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94)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94화
그 영상이 나오자마자, 그 속의 아이와 남자가 누군지 아는 사람은 고개를 푹 숙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아아, 왜 하필 저걸…!”
[타겟팅 스타> 연습생 최연장자, 성원협이었다.그리고 사람들은 해당 반응을 보자마자 이게 무슨 타임인지 눈치를 챘다.
‘순위 발표 전 눈물 짜내기 시간이구나!’
서바이벌의 알파이자 오메가, 데뷔 순위 발표.
잔인하면서도 감동과 떨림이 공존하는 순위 발표를 하기 전.
‘여기서 평가받는 연습생들도 누구의 귀한 자식이었답니다’를 알려 주고, ‘울어!’하고 온 영상으로 강요를 하는 기획이 바로 가족 영상 아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 “우리 아들은 확실히 가수를 해야겠네. 목청도 이렇게 크고, 생긴 것도 잘생겼고….”
“…킁.”
이미 성원협은, 영상 속 젊은 아버지의 칭찬에 민망해하면서도 코 아래를 슬쩍 문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대 아래에서 성원협을 지켜보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한 번 잡고, 이어서 그 모습에 감동받는 팬의 얼굴과 들고 있는 슬로건을 화면 송출.
[사랑받아 마땅한 우리 원협]그림으로 그린 것만 같은 연출에, 사람들은 갑자기 울어야 한다는 사실에 분해하면서도 눈물을 글썽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주철영 피디 그동안 이런 거 안 했잖아! 잔혹한 서바이벌의 악마였잖아? 근데 이번 [타겟팅 스타>에서는 왜!’
이미 내막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이런 감동 서사 연출의 등장 이유를 눈치챈 사람은 현장에서 한 명뿐이었다.
여기 있는 다른 누구보다도, 주 피디에게 많이 당한 덕에 행동 원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김춘용 말이다.
‘이거 원래는 엿 먹이기용이었구나.’
아까 ‘Aiming’의 무대가 끝나자마자 실내 체육관을 떠나가 버린 류웨이.
그리고, 아직도 관계자석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기호 이사.
류웨이는 원래 데뷔 평가 무대까지 마친 후, 관객석에서 대기하며 다른 연습생들의 순위 평가까지 기다릴 예정이었다.
그러니까 저런 영상까지 보여 주면서, ‘너는 여기 가족 안 와서 이런 거 못하지?’하고 놀리려고 했던 의도랄까.
물론, 저 멀리 도재찬 사장과 함께 앉아 있는 신기호의 얼굴을 무대 위에서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그렇지만, 대강 그의 턱 근육에 힘이 잔뜩 들어갔으리라는 것쯤은 김춘용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뭐, 주철영 피디한테 본인도 엿을 먹이셨으니까. 도긴개긴인 거 같긴 해.’
그러는 사이, 현장은 점점 눈물바다가 되어 갔다.
– “가오옌은 확실히 스타의 자질이 있어. 우리 집안 사람의 기개를 타고 났지.”
– “음, 아빠의 말이 맞다. 가오옌은 분명 스타가 될 것. 이건 동쪽에서 해가 뜨고 서쪽에서 해가 진다는 것과 같은 원리다.”
– “가오옌. 그런 말은 누가 알려 줬지?”
– “늘 말하지만. 가오옌을 가르치는 건 가오옌이야, 아빠.”
어릴 때도 지금과 똑같았던 가오옌의 모습에, 사람들이 잠깐 웃나 싶긴 했지만….
– “그래, 똑똑한 가오옌, 하고 싶은 걸 해라. 너를 가장 좋아하는 우리는 항상 응원할 테니까.”
“크헝….”
[타겟팅 스타> 최고의 웃음 아웃풋마저도, 눈물의 가족 영상에는 어쩔 수 없었다.성원협, 가오옌. 그리고 츠바사, 리밍쉔, 여타 한국인 연습생들까지.
어린 시절 영상이 없으면 사진을 모아서 영상처럼 만들고, 그것마저 부족하면 최근 영상 통화 인터뷰라도 활용하고.
이 짧고 강렬한 연출 사이에, 김춘용의 가족들도 결국에는 모습을 드러냈다.
