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1)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51화
* * *
‘캐치미 캐치유’의 촬영 로케이션 현장에 도착한 티오제들은, 평소보다 훨씬 진지하고 의욕적인 모습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티오제입니다!”
“어어, 이쪽이 리더인가? 이야, 싹싹하네. 보통 이런 건 매니저가 주러 오는데. 고마워요, 잘 마실게.”
“아, 매니저님도 지금 오고 계세요. 저희가 따로 간식을 좀 준비했는데, 양이 많아서 손이 부족하더라구요.”
“아니, 커피 말고 간식을 또 준비했어?! AG 달라졌다 소리는 들었는데, 이건 진짜… 장난 아니네.”
제대로 된 인기 예능에 출연하는 것인 만큼 잘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오랜만에 무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육체적인 활동을 하는 거니까.
그리고, 그 무엇보다 그 결연함을 단단하게 만든 건….
“아, 위즈 멤버들이랑은 인사했어요? 나이도 비슷하던데. 친구 하면 되겠네, 친구!”
“…하하, 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춘용을 제외한 티오제 멤버들과, 유호빈이 한가득 걱정했던 이들과 정면으로 마주치게 되어서였다.
[뮤직데이즈 [캐치미 캐치유> 섭외 인원 조정 양해 공지]이미 티오제가 먼저 ‘캐치미 캐치유’의 출연을 확정 지은 가운데, 뮤직데이즈 측에서 뒤늦게 섭외 인원 조정에 대한 공지를 팩스로 보내왔다.
‘비슷한 시기의 데뷔 그룹’ 케미를 위해 위즈를 추가로 섭외했으며, 세레니아로 예정되어 있던 기성 가수는 슬레딕스 멤버들로 바뀌었다며 말이다.
“위즈가 추가로 섭외될 줄은 몰랐는데…. 저희 쪽에서 나중에 얘기를 들었다면 어떻게 조절해 봤을 텐데 말이죠. 죄송합니다.”
“으음, 이런 예능은 저희가 출연을 물렀을 때 불이익 받을 수 있는 것도 많아서… 낭패네요. 춘용이 때문에라도 가급적 마주치는 걸 피하고 싶었는데요.”
“허어… 호빈 형, 재하 형. 괜한 걱정이에요. 연습생 때 잠깐 있었던 일이라니까요? 걔들이랑 제가 감정이 별로 안 좋다고 쳐도, 예전 일 가지고 촬영장에서 사고를 칠 정도로 멍청하진….”
“No, no. 춘용 형.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요! Anyone can become 멍청. I mean, 누구든 쉽게 싸울 수 있다고요.”
“로건 말이 맞아, 춘용아. 내가 너랑 비슷하게 말한 애들 많이 봤거든? 다 CC 깨고 휴학하고, 싸우고 휴학했어.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르는 거야.”
“아 진심, 제 말이요. 용용 형. 생각을 해 봐요. 형 대기실에서는 그런 폭탄 터질 줄 알았어요? 네?!”
“춘용 혀엉… 전, 다른 사람들… 보다도, 그… 안태이 씨가….”
대기실에 떨어졌던 폭탄의 파편이 뇌리에 깊게 남았던 건지, ‘캐치미 캐치유’ 촬영 현장의 멤버들과 유호빈 머리에는 단 하나의 생각뿐인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든 위즈 멤버들과 춘용이가 마주치지 않게 하고, 성공적으로 촬영을 마치겠다’고.
“…Mate. 이리로 오세요, 이리로! 어디 가는 거예요!”
“로건, 나 물 좀 마시자… 내가 갑자기 쟤네랑 싸우러 가기라도 하겠어?”
“와 씨, 용용 형. 형은 가끔, 자기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잊어버리는 거 같은데요. 형은 잘생긴 거랑 별개로, 진짜, 엄청, 완전 무섭게 생겼거든요? 당장이라도 누구 한 명 칠 거 같거든요?”
“…지화성, 인마. 넌 이리 와라.”
“악! 봐요! 때렸잖아, 때렸잖아! 때리고 있잖아요!”
“어쭈, 말이 많다. …로건, 넌 뭘 봐? 너도 형의 애정이 고프냐?”
“Um, 애정이 고프다가 뭐예요? Sorry, 여전히 한국말은 어렵네요.”
“하하… ‘타파’ 같은 말도 이제 잘만 하면서 모르는 척은….”
김춘용은 허탈한 웃음과 함께 지화성의 머리통을 마구 쥐어박으며, 날카로운 눈으로 촬영장을 기민하게 살폈다.
분주하게 촬영 소품을 준비하는 스텝들이라든가, 대본을 체크하는 작가들이라든가.
더 해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위즈 역시도 말이다.
“이거 끝나고 안무 체크 한 번 하러 연습실 갈 거야. 그렇게 알아 둬.”
“단우야, 너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모니터링에서도 별로 문제없었어. 너는 보컬이 주력이니까, 굳이 안무를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는….”
