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93)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93화
* * *
[타겟팅 스타>의 생방송 파이널 무대를 동시 방영 중인 GVN의 한 응원 상영관.– “멋진 무대 감사합니다! 이로써, 마지막 데뷔 평가 무대 팀의 공연까지 모두 지켜봤습니다! 이제 정말 생방송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군요!”
방금 막 연습생들의 데뷔 평가 무대가 끝난 와중에도, 그곳에서 여전히 그룹명에 관련된 탄성과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오는 중이었다.
“와, 미친… 존나, 이게 되네! 아니, 보여? 이게 됐다니까?”
“너 그거 지금 이름 발표하고 1시간 내내 하고 있는 말인 거 알지….”
생방송 방청에서 떨어진 후, 울며 겨자 먹기로 영화관 단체 관람을 신청했던 AG물산회사는 제 옆에 앉은 룸메이트를 어깨를 마구 흔들며 연신 중얼거렸다.
‘실수로 자리를 두 개 잡았는데 재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양도하고 싶지는 않다’는 이유로, 이 자리에 끌려 온 룸메이트의 얼굴이 썩어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아니, 아는데. 알거든? 근데 진심으로 저게 될 줄은 몰랐지. 와, 역시 적의 적은 친구라더니. 타팬덤에 맞설 때는 다들 똘똘 뭉치는 게 가능하더라니까.”
정말로 그랬다.
‘애로우즈’라는 이름이 순위권에 들어가고, 그 득표수가 점점 더 높아지던 그때.
AG물산회사는, 온 진심을 다해서 위기감을 느꼈다.
“아니, 잠깐만 이거 안 될 거 같은데? 그룹명이 애로우즈? 우리 재하 팀 이름이 애로우즈가 된다고? 이거 다른 아이돌 팬들이 분탕치러 온 거네!”
“왜, 괜찮은데. 뭔가 전대물 팀 이름 같고 좋아. 내가 하는 게임 중에 비슷한 거 있어.”
“그래서 안 된다는 거야! 미친, 이거 어떻게 좀… 다른 걸로 주의를 돌려야 해.”
다행인 건, 그렇게 생각한 게 AG물산회사 하나가 아니었다는 거였다.
각 연습생들의 네임드 코어팬,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그저 더 좋은 이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이 힘을 합쳐, 최대한 여론몰이를 시작했다.
[AG물산회사 @HARDWARE_store#타겟팅_스타 연습생들이 데뷔할 팀 이름으로 ‘티오제(ToZ)’를 추천합니다 (박수)(박수)] [시우하다 @singsingull_ll11
#ToZ 라는 이름이 정말 좋은 거 같아요 ㅠㅁㅠ
ToZ는 타겟 오브 제논의 줄임말인데요!
부를 때는 제논이라고도 부를 수 있고 티오제라고도 부를 수 있다네요~
제논의 역설 속에 등장하는 화살을 저격하다니!?
[타겟팅 스타>라는 프로그램명과도 딱! 맞고너무 근사하지 않나요? 우리 연습생들도 근사한 이름으로 데뷔할 수 있다면 더 힘낼 수 있을 거예요
(*⌒∇⌒*)] [찍먹전문가 @jjjjjjjjikmug
#타겟팅_스타 그룹명 #ToZ 투표 인증
해 보니까 한 시간에 최대 300번까지 투표 가능한 듯?
강의 듣다가 지겨우면 손가락 운동한다치고 휴대폰 터치 ㄱㄱ]
아무리 각각 다른 연습생을 좋아하고 있더라도, 결국에는 데뷔하는 건 한 명이 아닌 여섯 명.
게다가, [타겟팅 스타> 특유의 점수 계산 방식으로 인해 데뷔가 확실한 최상위 3명을 제외하고는 누가 데뷔할지도 아리송한 상태.
[늘봄미르 @NBML__0000누가 데뷔를 하게 되든 최고의 이름을 선물해 주고 싶네요 ( ˃̵⌓˂̵) 저는 #ToZ 가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엄지)]
그런 상태에서, ‘네 최애가 데뷔할지도 모르는데 그럴듯한 그룹명을 만들어 두긴 해야 한다’는 주장은 꽤 많은 이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이거 그룹명 제출하신 분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복 받으실 거야. 재하 데뷔만 하지? 진짜 하루에 2번씩 계신 방향으로 절한다.”
“야, 절 두 번 하는 건 죽은 사람한테 하는 거야!”
“헙,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그렇게 가실 때까지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변명은 진짜, 어휴. 너 그룹명 그거에 취해서 무대도 제대로 안 보고….”
“내가 넌 줄 아냐? 다 봤어. 진짜 하나하나 다 기억나.”
룸메이트의 지적에, 별안간 발끈한 그녀는 속사포처럼 자신이 기억하는 무대들을 우다다 읊기 시작했다.
