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87)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87화
– “아, 이제 진짜 마지막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기분이 좀….”
– “최소한, 후회는 없게 하고 싶어요.”
[험난한 서바이벌 현장을 계속해서 달려온 18명의 연습생들….>– “꼭 데뷔하고 싶어요.”
– “돌아가는 ticket은 사지 않았어요. …잘할 거예요.”
벌써 12번째 반복 재생 중인, [타겟팅 스타> 연습생들의 목소리를 담은 1분가량의 짧은 예고편.
그건 한마음 개인 연습실의 하나뿐인 알바생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진짜, 이제 진짜 마지막인데….”
뒤늦게 퇴근하여 피로로 가득한 지은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며칠 전 도착한 메일을 다시금 확인했다.
[[타겟팅 스타> 생방송 방청 당첨 안내]“미친, 방청에 내가 당첨되다니….”
지은은 민지와 함께했던 개고생을 떠올리며, 점점 뜨거워지는 눈두덩이를 슥슥 문질렀다.
“여기 시계 보여? 그냥 59초에 보내고 가만히 있으면 돼. 마우스 클릭 같은 걸 하지 마. 그냥 내버려 둬. 그리고 빠르게 정수기로 가서 물을 떠놓고 제발 되게 해 달라고 빌면 돼.”
“잠깐만, 뒷부분은… 방청 신청하는 방법이 아니라 민간신앙 같은데?”
“원래 모든 폼림픽과 멜림픽은 민간신앙과 함께 하는 거야. 너도 진짜 좀… 잘 아는 사람 옆에서 꾸준히 배울 필요가 있어. 이렇게 필요할 때만 나한테 물어보는 게 아니라.”
“내가 뭐 어때서!”
그 대화 직후, 갑자기 블루 스크린이 터져 버린 연습실 컴퓨터에 멘붕.
급하게 휴대폰으로 알람을 맞춰 놓고 신청했지만, 이전에 다른 아이디로 로그인을 해 뒀던 민지는 본인 인증이 안 돼서 실패.
김춘용을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마당에 이거 진짜 망했다, 하고 눈물 흘리던 차에 도착한 당첨 메일이라니?
“이건… 계시야. 내가 직접 가서 춘용이를 한 번 더 영접하고, 그로 인해서 춘용이가 멋지게 데뷔한다는 계시라고.”
그녀만 홀로 당첨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당첨이 됐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감격에 취해 이 상황의 운명론에 대해서 한참을 홀로 설파하던 지은은, 곧 부끄러움을 느끼고 제 뺨을 마구 문질렀다.
“…씁, 내가 뭐래니.”
혼자 있을 때의 사람은 뭐든 할 수 있다지만, 그렇다고 또 쪽팔리지 않은 건 아니거든.
그리고, 지금 그 운명론 설파보다도 중요한 게 지은을 기다리고 있었다.
“…….”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지은은 방치되어 있던 자신의 휴대폰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잠금을 풀자마자 쏟아지는 SNS에는 여전히 단 한 명의 사람이 미친 듯이 게시글을 쏟아 내는 와중이었다.
[└ㅂ@Bombangbom하 씨 갑자기 손 하나 비는 게 진짜 큰 문제임 지금 이걸 어쩌면 좋아] [└ㅂ@Bombangbom
아 ㅠㅠ 이거 당장 당일 알바라도 구해야 하나? 근데 아이돌 연습생 데뷔 응원 부채 나눠 주는 일일 알바를 하러 오는 사람이 있긴 해?] [└ㅂ@Bombangbom
근데 잠깐!! 보고 왔는데 위튜브 블루 컨텐츠 추이 꽤괜이야 아니? 개좋아 이건 춘용이가 데뷔를 할 수 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뜻이지] [└ㅂ@Bombangbom
그럼 어쩌겠어 춘용이를 위해서 내가 해야지 응응 부채 포장도 내가 하고 슬로건 파우치에 넣는 것도 내가 하고 줄도 내가 세우고 함 해 볼게요 춘용아 누나가 가요]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타자 속도 진짜 빠르시다… 인터넷을 정말정말 많이 하시는 거 같아.”
