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68)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68화
* * *
내가 가오옌과 보컬룸에서 나눈 대화는 사실 긴 내용이 아니었다.
“이런 정보를 알고 있다니. 춘용 형. 설마 공안과 연이 있는 건가? 그럼 좀 곤란한데! 물론 우리 가족들은 모두 적법하게 돈을 벌고 있다는 점을 장담한다. 난 그냥 공안이 싫은 거다.”
“뭐라는 거야, 진짜?”
가오옌이 진지한 얼굴로 헛소리만 덧붙이지 않았다면, 더 짧았을 수도 있고.
하여튼.
내가 천 번의 망설임 끝에 꺼낸 류웨이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들은 가오옌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중국의 고위층 자제에게는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라나, 뭐라나.
나에게는 7년이 지난 지금도 와닿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인 이야기인데 말이다.
요즘 시대에 집안이 정해 준 약혼이 뭐냐고, 약혼이.
“왜 춘용 형이 망설였는지 알 것 같다. 그러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가짜 루머를 퍼뜨린 류웨이쪽 질이 훨씬 안 좋으니, 이는 정합한 대응이다.”
“맞아. 어쩔 수가 없지. 그래서 나도 이 방법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지만… 먼저 선을 넘는데 나 혼자 지키는 것도 웃기는 상황이니까.”
“좋게 생각해라, 춘용 형! 그 여성도 이런 나쁜 놈과의 약혼은 빠르게 깨는 게 좋다. 류웨이는 결혼 생활도 엉망일 게 틀림없다. 위자료 분할에 문제가 생길 거야.”
“그래그래. 어쨌든… 증거 없이 약혼녀가 있다고 얘기해 봤자, 아무도 믿지 않을 거야.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 라이브 방송 얘기는 꺼내지도 마, 가오옌.”
“이 사실을 얘기하는 나의 라이브 방송이면 완벽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마, 꺼내지 말랬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형을 도울 수 있는지나 말해 줘라!”
“…내가 그 약혼녀의 이름을 알아. 그리고 그 사람이 아웃그램을 포함한 여러 SNS에 꽤 활발한 편이라는 것도.”
류웨이와 리밍쉔, 그리고 가오옌의 등장 덕에 중화권에서도 OTT 서비스로 [타겟팅 스타>가 방영되고 있는 가운데.
그 덕인지, 아닌지. 가오옌의 이전 1,500만 팔로워 인플루언서 저력 역시 어디 가지 않았다.
녀석의 아웃그램 계정은 사람들의 추천 탭에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건 비단 한국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었다.
아웃그램 미션은 중간 순위 발표를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 프로그램 홍보와 개인 바이럴의 일환으로 계정 운영은 그대로인 상태.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것보다 어려운 게 SNS에서 정보 없이 사람 찾기지만, 이 정도면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류웨이가 약혼을 빨리 깨고 싶어 하던 이유가, 상대의 SNS 중독과 결혼 독촉 때문이라는 걸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술 잘 마시는 게 도움되는 날이 오기도 하는구나.
“이해했다. 중화권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글을 써서 올리고, 거기서 사람을 찾아내면 되겠다!”
“그래. 내가 한 말 그대로 옮기지 말고. 기왕이면 좀 더 범위를 좁히면 좋을 거 같은데….”
“암, 그거라면 아주 쉽다. 이 세상에는 챌린지라는 게 대성황이다, 춘용 형! 이름을 달아 달라고 하면 신이 나서 달 게 분명하다.”
꽤 쉬운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가오옌은 아주 자신만만해 했고,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지금 추려낸 후보는 약 15명 정도다.”
나와 머리를 맞댄 가오옌은 작게 소근거렸고, 나 역시 녀석의 휴대폰에 나타난 인물들의 리스트를 확인하며 끄덕였다.
“이들 모두 형이 말한 이름이다. 그뿐인가? 약혼을 했을 법한 고위층 자제에, 몇몇은 류웨이와 이전에 교류가 있었음을 드러낸 게시글도 있다! 역시 가오옌. 사실 가오옌은 탐정을 했었어도 잘했을 테지.”
“그래. 이쪽에 빠삭하다고 하신 너희 형이 거의 다 하셨겠지만, 좋은 가족이 곁에 있는 것도 복이야.”
“암, 알아주니 기쁘다. 나는 우리 가족이 정말 좋다. 가족들도 가오옌을 좋아하지.”
자기 가슴을 팡, 하고 한 번 두드린 가오옌은 다시 엄숙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이제 이들이 어떤 게시글을 쓰는지 지켜보고, 빠르게 건져 내서 류웨이와 엮을 건수를 만들어 보겠다. 정말 멋지고 근사한 일이다. 흥분돼!”
“그래. 그 사이에 나는… 다른 방법도 계속 찾아 볼게. 어쨌든 큰 수확이야. 고마워, 가오옌.”
“까짓것. 홍콩의 별, 탐정의 별 가오옌에겐 일도 아니지.”
자신감이 물씬 차오른 가오옌은 곧 킬킬거리며 먼저 비상 계단을 빠져나갔다. ‘같이 가면 시선이 끌린다’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며 말이다.
