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90)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90화
찡그린 미간, 잘게 떨리는 눈가, 불쑥 솟아오른 광대.
“헛소리를.”
그러나, 내가 방금 본 건 착각이라는 것처럼 류웨이의 얼굴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절제된 감정과, 최소한으로 얼굴 근육을 사용하는, 평소처럼 말이다.
“다시 말하지. 가라고 했다. …지금 기분 같아서는 죽여 버리고 싶으니까.”
“아니. 잘못은 자기가 해 놓고 말을 이상하게 하네, 얘가… 됐다. 방금 작가님한테 너 여기 있다고 문자 드렸으니―.”
“잘못?”
내 마지막 말이 신경을 긁은 건지, 주저앉아 있던 류웨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내게로 다가왔다.
한 발짝, 두 발짝.
“…….”
엇비슷한 키 때문에 마주하게 된 시선 속에 담긴 감정에, 순간 나는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할 수 있어서 한 거다. 해야 해서 했고, 거기에 도덕적 문제를 따지고 들 이유는 없어. 그런 와중에,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거지?”
“…아, 진짜.”
이 녀석이랑 더 대화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자꾸 생기네.
나는 훅 몰려오는 두통에 이마를 짚으며, 천천히 말을 골랐다.
“…네가 화성이한테 마이크 장비 던진 건 잘했다는 거야, 그럼?”
“그 녀석이 먼저―.”
“먼저 같은 소리 하네. 들어 보니까, 네가 화성이한테 재하 형 얘기를 했다며. 순전히 걔 화나게 하려고.”
류웨이는 계속해서 자기가 할 수 있어서, 하고 싶어서, 혹은, 해야 했기 때문에라는 말로 자기 행동을 정당화 했지만.
그건 조금만 생각해 봐도 온통 모순덩어리였다.
아니, 생각을 좀 해 보라고.
“로건도, 나도, 오늘 화성이 일도. 전부 네가 먼저 시작한 일이야. 근데 왜, 마치 일의 책임이 우리한테 있다는 것처럼 말하냐? 네가 아니었으면 전부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이었어.”
“아니, 네 녀석과 그 영국인 놈이 없어야 내 데뷔가 수월했어. 그리고, 지화성. 그게 먼저 쓸데없이 내 신경을 긁었지. 애초에 네 녀석들이 끼어든 거야.”
“우리가 끼어들었다고? 그걸 누가 정했는데?”
“이 프로그램이 될 때부터. 너희는 애당초 계획에 없었다.”
“아니, 무슨.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연습생이 나가는 것도 네 허락을 맡아야 하냐? 너는 무슨 허락 받고 나왔어?”
“…….”
순간, 짜증 섞인 내 말에 류웨이의 입이 꾹 다물렸다. 그에 오히려 당황한 건 나였다.
그냥 도돌이표를 찍는 말싸움에 지쳐서, 더는 따지고 들지 말라고 꺼낸 말이었는데.
뭐야, 류웨이.
설마….
“너 무슨, 신 이사님한테 여기 나와도 되냐고 허락 맡고―.”
“그런 인간에게, 내가 허락을 구할 이유는 없어.”
여전히 변한 것은 없었지만, 류웨이의 목소리는 살짝 높아져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녀석과 말을 섞고 있던 내가 그걸 눈치채지 못할 리는 없었고.
“그럼 부모님이구나.”
“…닥쳐.”
씨근덕거리는 그 목소리는 지금 상황에서 내게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그저, 추측에 확신을 실어 줄 뿐이었다.
“허….”
나는 가만히 혀를 내두르며, 탈력감에 허리에 손을 짚었다.
아니, 뭐. 약혼 때부터 대충 그러려니 하고는 있었는데.
“…너. 뭐든 네 마음대로 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전부 부모님 눈치를 보면서 하고 있었네.”
“…….”
“그게 들키면 안 되니까, 네가 할 수 있어서 그런 거다, 해야 해서 하는 거다 라고 포장한 거―.”
퍽!
“윽!”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 그런 말을 왜 나에게 하는 거지?”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한 발짝 더 다가온 류웨이가 내 어깨를 강하게 밀어내며 또박또박 말했다.
“내가 네게 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면, 조심해야 할 텐데.”
그러나.
“…왜 안 되는데?”
류웨이가 근사하게 뱉는 평소의 보통화와 달리, 명백하게 떨림이 느껴지는 한국말이었기에.
나도 더는 체면치레를 할 생각이 없었다.