10초 단위로 올라온 늘봄미르의 자물쇠 계정 게시글을 죽 훑은 김지은은, 가볍게 혀를 찼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은에게는 민지를 제외하고 아이돌 팬 친구가 전무한 상태.
그런 상황에서 홀로 방청을 간다?
아직 SNS 서치마저 서툰 그녀가 갔을 때 무슨 일이 생길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잘 아는 사람 옆에서 꾸준히 배울 필요가 있겠다고, 민지가 그랬으니까.”
당시 민지가 말한 ‘잘 아는 사람’이라 함은 본인을 두고 한 말이었지만, 지은이 이해한 것은 달랐다.
김지은이 보기에 가장 아이돌 팬 문화 생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
아니, 그걸 넘어서 그 문화의 생태를 이끌고 있는 네임드.
지은은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디엠을 보내기 시작했다.
[용용구리: ㅎㅎ 늘봄님 안녕하세요!] [용용구리: 오랜만에 디엠 드리는 거 같아요 ^^ 용용구리예요] [용용구리: 다름이 아니라 생방송 현장 부채랑 슬로건 배부 도우미 한 분이 빠지셨다는 걸 타임라인으로 봐서!] [용용구리: 혹시 늘봄님이 괜찮으시면 내일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 [용용구리: 저도 이번에 생방송 방청에 당첨됐거든요]그저 자물쇠 계정에 초대시켜 달라, 춘용의 비공개 사진을 자신에게도 보여 달라 요청하는 것과는 달랐다.
SNS로만 보던 사람을 실제로 만나게 된다니?
지금껏 지은이 우연히 보고 넘겼던 범죄 기사들이 눈앞을 스쳤으나, 지은은 머리를 냅다 흔들며 그것들을 빠르게 지워 냈다.
‘그건 그 사람들이 이상했던 거지, 인터넷을 통해서 만난 사람들이 이상한 게 아니야!’
그리고 그런 그녀의 결심에 부응해 주기라도 하듯, 살짝의 텀을 둔 늘봄미르에게서 빠르게 답장이 돌아왔다.
[└ㅂ: 헐 정말요? 아니 너무너무 감사해요 안 그래도 일이 갑자기 터진 거라 진짜 당황했는데… ] [└ㅂ: 아 그럼 혹시 내일 새벽 5시까지 종합체육관 앞으로 와 주실 수 있을까요? ㅠㅠ 준비할 게 좀 많아서…] [└ㅂ: 제가 사례는 제대로 할게요! 생방 끝나고 도우미분들이랑 다 같이 뒤풀이하거든요 ㅎㅎ 전부 춘용이 팬이라서 ㄱㅊ으실 거예요] [└ㅂ: 혹시 궁금하신 거 있으시면 여기 링크 > Https://notiice.springyong/777 들어가서 보시면 간단하게 정리해 놨어요!]“뭐, 뭐야. 새벽 5시? 그리고 이 링크는 또 뭐야…? 일이 이렇게 많다고? 그냥 방청만 보고 오는 게 아니야?”
순간 너무 전문적인 문장들이 주르륵 나열되어서 식은땀을 줄줄 흘린 김지은이었지만….
“근데 거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다 춘용이 팬이라고? 진심? 전부 춘용 팬?!”
중간중간 보이는 ‘전부 춘용이 팬’, ‘뒤풀이’, ‘사례’ 같은 단어들이 그녀를 다시 무아지경으로 만들어 주었다.
주먹을 불끈 쥔 지은은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다짐했다.
무대에서 김춘용이 최선을 다하는 만큼, 다른 팬들에게 꿀리지 않는 김춘용의 팬이 되어 보이겠다고.
“…일단, 그다음 날 알바는 빼야 해. 사장님한테 욕 먹겠지만, 새벽 다섯 시부터 일하고 방청까지 보게 된다면 몸이, 으윽.”
