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49)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49화
중형 아이돌 소속사 퀸스가 비로소 대형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아이돌, 위즈.
심사숙고해서 꾸려진 전담팀의 케어와 함께 첫 생방송 데뷔 무대를 가진 그들은, 누가 봐도 ‘잘한다’는 감탄사가 튀어나오는 모습이었다.
– Welcome to The
Deep, Deep, Deep
inside of My MONOCHROME
Deep, Deep, Deep
inside of Your MONOCHROME
그 끝의 네 미소를 난
마침내 Hoding it!
각 잡힌 군무, 모자람 없는 보컬과 랩, 그리고 귀 끝에 중독적으로 박히는 가사까지.
“퀸스가 이번에 힘 좀 썼네, 진짜….”
“저기, 마지막 센터가 안명욱이랑 백영현 아들이죠? 엄마랑 아빠 좋은 점만 다 물려받았네.”
“요즘 아무리 개성있는 게 좋다고는 해도, 뭐. 저렇게 정석적으로 나오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
최근 나온 남자 아이돌이 티오제 외에는 시원찮은 현 상태에서, 그들의 등장은 새로운 얼굴을 기대하던 남자 아이돌 팬들에게 꽤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렇지만, 그들의 정돈된 무대만 본 이들은 알 수 없었다.
그 무대가 시작되기 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얘들아! 우리 되게 잘 한 거 같아. 정말 수고했….”
“야. 닥치고 따라와.”
“…어어?”
첫 생방송 무대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안태이의 손목을 잡아끌고 대기실로 향한 한단우는 문이 닫히기 무섭게 얼굴을 험악하게 굳혔다.
동시에, 그의 손은 방금 무대를 끝낸 기쁨으로 생글생글 웃고 있던 안태이의 멱살로 향했다.
“너 진짜 제정신이야, 이 새끼야? 어?”
“허어… 단우야, 왜 이러는 거야? 이것 좀 놔. 이따가 순위 발표할 때도 무대 올라가야 하는데, 이러면 의상 주름 생기잖아. 너 지금 되게 흥분했어.”
“이 새끼가 진짜…!”
“단우야, 아직 방송국이야. 어? 너 지금 얘한테 그러면 안 돼!”
갑작스럽게 일어난 대거리에 그 모습을 코앞에서 본 멤버들이 황급히 말렸지만, 그들의 표정이라고 딱히 좋은 건 아니었다.
글쎄, 안태이가 그들의 생방송 무대 직전에 터뜨린 폭탄은….
보통 폭탄이 아니었으니까.
“네? 저, 태이 씨. 방금 뭐라고 하신….”
“아, 저희 멤버들이 안 알려줘도 너무 안 알려주길래요. 아무리 봐도, 춘용이랑 저희 멤버들이 함께 연습할 때 싸웠던 것 같….”
– “―위즈 분들! 팀 위즈 계십니까! 곧 차례니까, 무대 준비하실게요!”
“앗, 안 되는데. 진짜 짧게라도 괜찮으니까! 혹시 알려줄 수 있….”
“실례했습니다. 저희도 무대 준비를 해야 해서,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
“어? 나 아직 아무것도 못 들었는데?”
“돌아, 가야한다고. 못 알아들어?”
“…음, 알겠어. 일단 다음에 또 보자, 춘용아!”
때마침 절묘하게 찾아온 방송 순서가 아니었다면, 안태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티오제의 대기실에 버티고 서서 위즈 멤버들과 김춘용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듣고자 하는 눈치였다.
당시 녀석의 호기심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눈동자를 떠올린 한단우는, 이를 악물며 단어를 씹어뱉었다.
“아이돌 하겠다는 새끼가, 그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면 무대 컨디션에 지장 갈 거라는 생각도 못 하냐?”
한단우의 분노 섞인 씨근덕거림에도, 안태이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두 눈을 끔뻑일 뿐이었다.
“어… 무대 컨디션에 지장이 간다고? 왜?”
“태이야, 너 그만해. 진짜 일부러 단우랑 우리 화나게 하려고 그러는 거냐?”
옆에 있던 다른 멤버가 세된 목소리로 짜증을 토해내자, 안 그래도 자신이 무대에서 표정 관리를 한 게 맞을지 불안해하던 한단우의 속이 완전히 긁혔다.
한단우는 안태이의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으르렁거렸다.
“야, 씨발. 안태이, 내가 너 이제까지 잘 봐주지 않았냐?”
“음… 그렇구나. 봐 준 거구나.”
“그래, 이 새끼야. 근데 대체 왜, 사람 성격 긁으면서 예전에 있던 안 좋은 일들을 끄집어내는….”
그리고 한껏 열받은 한단우가 분노와 함께 그 문장을 꺼내는 순간.
“…아하.”
안태이는 활짝 웃으며 한단우가 쥐고 있는 제 멱살을 털어냈다.
그건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코앞에서 함께 대거리하던 한단우마저 놀라게 만들었다.
“너, 이 새끼….”
“에이, 놀라지 마. 나도 네가 내 멱살 잡은 거 때문에 놀랐단 말이야.”