“박하원. 내가 알아서 해.”
“하하… 단우야, 하원아. 왜 싸우고 그래? 나 무섭다, 얘들아.”
“Hey, 태이. No. 기억해요. 아까 단우가 ‘입 다물고 있어라’라고 그랬잖아요.”
“어어, 그랬나? 알겠어, 그럼. 가만히 다물고 있을게!”
“이게 진짜….”
겉으로 보기에는 적당히 화기애애한 듯했지만, 그 대화를 가만히 따져 보면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김춘용은 거기서, 지금 위즈의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있는 안태이라는 인물이 그 살벌함의 원흉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남의 대기실에서 같지도 않은 폭탄을 터뜨릴 정도의 녀석이니,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용용 형… 저 진짜 뒤통수 뚫리겠어요… 이제 놔 줘요, 허엉….”
“잘해라, 진짜.”
“너무해!”
커다란 키로 잉잉거리는 지화성의 금발을 마구 헤집어놓고 보낸 김춘용은, 가만히 팔짱을 끼며 현 상황을 되짚어 봤다.
멤버들이 자꾸 주의를 기울이는 위즈?
솔직히, ‘쟤네를 이기고 신인상을 타야 내가 산다’는 것 외에는 별생각이 없었다.
질풍노도의 연습생 시절, 잠깐 트러블이 있었던 타 그룹 멤버들이 뭐 그렇게 중요하다고.
게다가, 이후에 스스로에게 생겼던 일들을 생각하면 당시 일들은 애교나 다름없었다.
지금 그 당시 업보를 속죄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뭐하러 라이벌 그룹 애들한테 시간을 할애해?
– X: 야야 퀸스에서 이제 너 가지고 뭐 기사 가튼 거 ㅂㄹ 안 올리네??
– X: 재미없다… 솔직히 뭐 더 있을 줄 알고 기대했는데 깡이 없네 깡이 없어
– 김춘용: 가라 인마 넌 진짜 안 되겠다
– X: ^^
물론 퀸스에서 김춘용을 가지고 위즈의 마케팅을 시도하는 악수를 둔 덕에, 약간 갚아 주면서 관계가 더 애매해진 것도 있지만….
그뿐.
티오제의 앞에 펼쳐질 꽃길과 스스로의 속죄를 막지만 않는다면, 김춘용은 위즈가 멸망을 하든, 티오제와 더불어 다른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타든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라이벌 그룹과는 적당히 서먹한 편이 앞으로도 활동하기 편하기도 하고.
그러나, 문제는….
“안태이! 자꾸 어딜 가는데?”
“음? 아니, 춘용이한테 인사하고 싶어서 그러지. 인사하는 것도 안 돼?”
“아까 단체 인사했잖아. 가만히, 있으라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미꾸라지 한 마리가, 두 그룹을 자꾸 엮으려 든다는 점.
“…씁.”
김춘용은 황급히 안태이가 자신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며 눈동자를 굴렸다.
저렇게까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경우에는, 그 근본적인 궁금증을 해결해 줘야 말릴 수 있었다.
분명 이미 김춘용과 위즈 멤버들의 사이가 안 좋다는 걸 알았을 텐데도 저런다는 건….
그게 원인이 아니라는 거지.
“허….”
촬영을 시작하기도 전에 몰려오는 피로감에, 김춘용은 낮은 한숨과 함께 두 눈을 끔뻑였다.
그래, 좋다.
지금 두 그룹 사이에서 신나게 헤엄치고 있는 안태이를 어떻게든 해결해 보자고.
근데 어떻게?
물론 머릿속에 떠오르는 방법이 있긴 했지만, 이제 겨우 데뷔 2주차인 신인이 행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어휴, 이걸 진짜….”
다행인지, 불행인지.
김춘용의 그런 고민은,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정리될 예정이었다.
“슬레딕스분들 도착했습니다!”
김춘용이 알고 있는 사람 중 가장 의뭉스럽고, 모든 이를 자기 손바닥 위에 있는 것처럼 보는 사람이 ‘캐치미 캐치유’ 촬영 현장에 혜성처럼 등장했거든.
“장 피디님. 오랜만에 뵙네요. 저번 활동기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휴, 나야말로 잘 부탁해! 세레니아 친구들 일정 조율이 안 돼서 급하게 물어봤는데, 와 줘서 고마워. 이제 다다음주가 컴백이잖아? 많이 바쁘지 않나?”
“하하… 다 제가 오고 싶어서 온걸요. 홍보 겸해서요. 또 장 피디님과 제가 각별하잖아요.”
피디와 인사를 나누며, 유창하고 말끔한 화법으로 상대방을 추켜세워 주고.
“아, 안녕하세요. 두 팀 다… 무대 잘 봤어요. 신인 같지가 않던데.”
“감사합니다!”