늘봄미르, 그리고 김지은.
악성 멤버 렉쓰레기의 첫 번째 팬, 그리고 김춘용의 첫 번째 팬.
그렇게 둘이 서로 첫 대면을 가지려 움직이는 중.
김춘용 역시, 그들에게 보이기 부끄럽지 않은 [타깃팅 스타>의 마지막 무대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 * *
18명이 함께하는 ‘Aiming’ 무대 이후, 시청자 투표를 받은 그룹명 공개.
이후에는 18명을 6명씩 세 팀으로 나눈 후 마지막 데뷔 평가 무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투표 점수, 생방송 문자 투표, 그리고 미션제의 미션 점수를 합친 데뷔 멤버 발표.
그러니까 연습생들은 ‘Aiming’의 합을 다시 맞추는 연습을 하고, 데뷔 평가 곡의 무대만 준비하면….
“…하하, 연습생 여러분들게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요. 이 곡을 부르시고, [타겟팅 스타>에서의 기억이 좋게 남았으면 좋겠네요.”
됐는데.
갑자기 연습할 곡이 하나 더 생길 줄은 누가 알았겠냐고.
“우, 우와! 정연우 선배님께서 저희를 위한 곡을 따로 챙겨 주시다니, 너무 기쁘죠. 정말… 기뻐요!”
“춤이 없어서 다행… 아니! 이렇게 보컬에 집중할 수 있는 곡은 흔하지 않잖아요? 와, 정말 말이 안 나오네요.”
“맙소사다. 가오옌은 지금 안무도 다 못 외웠는데, 보컬까지 하나 더 하게 생겼다니! 이건 선물이 아니라, 으브븝!”
“쉿, 가오옌. 쉿입니다!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가오옌을 제외한 연습생들은 모두 겉으로 행복함에 비명을 질렀지만, 속에서는 피눈물을 흘렸다는 후문.
“거기서 선물이 아니다, 라고 말한 가오옌은 진짜….”
물론 나도 선물이 아니라 악재다, 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걸 진짜 입으로 꺼내고 안 꺼내고는 다른 일이었으니까.
“…후.”
나는 빡빡한 연습 일정으로 인해 흘러내린 땀을 훔치며, 어제 연우 형에게서 왔던 메시지를 떠올렸다.
내가 스마트 워치를 통해 돌려 돌려서 꺼낸 ‘대체 왜 곡을 하나 더 늘리게 한 거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거기에 있었다.
– 정연우: 뭐 연습은 좀 더 해야겠지만…
– 정연우: 무대가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좋아하고 투표할 시간도 늘어나니까요 ^^
정론이긴 했다.
곡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생방송 진행 시간도 늘어날뿐더러, 그 사이 날아올 문자 투표양도 늘어나기야 하겠지.
근데 그걸 왜 형이 신경 쓰냐는 말인데, 뻔히 알면서 대답을 안 하기는.
정말이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니까.
“용용 형,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어, 화성이.”
내가 지금 당장 집중이 흐트러진 걸 알았다는 듯, 가운데를 자르고 들어오는 목소리는 경쾌하기 짝이 없었다.
나참,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할지.
“제 생각에는, 이제 한 번만 더 맞춰 보고 들어가면 될 거 같은데요. 내일 생방이라서 컨디션 관리도 해야 하고, 뭐… 지금 쫌 잘하고 있으니까?”
“오, 너 잘한다고?”
“아잇, 이 형이 또 놀리네. 그러니까, 저 말고. 저희 팀 말이에요!”
살짝 뿌리가 자란 금발은 [타겟팅 스타>가 시작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대신 이야기해 주는 듯했다.
그리고 내 시선이 거기에 박힌 게 퍽 민망했던 건지, 지화성은 곧 자기 정수리를 슥슥 문지르며 부루퉁하게 소근거렸다.