“…….”
나는 잠시 그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아까 전 엑스에게서 온 메시지를 다시금 확인했다.
– X: 일단 8위 보상 넣어 뒀으니까 봐 봐 알겠지??
– X: 이제 너 스탯도 거~~의 다 돌아와서 한시름 덜었네 어휴
– X: 견제받는 와중에 실력까지 엉망이었어 봐 그냥 나가리지
– X: 그래도 일이 좀 풀리고 있는 거 같아서 다행이다?
– X: 그거 관련해서는 내가 크게 도움 줄 수 있는 게 없긴 하지만… [포춘 쿠키] 같은 스킬을 받게 해 줄 수는 있다궁!
– X: 그날의 운을 점쳐 주는 건데, 이게 미신이 아니라 다 확률에 의거한 데이터야 내 회사 빅데이터를 믿어 보라고
– X: 이번 경연 잘 끝내면 받을 수 있게 조정해 볼게! 너 잘 되는 게 내 성과금 나오는 지름길이니깐 😀
“운이라….”
엑스가 보내 준 스킬 확인을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집어넣으며, 나는 메시지 속 단어 하나를 곱씹었다.
이전에 나는 운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
운이 좋았다면 그때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으니까.
때문에 자꾸만 더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거일 수도 있다. 내 무섭게 생긴 외모랑 안 어울리게도.
조심에 조심을 더해도 일은 일어난다. 내가 운이 없기 때문에.
“근데 가오옌. 사실, 굳이 네가 도와주지 않아도 돼.”
“춘용 형, 할 말 다 해 놓고 갑자기 또 분위기를 잡는다!”
“분위기 잡는 게 아냐. 이 자식아. 진지하게 들어. 이건… 너한테는 도움되는 일이 아니야. 귀찮기만 하고, 네 순위 상승에도 아무 영향을 못 미칠 거야.”
지금 가오옌의 순위는 16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는 하지만, 본인이 느끼는 바와 곁에 있는 연습생들이 보는 현실에서는 사실 가망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야, 가오옌이 아웃그램 인플루언서로 화려하게 이름을 떨칠 걸 안다고 해도….
지금 자기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가오옌에게 내 입장만 챙겨 주길 바랄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가오옌의 생각은 달랐다.
“춘용 형. 형은 모르겠지만, 노자라는 사람이 쓴 책이 있다. 제목은 도덕경.”
“갑자기 그건 왜? 나도 알아. 중학교 다닐 때 다 배운다고. 자꾸 까부네, 이게. 사람이 진지하게 고민을 하라고 했더니.”
“오, 안 그렇게 생겨서 박식하다, 춘용 형. 하여튼, 거기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누군가 자신에게 해악을 끼치거든, 기다려라. 곧 그의 시체가 강물에 떠내려 올 것이다.”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춘용 형. 결국 그 시체도 누군가가 손을 더럽혔기 때문에 시체가 된 거라고. 애초에, 류웨이는 나의 가족을 두고 협박했다. 그건 변하지 않아.”
“…….”
“게다가 춘용 형은 내가 한국에 와서 만난 좋은 사람 중 하나다. 그 사람을 도울 수 있고, 도와서 상황이 나아진다면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어. 적의 적은 친구라는데, 우리는 애초에 친구였단 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기회를 얻어서 돌아오고,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는 걸 보면….
이때를 위해서 그때 그렇게 박복했던 거 같기도 하고.
“…별생각을 다 하네.”
나는 순간 감상에 젖으려 하는 내 양볼을 손바닥으로 쫙 때리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해서, 그쪽에만 시선이 매몰되어서는 안 됐다.
– “연습생 여러분들은 30분 후까지 대강당으로 모여 주세요. 연습 시작 전, 다음 경연 관련 추가 공지가 있습니다.”
업보 청산을 제대로 하려면, 할 게 한두 개가 아니니까.
* * *
[타겟팅 스타>의 5화가 방영된 지난 주부터 우리의 다음 경연 준비는 시작되고 있었다.멘토 평가, 오리지널곡, 선배 가수의 노래 커버, 포지션 경쟁까지.
벌써 4번의 무대를 올렸지만, 새로운 경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연습생들은 팔에 돋은 닭살을 확인해야만 했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특성상, 후반 회차에 나오는 무대의 중요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성장하는 모습은 충분히 봤으니, 시간이 흐른 만큼 완성된 연습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건 시청자들의 당연한 권리.
때문에, 실제로는 지극히 짧은 시간만 지났지만 후반 회차의 무대는 완성도가 높아야만 했다.
실력이 안 늘었는데 무대 완성도는 높아야 한다.
이게 무슨 뜻이겠는가?
“박, 자. 하나도… 안 맞아요. 다시.”
“저, 일, 일 분만 쉬었다가 하면 안, 허억. 안 될까요? 수, 숨이 너무 차는.”
“지금 하는 거 보면 쉬면 안 될 텐데.”
“헉. 다솔 멘토님이 저렇게 빨리 말씀하시는 거, 처음 봐….”
“…5분 쉬고, 오늘… 1절 끝낼… 거예요. 잠, 못 잡니다.”