아, 방송국이랑 달리 지금 여기는 [타겟팅 스타> 관련 인물들뿐이라, 굳이 말을 가릴 필요도 없거든.
“어쩔 건데? 여기 난간에서 냅다 나를 밀기라도 할 거야?”
“무슨.”
“밑에 스탭들 엄청 많아. 그럼 네가 어떻게 될지는 뻔하겠지. 한 번 해 보든가.”
평소라면 최대한 더 말을 골라 보려고 했겠지만, 이런 행태를 보고 있자니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문장이 만들어졌다.
날 담가 보겠다고 악성 루머를 만들 정도의 녀석이긴 하지만, 글쎄.
지금 상황에서는… 진짜 나를 밀 정도의 깜냥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고.
“…….”
대화 없이 시선이 오간다.
새빨간 머리를 했지만 싸늘하게 식은 내 눈과, 차분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터질 듯이 이글거리는 류웨이의 눈동자 사이에서 말이다.
“후….”
류웨이가 부모님을 신경 쓰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내가 이렇게 돌아온 것도, 가족들과 애로우즈 멤버들 때문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그게 방법이 뒤틀려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내가 남들한테 민폐가 되지 않으려고 얼마나 죽을힘을 다했는데, 이게.
지가 못돼 처먹은 짓은 다 해 놓고, 부모님한테 사랑 받으려고 그랬다고 하고 있어.
“…….”
“나 진짜, 네가 이런 녀석인 줄 몰랐는데 말이야….”
나는 꽉 쥐어진 류웨이의 주먹을 한 번 바라보고는,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그래. 애로우즈로 같이 활동할 때도, [타겟팅 스타>로 인해 그런 일을 겪을 때도 몰랐지만.
“류웨이, 너 혹시 부모님이랑 대화는 하냐?”
“…….”
내 말을 들은 류웨이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무슨 의미인지 설명하라는 의도가 명백한 얼굴에, 한숨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아니, 그렇잖아.
“너희 부모님은 지금 중국에 건강하게 계시잖아. 왜 말을 안 하는데?”
“…내가 너희 가족을 건드렸다고 너도 이러는 거라면.”
“아니. 문장 그대로. 싫은 걸 싫다고 얘기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혼나고, 뭐. 무슨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어. 근데 네가 그걸 안 하고, 혼자 생각하고 행동하니까 이상한 짓만 하잖아.”
바람이 불어왔다.
처음 이 공간에 발을 들였을 때보다, 약간 더 식어 있는 바람이었다.
“…네가 그걸 못해서 스스로 망가진 건데, 왜 남 탓이야?”
“…….”
류웨이는 잘못을 하면 감싸 줄 가족이 있다.
적어도, 지금 약혼녀 논란이 터지고 난 후에 하차 후 중국으로 돌아간다는 말만 봐도 알 수가 있는 거였다.
최소한 류웨이의 부모님들께서는, 본국으로 돌아온 아들의 곁에 계실 거라고.
그 과정에서 어떤 대화가 오갈지 내가 감히 예상할 수는 없었지만….
“다녀왔습니다….”
나는 내 잘못을 가족들에게 사과조차 할 수 없었다.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도, 집에 돌아가면 싸늘한 정적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야.”
근데 뻔히 자기가 잘못한 상황에서, 제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과 제대로 상의 하나 할 줄 모르는 녀석이 혼란스러워하는 걸….
“상황 파악 좀 해.”
내가 왜 듣고 있어 줘야 해.
“뭐, 너희 가족 분위기를 내가 다 알 수는 없겠지. 얘기하기 두려울 정도로 강압적이었을 수도 있고, 그냥 네 지레짐작으로 얘기를 안 했을 수도 있어.”
“…….”
“근데 이제 패밀리 이슈 있는 네가 부모님한테 가서 이런 저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빌빌 기어 다니든, 거기서 애정 결핍을 느껴서 삐뚤어졌든. 내 알 바 아니야.”
“…….”
“마지막에 무대에 올라올 생각이면, 스탭분들께 제대로 말씀드리고 올라와. 뭐, 화성이한테 그런 짓 한 거 때문에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김, 춘용.”
“말로만 할 수 있어서, 해야 해서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진짜로 할 수 있으면….”
부모님 눈치에, 사랑 받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온 거 말고.
“네가 직접, 제대로 판단해서 해.”
타앙―
나는 굳어 있는 류웨이를 두고 그대로 뒤를 돌아 계단으로 향했다.
