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91)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91화
우우우우웅―
환호성과 함께 동시에 시작된 곡은 팬들도, 연습생들도.
거기에 있던 모든 이들이 이제껏 귀에 딱지가 박히도록 들어왔던 [타깃팅 스타>의 오리지널곡, ‘Aiming’의 단체 버전이었다.
와아아아악!!
스피커에서 나오는 익숙한 배기음과 함께, 그 소리를 팬들이 입으로 따라 불러 주는 건 어느새 당연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 빛나는 도시, 시끄러운 사람들
그렇지만 여기에는 오직 너와 나
You & I
이전에 각 팀에서 첫 도입을 맡았던 이들이 앞으로 나와 동시에 노래하기 시작했다.
가오옌, 료타, 이채혁.
낮은 등수로 출발해, 지금까지 서바이벌을 진행하는 내내 높은 무대 성적을 얻어 본 적 없는 이들이었지만.
[채혁아 오래 보자] [!!규칙을 바꿀 남자 가오옌!!] [무대 위 청춘, RYOTA♬]그럼에도 분명히,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이 있었다.
너는 지금 잘하고 있다고.
그런 너를 내가 응원하고 있다고.
그리고 수많은 무대 위에서 그들의 외침을 마주해 온 연습생들은, 확실히 그 응원에 부응할 생각이었다.
– 아직 달리긴 이르다는 말
우리에게는 해당 없지
Start the Bike, Hurry up & Hop on
저 끝까지 가려면 바빠
어느새 끝나 가는 파트에, 셋은 동시에 이마 쪽으로 손을 가져다 대며 자신의 팬들에게 짧은 인사를 보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입술을 크게 뻐끔거리는 건 덤이었다.
‘열심히 할게요!’
그들의 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당신들이 나를 보고 있으니까, 마지막까지 제대로 해 보이겠다고.
그 모습은 뒤에서 대형을 갖추고 있던 다른 연습생들의 눈에도 생생히 보였고, 당연한 것처럼 영향을 줬다.
특히, 아까의 일로 경미한 부상을 입은 지화성에게 말이다.
– I need it, You Know
더 가까이, Hey Much Closer
날 향하는 총구
내겐 그저 쏟아지는 박수
이미 준비됐지 Ready to Shoot
곁에 함께 선 료타, 그리고 리밍쉔과 번갈아 가며 랩을 주고받은 지화성은 그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표정 연기를 수행했다.
명색이 지금 거의 데뷔 확정 딱지를 달고 있는 연습생인데. 어디 그뿐이겠는가?
– 내 곁의 너와 Fever time
두려움은 우릴 키울 뿐
어느새 뿌리염색을 말끔하게 한,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금발 .탈색모. 긴 다리에 좍 달라붙는 가죽 바지.
장난기 넘치는 표정, 발음 하나 씹지 않는 완벽한 랩.
이것들만으로도 ‘아, 쟤는 정말 데뷔하겠다’ 싶었지만….
거기에, 반짝반짝 웃는 얼굴과 함께 ‘두려움은 우릴 키울 뿐’ 파트에서,
“Bang!”
손가락 총을 탕.
“화성아아악!!”
그 손에 낀 장갑 아래로, 거울 조각에 베인 손등이 있다는 걸 눈치챈 팬은 아무도 없을 정도였다.
“어후….”
그러나,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던 나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너 괜찮아?”
“안 괜찮을 건 또 뭐예요. 쯧, 좀 따갑긴 한데… 그게 뭐 별일이라고. 완전 괜찮아요.”
“별일은 별일이지, 인마. 무대 직전에 다쳤잖아. 그리고, 하필 네가 들은 말도….”
“―용용 형.”
“…어.”
“상관없어요. 저는 오늘 꼭, 데뷔할 거니까. 하차할 사람 말 같은 건 신경 안 쓴다고요. 알아들어요?”
제가 그때도 확실히 그랬잖아요.
“캐리해 주겠다고.”
“…그래, 인마. 알겠어.”
류웨이가 자신을 향해 뭐라고 했든, 그로 인해 어떻게 다쳤든.
심지어, 자신이 가장 믿는 형이 사실은 모조리 솔직하게 굴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도, 무대 바깥의 일은 무대로 끌고 오지 않겠다니.
독한 자식.
뭐, 물론….
그래서 내가 화성이를 ‘애로우즈 멤버들 중 가장 아이돌답다’고 생각한 것이기도 했다.
애초에, 지화성은 이 ‘Aiming’ 곡을 준비하던 당시에도 내가 충격적인 사실을 듣고 무대에 올랐었다.
솔직히….
‘네가 완벽하게 잘 편집될 거라는 보장은 없고, 신 이사님 주도하에 있는 류웨이에게 유리한 편집이 될 거다’라는 말을 화성이가 아닌 다른 연습생이 들었더라면?
