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6)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6화
* * *
사전 1분 인터뷰 촬영은 어느새 거의 막 바지인 상태였다.
“어, 저는 김주안이고… 여, 열심히 해서 데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
[타겟팅 스타>의 메인 피디, 주철영은 자기 앞에서 웅얼거리고 있는 연습생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얘는 데뷔가 하고 싶은 거야, 아닌 거야? 왜 이렇게 소심해?’
서프라이즈 기획이기도 하고, 긴장할까 봐 일부러 단순 카메라 테스트라고 말해 줬는데도 이 정도라니.
가관이 따로 없었다.
‘너는 이번에 안 되겠다. 내가 맡은 프로그램은 무조건 대박이어야 하거든.’
주철영은 겨우 인터뷰를 끝낸 연습생을 내보내며 메인 작가인 이현정을 불렀다.
첫방 촬영 관련 아이디어 회의를 위해서였다.
“이 작가는 누가 제일 괜찮았어?”
현정은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가 괜찮고 말고가 중요한가요? AG에서 밀어 달라고 한 애들 따로 있잖아요.”
“그러지 말고. 연습생이 18명인데, 걔네 말고도 있었을 거 아냐. 얘기 좀 해 봐.”
현정은 살짝 고민하더니 손가락을 하나씩 접기 시작했다.
“일단 뭐, AG 순혈 빼면… 저희가 뽑은 개인 지원자 중에선 영국에서 온 애랑, 실음과 학생 정도요.”
“또? 더 없어?”
사실 주철영이 생각하고 있는 연습생은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콕 집어서 뽑은 이 작가의 안목이라면 똑같은 사람을 얘기할 거라 믿었다.
“그리고 그, 이름 촌스러운 애 있잖아요. 춘식이던가.”
“…김춘용?”
“아, 네. 애가 뭐랄까. 좀 준비된 느낌?”
“역시 이 작가도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어.”
주철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의자에 완전히 기댔다.
“일개 개인 지원자가 샵 다녀온 거? 물론 미리 얘기 전해 들은 애들은 다 다녀왔지. 모르고 말고를 떠나 결과적으로 똑같다 이거야. 근데 꾸몄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김춘용이 말이야. 눈빛이 달라.”
그러나 현정은 주철영의 말에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무슨 근성론 같은 말씀을 하세요, 또. 피디님 관상도 보세요?”
주철영은 제 의자 팔걸이를 팡팡 두드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냐, 이 작가. 관상학 같은 게 아니라니까. 걔, 카메라 똑바로 보고 얘기하는 거 봤어? 하나도 안 어색해. 무슨 한 5년쯤 돌판에서 굴러먹은 거 같다고. 지금 AG 남자 연습생 에이스라는 그 손재하도 긴장하는데 말이야.”
그 정도인가? 현정은 곰곰이 김춘용의 사전 인터뷰를 떠올렸다.
‘확실히, 자연스러움이 남들과는 좀 달랐던 것 같긴 한데….’
주철영은 들고 있던 펜으로 김춘용의 인적 사항에 커다랗게 별표를 그려 넣었다.
“이번에 김춘용을 좀 밀어주면 어떨까 싶어. 이 자식은 분명히 시청률을 책임져 줄 거야. 이건 정말 확실해. 내 감이 말해 주고 있어.”
“네에? 시청률 신경 쓰시는 건 좋은데… 신 이사 픽은 어쩌시고요? 안 밀어주면 압박이….”
“잠깐, 이 작가.”
주철영이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쉿, 하는 입 모양을 해 보였다.
그러고는 어딘가를 다른 손으로 가리켰다.
‘…아.’
그 손끝으로 시선을 돌린 현정은 사무실 유리창 아래로 서성이는 발걸음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잠시 잊고 있었다.
여기는 아직 AG 안이었다.
곧 다시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고, 주철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현정이 말을 이었다.
“…들어올 텐데요. 이미 입 맞춘 부분도 있잖아요.”
“지금 신 이사가 중국 투자 유치 때문에 한국에 없잖아. 신 이사 오기 전까지는 내 마음대로 찍어도 된다는 거지.”
“허, 피디님, 그러다가 칼 맞으세요.”
“그건 맞고 나서 생각하면 돼.”
주철영은 자기 턱을 매만지며 거드름을 피웠다.
그건 주철영이 무언가에 막대한 자신감이 있을 때 저절로 나오는 태도였다.
“그리고 신 이사가 못마땅해하면 어쩔 거야? 내가 장담하건대, 도 사장도 내가 김춘용이 미는 거 보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걸. 레이디 스완 기억해 봐. 거기 외국인 멤버 있어?”
“그건… 그렇죠. 다 한국인이네요.”
“대충, 김춘용이 껴서 멤버 구상해 보면 여섯에서 여덟 정도 나오거든? 투표 우리가 하는 거 아니잖아. 멘토들이랑 대중이 하지. 그중에서 추리라, 이 말이야.”
‘그렇지만 그 투표를 할 수 있게끔 방송을 만드는 건 저희잖아요.’