잡힌 멱살 때문에 주름진 자신의 무대 의상을 툭툭 털어낸 안태이는,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드디어 하나는 알았네. 어후, 이거 하나 듣기가 너무 어렵다, 단우야, 얘들아….”
“…….”
“그리고, 미안해. 너희한테 있었던 안 좋은 일을, 굳이 데뷔 생방송 직전에 끄집어내려고 한 거.”
그렇게 말하는 안태이의 표정은 변함없이 밝고 단정해서, 이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마치 무대를 잘 끝낸 것에 대한 덕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연신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안태이의 말은 멈출 줄 몰랐다.
“맞아, 그러면 안 됐지. 나중에 춘용이한테도 사과할 생각이야. 걔를 당혹스럽게 만들 생각은 없었거든. 아, 너희도 그렇긴 했는데, 음.”
그리고 그렇게 안태이의 말이 길어질수록, 위즈의 대기실은 싸하게 가라앉았다.
방금 훌륭하게 데뷔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팀의 대기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하하.”
그리고 그 모습을 죽 훑어본 안태이는, 여전히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근데, 뭐. 내가 몇 번 보면서 느낀 게 있거든.”
“…….”
“사람은 정말 극단적인 상황이 오지 않으면, 해야 할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고.”
저를 노려보는 한단우의 레더 자켓 위 먼지를 툭툭 털어준 안태이는, 굳어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멤버들을 가로질러 대기실 안의 티비를 켰다.
– “네, 이제 다음 무대 만나볼 차례인데요!”
– “지예 씨, 지예 씨. 저랑 숨바꼭질 안 하실래요? 제가 먼저 술래예요!”
– “앗, 저는 진호 씨 말고 다른 분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싶은데요! 요즘 가장 핫한 분들이랑요!”
방금 이제 막 신인으로서 데뷔를 마친 그들의 순서가 지나가고, 그보다 뒤의 순서를 차지한 이들의 무대의 소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그럼,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타겟 오브 제논, 티오제분들의 ‘숨바꼭질’!”
“저 씨발새끼가….”
“단우야, 참아. 너 그래서 쟤랑 지금 싸울 거야? 우리 오늘 무대 처음 했다고….”
“그래, 씨발. 마음 같아서는 존나 싸우고 싶은데? 안태이 저 새끼랑, 김춘용이랑 둘 다! 아까 그 새끼 당황해서 웃는 거 봤냐? 씨발, 뭔데 웃고 지랄이야 지가….”
“아니, 근데 그것도 그래요. 하원 형, 김춘용 형이 거기서 웃으면 우리가 뭐가 돼요? 진짜 싸우자는 건가….”
뒤에서 멤버들의 욕설과 화, 염려와 걱정이 쏟아지든 말든 안태이의 시선은 티비에 고정되어 있었다.
“음, 싸운다. 싸운다라… 아이돌이 싸우는 거면, 그건 아마….”
마지막에 제 귀에 꽂힌 단어를 중얼거린 안태이는, 또 한 번 조용히 웃으며 홀로 중얼거렸다.
자신의 말을 들으면 멤버들이 화만 더 낼 걸 알기에, 작게, 자기 귀에만 들리도록.
“…무대랑 성적으로 하는 거겠지.”
그리고, 동시에.
티비 화면에 각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으로 리폼된 가쿠란을 입은 여섯 명의 남자들이 비춰지고,
– 이렇게 눈부신 날
너를 찾아 한 발짝
Hi, Hi. But Hide tightly
안태이가 생각한 방식의 싸움이, 제대로 시작되었다.
* * *
티오제의 무대는 1주차보다 2주차가 되었을 때 더 반응이 좋았다.
원래도 활동의 첫 주는 적응기이고, 그 다음부터가 진짜라고들 하는 이유가 있었다.
간을 봤으면, 이제부터는 제대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시간이니까.
“방유찬! 손재하! 김춘용! 이로건! 지화성! 장시우! 티오제!”
‘우리도 응원법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판단을 한 AG가 2주차 활동 이틀 전에 응원법을 공개하는 만행을 저질렀음에도, 생방송 무대 방청에 참여한 팬들의 목소리는 우렁차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 Hi, Hi. Hide and Seek
See, See. 네 손만 보여
Hi, How was your day?
이 미로의 끝에서….
목을 살짝 덮는 새빨간 머리카락에, ‘춥다고 단추 하나라도 잠궜다가 걸리면 가만 안 둔다’는 문윤하의 경고에 따라 활짝 열린 가쿠란 단추.
– I hold, hold you. 널 잡았어!
그리고, 이전 쇼케이스의 경험 이후로 장난스럽게 반쯤 넘어지려고 하는 로건을 잡아채고, 카메라를 향해 약간 건방지고 근사하게 웃어보이는 김춘용의 모습은….
“김춘용! 김춘용! 로건아아악!”
“아아아악! 김춘용, 내 돈 다 뜯어가! 가쿠란 진짜 미쳤어!”