“어, 제일 처음에 했던 팀. 장시우 있던 팀이잖아? 노래 제목은 ‘Just My Type’. 옷 귀여웠어. 확실히, 장시우는 그런 스포티한 옷이 잘 어울리더라고. 농구 나시나, 체육복 같은 거. 애가 좀 마르고 어려서 그런가.”
“어, 알겠다. 너 다 기억하는 거 알겠어. 내가 정말정말 미안해.”
“그리고, 그다음은 우리 재하 팀. 아니, 내가 어떻게 재하 팀을 기억 못하겠어? 나는 우리 재하가 로건이랑 그렇게 합이 잘 맞을 줄 몰랐어. 어쩜, 어쿠스틱도 잘해. 로건도 데뷔권인데, 둘 같이 데뷔만 하면….”
“알겠다니까? 야, 이제 슬슬 순위 발표하려는 거 같은데. 집중을 하는 게 좋지 않겠어?”
“에이 아직 문자 투표 집계 중이잖아. 그리고, 어. 마지막으로 방유찬이랑 김춘용 있던 팀! 이 팀은 갑자기 류웨이 빠지게 된 것도 있고, 진짜 어떤 컨셉일지 생각도 못했는….”
“―저기요.”
자기 페이스에 취해 신나서 떠들던 물산회사의 입이 다물린 건, 옆에 앉은 여성의 다소 날카로운 목소리 때문이었다.
“여기가 응원 상영관은 맞는데요, 그래도 좀 조용히 해 주시죠. 두 분만 여기 계시는 거 아니잖아요.”
“어후, 죄송합니다. 얘가 한 번 신나면 주체를 잘 못해서요, 죄송해요. 야, 빨리 사과드려.”
“더헉, 죄, 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해 가지고….”
“…아셨으면 됐어요. 주의해 주세요.”
‘흥.’
당황한 물산회사와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의 룸메이트에게서 고개를 돌린 여성.
‘불났어요불’은 불퉁하게 튀어나오려는 입을 참지 않으며 속으로 둘을 욕했다.
‘방유찬이랑 김춘용 있던 팀? 그 팀에는 화성이가 있다고. 우리 화성이가! 당연히 화성이 이름이 먼저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물론, 방유찬과 김춘용이 인상적이긴 했다.
앞선 두 팀이 다소 청순하거나 담백한 느낌, 그리고 스포티하고 발랄한 느낌을 살렸다면….
– 내 친구가 말하길
어젯밤 네가 걸어가는 걸 봤대
조심스럽게, 하지만 빠르게
Like A Road Runner
Like A Prisoner
Like Me
그들 팀은 어딘가, 약간은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으니까.
지화성, 이채혁, 방유찬, 김주안, 그리고 김춘용.
김주안을 제외하고는 모두 피지컬적으로 뛰어난 팀이라, 야구 모자와 넉넉한 점퍼. 그리고 몸에 달라붙는 이너는 그들에게 꼭 맞춘 것처럼 잘 어울렸다.
– 끝없는 터널 너머 Lighting
그 빛을 따라 Run, Baby Run Away
쫓아가는 건 내게 어렵지 않아
이미 알고 있는 종착지
다른 연습생들에 비해서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방유찬.
그리고 붉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후, 날티나는 외모의 장점을 확연히 뽐내고 있는 김춘용에게는 이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없다고 할 정도일까?
‘솔직히, 김춘용도 그때 포스트잇 일 이후로 그렇게 싫지는 않아. 오히려 나으려나. 확실히, 화성이랑 이후에 케미 맞출 것까지 생각해 본다면….’
불났어요불이 여러 경우의 수를 계산하던 그때.
– 잠시 후! [타겟팅 스타>의 연습생 최종 순위 발표가 진행됩니다!
방송이 다시 제대로 재개된다는 음성이, 영화관의 음질 좋은 스피커를 통해 쩌렁쩌렁하게 울려 왔다.
“…핫.”
저도 모르게 속으로 김춘용 칭찬을 하고 있었단 걸 깨닫자, 불났어요불은 자기 허벅지를 꽉 한 번 꼬집고는 다시 영화관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뿐만 아니었다.
“헉, 이제 진짜 하는 건가? 와 씨, 재하야아!”
“쉿, 목소리 좀 줄여. 너 흥분하면 목소리 점점 커진다고….”
‘불났어요불’에게 지적받은 후 룸메이트와 메시지로 이야기를 나누던 AG물산회사, 그리고 그 상영관에서 각자의 연습생을 응원하던 팬들 역시 같았다.
슬금슬금 축축해지는 손. 그리고 등골을 타고 오르는 불안감.
누가 데뷔하게 될 것인가.
그 생각으로 가득 찬 이들의 이목이 화면으로 쏠렸다.
한동안 연습생 얼굴 잠깐, [문자 투표 집계 중입니다>라는 알림 잠깐.
그동안 연습생들의 연습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여 주던 화면이 점차 어두워지더니….
한, 영상이 흘러나왔다.
* * *
영상이 나오고 있는 건 현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쿵, 쿵, 쿵….
