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92)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92화
같은 시각.
숙소에 비치된 드넓은 TV로, [타겟팅 스타>의 생방송 파이널 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정연우는….
“하하, 하차하는 주제에 혀가 왜 저렇게 길까… 정말 신기하네.”
화면 속 어처구니없는 장면에,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치고 말았다.
“어, 연우 형. 형은 저 연습생 왜 하차하는지 알아? 쟤 AG 아냐?”
“음.”
오늘도 그 곁을 지키고 있는 주영의 질문에, 그는 코를 가볍게 한 번 찡긋거렸다.
확실히.
애초에 정연우가, 류웨이란 연습생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슬레딕스 멤버들처럼 곁에 두고 조질 수가 없는 대상이었으니까.
그가 아는 건 단지 류웨이가 춤을 어떻게 추는지, 보컬은 어떤지.
더 나아가서, 화면 안 다른 연습생들을 어떻게 대하는지까지.
‘편집으로 어떻게 가려 놓긴 했지만, 태도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 내가 화면으로 파악한 건 그 정도.’
그러나, 짚이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핑크색으로 한 번 염색을 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그의 말에, 반항이라도 하듯 새빨갛게 머리를 물들인, 모 연습생 덕분에 말이다.
“어떻게 해야, 제 도움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까요?”
“…….”
“도움을 주신다고는 하셨지만, 제가 원하는 걸 갖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라서요, 하하. 그러니까 조언을 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평온을 가장하긴 했지만, 긴장으로 가득한 얼굴로 그렇게 묻는데. 정연우 정도로 눈치가 있는 사람이 내부에 무슨 일이 있을 거라 생각을 못하는 게 더 이상했다.
‘참… 순진하기도 하지.’
정연우라면 그렇게 돌리고 돌려서 상대방의 허점을 파는 방법이 아니라, 그냥 정면에서 빠루로 얼굴을 갈겨 버렸을 텐데 말이다.
비유적 표현이든, 진짜든.
뭐, 그런 부분이 달라서 정연우가 마음에 들어 한 거지만.
당장 어제도 자신에게 도착했던 [와 노래를 주셔서 정 말 정 말 감 사 합 니 다 선배님] 이라는 투덜거리는 메시지를 잠시 떠올리곤, 정연우는 빙그레 웃으며 주영에게 대답했다.
“…대충은. 동정할 필요 없어. 자기 업보니까. 나도 저런 거한테는 별로 관심 없고.”
“…윽.”
‘저 형이 저렇게 얘기할 정도면, 쟤는 얼마나 개짓거리를 한 거야. 진짜 보통이 아닌가 본데.’
몸을 살짝 움찔한 주영은, 눈동자를 마구 굴리며 변명 아닌 변명을 뱉어 댔다.
“아니, 뭐. 아직 데뷔도 안 한 연습생한테 동정이니 뭐니 할 생각은 없지만… 형이 생방까지 보니까 하는 말이지. 쟤 때문이 아니면, 대체 왜 보고 있는 거야? 지금 작업실 갈 시간이잖아, 원래.”
“아, 내가 쟤네한테 노래 선물 해 줬거든. 아마 이 다음에 나와.”
“아, 노래 선물… 뭐라고!?”
아무렇지 않게 수긍하며 넘기려던 주영은, 뒤늦게 그 말의 뜻을 깨닫고 다시 한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정연우가, 자기가 직접 쓴 곡을, 아직 데뷔도 못 한 연습생들에게 두 개나 주다니?
‘지난 앨범에서 나 솔로곡 하나만 달라고 했을 때는 절대 생각 없다고 그랬으면서!’
마음속에서 불쑥 차오르는 억울함을 참아내며, 주영은 조심조심 연우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정도로 돌려서 말했다.
“저, 저 연습생들이 잘될 것 같았나 보네. 그런 거면 형이 그러는 것도 이해가 되지. 하하! 그럴 수도 있지!”
“음, 글쎄. 솔직히 장담은 못 하겠어.”
“…그럼 대체 곡을 왜 준 거야?”
그러나, 결국 불퉁한 목소리를 내고 만 주영을 한 번 빤히 본 연우는 흐음, 하는 옅은 한숨과 함께 제 머리를 매만졌다.
“그냥….”
재밌을 거 같잖아.