혹여나 그 녀석이 따라와서 내 뒤를 민다거나, 하는 끔찍한 상상의 여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
그 자리에 굳어서, 무언가 생각하는 얼굴의 녀석을 보면, 그럴 정신머리라고는 전혀 없어 보였으니까.
“허억, 김, 김춘용 연습생?! 류웨이는 어디에!”
“아, 옥상에서 혼자 청승 떨고 있던데요.”
“아아악! 가, 감사합니다!”
뒤늦게 다른 조연출 둘과 뛰어올라온 막내 작가는 퍽 힘들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래, 류웨이가 이렇게 전방위로 사람을 열 받게 한다니까.
“쟤도 자업자득이 뭔지는 좀 알아야지….”
와아아아아―
내려오는 길에, 공연장 바깥에서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는 것이 들려왔다.
그 사이로는 [타겟팅 스타>의 오리지널곡, ‘Aiming’이 슬쩍슬쩍 들려오고 있었다.
제작진이 새벽 일찍부터 설치한 야외 전광판에, [타겟팅 스타>의 생방송 예고편이 틀어진 것이었다.
나는 류웨이가 있는 위층을 한 번, 그리고 창밖을 한 번 보고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더 이상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내가 저 함성을 계속 듣고 싶다면, 가족들을, 애로우즈 멤버들을 향해 잘못을 빌고 싶다면.
이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것을, 제대로 해내야만 했다.
* * *
당초 5,000석으로 진행하려 했던 [타겟팅 스타>의 생방송 방청.
“아니, 2만 명 수용 가능한 곳에서 뭔 5,000명이야! 말이 돼? 스튜디오에서 실내 체육관으로 옮겼으면 인원도 10배 뻥튀기 하는 게 맞는 거 아니냐고.”
“그 말을 게시판에 써. 참고로 난 벌써 쓰고 왔어. 욕은 섞지 마라. 신고당하더라.”
그러나 네티즌의 분노가 담긴 문의로 인해 1,000명을 증원한 덕인지, 그 열기는 뜨겁다 못해 터져 나갈 지경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악!
무대 전, 짧게 흘러나오는 타이포 VCR에도 찢어지는 고함을 내지를 정도로 말이다.
‘진짜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생방 진행이라니, 아무리 나라도 떨리네.’
그 어떤 때보다 말끔한 아웃 핏과 함께 MC석에 서 있던 최가온은, 침을 꿀꺽 삼키며 침음했다.
분명 처음에는 그냥 소속사 후배 데뷔 준비 도와주는 거라고, 가볍게 마음 먹고 나가면 된다고 그랬었는데.
‘이게 어딜 봐서 가볍게 마음을 먹어서 될 일이에요, 실장님?!’
잠깐잠깐 카메라에 잡히는 관객석 컷을 보면, 확실히 최가온의 생각이 과하지 않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이제 손재하에게 남은 건 데뷔뿐] [화성에서 온 나의 스타 JIMARS] [데뷔를 향해 BANG! 유찬이와 걸어갈 내일♡]이전 방청들보다 더 직관적으로 변한 슬로건 문구는 물론, 그걸 들고 있는 팬들의 표정까지.
결연하게 굳어 있는 그 얼굴들이 하고자 하는 말은 다 같았다.
반드시, 내가 응원하는 연습생이 데뷔했으면 좋겠다.
혹은.
지금은 데뷔권이 아니더라도, 아주 작은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무조건의 애정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었다.
그건 화면 너머를 통해 사랑에 빠진 생면부지의 대상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게 이 장소에 모인 6,000명의 사람들을, 아니.
더 나아가서는, 신청에 몰렸던 4만 명의 사람들의 심정을 설명해 줬다.
지금 MC를 진행을 위해 자리한 최가온 역시, 저런 사랑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걸 가볍게 생각할 순 없지.’
그는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무대 아래쪽으로 시선을 옮겨 갔다.
생방송인 덕에 더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던 스탭들 사이, 최가온에게 사인을 보내는 조연출이 곧 팔로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그려 보이고….
– “데뷔라는 꿈을 향해, 쏴라!”
크게 볼륨이 높여진 목소리와 함께, 모두들 지겹도록 보아 왔던 다트 오브제와 타이포가 전광판에 쏟아지듯 펼쳐졌다.
[타겟팅 스타: 생방송 파이널 무대>누군가에게는 처음, 누군가에게는 두 번째.
마지막, 어쩌면 새로운 시작이 될 무대의 막이 그렇게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