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66)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66화
* * *
중간 순위 발표 날, 새벽 4시 반.
“…….”
끔찍하게 이른 시간에 눈을 뜬 류웨이는,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머리맡에 뒀던 휴대폰을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주워들었다.
그가 잠들기 전까지도 보고 있던 [타겟팅 스타> 공식 사이트의 중간 투표창은 크게 바뀐 바가 없는 상태였다.
[1위 손재하2위 지화성
3위 장시우
4위 류웨이
5위 방유찬
6위 로건 리]
다른 다섯 명은 아무렴, 그의 안중에 있지도 않았다. 물론, 그들을 이길 수 있다면 훨씬 좋기야 하겠지만.
그는 쓸데없는 일에 딱히 힘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지금 류웨이의 관심사는 오로지 한 곳에만 쏠려 있었으니까.
[8위 김춘용]미션 점수는 무의미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으니, 이렇게 된다면….
“…好了(됐다).”
류웨이의 입에서 작은 중국어가 튀어나왔다.
어디 하나 지적할 곳이 없는, 완벽한 보통화의 발음.
휴대폰을 대강 침대 위에 던져 놓고 양손으로 제 얼굴을 문지르던 류웨이는 살짝 뻣뻣하다 싶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웃음이 어색했다.
웃어서는 안 되는 상황 속에서 태어나고, 경쟁하며 자랐기 때문이었다.
“리밍쉔은 벌써 다음 안무로 넘어갔다는데, 너는 아직이구나.”
“…….”
“잘해야 할 거다, 류웨이.”
그게 싫지는 않았다.
이기기 위해서는 굳이 웃음이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류웨이의 향상심과 존재 증명 욕구는 천성이었다.
나보다 잘하는 녀석이 있으면 어떻게든 깔아뭉개야 했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없애서라도 그 자리를 취해야 했다.
그럴 수 있으니까.
그래야 하니까.
“문화부 특기생이 한국에서 데뷔한 후 돌아온다면, 그들도 우리 집안의 잠재력을 알아 봐 주겠지.”
“…….”
“넌 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해서 한국으로 왔다.
한국이라는 작은 디딤발을 통해서, 중국 본토에서 완전한 별로 빛나기 위해.
청도를 떠나 한국으로 온 직후까지만 해도, 정상을 향한 그의 길은 탄탄대로인 것처럼만 보였다.
류웨이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출연한 [타겟팅 스타>에서, 누군가를 만나기 전까지는.
“제 할머니께서 지어 주신 이름인데. 촌스럽나요?”
가장 아래의 무대에 서서 평가받는 위치에 있음에도 기죽지 않는 당당함.
“역경이라기보다는, 대선배님의 대단한 곡을 커버해야 한다는 생각에 팀원들과 밤을 자주 샜던 게 제일 기억에 남네요!”
어려운 상황에서 기가 막힌 무대를 만들었음에도, 필요에 따라 자신을 숨길 줄 아는 판단력.
– “이후에 ‘이 자리에서’ 저와 [타겟팅 스타> 연습생들이 함께 버스킹 합니다! 저 노래도 할 줄 아니까, 지켜 봐 주세요!”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드러나는 존재감까지.
그건 류웨이가 추구하는 방향성이기도 했고,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는 모든 자질들이었다.
‘감히, 쥐도 되지 못하는 녀석이 그런 걸 갖고 있다니.’
그러니 그가 약간은 무리를 해서라도, 어떤 약점을 드러내 보이더라도.
그런 대상인 김춘용을 떨쳐 내고 싶어하는 것도 당연한 노릇이었다.
“네가 퍼뜨린 이 소문들, 증거가 너무 불충분해.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렉카들이나 좋아할 루머는 퍼뜨려 봤자 잠깐이라고.”
신기호의 말대로, 류웨이가 자신의 후원자들에게 부탁해서 뿌린 두 가지 루머는 단순히 임시방편.
손재하의 도움과 김춘용 누나의 해명으로 인해, 이미 그 루머들은 이틀만에 소강 상태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류웨이에게는 충분했다.
그에게는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할 수 있는 걸 모두 보여서 자신을 증명하기만 하면, 김춘용에게 반등의 기회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류웨이의 뒤에는 그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었다.
그의 발목을 잡는 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언급한 적이 없었던 류웨이의 약점이.
갑자기 그의 길을 막아 버리기 전에는 말이다.