“뭘요. 저야말로 감사하죠. 방송계에 좋은 바람을 넣어줘서. 덕분에, 저희 활동도 잘 진행될 것 같아요. 이제 밤에는 추우니까, 핫팩들 받아 가세요. 저희 매니저가 줄 거예요.”
신인 그룹의 두 리더에게 따듯한 격려와 조언을 주고, 센스있는 선물을 돌리기까지.
이 모든 완벽하고도 깔끔한 일련의 과정을 끝낸 남자는, 얼굴에 즐거운 웃음을 띠고는 천천히 김춘용에게로 다가갔다.
분명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잘 위치해 있었는데, 그에게는 김춘용의 빨간 머리가 이정표라도 되는 모양이었다.
“…오랜만이네요.”
그렇게, 김춘용의 눈앞에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선 남자가 섰다.
남자 아이돌 1군 수장, 차트가 공인하는 작곡 천재.
사생활 관리의 화신, 미쳐버린 워커 홀릭.
그 뒤에서, 렉쓰레기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자기 타락 영역의 우정을 나눴던 사람.
…정연우가 말이다.
‘젠장.’
그를 향해 미묘한 감정이 담긴 미소를 지어 보인 김춘용은, 그에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명백하게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그런 김춘용의 행동을 본 정연우는 즐겁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왜 그래요? 제가 지금 뭐 한 것도 없는데. 막 물러서고 그러네.”
“그으… 아무래도 대선배님이시니까, 역시 좀 긴장이 돼서 말이죠.”
“음? 우리 메시지도 몇 번 나눴는데? [타겟팅 스타> 때 차에서 대화도 했는데?”
“그래도,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라서요. 아무래도 저희 연차 차이가 차이이다 보니. 아시죠? 제가 또 이제 막 데뷔 2주차니까요. 하하…!”
자신이 돌아오기 전과 비슷한 또래의 정연우에게 지지 않으며 넉살 좋게 답하는 김춘용의 뒷목은 어느새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김춘용은 여전히 ‘지금도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 정연우와 엮여서는 좋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경계를 세우고 있었으니까.
안태이도 안태이고, 정연우도 정연우였다.
마주치는 사람이 늘수록, 신경 쓸 것도 늘어난다는 것.
“글쎄, 긴장하는 이유가 나 하나면 좋기야 하겠는데… 아니잖아요?”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
“―내가 전에 춘용 씨한테 말하지 않았나? 표정 관리는 잘하는데,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가 너무 들린다고.”
순간, 저도 모르게 또 위즈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던 김춘용은 낭패감으로 턱에 힘을 줬다.
비슷한 또래일 때면 어떻게 좀 이겨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정연우는 어리든 말든, 미쳐 버린 워커홀릭 1군 수장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사람이었다.
“맞나 보네요.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도 뭐 있는 거. 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의 알듯 말듯한 미소를 얼굴에 띄운 정연우는, 자기 양손을 어깨높이로 들어 올리며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나는 춘용 씨한테 스마트 워치도 선물하고, 데뷔 앨범에 ‘Loop&Repeat’ 노래도 선물해 준 사람이잖아요? 같은 편이에요.”
자신이 김춘용을 터뜨릴 폭탄이 아닌, 지원군임을 선언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뭐, 사실 그냥 이번 촬영에서는 서바이벌 이후로 어떻게 성장했나 구경이나 할 생각이었는데. 춘용 씨가 또 재밌는 걸 하려는 거 같아서.”
정연우의 방글방글 웃는 얼굴은, 명백한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또 어떻게 재밌게 만들어 주려나’ 같은 생각과 함께 말이다.
보통 사람은 도파민 수용 역치가 높아질수록 그것과 같은 수준의 자극을 원한다고들 한다.
그러니까, 온 삶을 자극덩어리로 살아온 정연우에게 김춘용은 또 새롭게 찾아온 신기한 장난감이었다고.
“…….”
그런 정연우를 렉쓰레기 시절부터 익히 알아 온 김춘용은, 가볍게 혀를 차고는 앉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솔직히, 김춘용은 여전히 정연우와 엮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했지만….
“그럼… 뭐 좀 말씀드려도 될는지.”
당장, 정연우와 김춘용이 함께 대화하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안태이를 어떻게 먼저 좀 했으면 했거든.
“…하하! 네, 좋아요. 가죠.”
그 행동에 활짝 웃은 정연우는 자연스럽게 김춘용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목소리를 낮췄다.
“뭐 생각해 둔 게 있나 보죠? 아, 이거 내가 들어주면 뭐 부탁 좀 해도 되려나?”
“그것보다도 더 좋은 걸 드릴 수 있죠. 아마도.”
“…더 좋은 거? 제가 뭘 요구할 줄 알고요?”
“일단, 가시죠.”
캐치미, 캐치유.
라이벌 그룹 문제아의 정확한 속내를 알아내고, 그걸 정리하기 위한 김춘용의 계획이,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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