“아….”
저도 모르게 탄식이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릴 적 사진들을 모아 붙인 화면 한가운데. 거기에, 김춘용의 가족 모두 한 곳에 모여 웃고 있는 사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 모두 웃고 있다는 말은 맞지 않았다.
김춘용은 입술을 비죽 내밀고 뚱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남들 눈에는 하필 이 감동 타임에 애 삐진 모습을 보여 주냐고 할 수 있었겠지만….
“…….”
그 사진의 내막을 알고 있는 김춘용은, 가볍게 혀를 차며 두 눈을 찡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저 사진을 찍은 날은, 김춘용이 처음으로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가족들에게 말했던 날이었으니까.
“너 노래 못하잖아, 바보야.”
“맞아. 김춘용 노래 못하는데.”
“나리야. 엄마가 오빠 그렇게 이름 부르면 된다고 했어, 안 된다고 했어?”
“나 춤은 잘 춘다고!”
“아이돌은 노래도 춤도 잘 해야 하거든, 바보야?”
“사이좋게 지내야지, 얘들아. 안 그럼 아이스크림 없다.”
가족들은 어린 김춘용의 말이 한때 애들 장난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김춘용도 반쯤은 그런 의도가 맞았다.
무대에서 빛나는 사람이 되어 보고 싶다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어릴 때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보는 일 아닌가?
그러나, 저때의 기억이 결국 지금의 김춘용을 만들었다.
“…길거리 캐스팅을 받았다고? 너처럼 무섭게 생겼는데도 캐스팅이 들어와?”
“씁, 사기 아닌가… 양아치 캐스팅 아냐?”
“뭐래. 사기 아니야. 퀸스라니까? 여기에 아이돌 그룹도 꽤 있어. 세 팀 정도. 그러니까 내가 둘한테 맨날 무시당하지만, 사실은 이 정도라는―”
“김춘용.”
“…왜 그렇게 불러. 나 지금 또 혼나? 자의식과잉 심했나?”
“아니, 이 자식아. 너 하고 싶어서 그래?”
“…어?”
“너 어릴 때도 아이돌 하고 싶다고 그랬잖아. 이거, 명함 받은 거. 그냥 자랑하는 거 아니고 하고 싶어서 가지고 온 거지?”
“아, 아니? 당연히 그냥 자랑하려고….”
“너 용돈 모아서 보컬 학원 1달 다녀온 거 다 알 거든?”
“…….”
“날 봐도 소용없어. 내가 말한 거 아님. 언니도 벌써 알고 있던데?”
“…허.”
“솔직히 말해. 그래야 내가 엄마 아빠한테 할 말이 생길 거 아냐.”
‘얘는 공부 그만 시키고,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게 둬야 할 거 같다고 말이야.’
어느새 김춘용의 가족 사진은 지나간 지 오래였다.
그러나 그의 마음 안에는, 여전히. 언제나 그랬듯, 가족들의 얼굴로 가득 찬 상태였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후회했지?’
그놈의 여행이 뭐라고.
첫 정산금, 그 얼마 되지도 않는 걸 손에 들고 뭐 그렇게 허세 부리고 싶었다고.
그리고 나락에 떨어진 그 순간에도 정신을 못 차려서, 듣지 않아도 될 말을 굳이 들은 이유는 뭐였지?
어쩌면 가끔, 이런 말을 들어도 싸다고.
이런 상황에 처하기 위해서 나 혼자 남은 건 아닐까 생각했던 시간들은 보낸 까닭은?
“…….”
김춘용은 아까, 이 순간이 오기 전 떠올린 생각에 입을 일자로 꾹 다물며 침음했다.
– X: 왜 하필 너를 골랐냐… 이거 다소 철학적인데요? 프러포즈? 같기도 하고?
– X: 음~~ 우리 회사 사규 때문에 이런 걸 말해 주면 안 되긴 하지만
– X: 내가 너를 마음에 들어하는 김에 살짝 대외비? 로? 알려 주자면? ㅋㅋㅋㅋ
– X: 당연하지만… 일단 그때 후보로 들어온 미친 듯이 간절하고!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는 이유를 가진 사람들 중에서!
