되게 많이 컸네요. 아, 물론 나도 컸지만요. …하하. 선배님께서는 잘 계셔요? 제가 그때 선배님 보고 더 빨리 아이돌을 생각했으면….”
대체 지금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발랄하게 시우에게 접근했는지 모를, 안태이.
…잠깐, 누구한테 접근했다고?
“―어어, 잠깐만. 시우야! 너 혹시 물 안 마셔도 되겠어?”
“아… 춘용… 형.”
“잠깐 나가서 물이라도 좀 마시고 와. 시간 괜찮을 테니까. 하하, 내가 물 좀 갖다 준다는 걸 깜빡했네.”
순간적으로 내 머리에서 울리는 사이렌을 직감한 나는, 빠르게 두 사람 사이를 갈라 놓으며 시우를 구해 냈다.
“저, 저 그럼 잠깐 물… 좀 마시고 올게요. …고마워요, 춘용 형아….”
그리고 그게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는지, 시우는 매우 안도한 표정을 지으며 곧 자리를 벗어나 대기실 밖으로 향했다.
그 발걸음이 얼마나 편안해 보였는지는, 굳이 두 번 말할 것도 없었다.
“후….”
나는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쉬며, 방금 사달을 낼 뻔한 안태이를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보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 팀 고양이가 얼마나 섬세한데, 감히 생방 직전에 이런 거대한 폭탄 투척을.
그러나 안태이는 그저 새로운 대화 상대가 생긴 게 기쁜 건지, 내게 신이 나서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우와, 안녕하세요, 춘용 선배님. 저는 안태이라고 합니다. 아, 위즈의 안태이라고 해야 하는 거죠?”
“…아, 네. 안녕하세요, 태이 씨. 이렇게 뵙게 돼서 반갑네요.”
“우와, 엄청 사회인처럼 말씀하시네요, …혹시, 저희 동갑인 거 아세요?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되는데!”
“하하… 태이 씨부터 편하게 하시면, 저도 그럴게요.”
“그래, 춘용아. 고마워. 그럼 말 편하게 할게.”
안태이의 도자기처럼 반듯하고 섬세한 이목구비가 기분 좋게 휘어졌다.
그걸 보는 내 기분은 글쎄, 별로 기분 좋진 않았지만.
왜냐하면, 어떤 녀석들인지 이미 알거나 예상할 수 있는 여타 위즈 멤버들과 달리 이 녀석은….
진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거든.
“이름은 태이로 정했어요. 별 태에, 기쁠 이요. 빛나는 별이 돼서 사람들을 기쁘게 해 줬으면 좋겠어서….”
“아, 두 내외분께서 한국 영화계에 큰 기여를 하신 것처럼 말씀이신가요?”
“네에. 저희 아들도 아마, 저희처럼 되지 않을까요? 물론, 하고 싶다는 건 뭐든 시켜주고 싶지만… 아마, 배우를 꿈꿀 거 같긴 해요.”
‘한국 영화계 세기의 사랑’으로 불리는 배우 안명욱과 백영현 사이의 외동아들, 안태이.
녀석은 처음 태어날 때부터 자라는 내내, 제 부모님을 꼭 닮아 잘생긴 얼굴로 온 영화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저 제 부모님의 촬영 현장을 따라다닐 뿐이고, 단 하나의 작품도 촬영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안태이가 19살이 되던 시점.
녀석은, 아예 종적을 감췄다. 뭐, 실종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다니던 학교도 자퇴, 학생이 되어서도 따라다니던 부모님의 촬영 현장은 두문불출.
“저, 안명욱 씨. 최근, 아드님 소식이 전혀 안 들려서 그런데. 한 말씀만 부탁을….”
“…질문 넘기겠습니다.”
녀석의 부모님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니, 사람들은 ‘그동안 받은 관심이 너무 부담스러웠나 보다’하며 넘어가려 했다.
언제나 등장하는 스타는 많고, 이제 그때만큼 젊고 아름답지 않은 세기의 커플에게 꽂히는 시선은 확연히 줄어들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그렇게 사라졌던 녀석이 아이돌 데뷔라.
“나 춘용이 네가 진다솔 크루랑 같이 춤추는 것도 봤어. 진짜 대단하더라.”
“하하… 고마워. 그걸 또 봤나 보네….”
“어, 당연히 봤지. 한 100번 봤나? 나 위튜브 진짜 많이 보거든. 평소에 쉴 때 그것밖에 안 해.”
“…나도 비슷해. 모바일 게임 같은 걸 하거나, 위튜브….”
“우와, 모바일 게임! 나도 평소에 관심 있었는데. 네가 하는 건 뭐야? 알려줄 수 있어?”
나는 쏟아지는 녀석의 질문에 찬찬히 대답하며, 이 자식이 네게 이런 식으로 다가온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연우 형도 알 듯 말 듯한 사람이지만, 이건 결이 다른 부류였다.
연우 형은 이미 모든 걸 알고 힌트를 주려고 행동하는 거라면, 얘는 진짜….
“방치형 전투 게임? 오… 그냥 휴대폰을 가만히 놔둬도 게임이라고 하는구나? 몰랐어.”
…아예 생각 자체가 없는 것 같다니까.
“아,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게, 벤에 내려갔다 왔는데 재주차 요청이 들어와서….”
“괜찮습니다. 주십시오.”
“정말,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위즈분들.”
뒤늦게 위즈 멤버들에게 줄 우리 앨범을 가지러 갔던 호빈 형이 돌아오고, 이 복작복작한 대기실이 다시 조용해질 순간이 찾아왔다.
뭔가 일이 터지려나 걱정했는데, 어째어째 잘 풀리려는 모양이었다.
“…다들 오늘 데뷔 무대 힘내시고, 꼭 좋은 성적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내가 안도를 곁들여 우리 멤버들과 함께 위즈 멤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려는 순간.
“아, 잠깐만. 인사 중에 미안한데, 춘용아. 나 마지막으로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아까 내가 알려준, 내가 돌아오기 전에 했던 게임을 다 다운받은 안태이가 순진한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글쎄, 이상할 정도로 순진한 얼굴로.
“야, 안태이. 너….”
뭔가 느끼기라도 한 건지, 여태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한단우가 녀석을 향해 몸을 움직였지만….
“있지, 너 원래 우리 팀 데뷔 예정이었다고 들었거든. 혹시 애들이랑 싸워서 나간 거야? 얘네랑 싸웠어?”
훨씬 피지컬이 좋은 녀석이니만큼, 밀리지도 않고 대기실에 아무렇지 않게 폭탄을 내던졌다.
그러니까, 화가 많이 난 화성이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존나 큰 폭탄.
“…히끅.”
밖에서 물을 마시고 온 보람도 없게, 이 현장을 직관한 시우가 작은 딸꾹질과 함께 제 입을 틀어막았다.
“허어….”
나는 최대한 뻔뻔하게 군 보람도 없이 터진 이 상황에, 가만히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한바탕 하게 되는 걸, 피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