예를 들어 시우라든가, 마음이 여린 시우라든가.
…씁.
그것만큼은, 어떻게 될지 나도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하여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긴 하지.
– This one way ticket
데려다 줄게 하나뿐인 목표로
함께라는 걸 알고 있어
저 너머의 히치하이커 우릴 보지
어느새 완연히 아이돌스러운 모습을 갖추고 미성으로 노래하는 로건.
그리고 언제나처럼 완벽한 재하 형의 하모니 이후에, 앞에서 터지는 불꽃과 이어지는 하이라이트.
– 세상에 나를 겨눠
모두의 심장을 조준할 때야
Aiming, Aiming
지켜봐 누가 쏘는지
Aiming, Aiming
Aimed at your Heart
모두가 입을 모아서 목이 터져라 라이브를 하고 난 후에는,
– I’m on it, get on it
Woah Wooah 벌써 시작됐어
내가 앞으로 나서야 하는 댄스 브레이크가 있다고.
“……,
나는 흘깃, 곧 옆에서 나와 함께 앞에 나서야 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폈다.
둘 중 하나는 이전에 과한 욕심으로 댄스 브레이크를 한 번 말아먹은 전적이 있는 민호.
그리고 남은 하나는….
“일단 류웨이 연습생도 무대에 오릅니다. 연습 자체는 다 되어 있으니까, 무리는 없을….”
“아니, 잠깐만요! 아까 그 일이 있었는데, 저 인간이 멀쩡하게 무대할 수 있겠어요? 무엇보다도, 저희한테는 데뷔가 걸려 있잖아요!”
“…지금 오히려 올리지 않는 게 더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지화성 연습생.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번에만.”
‘마지막으로 참죠.’
류웨이.
문윤하 비주얼 디렉터의 안배인 무대 의상을 착용하고, 메이크업을 마쳤음에도 류웨이의 안색은 창백하기 짝이 없었다.
평소보다도 더 거센 동작으로 안무를 하고는 있지만, 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쯤은 같이 연습한 사람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고.
“김, 춘용.”
“…뭐야.”
“할 말이 있다.”
나는 댄스 브레이크를 위해 무대 가운데로 나서며, 무대로 오르기 직전 류웨이가 내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야 동생! 잘 좀 해 봐!’
‘아들!’
조명 때문에 어지럽게 흔들리는 시야 너머로, 저 멀리 관계자석에 앉은 우리 가족들이 아른아른 보이는 상태에서 말이다.
어떻게,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보고자 하면 볼 수가 있더라고.
“네게 사과할 생각은 없어.”
“아, 그러시겠지. 나도 사과받을 생각 없어, 이 자식아.”
“…그리고, 이건 네게 시비를 걸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
“내가, 직접. 다른 이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판단해서 하는 말이란 거다.”
그 뒤로 류웨이가 내게 무언가 더 말했지만, 솔직히 잘 들리지 않았다.
그 순간 최가온 선배님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면서 생방송이 시작됐기도 했고, 터질 듯이 뛰는 심장 소리에 귀가 살짝 흐려지기도 했으니까.
뭐라고 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면, 마음이 좀 더 편해질 거 같긴 한데.
일단. 그 부분을 차치하고.
‘Aiming’의 댄스 브레이크를 춰야 하는 지금의 나는….
발끝으로 땅을 딛고, 거기서 상체를 크게 한 번 돌리고.
빠른 스탭. 왼발이 먼저, 그다음 오른발. 반복해서 두 번.
이후 숨 쉴 구간이 잠깐 찾아올 때, 나를 지켜보는 가족들을 본다.
엄마, 아빠. 보미 누나, 나리.
글쎄, 류웨이가 아까 내게 자기 가족 얘기를 했던가?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역시, 아무 상관이 없었다.
우레처럼 쏟아지는 팬들의 응원 사이, 댄스 브레이크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손으로 어깨를 한 번 가볍게 털고, 고개와 아이솔레이션.
이전에 염색한 새빨간 머리카락이 다시 자리로 돌아오기 전에, 하체와 반대쪽으로 상체를 뻗고.
몸을 꺾는다고 해서 손끝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중심을 잡고 한 번 턴.
무릎으로 길게 바닥을 한 번 쓸고, 반동으로 자연스럽게 일어나면서….
이번에는, 각 방향으로 늘어진 나의 애로우즈 멤버들을 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께 댄스 브레이크를 마친 류웨이에게로 시선을 고정.
나와 같은 위치에서 팔을 뻗고 있어야 했던 류웨이의 팔이 좀 더 낮은 곳에 있다는 걸 눈치챈 건, 나중의 일이었다.
―펑!!