네가 실패할 가능성이 제일 높았으니까.
– 김춘용: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서 나를 골랐다고?
– X: 웅 뭐 그런 셈이지? 우리도 어쨌든 명색이 컴퍼니인데 이득이 있어야 할 거 아니니
– X: 전부 다 독기 가득하게 성공해서 케이팝 역사상 최고의 아이돌이 되면 어떡해? ㄷㄷ 이거 회사 손해가 아주 크다고 볼 수 있죠
– X: 이렇게 서포트 하고 네가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에도 우리가 얻는 게 있긴 하지만 ㅎ
– X: 결론적으로 마지막에는 도달을 못할 그런 애들? 에게 우리가 찾아간다고 볼 수 있지
– X: 하여튼… 뭐 그렇다? 삐지진 말구
– X: 이 이유들이 내가 너에게 서포트하는 모든 것들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과 같은 뜻은 아냐
– X: 기억하지? 너 떨어질까 봐 노발대발한 거? ㅋㅋ
– X: 난 네가 정말 마음에 들었으니까…
‘데뷔하고, 그다음 스텝도 착착 밟았으면 좋겠네!’
쿵, 쿵, 쿵….
처음 영상이 나오기 전 나왔던 소리가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후.”
김춘용은 그게 지금 자신의 심장 소리와 매우 닮아 있을 거라 생각하며,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아까 노력해도 결국 고이고 말았던 눈물은 이미 증발해 버린 후였다.
그래. 확실히, 지금은 눈물을 흘릴 때가 아니었다. 눈물은 사치였다.
애당초 실패할 가능성이 제일 악성 멤버가 어떻게든 데뷔를 하고 그 이후 속죄를 하려면, 울며 괴로워할 시간에 발버둥 치는 게 우선.
그리고, 그 순간이 이제 코앞까지 다가왔다.
* * *
2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촬영 속에서, 지쳐 가는 건 비단 출연진들과 제작진뿐만이 아니었다.
스탠딩 2,000석, 좌석 4,000석.
어느 작은 아이돌 그룹 팬들 모두를 모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방청객들.
아니, 사실 그들은 아이돌 그룹의 팬이 맞았다.
그들이 응원하는 [타겟팅 스타> 속 연습생들이 ToZ, 제논이라는 이름으로 데뷔를 하게 되면, 자연히 그들의 팬이 될 테니 말이다.
‘미친, 이제 진짜 곧이야. 곧이라고!’
순간, 그 사실에 약간 벅차오르면서도 겁을 먹은 김지은은 제 옆에 서서 죽어 나가는 사람의 어깨를 살살 잡아 흔들며 작게 말했다.
“늘봄니임, 이제 진짜 데뷔 멤버 발표하려나 봐요….”
“…그러게요.”
피로 탓에 새하얗게 질린 얼굴의 늘봄미르는, 백통 카메라를 든 제 손에 힘을 빡 주며 중얼거렸다.
“되면, 좋을 텐데요….”
마지막으로 확인한 중간 순위가 4위였던 류웨이가 빠져나간 만큼, 데뷔 멤버의 공백이 생긴 거 아니냐? 좋은 상황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미 그 타이밍에는 이미 류웨이의 등수가 점차 떨어지고 있었다는 점.
‘우리 춘용이 중간 순위가 8위. 그리고 이후 반응이 좋긴 했지만… 7위였던 안진우가 같은 팀에서 함께 활약하는 바람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한 명이 나가고, 한 명이 들어간다.
그렇지만, 거기에 후보는 둘이 있다.
그게 늘봄미르를 지금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 이유였다.
“…괜찮으세요?”
“네?”
“아뇨, 새벽부터 너무 무리하신 거 같아서… 지금 표정이 정말 안 좋으시거든요.”
지은의 말에, 늘봄미르는 굳어 있는 제 뺨을 매만지며 침묵했다.
당연히 힘들었다.
그동안 그녀는 서바이벌 연습생들이 서바이벌을 할 때까지만 촬영을 하고, 이후에는 또 다른 서바이벌이 시작할 때까지 대기를 타는.