현정은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계 미다스의 손 소리를 듣는 주철영이 음흉하고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대박이 날 수 있어, 이 작가. 내 감이 말해 준다고. 멘토에, 주인공에, 하다못해 들러리들까지 완벽해.”
어리지만 자신의 인생을 걸고 있는 연습생들을 들러리라고 말하는 주철영.
현정은 그런 자신의 동업자가 약간은 징그럽고 먼 존재처럼 느껴졌지만.
“잘되면 끝나고 가족들이랑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와, 휴가 빵빵하게 넣어 줄게.”
…주철영이라는 절대 침몰하지 않는 배에서 내릴 생각은 없었다.
첫 촬영까지 이제 이틀.
주 피디가 절대 권력을 행사할 날도, 이틀이 남았다.
* * *
알음알음 입소문 타던 [타겟팅 스타>, 일명 타타의 반응이 급속도로 커진 것은 촬영 전날.
극비에 부치고 있던 멘토들이 매스컴에 발표되던 순간이었다.
AG의 건물을 올린 것이나 다름없는 솔로 가수 민시영, 매해 여름 유행곡을 책임지고 있는 래퍼 나지혁.
무엇보다 세간의 주목을 끄는 두 멘토가 더 있었으니, 바로 비주얼 디렉터 문윤하와 스트릿 댄서 진다솔이었다.
[AG물산회사 @HARDWARE_store진심? 진짜 문윤하가 AG남돌을 맡는 거임? ㅆㅃ 역시 착하게 살면 포상이 돌아온다 ㅋㅋ ㅠㅠㅠㅠ] [AG물산회사 @HARDWARE_store
와 ㅆㅂ 세레니아 보면서 부러워 가지고 손가락만 빨앗던 게 어제인데 응 ㅋㅋ 문윤하 이제 AG로 왓고요? 이제 AG도 제대로 된 컨포와 무드샘플러 뽑고요? AG돌 전성기 왓죠? 왓죠?] [걸어서연예계까지 @Workingcl_ass
AG물산회사인가뭔가 저 인간 왜캐 나댐? 알티는 왜캐 되고?;; 문윤한지 뭔지 AG 간 게 뭐 대수라는 거임] [⌞AG물산회사 @HARDWARE_store
님 문윤하도 모르면서 어캐 연예계까지 걸어가실라고여; 지금 요 5년 사이 대박친 여돌들 기획 다 문윤하가 한 건데 ㅋㅋㅋㅋㅋ X도 모르면서 문윤한지 뭔지 ㅇㅈㄹ] [⌞걸어서연예계까지 @Workingcl_ass
뭐야 ㅆㅂ 음습하게 지 닉네임 검색해서 여기까지 찾아온 거? 블락합니다] [남돌1타강사 @Mega_Sky11
이번에 AG에서 진행하는 남자 아이돌 서바이벌의 멘토가 공개되었죠. 저는 그 면면들이 AG의 포부를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타래에서 계속>] [⌞먼저 이전 사례를 살펴볼까요. AG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자 아이돌, 레이디 스완. 예뻐요. 노래도 잘하고, 멤버 개개인의 매력도 뚜렷합니다. 그렇지만 팀으로서 잘 되었느냐. 아뇨. 망했습니다. >] [⌞레이디 스완이 망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저는 컨셉과 안무가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고전 명작을 너무 대충 해석했어요. 안무도 형편없었고요. 잘 세공한 보석들을 도금 반지에 붙인 거예요. 도금은 결국 떨어지기 마련이죠. >] [⌞그렇지만 도재찬 사장이 이번에는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하나 봅니다. 다른 멘토도 멘토지만, 현 아이돌 비주얼 디렉터 중에서 원탑 소리 듣는 문윤하와, 스트릿 댄스 씬의 신화인 진다솔. 핵심은 이 둘이에요.] [⌞이번에 중국 투자 유치로 강하게 AG의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크랭크 인 될 [타겟팅 스타>. 첫방이 매우 기대가 됩니다. 한국 남자 아이돌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어요.] [⌞멘똘기이렇게살다죽긔 @mennnnheeriS2
머래; 결론은 AG새남돌이 한국남돌의 터닝포인트가 될 거다 이거임? 꿈보다해몽지령 ㅋㅋ 아주 전문가 납시셨어용~~ 응 그래 봤자 남돌1티어는 슬레딕♡] [8시까지도면제출 @DANFJAKWGG372
민시영은 그렇다 쳐도 진다솔이 멘토? 멋지긴 한데 한 시간에 한 마디도 안 할 듯…] [⌞진다솔: (녹화마지막에입을열며) 어… 잘… 못 봤어요…] [J.Choi @Wakwakj
(사진) (사진) (사진)
다솔 형의 새로운 도전! 스트릿 댄스 씬을 알리려는 형의 노력을 늘 응원하고 있음. 사진은 다솔 형과 LA 스트릿 배틀 대회에서 ^&^]
“…허.”
자신의 SNS 계정 타임라인을 쭉 훑어 내리던 김보미는 기가 찬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쟁쟁한 인물들이 멘토로 나오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아, 누나. 어어, 거기 붙여 주라. 아, 죽겠다 진짜….”