그리고, 그 의뭉스러운 말은, 도리어 주영의 불만이 속사포처럼 터지게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
“형, 요즘 진짜 좀… 이상한 거 알지. 술 마시러 가지도 않고, 루틴도 조금씩 바꾸고! 저 프로그램 때문에 그래? [타겟팅 스타>? 이제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오려나?”
“원래대로 돌아간다라….”
주영이 내뱉은 말을 가볍게 곱씹은 정연우는 VCR이 흘러나오고 있는 화면 속으로 다시 시선을 줬다.
이전에 촬영했던 중간 순위 발표의 개인 인터뷰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지금과 달리 아직 머리가 까만색이던 시절의 김춘용의 얼굴 역시 등장했다.
– “하하, 다른 것도 아니고, 8위인걸요. 실망 같은 건 전혀 안 해요. 일단 저를 위해 힘써 주신 팬분들이 계시는 걸 아니까요. 오히려, 그분들께 보답할 무대를 준비하는 게 지금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 그렇다면, 이후 순위가 발표될 생방송에서 김춘용 연습생의 각오는?
– “당연히, 데뷔입니다. 노력하고, 노력해서. 꼭….”
“계속, 무대에 서고 싶어요….”
“연우 형, 뭐라고? 내가 좀 전에 말 걸었던 건 기억하고 있는 거야?”
“…그럼. 당연하지.”
잠시 화면 속 김춘용이 한 인터뷰의 마지막 말을 따라 중얼거린 연우는, 주영을 향해 상큼하게 웃으며 받아쳤다.
“내 생각대로라면, 지금 루틴을 유지하게 될 거야. 아니면, 뭐. 네가 바라는 대로 이전처럼 돌아가는 거고.”
“…그동안 형 생각대로 안 된 적이 없었는데.”
“그래. 주영이 너한테는 좀 아쉬운 소식이네.”
안 그래도 정연우의 루틴이 바뀐 탓에, 빌리와의 데이트 일정 잡기가 빡빡해진 주영이었다.
‘아, 차에서만 만나는 것도 이제 솔직히 지겨운데. 우리도 바깥에서 얼굴 좀 보고 싶다고…!’
사랑에 눈이 멀어 사리 분별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주영은 결국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뺨을 긁적였다.
“…적어도, 형이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만 말해 주면 안 돼?”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뭐. 일단은….”
아까부터 계속 깜빡이고 있던 주영의 휴대폰을 한 번, 그리고 찬찬히 어두워지는 TV 화면을 한 번 본 연우는 소파에 목을 편안히 기대며 눈을 감았다.
“보던 것만 마저 보고.”
“눈 감고 보긴 뭘 본다는 거야, 진짜!?”
그리고 곧, 그가 며칠 내내 작업실에서 미친 듯이 써 내려갔던 곡이 화면 너머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 연우 혀엉!”
“음, 음….”
연우는 주영의 절규 아닌 절규를 가볍게 무시하며 익숙하게 허밍했다.
그에게 있어 이 곡은 벌써 질리기 직전이었지만, 뭐.
이후에 생방송으로 흘러나올 이야기는, 여전히 관심이 있었으니까.
* * *
류웨이가 생방송에서 던지고 간 폭탄은 현장뿐만 아니라, SNS와 커뮤니티 내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아니 류웨이 뭐임? 갑자기 뭘 자기가 직접 정해서 하차를 하네 마네야? 건강상의 문제라며 ㅋㅋㅋㅋ아니 애초에 건강 안 좋다는 애가 마지막 무대에는 올라온 걸 보면 그것도 뻔히 구라라는 거잖아 ;] [⎿아직도 모르겠시겠어요? 약혼녀랑 결혼하는 걸 자기가 정했다잖아요] [⎿진심 큰 깨달음 얻고 갑니다 그 뜻이었군요] [⎿와 씨 생방 무대에서 결혼 발표 ㄷㄷ 드라마에서나 보던 거다 아님? ㅋㅋㅋㅋ] [⎿솔직히 요즘 드라마도 이런 식으로 찍으면 3화만에 더럽게 욕처먹고 조기종영임 ㅉㅉ] [중국남자와사랑에빠졌습니다… @alwaysliuuway
(사진) (사진)
류류의 [타겟팅 스타> 여정은 여기서 막을 내리지만, 저는 류류가 돌아올 때까지 계속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건강하게 다시 볼 날을 기대할게, 류웨이… ] [⎿님 진짜 제가 궁금해서 여쭤 보는 건데 그 류류라는 호칭 류웨이 약혼녀가 부르는 별명인 거 알고 계속 쓰시는 건가요? 아니면 혹시 본인이 약혼녀가 될 수 있으리라 믿으시는 건지… ] [⎿윗리플러 때문에 중남사님 뼈 맞아서 전치 8주가 나왔다네요 엠뷸런스 불러 주세요]
당장 다음 무대를 해야 하는 연습생들보다도, 하차하는 사람에게 더 시선이 끌리게 되다니?
