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6
◈ 156화. 관제묘에서
이곳을 살피던 자가 그냥 돌아갔다는 것은 관심이 사라졌거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보고하기 위함일 것이다.
전자라면 다행이겠지만 후자라면 좋지 않다.
기척조차 눈치채기 어려운 자의 상관이라면 분명 더한 괴물이 올 테니까.
점점 짙어져 가는 숲속의 어둠.
육군명의 말에 유대하가 답했다.
“기척조차 읽기 어려운 상대라면 차라리 들판에서 마주치는 게 낫겠지.”
시선을 교환한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용추가 기절한 동초개를 번쩍 들어 어깨에 걸쳤다.
“가자.”
그들이 관제묘 앞으로 나설 때였다.
“어딜 그리 급하게 가려 하는가?”
세 사람의 발이 장승처럼 우뚝 멈춰섰다.
전방의 수풀 사이에서, 살기 짙은 목소리와 함께 낮에 마주쳤던 사내가 걸어 나왔다.
육군명의 두 눈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빠른데.”
감시자가 이곳을 떠났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챈 게 아쉽다.
육군명이 물었다.
“무슨 원한이 있어 우릴 쫓아오셨나?”
운화결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번진다.
“네놈들이 건드려선 안 될 여인을 건드렸기 때문이지.”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인다.
상천의 무인이라는 건 들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육군명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설마 고작 어깨 좀 부딪쳤다는 이유로?”
자신의 전부를 가볍게 여기는 그 태도에 운화결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가볍게 넘어갈 일인지 아닌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거 아니겠나?”
구우우우…….
운화결이 발산하는 기세에 대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유대하는 천천히 보폭을 벌리며 검파를 쥐었다.
‘기세만으로는 무천극 이상이다.’
등골이 서늘해지며 식은땀이 맺혔다.
단지 마주 선 것만으로도 태산 같은 위압감이 느껴진다.
육군명은 도파를 움켜쥐며 두 사람에게 전음을 보냈다.
[근처에 한 놈이 더 있다는 걸 잊지 마라.]둘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유대하의 눈이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느껴진다.’
아무것도 몰랐을 때와 다르게 긴장감을 끌어올리니 어디선가 이질적인 기운이 감지된다.
그것은 각환이 이들을 공격할 태세를 갖췄기 때문이기도 했다.
[유대하. 앞으로 일보.]육군명은 유대하와 한 걸음 나서며 용추에게 말했다.
금영무단경을 익힌 용추라면 어지간한 공격에는 상처조차 입지 않는다.
[네게 간다. 놓치면 어려워질 거다.]끄덕이며 대답한 용추가 동초개를 내려둘 때, 세 사람을 눈에 담은 운화결이 차갑게 말했다.
“이놈들은 살려둘 가치가 없다.”
말이 끝나는 순간.
쉬익!
육군명의 예상대로 배후에서 시꺼먼 인영이 뚝 떨어지더니 번개 같은 일검을 내질렀다.
육군명이 버럭 외쳤다.
“추!”
후방에 서 있던 용추가 돌아서며 손을 뻗어 간다.
휘익!
그에 절묘하게 방향을 튼 검신이 용추의 팔을 구렁이처럼 거스르며 가슴을 찔러왔다.
섬전처럼 쏘아진 검극이 정확히 옷을 가르고 들어가자 각환은 확신했다.
‘됐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퍽!
살을 가르는 섬뜩한 소리 대신 북 치는 듯 둔탁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따끔한데.”
히죽 웃은 용추의 손이 날카로운 검신을 움켜쥐었고, 어느새 돌아선 유대하의 검이 파공성을 흘리며 각환에게 쏘아졌다.
쌔애액!
‘제기랄!’
각환은 낭패한 얼굴로 검을 회수하려 했으나 그것이 패착이었다.
콰드득.
용추는 엄청난 악력으로 검신을 우그러뜨리며 붙잡았고, 그 찰나의 순간 번뜩이는 유대하의 검신이 각환의 팔을 잘라냈다.
서걱!
어둠 속, 시뻘건 피가 흩어지며 괴로운 신음이 터져 나온다.
“크윽!”
유대하의 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쾅!
내딛는 한 발에 지면이 으깨지며 유대하의 신형이 빗살같이 쇄도했다.
‘이런 개 같은!’
각환은 다급하게 은잠술을 전개해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러나 유대하의 후각은 비릿한 혈향을 놓치지 않았다.
푹!
날카로운 일검이 그의 옆구리를 파고드는 순간이었다.
“한심하구나. 고작 그런 얕은수에 당한단 말이냐?”
운화결의 장심에서 쏟아진 장력이 가공할 기세로 세 사람을 덮쳐 왔다.
칭!
뽑혀 나온 육군명의 도파가 사선으로 그어지며 시꺼먼 흑광을 쏟아냈다.
쏴아아!