본인 생각에는 아주 효율적인 취미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근데, 내가 연습생 한 명 데뷔 여부 때문에 이렇게 떨고, 긴장하고. 별의별 굿즈를 만들다니.’
그녀는 김지은의 손에 꾹 쥐인 질 좋은 패브릭 슬로건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My Spring ♬ CY]슬로건 속 김춘용은, 무대 위에서와 달리 검정색 머리일 시기였다.
김춘용이 염색을 했을 때는 늘봄미르가 방청에 가질 못했고, 그 이후 무대는 이게 처음이니까.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 사진으로 픽한 건데. 이래도 마음이 아쉽네.’
늘봄미르는 오늘 하루 내내 자신의 곁에 있었던 김지은을 향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저, 용용구리님.”
“네, 네!”
“그, 아까 부채 배부 도와주실 때 말씀해 주셨잖아요. 춘용이 [타겟팅 스타> 나오기 전에, 아르바이트 하는 연습실에서 보셨다고. 그래서 싸인도 얻으신 거라고.”
“아, 네.”
“혹시,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본격적으로 데뷔 멤버 공개하기 전예요.”
불현듯 차분해진 늘봄미르에, 김지은은 ‘아, 이렇게 접근해서 내 신상을 터는 건가? 이래서 인터넷 인연이 무섭다는 건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그걸 들으면 좀 진정할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어딘가 애틋하기까지 한 늘봄미르의 모습을 보고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속닥거렸다.
“그, 한마음 개인 연습실이라고 있는데… [타겟팅 스타> 첫 멘토 평가 곡을 연습했어요. 그때도 정말 잘생겼다, 춤 잘 춘다 생각하긴 했거든요. 근데 진짜로 말한 것처럼 방송을 타서….”
“…….”
늘봄미르는 김지은의 말을 가만히 곱씹었다.
그러곤, 자기 마음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아, 여기가 마지막일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넌 최고였어, 춘용아. 만일 네가 데뷔를 못 하더라도, 나는….’
그리고 그 순간.
“아, 맞다. 진짜 제가 잊을 수 없는 게 하나 있어요.”
새된 김지은의 목소리가 늘봄미르의 상념을 뚫고 들어왔다.
“그때 춘 춤이, 이미 진짜 충분히 잘하는 거였거든요? 근데 춘용이가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
“더 잘해 보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김지은의 눈은, 이제 막 무대로 쏟아지는 조명을 반사하며 유리알 같이 반들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저는 꼭 이런 사람이 아이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춘용이 팬이 된 거고요.”
그러니까.
“고생 많이 하셔서 힘드시겠지만… 저희 오늘 마지막까지 춘용이 열심히 응원해요! 데뷔하면 더 많이 촬영 다니셔야 하잖아요!”
지은의 말을 들은 늘봄미르는 고개를 푹 숙였다.
부끄러움과 부러움이 한꺼번에 몰려와서였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춘용이를 제일 응원하는 사람이 아닌가 했는데.’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아까 늘봄미르에게서 김춘용의 부채와 슬로건을 받아간 사람들 모두.
김춘용의 데뷔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벌써부터 끝을 생각하다니, 진짜 한심해 죽겠네.’
순간.
“…용용구리님, 이쪽으로 오세요. 펜스 가까이요.”
“네, 네?”
김지은의 손목을 잡고 냅다 앞쪽으로 끌어당긴 늘봄미르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부터 춘용이 데뷔하는 거 찍어야 하니까요. 용용구리님께서 절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좋아요!”
김지은의 도움을 받아 촬영하기 괜찮은 각도를 차지한 늘봄미르는, 무대 뒤 전광판에서 스르륵 떠오르는 글씨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ToZ – Target of Zenón> [Now Targeting… ▷ Début>“이제 그럼, 차례대로 연습생들의 순위를 발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가온의 진행, 그리고 함성과 함께….
‘그래. 검은머리 춘용이 사진만 데이터로 남길 순 없어. 적발, 금발, 심지어는 파란색까지도!’
데뷔한 네 모습을 내가 다 찍어 줄게, 춘용아.
늘봄미르의 셔터가 마구 눌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