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25
‘일단 주 권한자에, 날 설정하고…….’
성지한은 두 칸으로 나뉜 공허 통제 권한 칸에서.
주 권한자를 자신으로, 보조 권한자로 울드를 설정했다.
그러자.
스스스……
[공허 통제 권한자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공허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보랏빛의 메시지 창에서, 공허를 통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그리고 동시에.
성지한의 뇌리로 공허를 소환하는 방법이 떠올랐다.
통제 권한을 가지고 오니까 이것도 저절로 익히게 된 건가.
한번 해 봐야겠네.
“공허 소환.”
성지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의 옆에서 보랏빛 운무가 피어오르더니.
슈우우우……!
몸 안으로 공허가 빨려 들어왔다.
‘예전과는 달리, 공허가 체내에서 순응하는군.’
공허는 원래 사용자에게도 파괴적인 능력이라.
체내에 공허가 많아지면 이걸 조절하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통제 권한을 가지고 오자.
공허는 성지한의 몸 안에서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고, 얌전히 흐르고 있었다.
‘이러면, 계속 공허 집어넣을 수 있겠는데?’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면서, 공허를 투여하자.
스탯 창에서 공허 능력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9999를 찍었네?’
스탯창에서, 공허가 9999를 금방 돌파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1만을 넘어서려고 하자.
[공허를 1만 이상 보유하기 위해선, 신체가 공허로 대체되어야 합니다.] [신체를 공허로 대체하겠습니까?]‘공허로 육체를 바꾸란 건가…… 공허 형태의 울드가, 이런 방식으로 생겨났나 보군.’
통제 권한을 가지고 나서야, 공허의 울드가 어떻게 생겨난 건지 이해한 성지한.
‘몸을 공허로 뒤바꾸면 강해지긴 하겠다만…… 일단은 좀 더 알아봐야겠어.’
그는 메시지 창에서, 일단 아니오를 눌렀다.
그러자.
스스스스…….
성지한의 몸에 계속해서 빨려 들어가던 공허가 더 이상 주입되지 않고 밖에서 맴돌았다.
‘이거 참…… 스탯 올리기 쉽네?’
무슨 에디트 하는 기분이야.
하긴, 이 정도는 되야 서버 관리자라고 할 수 있겠지.
성지한은 그렇게 몸 안에 쌓인 공허를 보다가.
빛의 일족이 되는 조건에 대해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욕심 많은 자가 되려면 체내에 공허가 적어야 했지.’
게으른 욕심쟁이 중, 욕심을 측정하는 기준점이 되었던 공허.
‘이거 9999 상태로 있으면 아크에 진입 못하려나.’
성지한은 생각난 김에 서버 관리기기에서 긴급 점검 항목도 찾아보았다.
그러자.
[긴급 점검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아크에 접속하기 위해선, 공허를 기준치 이하로 맞춰야 합니다.]스탯 공허를 털고 긴급 점검을 진행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이럼 9999로 쌓여도 의미가 없네.’
나중에 서버에서 울드를 제거할 때나 쓸모가 있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서버 관리기기로 추가로 할 수 있는 걸 검색하려 마음먹었을 때.
[서버 관리자시여.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스스스스…….
그의 옆으로 흑색의 관리자를 상징하는 투구가 올라왔다.
평소와는 달리, 성지한의 주먹보다 작은 형태의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째 예전보다 공손해졌군 그래.”
[서버 관리자께서는 이제 공허 통제 권한도 지니신 분…… 그에 걸맞은 예우를 갖춘 것뿐입니다.]“그래. 그럼 예전처럼 스토커같이 감시하진 않겠네. 너.”
[물론입니다.]예전에는 성좌 후원 가지고도 태클을 걸더니.
태도가 완전 180도 바뀌어버렸는데 이거.
그만큼, 공허 통제 권한이 좋은 거였나.
성지한은 피식 웃다가, 그에게 질문했다.
“야. 그럼 인류 다시 브론즈로 돌려보내도 되냐? 굳이 골드에 있을 필욘 없잖아.”