장력과 흑광이 충돌하기 직전.
운화결의 장력이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지더니 공간을 뛰어넘어 등 뒤에서 나타났다.
콰앙!
“크으윽!”
억눌린 신음의 주인은 바로 유대하였다.
콰지직!
화살처럼 튕겨 나간 유대하가 관제묘의 벽을 뚫고 처박혔다.
구사일생한 각환은 그 틈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육군명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이 새끼 설마?’
방금 운화결이 보인 한 수.
그것은 바로 진무립이 보여준 적이 있는 장성 소표청의 무월반장(無越搬掌)이었다.
운화결의 입가에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번졌다.
“무얼 그리 놀라는가?”
긴장과 설렘, 갖가지 오묘한 감정이 육군명의 입꼬리를 슬며시 끌어 올렸다.
“이거 재밌는 녀석이었구나.”
용추가 곁으로 나서며 봉을 바로 세웠다.
“혼자선 어려워.”
말을 아끼곤 있었으나 상대의 위험성이 피부로 느껴진다.
“유대하는?”
“죽지는 않았겠지.”
“가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육군명의 신형이 지면을 박차고 쏘아졌다.
패앵!
강렬한 파공성과 함께 둘의 간격이 공간을 압축한 듯 좁혀진다.
운화결의 두 손이 허공에 원을 그려가자 요동치는 대기의 흐름이 가슴 앞으로 응집된다.
부릅뜬 눈에 빨려들 듯 확장되던 육군명이 도를 치켜드는 순간, 운화결은 두 손을 전방으로 밀어냈다.
쏴아아!
육군명은 전신 공력을 두 손으로 밀어 넣고 온 힘을 다해 도신을 내리쳤다.
콰아아앙!
힘과 힘의 정면충돌.
지면이 깊은 골을 패며 미끄러지는 이는 육군명이었다.
“주제를 모르는 놈들이로구나.”
싸늘한 표정의 운화결을 향해 용추의 목봉이 짓쳐 들었다.
한 발을 뒤로 뺀 운화결의 우장이 목봉 끝을 향해 뻗어 나갔다.
쾅!
부러질 듯 휘어진 목봉은 용추가 뒤로 튕겨 나가며 본래의 형태를 되찾아간다.
‘흑금봉(黑金棒)을 가져올걸.’
목봉은 용추의 영화무한봉(影化無限棒)을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눈에 띄지 않으려 가벼운 목봉을 들고 온 게 너무 아쉽다.
미끄러졌던 육군명이 지면에 스칠 듯 낮은 자세로 돌진했다.
쌔액!
시꺼먼 흑광이 다리를 베어가는 순간, 꺼지듯 사라진 운화결의 신형이 좌측에서 나타났다.
이어서 장심에 맺힌 가공할 일장이 육군명의 등으로 떨어진다.
육군명은 손으로 땅을 짚고 박찼다.
간발의 차이로 빗나간 장력이 지면에 충돌한다.
쿠아앙!
지축이 요동치며 흙먼지가 일장이나 솟구쳤다.
어느새 달려든 용추의 목봉이 운화결의 등 뒤로 장대비처럼 쏟아졌다.
가볍게 몸을 돌린 운화결은 쏟아지는 봉영을 향해 두 주먹을 내질렀다.
콰콰콰콰콰콰쾅!
공격을 완벽하게 받아친 운화결은 그 반동을 이용해 육군명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우선은 네놈부터.”
잔뜩 끌어당긴 주먹이 일직선으로 쏘아지는 순간, 새하얀 권영이 수십 가닥으로 갈라지더니 공간을 지배했다.
확신이 든다.
지금의 한 수는 천수만화공(千手萬化功) 승연비겸권(勝連批鎌拳)의 초식과 매우 흡사하다.
분명 이놈은 권성과 장성의 무공을 동시에 익혔거나, 아니면 팔성의 모든 무공을 사용할 수 있는 팔천영신공(八天映神功)을 익혔다.
“큭큭! 그만큼 허세를 부렸으면 역시 이 정도는 보여줘야지!”
육군명의 무릎이 굽어지며 보폭이 잔뜩 벌어졌다.
콰직!
지면을 박찬 육군명의 도에서 시꺼먼 흑광이 줄기줄기 쏟아져 나오더니 몰아치는 권영의 장벽에 부딪혀 갔다.
슈아아아악!
존재하는 모든 공격을 받아치는 흑무진천도 흑단벽(黑斷壁)의 초식.
새하얀 권영과 시꺼먼 흑광이 허공에서 격돌하는 순간.
쿠콰콰콰콰콰쾅!
귓전을 강타하는 굉음과 함께 터져 나온 기파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콰직! 콰콰쾅!
경천동지할 격돌에 사방의 수풀이 바스러지고 나무가 으깨진다.
악다문 육군명의 입술 사이로 검붉은 선혈이 새어 나온다.