…이 못난 동생이 나간다는 말이지.
김보미는 파스 범벅인 등을 내놓고 죽는소리를 내는 자신의 남동생, 김춘용을 바라봤다.
“나 데뷔 못 하면 어떡해….”
“아빠 일 배우든가, 공시 준비해야지 뭐.”
“누난 그게 쉽냐?! 공시가 아무나 치는 거야!? 그것도 엄청 어려운 거랬다고!”
“어쩌라고, 멍청아. 시끄러워.”
데뷔조 잘리고 온갖 히스테리를 부리며 우울해하더니만, 갑자기 사람이 바뀐 것처럼 미친 듯이 개인 연습실을 다니질 않나. 오늘은 별안간 갑자기 허리가 너무 아프다고 파스 좀 붙여 달라고 하질 않나.
‘…아무리 생각해도 좀 못미더운데.’
김보미는 제 나름의 염려와 한심함이 섞인 목소리로 제 동생에게 을러댔다.
“야, 김춘용. 너 연습은 제대로 하고 있냐? 이 꼴로 서바이벌 나가도 돼?”
고통에 장판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김춘용이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괜찮아… 지금 스탯이 좀 안 오르기는 하는데, 어떻게든….”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에 잠깐 나사가 빠진 김춘용이 자신만 아는 ‘스탯’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김보미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스탯? 무슨 스탯?
…설마.
쫙!
“아악!”
김보미의 손바닥이 무방비 상태인 김춘용의 맨 등을 강타하고, 고기 치대는 소리와 함께 처맞은 김춘용이 바닥을 굴러다녔다. 김보미는 거의 입에서 불을 내뿜는 수준이었다.
“너 이 새끼. 또 연습실 안 가고 피시방 가서 게임 처하고 있는 거야, 설마? 서바이벌 앞두고? 엄마, 엄마! 김춘용이―.”
“아, 누나.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방금 스탯 어쩌고라며! 무슨 게임이야. 너 개인 연습실이라고 했던 것도 게임에 돈 쓴 거지? 이게 완전 빠져 가지고….”
“아, 아니, 누나….”
자기 누나가 어깨를 퍽퍽 후려치는데 반항도 못 하고 쩔쩔매는 김춘용에게서 낮에 주철영 피디 앞에서 당돌하게 굴던 연습생의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한 번 잃어버렸던 걸 돌려받은 사람이란, 그 대상 앞에서 하염없이 약해질 뿐이었다.
그렇다고 어쩌겠는가?
‘하하, 누나. 그게 말이야. 내가 문제를 일으켜서 우리 가족들을 한꺼번에 다 잃은 적이 있는데, 악마 같은 거랑 계약해서 다시 돌아온 거야. 아까 말한 스탯은 게임 캐릭터가 아니라 내 얘기고.’라고 말할 수도 없고.
날카롭게 생긴 얼굴값 못하고 울상을 짓던 김춘용은, 진짜로 자기 누나가 안방에 있는 엄마를 찾아가기 직전에야 그녀를 붙잡을 수 있었다.
“싸, 싸인!”
“뭐라는 거야, 이게?”
김춘용은 비장한 얼굴로 제 누나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누나, 최가온… 선배님 좋아하잖아. 싸인 받아다 줄게. 그러니까 엄마한테 그런 말 하지 마. 걱정한단 말이야. 그리고 진짜 나 연습 다닌 거야!”
보미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김춘용이 나가는 아이돌 서바이벌, [타겟팅 스타>의 진행자, 인기 솔로 가수 최가온.
SNS 계정 ‘가온니(•ө•)’의 주인인 보미는 그의 데뷔 시절부터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러나 그건 분명 김나리 외의 가족들은 모르는 철저한 비밀이었을 텐데?
“…너 내가 가온이, 크흠. 최가온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다 아는 방법이 있지.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각을 잰 김보미는 김춘용의 등을 한 번 더 후려치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앨범 줄 테니까 거기다가 받아와라. 그리고 진짜 연습 다니는 거 아니면 뒤져.”
“커헉, 어, 어어….”
등을 매만지며 숨을 고르던 김춘용은, 높게 틀어 올린 제 머리카락을 흔들며 방 안으로 쏙 들어가는 김보미의 뒷모습을 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싸우고 다투건, 그 다툼 끝에 화해하건.
전부 다 곁에 있을 때, 살아 있을 때, 함께 있을 때 해 줄 수 있는 거다.
“야. 너 혹시 최가온 싸인 못 받아 주냐? 너희 소속사 선배님인데?”
“나 아직 신인이라서… 조금 더 친해지면 될 것 같은데. 내가 싸인 받아다 주면 누나는 뭐 해 줄 건데?”
“뒤질래? 내가 누난데 해 주긴 뭘 해 줘. 이 싸가지 없는 새끼.”
이전의 김춘용은 결국 제 누나에게 최가온의 싸인을 받아다 주지 못했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더 빨리 받아다 줘야지.
절대, 절대로 그런 일이 없도록.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가 무언가를 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가운데.
[타겟팅 스타>의 첫 촬영이 성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