[관리자께서 뜻하는 바대로 하시길. 다만, 데이터가 급속도로 변형될 경우, 아크의 울드가 이상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 점만 유의해 주십시오.]편집을 너무하면, ‘저 서버 왜 이래?’ 하면서 검토하러 올 수 있다는 건가.
‘뭐 인류 하나 내려보낸다고 아크의 울드가 깰 거 같진 않다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고.
굳이 지금 강등 위기도 아닌데, 서버 관리기기로 편집할 필요는 없겠지.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아크를 공략하는 일이니까.
“알겠어. 일단은 내버려 둘게. 근데…… 너 정체는 뭐냐 그래서?”
성지한은 그간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아크에 대해 알고 있는 흑색의 관리자.
그는, 4212 서버 내의 존재 같지 않아 보였으니까.
그리고.
[전 데이터 삭제를 담당하는, 아크 소속 AI입니다.]“AI? 네가?”
[그렇습니다.]흑색의 관리자는 자신이 삭제 담당 AI라고 답했다.
‘배틀넷에서 가장 강력한 흑색의 관리자가 사실은 그저 데이터 삭제 담당이라고…….’
뭐 물론 그가 말하는 데이터가, 서버 내의 존재들을 모두 통칭하는 거긴 하겠다만.
그래도, 막상 정체를 들으니 좀 허무한데.
성지한은 뭔가 김새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질문을 이어 갔다.
“AI라…… 그럼 아크에 대해 잘 알고 있겠군. 네가 아크에 대해 아는 바를 좀 이야기해 줘.”
[아크의 데이터 수용치는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이대로라면, 새로운 서버를 만들 수 없게 됩니다.]“아…… 그래? 근데 데이터 말고. 그냥 전반적인 정보는 없나?”
[전 데이터 삭제 담당입니다. 데이터와 관련된 질문에만 답할 수 있습니다.]아크 소속 AI라기에, 뭐 좀 좋은 정보 건질 수 있나 싶더니.
뭔 데이터 이야기만 주구장창 하네.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다, 방금 전을 떠올렸다.
“근데 그런 거 치곤, 아크의 울드에 대해서 너가 경고했잖아? 그건 데이터와 관련이 없을 텐데?”
“흠…… 울드가 뭘 했는데 데이터가 포화된 거지?”
[그것은, 아크의 중앙부에 가야 파악할 수 있습니다만…… 저는 그녀에 의해, 아크 진입이 금지되었습니다.]아니, 데이터 관련 질문에도 대답을 못 하면 아는 게 뭐야 이놈은.
성지한이 검은 투구를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볼 때.
[울드가 연락을 해 왔습니다. 화면을 공유하겠습니다.]지이이잉……
흑색의 관리자의 한쪽 눈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그리고 거기서 나타나는 화면엔.
-느낌이 뭔가 좋지 않아요.
심각한 표정의 울드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 *
느낌이 좋지 않다니.
‘흠. 뭔가 알아채기라도 한 건가?’
긴급 점검을 통해, 1일 전으로 롤백한 후.
그녀는 서버 관리기기가 여전히 이드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흑색의 관리자에게 공허 통제 권한을 사용하면서까지 이드를 찾으려 하는 거겠지.
헌데.
-……이상하게, 일이 틀어진 거 같단 말이죠.
-흑색의 관리자. 이제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습니다. 당장 이드 탐색에 협조하세요.
-공허 통제 권한, 사용하겠습니다.
그녀는 뭐가 그렇게 마음에 걸리는 건지.
빨리 협조하라고 흑색의 관리자에게 명령하고 있었다.
“협조하는 척하면서, 백색의 관리자 탐색을 방해해.”
[알겠습니다.]울드를 보조 권한자로 놔뒀던 건, 다 이를 위해서였으니까.
성지한의 명령에 따라서, 흑색의 관리자가 울드에게 파견가고 얼마 안 있어서.
[감시 대상의 동향을 전달하겠습니다.]지이이잉…….
공허 속에서 화면이 떠오르더니.
그 안에서 울드의 모습이 나타났다.