새카맣게 물든 화면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는 심장 소리 같기도 하고, 드럼 비트 같기도 했다.
‘이건 이전에 본 적 없던 건데.’
이전에는 화면 가득히 등장한 다트판에 다트가 하나 꽂힌 후, 그 점수대로 차례대로 등수를 발표하는 식이었다.
‘하긴 류웨이까지 하차한 마당에, 또 달라질 수도 있지.’
자신이 모르는 상황이 다시 한번 찾아오자, 김춘용은 저도 모르게 목울대를 일렁이며 화면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어렴풋이, 그가 이렇게 두 번째 서바이벌을 할 수 있게 해 준 장본인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는 건 덤이었다.
뿅!
– X: 진짜 내일이면 렉쓰레기 추뇽이가 다시 돌아갈지 말지 결정되는 날이구낭….
– X: 결과가 어캐 되든 고생은 많았어 응?
– X: 니가 워낙 툴툴거려서 나도 좀 뿍칠 때가 있긴 했지만서두 ㅎㅎ
– X: 이렇게 다사다난한 상황에서 누가 화를 안 내겠니? 응?
– X: 내가 돌아온 놈들 여럿 봤는데 너처럼 다이나믹하게 한 애들은 또 없었거등
– X: 만일 데뷔를 하게 되면… 좀 편할라나!? 스킬도 더 다양하게 쓰고!? 아니면 이제껏처럼 개고생!?
– X: ㅋㅋㅋㅋㅋㅋ 어캐 될지는 내일이 되어 봐야 아는 거지만 ;-D
– X: 그래도 내가 최선을 다 해서 써포트 했으니깐! 잘 되겠지!
엑스의 태도는 언제나와 같았다.
김춘용을 놀리고, 약 올리고, 못된 말을 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서포트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김춘용은 그런 엑스의 존재를 당혹스러워하고, 성가셔하고, 어느새부터는 살짝 무시를 하면서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다.
– 김춘용: 야 엑스
– X: 오잉? 이 정도 놀렷는데도 그냥 나한테 말을 걸 다 니? 무슨 일이햐 렉쓰레기
– 김춘용: ;;
– 김춘용: 아니 그냥 좀…
– 김춘용: 물어보고 싶은 게 생겨서
– X: 엥! 뭐가 궁금한데? 뭐, 너 돌아가면 어떻게 되냐고? 당~연히 조사 받느라고 뺑이 치다가 소속사랑 계약해지 당하고 엄 또 또
– 김춘용: 그것쯤은 나도 알아
– 김춘용: 내가 묻고 싶은 건 다른 거야
김춘용이 엑스에게 궁금했던 것.
엑스는 왜,
– 김춘용: 왜 나야?
– X: ?
– X: 이게 무슨 갑자기 자의식과잉 폭발하는 소리지?
– X: 뭐가 너냐는 거야
– 김춘용: 네가 과거로 돌려보낸 사람이 왜 하필 나였냐고//
다른 사람도 아닌, 김춘용을 택한 걸까?
솔직히, ‘케이팝 역사상 최고의 아이돌’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려면 다른 사람인 편이 훨씬 나았다.
예를 들어 이미 김춘용이 알고 있는 최고의 아이돌 중 하나인 정연우라든가.
아니면, 같은 그룹 멤버 중 하나였던 손재하, 혹은 지화성, 어쩌면 방유찬, 혹은 장시우.
뭐, 더 나아가서는 리버풀로 돌아가서 부모님과 절연을 선언했던 로건까지.
후보를 찾으라면 끝이 없었다.
그리고, 그 모든 후보 중 제일 뒤에 있는 사람이 김춘용이었고.
모두에게 질타를 받는 렉쓰레기, 악성 멤버.
문제적 아이돌 김춘용이, ‘케이팝 역사상 최고의 아이돌’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왜 하필, 김춘용이었을까?
만일 김춘용이 무사히 데뷔를 하게 된다면, 첫 번째 목표가 이루어지는 지금.
그는 엑스에게서 그것에 대한 답을 듣고 싶었다.
[X님이 타이핑 중입니다… >그런 질문이 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건지, 엑스의 대답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그리고, 그 대답은 한동안 김춘용의 말문을 막히게 만드는 데에 충분했었다.
‘그런 이유라면, 나를 선택할 법도 했지. 됐어, 일단은 집중하자.’
쿵- 쿠웅-
그 기억에 김춘용이 씁쓸한 웃음을 짓고 있던 사이, 어느새 쿵쿵거리던 소리는 커지다 못해 생방송 현장이 떠나갈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
그 소리가 잦아듦과 동시에, 화면이 밝아졌다.
“어….”
동공에 직격으로 박히는, 전혀 예상치 못한 영상의 시작.
화질이 좋지 않은, 오래전에 찍은 게 분명한 그 영상 속에서는….
– “아들, 여기 봐야지!”
– “싫어잇!”
작은 남자아이가, 공을 굴리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