당연히….
– “료타 연습생. 발음을 똑바로 해야죠. 웅얼웅얼거리면 그게 들려요? 가사가 그렇게 쓰여 있어요?”
– “아, 아닙니다아!”
– “랩은 딕션이 생명이에요. 입 크게 벌리고. 팍팍! 이래서야, 아기 옹알이처럼 들리잖아요!”
– “알겠습니다아악!”
죽도록 연습해야 한다는 거지.
“어우, 료타 쟤는 랩 연습 하다가 득음을 하겠네.”
“으음, 그러게요. 아. 춘용이 형, 저 물 좀.”
“어, 여기. 목 마르면 진작 말을 하지.”
“감사합니다아….”
나는 내 곁에 조심조심 앉는 시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고는 반대편 랩 멘토링 교실에서 시선을 거뒀다.
다른 멘토들에 비해서 성격이 비교적 유한 편인 진다솔과 나지혁마저 이를 갈고 무대를 준비하는 지금.
연습하는 순간만큼은, 나도 잠시 류웨이를 잊고 무대 준비에 매진해야만 했다.
게다가, 이번 4차 경연은 아주 특별하니까.
“안녕하세요, 연습생 여러분! 가온입니다. 아, 오늘은 이번 경연 주제가 뭔지 아시나요? 같은 말을 하지 않을 거예요. 하하, 어차피 아무도 못 맞추실 테니까요.”
“…얼마나 특별하길래 아무도 못 맞춘다는 거지?”
“안진우 연습생! 그렇게 혼잣말을 해서 카메라 원샷을 받는 기술, 아주 좋아요! 이제 방송 전문가가 다 됐네요?”
“이, 이건 진짜로 궁금해서…!”
“걱정 마요. 칭찬이니까! 그래요. 다들 얼마나 특별하길래 아무도 못 맞추나, 궁금하죠?”
“네에!”
“그럼 오래 끌지 않고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
“…화면에 아, 아무것도 안 떠요!”
“아, 제가 말을 잘못했네요. 공개가 아니죠. 네. 그냥 글로, 말로 공개하는 게 아니에요!”
“씁….”
나는 당시 진행을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타겟팅 스타>의 성공을 위해 주철영이 이를 간 건 단지 포맷이나 방송 내용뿐만이 아니었다.이 방송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연예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은 볼 수 있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게스트 섭외.
“여러분이 이번 경연을 통해 부르실 노래를 직접! 만들어 주신 선배 가수분들을 여기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레오폴드, 세레니아.
민시영, 최가온. 거기에 서사적으로도 확실히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레이디 스완.
이미 전반 회차에도 화려한 인선들을 깡그리 긁어모았거늘, 주철영의 포부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포부란 단어가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대단하기 짝이 없지.
“안녕하세요, 가수 이세령입니다!”
“싱어송라이터 라키입니다. 연습생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어서 정말 기쁘네요.”
“커허헉….”
“지, 진짜 그 이세령 선배님이라니….”
…자기들이 직접 만든 노래로만 최정상을 도전한 가수들을 모두 불러 오다니.
연습생들이 흥분과 공포 섞인 기함을 감추지 못하던 그 순간, 나는 등골을 스멀스멀 기어 오르는 불안과 뻘줌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
다름 아닌, 그 최정상에 도전한 가수 중 한 명 때문에.
“연습들 잘하고 계신가요?”
“…이크.”
이 생각을 하는 게 들키기라도 한 건지, 연습실 문을 열고 장신의 미남자가 웃으며 성큼성큼 들어왔다.
“헉…! 쿠훅, 콜록! 콜록!”
“아, 제가 놀래켰네요. 미안합니다, 장시우 연습생.”
“아, 아니. 아니에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나를 포함한 연습생들의 각 잡힌 인사를 받아 마땅하고, 그리고, ‘그’ 댄서 진다솔마저 꾸벅 고개를 숙이는 사람.
지금 대세로 불리는 레오폴드보다 3년이나 먼저 데뷔를 했음에도, 그들과 차트 싸움에서 항상 승리를 가져가는 대형 아이돌 ‘슬레딕스’의 리더.
차트가 공인하는 작곡 천재.
미쳐 버린 워커 홀릭.
“여러분 열심히 하라고 간식 좀 사서 왔어요. 겸사겸사 춤추는 것도 좀 볼까 하고.”
정연우 선배님.
“공황약이랑 술이랑 같이 먹으면 잠 잘 오는 거 알아? 근데 오래 못 깨니까, 자기가 얼마나 오래 자는지 알아 둬야 해.”
“그걸… 어떻게 아세요? 아니, 아는 게 이상한 거 아니에요? 분명 병원에서는 그렇게 먹지 말랬는데.”
“음? 렉스, 넌 이제 알아야지. 나야, 무대랑 일에 집중하려고 가끔씩만 먹는 거지만… 넌 다르잖아.”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거면, 몸 챙기는 법은 알고 있도록 해.’
…내 술친구 중 하나.
내가 그의 유연한 걸음걸이를 보며, 쓴웃음과 동시에 긴장을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