“아, 씨. 저기요, 형. 지금 중요한 건 제 뿌염 여부가 아니거든요? 저희 팀원들 케미지? 마지막인데 신경 써야죠.”
“그래. 그것도… 맞네.”
우리 둘의 시선이 한 군데에 박혔다.
오늘 내내 거울 앞에 자리해 있던, 연습실을 나간 누군가가 두고 떠난 후드에게로 말이다.
옅은 푸른색의 그 후드는 주인을 많이도 닮아있었다.
자주 입었음에도 각이 흐트러지지 않고,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사용감이 꽤나 느껴지는.
“…….”
“…크흠.”
나는 화성이와 눈을 마주치며 짧게 침음했다.
“연습생 여러분들과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그럼… 마지막 데뷔 평가 무대 조를 발표하겠습니다!”
데뷔 평가 무대의 팀의 멤버는 ‘팬들이 가장 케미가 잘 맞을 것 같다고 뽑은 연습생들’이라는 명목 아래, 무작위로 분리가 되었다.
물론 어느 팀에만 데뷔권이 너무 쏠려 있는 건 아니냐, 라는 말을 피하기 위해 꽤 밸런스 있는 분리이긴 했다.
예를 들어 지금 나한테 소곤거리고 있는 [타겟팅 스타> 랩 주력 연습생 최대 아웃풋, 지화성.
그리고 연습실 가운데에 드러누워 목을 풀고 있는 유찬 형과 이채혁이라든가.
“아잇, 진짜. 여기가, 왜! 제대로 안 춰지냐고!”
안무를 하면서도 악을 쓰는 김주안까지도 자연스럽지.
그러나, 나를 포함한 다른 한 명은 조금 미묘한 감이 있었다.
“…류웨이가 그제부터 연습하러 안 왔던가?”
“씁, 네. 그래서 지금은 6인으로 하는 것보다 5인이 더 익숙할 지경이라고요. 어느 쪽이든 잘할 수는 있지만, 어.”
굳이 같은 댄스 포지션 멤버를 둘이나 한 팀에 배치했다는 것.
게다가, 우리 팀 연습생들에게만 은밀히 ‘다섯 명이서 무대 오를 경우를 대비해 연습을 해 둬라’라고 언질을 줬다는 것.
우리 팀에게만 말을 했지만, 이런 소문이 연습생 통조림 시설 내에 퍼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 류웨이가, 약혼녀 이슈를 포함한 다른 문제들로 인해 생방송 전에 하차를 할지도 모른다는 소문 말이다.
대충 주 피디의 눈치를 보고 어떻게 흐르겠거니, 싶긴 했는데. 결국은 일이 이렇게 되다니.
“…….”
하여간, 마지막에 또 한 팀이 되는 바람에, 그 존재에게서 신경을 끌 수가 없었다.
아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내일이면 내 속죄의 다음 장이 열릴지 안 열릴지 결정이 되는데.
…그것 중 가장 중요한 키를 들고 있는 녀석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건 또 당연한 일이잖아.
나는 어깨를 펴고, 고개를 이리저리 한 번 돌리고는 자연스럽게 지화성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어어, 악! 무거워요!”
“뭐래. 키는 나보다 훨씬 큰 게.”
나의 멤버, 나의 동생에게 말이다.
지금은 차마 얘기할 수 없었지만, 영원히 얘기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이 순간을 위해서 계속해서 뛰어왔다는 걸 마음으로 전하면서.
“야, 화성이. 우리 한 번만 더 하고 들어가자.”
“다섯 명이서요? 다섯 명이서 하는 건 꽤 많이 해서….”
“음, 혹시 모르니까. 여섯 명 대형으로. 그것도 기억은 해 둬야 할 것 같거든.”
목적 없이 기울었던 시선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생방송, 데뷔.
류웨이, 그리고 애로우즈.
Rrrrrr―
쉼 없이 흘러가던 시침과 분침이 12시를 가리켰다.
…이제는 돌이킬래야, 돌이킬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