이번 생방송을 위해 제작진이 아주 냅다 쓸어 온 폭죽이 강렬하게 터져 나오고, 이어지는 마지막 코러스.
– 세상에 우리를 겨눠
그들의 심장을 조준할 때야
Aiming, Aiming
지켜봐 누가 쏘는지
Aiming, Aiming
커다랗게 확장된 내 동공에 류웨이의 입 모양이 선명하게 보였다.
“――.”
…뭐라는 거지?
한국말인지, 중국말인지 고민하기 위해 두 눈을 끔뻑인 그때.
– 그건 분명.
우리 (나)야.
와아아아아아악!!
“…허.”
마지막 가사가 사전에 녹음해 놓은 모두의 목소리로 흘러나온 뒤.
나는 류웨이의 입 모양이 무언지, 그리고 무대 전 내게 했던 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오늘을 위해 열심히 연습한 연습생들의 무대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 주시길 바랍니다!”
곁에서 생방송 진행을 위해 빠르게 다가온 최가온 선배님이 진행을 이어 나가려고 했으나, 그 행동은 그에게로 고개를 흔드는 류웨이에 의해 저지되었다.
“어, 어? 류웨이 연습생, 잠깐….”
“……,
한 발짝.
무대 앞으로 나선 류웨이가, 내게 했던 것처럼 두 눈을 느리게 끔뻑인다.
“만일, 이번에도 내가 무대에서 네게 지게 된다면….”
그때는.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말을 하겠어.’
다른 연습생들이 숨을 미처 다 고르기도 전에, 녀석의 돌발 행동에 최가온 선배님이 말리기도 전에.
가볍게 떨린 류웨이의 입술이 찬찬히 열린다.
저는….
“이 무대를 끝으로, 중국으로 돌아갑니다.”
――.
헉, 하고 숨넘어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건 당연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던 사실이라고는 해도, 본인이 저렇게 첫 무대를 끝내자마자 언급을 한다?
아름답게, 혹은 다른 연습생들과 포옹을 나누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건 좀 아니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상황을 살피던 메인 작가의 비명이 무대까지 들리는 듯했다.
그렇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퍼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기에 있는 6,000명의 청중들. 그리고, 노트북과 테블릿, 혹은 영화관에서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시청자들.
모두가, 그의 덤덤하지만 파급력 큰 말을 듣고 만 후니까.
“아니, 류, 류웨이 연습생? 감정이 북받쳐 오르셨네요! 하하, 그렇지만 역시 이따가 마지막 인사를 한 번 더….”
“아니. 뒷무대는 하지 않습니다. 이게 마지막입니다.”
그렇게 하기로,
“저 스스로 정했습니다.”
모두가 혼란으로 인해 당황하는 가운데, 류웨이의 녀석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갈색 눈동자 너머 살랑거리는 붉은 기운을 통해서 그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류웨이가 내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했다.
내가 자기에게 뭐라고 하든, 할 수 있으니까, 해야 해서 하는 게 맞다고.
심지어 이번에는, 자신이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후우….”
나는 댄스 브레이크의 여운에 숨을 몰아쉬면서도 분노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까지, 류웨이는 정말 끔찍한 자식이었다.
사과도 안 하고, 자기 고집은 부릴 대로 부리고.
“……,
나는 저절로 쥐여지는 주먹을 펴려고 애쓰며, 녀석을 최대한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래 봤자, 류웨이는 이번에 자신이 얻고자 했던 걸 얻지 못하고 돌아간다.
그 어떤 것도, 얻을 수가 없었다.
그게 스스로의 악랄함에 대한 대가니까.
내가, 가족들과 나의 멤버들을 지키기 위해 했던 일의 결과니까.
“…네, 네. 그렇게 됐군요! 이렇게 류웨이 연습생이 아쉬운 마음으로 무대를 떠나게 되었지만, 그의 빛나는 다음 행보를 여러분 모두 응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우, 우와아아아…
최가온 선배님의 프로패셔널한 수습이 이어지고, 류웨이는 그대로 무대 밖으로 걸어 나가 버렸다.
그래도, 한때 같은 팀으로 데뷔까지 했던 녀석의 그 뒷모습을 보며 이상한 기분이 든 것도 사실이었지만….
이미 떠난 녀석에게, 자기가 얻고자 했던 걸 모두 잃고 돌아가는 녀석에게.
당장의 내 주의를 쏟을 수는 없었다.
“잠시, VCR을 시청하신 후 이어서, 다음 연습생들의 단체 무대를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애로우즈, 나의 가족들, 그리고 생방송 무대.
“그리고, [타깃팅 스타>를 통해 데뷔하게 될 팀의 이름도 함께 만나 보시죠!”
엑스와 나눈 계약의 첫 번째 목표가 성공할지, 실패할지에 대한 답이.
…내게, 무서울만큼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