“아씨, 뭐라는 거야. 지들 관크가 더 미쳤는데…!”
후에, [뮤뮤데 티오제 역대급 관크 ㅋㅋㅋㅋ ㅆㅂ 티오제 생방 방청 인원 제한될 듯]이라는 글로 박제가 될 정도의, 뜨거운 고함까지 이끌어냈다.
그건 비단 김춘용만이 아니었다.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 Run, Run, 이건 네가 제안한 게임
내가 싫다고 해도 끝나지 않을 게임
– 이 순간에 End is coming
Owl, Nightingale, Mockingbird
“와 씨, 재하랑 화성이 파트 바꿔서 불렀어!”
“쉿, 쉿! 야, 근데 오늘 손재하 얼굴 진짜 미쳤다….”
서바이벌로 무대에 이미 확실히 익숙해진 만큼, 페어 파트를 한 번 바꿔서 부르며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노련함.
– Hi, Hi. Hide and Seek
See, See. 내 눈에는 너만 보여
Hi, How was your day?
아직은 수줍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게 신인의 풋풋함이구나’를 절실하게 깨닫게 해 주는 장시우의 모습.
숨고 찾는 이 게임의 끝에서
I Found you, 널 결국 잡았어!
그리고 한국대 실음과 수석에 빛나며, ‘팬사인회 입시 강사’의 명칭까지 붙게 된 방유찬이 마지막으로 고음의 피크를 찍은 2주차 첫 ‘숨바꼭질’ 무대는….
[티오제 오늘 생방 어땟음? 반응 좋았음?] [⎿그건 성적이 대신 말해줌 ‘3위’] [⎿ㅁㅊ 남돌이? 신인이? 아니 진짜 돌았네; 제니아들이 우스갯소리로 이번 주에 ㄹㅇ 1위할 거 같다고 그러더니만 ㄹㅇ 다른 음방은 1위하는 거 아님??]더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잘 마무리 되었다.
“…후.”
그렇게 무대 후, 비로소 대기실에 도착한 김춘용은 제 뒷목을 척척하게 적신 땀을 훑으며 만족감 섞인 한숨을 토해냈다.
이미 신인상을 받았던 애로우즈 시절보다도, 월등하게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숨바꼭질’ 활동.
날이 갈수록 더 좋아지는 반응은, 김춘용이 조금만 더 노력하면 ‘신인상 수상’이라는 새롭게 갱신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지표였다.
그러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하하… 더 열심히 해야겠다, 진짜….”
그러나, 그렇게 충족감과 함께 날카로운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 김춘용이 잠시 잊은 게 있었다.
“저어, 춘용아?”
“아. 네, 재하 형! 왜요? 혹시 물이라도….”
“아니, 아니. 이리 와 봐.”
손재하는 여느 때와 같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기실 한가운데에 있는 의자로 김춘용을 안내했다.
“어? 지금 이게 무슨….”
“하하, 와 보면 알 거야. 응. 좀, 할 게 있어서 말이지.”
“형아… 맞아요. 일단… 앉으세요.”
그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의 김춘용이 그 의자에 앉는 순간, 매니저인 유호빈을 포함한 여섯 명의 장정이 김춘용을 둘러쌌다.
‘만일 도망가려고 해도, 네가 이 사람들을 뚫고 갈 수 있는지 보자’는 비장한 표정과 함께.
“…아.”
그리고 그제서야, 김춘용은 자기가 오늘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쳤다는 기쁨에 잠시 잊었던 것을 떠올렸다.
“잠깐만. 딜을 좀 하고 싶은데요. 이건….”
“에헤이, 에헤이.”
“Sit, mate.”
김춘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고 하기 무섭게, 네 개의 손이 달려들어 그를 다시 자리에 앉게 만들었다.
“에헤이, 용용 형. 로건이랑 카드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뭐만 하면 딜을 시도하려고 그러네요!”
“Right. 그런 건 자기가 더 유리하거나, 확실히 타파할 방법이 있을 때나 사용하는 거예요.”
“…로건, 너 타파라는 말은 대체 어디서 배운 건데요!”
“하하! 춘용 형이 자주 쓰는 말이잖아요!”
아주 잠깐 로건의 훌륭히 성장한 어휘로 인해 대기실이 웃음바다가 되고, 그 후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김춘용은 제 뒷목을 타고 흐르는 땀이 이제는 무대의 더위로 아닌 땀이 아닌 식은땀인 걸 인정해야 했다.
“춘용아. 우리가 무슨 말 하려는지 알지?”
멤버들 중, 손재하와 함께 가장 정석적인 가쿠란을 걸친 방유찬이 제 이름의 발음만큼이나 빙그레 웃으며 김춘용을 향해 다가갔다.
그렇지만, 김춘용은 그 어떤 때보다도 제 호쾌한 멤버 형에게서 위압감을 느꼈다.
“…너, 퀸스에서 데뷔한 애들이랑 무슨 일이었던 거야?”
“허어….”
큰 한숨을 토해 낸 김춘용은, 제 얼굴을 손으로 마구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
…완전히 망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