* * *
중간 순위 발표를 위한 뮤직데이즈의 스튜디오 현장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쓰지도 않을 거면서 [타겟팅 스타>라는 제목 때문에 구비한 다트판 오브제들, 평소보다 네다섯은 더 동원된 조명팀. 거기에 평소보다 훨씬 더 힘을 준 연습생들의 메이크업까지.
오늘 특별한 촬영이에요, 하고 광고를 하는 수준이랄까?
“이제 준비해 주세요! 곧 촬영 들어갑니다!”
“커허헉….”
“으아악, 유찬 아니키. 저, 저 물 좀!”
“화장실! 잠깐만 화장실 좀 다녀오면 안 돼요?”
그 때문인지, 촬영 시작을 알리는 조연출의 외침에 덜컥거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세상에. 가오옌이 1위로 가는 실크로드가 이렇게 펼쳐지다니… 이건 분명 작은 걸음이지만, 케이팝 아이돌계에는 큰 걸음이 될 것이다.”
평소와 같이 실없는 소리를 하는 가오옌의 목 뒤로도 가볍게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으니, 더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너무 호들갑이 심한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제작진의 안쓰러운 눈빛에서 모든 게 드러났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습생들이 이걸로 긴장을 안 하면 뭘로 긴장을 해?’
게다가, 아닌 척해도 지금 모든 연습생들이 자기의 이름을 한 번쯤은 SNS와 커뮤니티에 검색을 해 본 상태.
[자자 슬슬 X밥 새끼들은 떨쳐 내고 될 놈들만 안고 가야지 ㅋㅋㅋㅋ 우리 火성이 바이럴 바로 간다] [리밍쉔 10위? 이거 좀 아슬아슬하다 아님?] [⎿희망회로 X나 돌리네 걍 망했다 복창해라] [⎿⎿이 스슈는 누구 스슈길래 이렇게 X나대지? 안 그래도 심란하니까 꺼져 좀 내가 걍 중국으로 가서 링링 밥 해 주고 살란다]중간 순위 발표는 데뷔를 할 수 있는 연습생과 없는 연습생이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나름의 객관적인 지표로 불렸다.
네티즌 왈, 1위부터 5위까지 데뷔 안정권. 6위와 7위는 피 터지는 눈치싸움. 그 아래로 고려 가치 없음이라고들 하지 않나.
그걸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건 다름 아닌 연습생들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대충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있다고 해도 난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암.’
그중, 지금까지 그 어떤 무대도 실패하지 않으며 당당히 2위 유지 중인 지화성은 근사하게 세팅된 제 금발의 끄트머리를 매만지며 생각했다.
누가 봐도 안정적인 2위라니.
이제 데뷔는 따 놓은 당상이라고 약간은 여유를 부릴 법도 했으나, [타겟팅 스타>를 진행하며 그의 마음가짐도 많이 바뀌었다.
절박하게, 또 누구보다 열심히.
괜찮은 성적을 얻더라도 방심하지 않고, 남을 얕보지 않고.
‘와, 엄마가 봤으면 언제 이렇게 철들었냐고 대견해 할 텐데. 대구에 계시니까, 생방 전까지는 못 뵙는 게 맞겠지.’
한 걸음 성장한 스스로에게 작은 칭찬을 건넨 지화성은, 와중에 누군가를 발견하고 두 눈을 살짝 찌푸렸다.
‘아, 미친. 갑자기 또 기분 안 좋아지려고 하네. 이런 중요한 일 전에는 관리 잘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지화성의 바뀐 마음 가짐 중 ‘남을 얕보지 않고’에 영향을 준 인물.
…류웨이가 천천히 스튜디오 안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언제나와 같이 각이 딱딱 맞는 걸음과 한 치의 변화도 없는 인형 같은 표정은, 지켜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짜증 나. 갑자기 말도 안 되는 루머만 퍼지지만 않았어도, 용용이 형이 6위였을 텐데. 데뷔권 말이야.’
지화성은 한 번 있었던 일을 오래도록 기억했다.
자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던 이와 부딪힐 뻔한 사람을 저울질하라고 하면, 당연히 한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김춘용과 대화를 나눴던 연습생 통조림 시설의 계단, 그리고 류웨이와 으르렁거렸던 경복궁을 떠올린 지화성은 이마를 짚으며 혀를 내둘렀다.
중간 순위 발표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터진 김춘용의 루머는 연습생들 사이에서도 말이 꽤 많았다.
“Nonsense. 그러게, 아니라고 했잖아요. 저도 누나분 게시글에 reply를 달고 싶었는데! 막혀 있지만 않았다면….”
“맞아요. 재하 형이 올린 아웃그램 게시물로 그건 해명이 되기도 했고….”