“진짜, 이 개 같은 중국놈… 이후 방송 시청률은 어쩌라고 저딴 짓을 저질러. 아니, 무대라도 마저 하고 가든가! 이 씹. 신 이사가 붙였다는 스탭은 어디 갔어? 신 이사, 이 개―.”
“쉿, 쉿! 피디님, 들려요!”
그렇게, 시청률의 악마인 주철영 피디가 뒷목을 잡고 쓰러지려던 찰나.
다행히도, 이어지는 무대의 폭발적인 반응이 그를 구원해 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연습생들의 두 번째 단체 무대. ‘Loop&Repeat’이었습니다!”
우와아아아악!
그러니까, 정연우가 연습생들에게 선물한 곡 말이다.
– 오늘 같은 밤이면
난 네게 묻고만 싶어
잘 자고 있니 아니면 무슨 생각을 하니
Plz sing for me
안무도 없고, 강렬하지도 않고.
잔잔한 반주 아래에서, 연습생들이 자리에 서서 스탠드 마이크로 노래하기만 하는 ‘Loop&Repeat’이 어떻게 반응을 이끌 수 있었는가.
그건, 그 노래 뒤 전광판에서 비춰진 연습생 통조림 시설에서의 일상 덕분이었다.
– Everyday, Every time
비가 오고 눈이 와도
난 너와 함께 있어서 참 재밌었어
또래 남자 아이들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키득거리는 모습, 카드 게임을 하다가 순수하게 절규하는 모습.
짧은 시간 속에서 안무를 모두 숙지하기 위해 이마를 박고 고민하는 모습, 누군가는 우는 모습.
그리고, 방송에 나온 자기 팬의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보는 모습까지.
–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나에게는 부족해
Loop, Repeat, Again&Again
처음부터 다시
한 번 더 너를 알고 싶어
그런 요소요소들이, 마치 오래된 캠코더 메모리를 훔쳐 보는 것 같은 연출과 더불어….
– Loop, Repeat, Again&Again
알고 있던 것도 물어보고 싶어
어땠니
우리는 충분히 좋았을까
조금은 확신이 없는 듯한 가사와 함께, 팬들의 심정을 아주 제대로 후벼 파 버린 것이다.
[제발 이거 음원 내 주면 안 됨? 에이밍이랑 같이 오리지널곡 겸하면 되잖아 ㅠㅠ 시간을 거슬러서 너를 또 만나러 가겠다는데 이거 타타 애들 서사 그 자체잖아] [⎿솔직히 타타 컨셉상 에이밍이 더 맞죠 ;; 무슨 타그룹 리더가 만들어 준 노래를 오리지널 곡으로 ㅋㅋㅋ] [내가 언제 에이밍이 별로라고 그랬음? 요즘 애들 실질적 문맹률 진짜 왜캐 낮아 미치겠다] [⎿신고합니다]그런 ‘Loop&Repeat’의 무대가, 류웨이에게 쏠리려던 사람들의 시선을 다시 연습생들에게로 불러 모았다.
덕분에, 김춘용이 류웨이의 얼굴에 주먹을 놔주기 위해 무대를 탈출하지 않아도 됐고 말이다.
‘연우 형이 투표할 시간이 더 필요할 거다, 라고 했을 때 반신반의하긴 했는데. 이건 진짜….’
선견지명이 뛰어나다고 감탄을 해야 할지, 아니면 이런 상황까지 어떻게 예상을 하냐고 두려워해야 할지.