흑색의 관리자와 함께, 탐색을 진행하는 그녀는.
아까보단 표정이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
-이드에 대해, 아직도 소재 파악을 하지 않고 있었나요?
-지금까지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건지…… 이제라도 공허를 총동원해서 찾으세요!
-슬슬 아크에 청색의 관리자에 대해 보고해야 하는데……
흑색의 관리자를 닦달하면서, 아크의 본체에게 성지한에 대한 정보를 업로드하려는 울드.
‘아크의 본체에 연락하려면 서버 관리기기가 필요한가 보군.’
그리고 그게 이쪽 손에 있으니까.
울드가 죽지만 않으면, 아크에서 개입할 일은 없는 건가.
‘저기서 헛짓거리하는 동안, 아크 재진입을 위한 준비를 해야겠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고는.
서버 관리기기로 다른 걸 할 수 있는 건 없는지, 기기를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곧.
‘빛의 일족과 흑색의 관리자 빼곤, 다 편집이 되는군 이거.’
서버 관리기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함을 깨달았다.
다만, 빛의 일족이 된 성지한을 비롯하여.
이드와 울드, 거기에 흑색의 관리자까지는 직접 편집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흠…… 내가 편집이 되면 레벨 MAX를 찍으려고 했는데 아쉽네.’
아직도 레벨 업을 하면, 스탯 청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성지한.
서버 관리기기가 손에 들어왔으니, 이왕 써먹는 거 아크 진입 전에 올릴 수 있는 능력치는 MAX를 찍고 싶었는데.
‘격리자’들에겐 제한이 있는 게 아쉬웠다.
“레벨 업 쉽게 하는 법 없나……”
아니면 잔여 포인트라도 공짜로 생기거나.
성지한이 그리 중얼거리며 서버 관리기기를 다루자.
지이이잉…….
[레벨 업을 보조할 포션 목록을 불러옵니다……] [이전 서버에서 등록된 레시피까지 불러옵니다.]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버 관리기기에서 경험치 포션 항목이 주르륵 떴다.
그것도, 각각 EX등급인 물건들이었지만.
‘……이름들이 왜 이래?’
포션 이름이 가관이었다.
[만렙 빨리 가자] [레벨업 귀찮아서 대충 만듦] [내가 여기까지 와서 노가다 해야겠냐?] [격리된 것도 서러운데 레벨 업은 왜 하라 그래] [보고할 테면 보고해라]하나같이, 귀찮은 레벨업 과정을 왜 내가 해야 하냐는 짜증이 섞여 있는 포션 이름.
이런 포션의 뒤에는, 모두 ‘CHEAT’마크가 찍혀 있었다.
‘……레벨 업 과정을 생략하려고, 격리자들이 만든 건가?’
이전 서버에 등록된 레시피까지 불러왔다더니.
아주 별 이름이 다 뜨네.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치트 마크를 주시했다.
“치트 마크가 있는 아이템 쓰면 어떻게 되지?”
[중앙 서버에 보고되어, 해당 서버 관리자의 최종 평가 점수가 크게 깎입니다.]“보고가 된다고……”
최종 평가 점수야 관심 없다만, 중앙 서버에 보고되는 건 문제네.
경험치 좀 올리려 했다가 아크의 울드가 깨어나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
“치트 아닌 건 효과가 부족한가? 중앙 서버에 보고가 안 되는 선에서 만들고 싶은데.”
그런 성지한의 물음에.
[서버 관리자의 권한으로 새로운 레시피를 등록할 수 있습니다.] [‘기기숙련’을 지닌 격리자입니다. 검열을 피할 물건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SSS+급의 경험치 포션을 생성 가능합니다.]이번에 얻어 낸 기기숙련 특성을 사용하면, SSS+까지는 검열에 안 걸린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 그럼 바로 만들자.”
중앙 서버에 보고만 안 되면, 얼마든지 써먹어야지.
성지한은 서버 관리기기를 통해 레시피를 등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
“……지한아. 뭐 하니?”
아침식사를 차리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온 성지아는.
두 눈을 깜빡이며 성지한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