“그래. 다른 것도 가짜였잖아.”
“나야 솔직히, 그 새, 크흠. 그 자식 순위 떨어지면 좋긴 한데, 타이밍이 좀 뒤구리긴 하지? …대충 알 거 같긴 하지만.”
“뭐야. 주안이 너, 아는 거 있어?”
“아, 아니? 무슨 소리야? 내가 뭘 알겠어. 서빈, 너는 안무 연습이나 좀 더 해. 쓸데없는 데 신경 쓰니깐 안무가 안 느는 거 아냐.”
“주안이 넌, 진짜… 같은 말을 해도 좀 기분 나쁘게 하는 경향이 있구나.”
‘Aiming’ 무대를 같이한 연습생 동기들과 나눈 대화를 상기하자, 지화성의 미간 주름이 더 깊어졌다.
‘그래. 김주안 형, 뭘 알고 있었지. 때마침 용용이 형 해명에 도움되는 영상을 재하 형이 올린 거 보면, 재하 형도 뭔갈 알고 있는 거 같고.’
사건의 중심에서 소외되는 일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그게 자존감이 강한 지화성이든, 아무것도 모르는 부외자든 말이다.
“뭘 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어? 너 그러다가 화장 무너진다.”
그때,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지화성은 눈에 띄게 밝은 목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용용이 형?!”
“그래, 용용이 형이다. 자. 웃어. 하나, 둘.”
“어, 어어?”
갑작스럽게 터지는 휴대폰 셔터에도 기가 막히게 잘생긴 얼굴을 한껏 뽐낸 지화성은, 곧 다시 얼굴을 찌푸리며 김춘용을 향해 소곤거렸다.
“뭐예요, 갑자기! 원래 이런 건 셋에 찍는, 아, 진짜. 사람이 진지한 생각을 하고 있구만.”
“그래. 너 무슨 생각 중인 거 다 티 나더라. 왜, 중간 순위 발표 걱정돼? 미션 점수 때문에?”
“지금 그게 걱정되겠어요? 그래. 형이랑 얘기 좀 해야겠다. 형 그─”
“쉿.”
“억!”
지화성의 옆구리를 푹 찌른 김춘용은 지화성이 웅크린 모습을 흐뭇하게 보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다 해결됐잖아, 그건. 이제와서 징징거려 봤자 바뀌는 것도 없고.”
“해결이 되긴 뭐가 됐어요? 그냥 소강 상태일 뿐이지, 형 순위는 떨어졌는데? 데뷔 안 해요?”
“아니, 당연히 데뷔하고 싶지. 그래서, 그거 때문에 얘기를 좀 할까 싶어.”
“으, 음. 저 고민 상담 잘 못하는데. 뭐. 원하신다면야….”
“푸핫, 얘가 웃기는 소리를 하네. 너 말고.”
지화성의 말에 웃음을 터뜨린 김춘용은 그의 금발을 한 번 툭 치고는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은, 정확히 류웨이가 서 있는 방향으로 말이다.
그러고는 지화성을 향해서 입모양으로 말했다.
‘표정 잘 봐.’
지화성은 아직도 얼얼한 옆구리를 살살 문지르며 입을 떡 벌렸다.
‘뭐, 뭐야. 용용이 형이 저 인간이랑 얘기를 왜 한다는 거지? 뭐 말할 거라도 있나?’
김춘용을 향한 악의적인 루머가 류웨이발이라는 걸 아직 모르는 지화성은, 그저 눈을 가늘게 뜨며 그의 행보를 시키는 대로 지켜볼 뿐이었다.
“…….”
제게로 김춘용이 다가오는 걸 빤히 봤으면서도, 류웨이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그에 대비되게 김춘용은 환하게 웃고 있었고.
웃을 때만 도드라지는 송곳니를 뽐낸 김춘용은 류웨이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며 그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광경을 온전히 눈에 담고 있던 단 한 사람. 지화성은, 저도 모르게 헉 하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 어느 때여도, 아니.
설령 표정이 무너지는 순간이 와도, 순식간에 다시 무표정을 유지하던 류웨이가….
“…화난 거 같은데?”
남들이 다 있는 장소에서, 포커페이스를 잃고 말다니.
지화성 쪽으로 다시 고개를 훽, 돌린 김춘용이 해맑게 웃으며 뻐끔거렸다.
‘봤냐?’
“중간 순위 발표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그토록 사람을 피말리던 중간 순위 발표가 드디어 시작되고.
김춘용도 이제 가만히 있지만은 않으리라, 선언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