허공을 가득 메운 권영과 흑광이 하나씩 사라지더니 종국에 자취를 감출 무렵, 정면에서 불쑥 튀어나온 발이 육군명의 가슴을 강타했다.
쾅!
“쿨럭!”
피를 토해낸 육군명이 화살처럼 튕겨 나가 부러진 고목에 처박혔다.
둘의 일전이 끝나기 무섭게 용추의 봉이 춤을 추듯 날아들었다.
패애앵!
운화결은 눈으로 좇기도 어려운 공격에 손등을 부딪쳐 갔다.
턱!
가볍게 휘두른 손짓에 봉 끝이 허공으로 솟구친다.
용추가 서둘러 봉을 회수할 때였다.
어느새 간격을 파고든 운화결은 용추의 멱살을 잡고 강하게 휘둘렀다.
“하앗!”
기합성과 함께 허공에 둥실 떠오른 용추가 벼락 치듯 지면에 처박혔다.
콰앙!
움푹 꺼진 지면이 거미줄처럼 쩍 갈라졌다.
치켜든 운화결의 발이 용추의 가슴을 내리찍기 직전.
“용형!”
다급한 외침과 함께 한 줄기 섬광이 날카롭게 그의 등을 찔러 왔다.
“흥.”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뀐 운화결은 무자비하게 발을 내리찍었다.
콰직!
용추의 등이 지면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컥!”
입에서 솟구친 피가 용추의 가슴으로 떨어져 내릴 때, 운화결의 손바닥은 짓쳐 드는 유대하의 검신을 따귀 치듯 후려쳤다.
쩌어엉!
청명한 쇳소리와 함께 유대하의 신형이 쓰러질 듯 휘청거렸다.
이어서 운화결의 하체가 맹렬히 회전하더니 순식간에 솟아오른 발등이 유대하의 등을 강타했다.
쾅!
“크윽!”
신음을 토해낸 유대하가 포탄에 직격한 바위 파편처럼 튕겨 나가며 수풀 너머에 처박혔다.
순식간에 정리된 장내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 어떤 공격도, 방어도 통하지 않는다.
세 사람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낸 운화결은 그야말로 무너지지 않는 철벽이었다.
잠든 척하던 동초개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래.’
터질 듯 요동치는 심장 박동이 운화결의 귀에 들릴까 조마조마했다.
[동초개!]갑작스럽게 귓전을 파고드는 육군명의 전음.
깜짝 놀란 동초개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자는 척을 했다.
[내가 죽을 땐 어떻게 한다고 했지?]개봉에 도착하기 전 들었던 소리가 생생히 떠오른다.
‘행여 내가 죽게 되면 동초개가 무면산왕의 왼팔이라고 세상에 까발릴 거야.’
동초개는 울먹이며 입술을 열었다.
[저놈 좀 어떻게 해봐요. 너무 무섭잖아요.] [관제묘에 들어가면 술병을 꺼낸 자리에 화섭자가 있을 거다. 불을 지펴라.]이 정도면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까 싶었으나 확실히 하려면 불을 지펴야 한다.
운화결은 비척비척 일어나는 육군명에게 물었다.
“방금 그건 분명 흑무진천도의 흑단벽이었다. 설마 네놈, 은곡에서 살아남은 녀석이더냐?”
입가의 피를 훔친 육군명이 허리를 곧추세웠다.
“알려주면 보내주나?”
“가당치도 않은 소릴.”
“입을 열고 싶었다면 거짓말이라도 했어야지.”
“입을 열 수밖에 없게 해주마.”
섬뜩한 협박과 함께 운화결의 자줏빛 장포가 거칠게 부풀어 오른다.
그 살기를 정면에서 받아내는 육군명은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지면에 파묻힌 용추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슴이 낮게 오르내리는 걸 보면 다행히 죽지는 않은 것 같다.
불시의 일격으로 내상을 입은 유대하는 그 상태에서 한 번 더 공격을 허용했다.
그 역시 전력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후우.”
나직이 숨을 토한 육군명은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이거 나밖에 없구만.”
상대의 가공할 기세와 함께 육중한 부담감이 벼랑 끝에 내몰린 육군명을 짓누른다.
운화결이 차갑게 물었다.
“셋이서도 불가능했다. 혼자서 되겠는가?”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처럼 무공 역시 발전을 거듭하며 진화하지.”
그와 동시에 육군명의 전신에서 활화산 같은 기세가 줄기줄기 솟구쳤다.
드드드드…….
진동하는 대지, 격변하는 공기의 흐름이 육군명을 옥죄던 운화결의 기운을 강하게 뿌리쳤다.
“오호.”
이채가 번진 운화결의 동공에, 매섭게 빛나는 육군명의 눈동자가 담긴다.
“지금부터 네가 상대하는 것은 삼십 년 전의 흑무진천도가 아닐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