김춘용은 정연우의 판단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손가락을 여덟 개 펼치며 카메라에 대고 흔드는 걸 잊지 않았다.
투표 번호 8번, 김춘용.
꼭 데뷔할 수 있게, 투표를 해 달라고.
김춘용이 먼저 그 행동을 하자, 연달아 다른 연습생들도 따라 근사하고 귀여운 표정을 곁들어 자신을 선전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제대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생방송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허, 김춘용 연습생. 정연우 씨 노래만큼이나 좋은 선택이었어. 이제 그럼….’
연습생들의 분위기도, 현장의 반응도 안정이 되자 이현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케치북으로 최가온의 빠른 진행을 요구했다.
이렇게 분위기가 잡혔을 때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자, 여러분! 앞서서 연습생들의 두 번째 무대도 만나 보신 지금, 이어서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가장 큰 꽃 중 하나!”
최가온은 크게 숨을 들이켠 후, 아주 큰 목소리로 외쳤다.
“데뷔 그룹명을 만나 보실 시간입니다!”
“…하하.”
결국 찾아 오고야 만 순간에 김춘용은 침음하며 반갑고도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아이돌의 그룹명.
이게 어떤 걸 의미하는가.
촌스러우면 조롱당하고, 너무 길면 부르기 어렵다고 불평이 나오고, 너무 거창한 뜻을 가지고 있으면 ‘꼴에’? 같은 소리를 듣고.
그런 반응들 사이에서 최선의 이름을 찾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 팀 이름은… 그중에서 조롱을 받는 편이었지.’
지금에야 김춘용이 습관처럼 ‘우리 애로우즈’라고 하지만, 처음 그룹명을 마주했을 때는 정말 당황스러워했다.
어쩌다가 그룹 이름이 애로우즈, 화살들이 된 건가.
나중에 알게 된 그 이면에는, 다른 그룹 팬들의 그룹명 투표 가담이 숨어 있었다.
[연습생들 그룹명을 공모 후 투표한다고? 투표 1인당 몇 번 가능한데?] [⎿찾아보니까 그냥 무한 추천 누를 수 있는 거 같던데?] [⎿ㅆㅂ 당장 가서 젤 웃긴 걸로 투표하자 지금 가야 함] [플라이트 / 배럴 / 애로우즈 [ 이거 중에 하나 투표 ㄱㄱ 솔직히 마지막이 젤 웃기다] [⎿아이돌 그룹명이… 애로우즈!?] [⎿근데 지금 보니까 진지하게 될 거 같은데…?]그렇게 재미 삼아, 혹은 그 팬들이 싫어하고 쪽팔리라고.
애로우즈의 그룹명은 그렇게 정해졌었다.
김춘용 생각에, 이번에도 큰 이변이 없다면 그룹명은 애로우즈가 될 예정이었다.
[1. 애로우즈 (830,405표)2. TFY (437,983표)
3. Ifou (794,282표)
4. 코네타 (273,803표)]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투표창에서, 애로우즈가 충분히 높은 득표를 얻고 있었으니까.
“팬 여러분께서 공모를 해 주시고, 열심히 투표까지 해서 직접 정한 그룹명! 지금 바로 화면으로 공개해 보겠습니다!”
‘내가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돼. 내 이름도 아이돌 연습생 이름이 김춘용, 같은 소리를 듣는데 뭐. 애초에 데뷔를 할 수 있을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고.’
김춘용은 주먹을 꾹 쥐며 최가온의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슈우우욱―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효과음과 함께 누군가가 화살을 쏘는 픽토그램이 화면에 떠올랐다.
확실히, 김춘용이 애로우즈라는 단어를 그룹명으로 받기 전에도 봤던 픽토그램이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수많은 글자가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또 다른 그룹명 후보였던 배럴(Barrel), 플라이트(Flight).
더 넘어서는 탱고다운(Tango-Down), 코네타.
그 글자들이 마구 합쳐지며, 천천히 화살 쪽으로 빨려드는 효과가 나타나고 난 후.
“…[타겟팅 스타>로 데뷔할 연습생들의 그룹명은!”
검게 화면이 물들고, 최가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티오제(ToZ), 제논입니다!”
“…에?”
그리고, 그 말에 다시 한번 애로우즈의 이름을 받을 생각 중이었던 김춘용의 입이 벌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