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16
뉴비가 너무 강함 116화
거기 계세요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이번에도 김재주가 그림자를 조종하기는커녕 로톤토의 코트도 제대로 쓰지 못해 무너질 거라고 말이다.
쉬이익!
하지만 그런 우려와 불안함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타앙.
그림자 분신이 재빠르게 팔을 들어 배를 찔러오는 날카로운 코트를 잡아냈다.
감정이라도 있는 것처럼, 힘껏 쥔 분신의 손아귀에 코트가 울음소리를 터뜨리며 안으로 우그러졌다.
‘……드디어.’
김재주는 마침내 반응한 분신에 기뻐할 틈도 없었다.
머릿속에 바늘 수십 개가 들어와 뇌를 이리저리 찔러대는 것 같은 아찔한 고통을 참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케 했누ㄷㄷ
-아니; 말이 안 된다니까? 내가 저거 분신만 조종할 때도 머가리 깨졌는데;;
-김파고 그는 도대체…….
“제가 할 수 있다고 그랬죠?”
김재주가 간신히 부들거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채팅창을 쳐다봤다.
-식은땀 줄줄 흘리면서 괜찮은 척은ㅋㅋ
-아이고 재주야 고생했다ㅠ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수련한 결실을 맺네.
-하나 쓰는데도 머리 터질 것처럼 보이는데?
-솔직히 로톤토 잘 쓰는데 샤크닐까지 잘 쓰면 선 넘는 거지;
-그건 맞말이구연ㅋㅋ
김재주가 헛웃음을 흘리고는, 다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정신을 집중했다.
시청자들의 말대로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노력의 끝에 분신이 흐물거리며 녹아내리지 않게 유지하고, 나아가 코트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까지 도달했다.
‘다음은…….’
김재주가 코트를 조종해 날을 세 개로 늘렸다.
이번엔 천천히, 마치 분신과 합을 맞추는 것처럼 머리와 배, 그리고 하체를 차례대로 찔러 들어갔다.
쉬이익.
분신은 능숙한 몸놀림으로 김재주의 의지에 따라 움직였고, 수월하게 손으로 코트를 튕겨내거나 발로 코트를 사뿐히 밟아 움직임을 봉쇄했다.
‘이젠 알 것 같아.’
그렇게 코트와 분신이 서로 합을 맞춰 공방을 교환할수록, 김재주는 몸이 두 개인 것 같은 감각에 적응해 나갔다.
‘그만.’
코트가 여전히 날을 세운 채로 김재주에게 돌아와, 머리 위에서 숨을 쉬듯 이리저리 흔들렸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판단한 김재주는 다음 단계를 준비했다.
‘이제부터가 진짜지.’
김재주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그리며 분신에 의지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재깍 반응한 분신이 몸을 비스듬히 세우고는, 무릎을 살짝 굽히고, 양 주먹을 눈앞까지 들어 올려 언제든 팔을 뻗을 준비를 마쳤다.
-아따; 파이팅 넘치는 거 보소?
-로톤토 쓰면서 벌써 분신 좀 다루네ㄷㄷ
-진짜 미친 듯ㅋㅋ 어제만 해도 토하려고 하지 않았냐?
-ㄹㅇ;
-5252! 어디까지 강해질 거냐구!
-ㄴㄷ^^
순식간이었다.
분신이 발로 바닥을 차고 몸을 숙여 코트를 피해 파고든 것은.
‘막아.’
김재주는 당연히 그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었고 코트로 뻗어오는 주먹을 쳐내며 뒤로 물러났다.
“……!”
아니, 물러나려고 했다.
발을 떼려고 움직이자마자 잠잠하던 머릿속의 바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머리에서 시작된 고통이 전신을 지배했다.
그에 통제력을 잃은 분신이 흐물거리며 바닥에 녹아들듯 사라져 버렸고, 코트도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야, 야; 괜찮냐?
-코트+분신+자기 몸까지 움직이는 건 무리였나.
-그런 듯.
-좀 쉬면서 해라;
김재주는 허리를 굽혀 고통에 숨을 헐떡이다가, 이내 고개를 털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다시 가겠습니다.”
아직 그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 * *
“언제 올까?”
쿵. 쿵.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남자가 촐싹 맞게 제자리에서 방방 뛰어올랐다.
“우리같이 쫓겨서 도망 나온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테니까, 금방 올 거야.”
맞은편에 앉아 지루한 표정을 짓던 로브를 입은 남자가 주변을 둘러봤다.
끝없이 늘어진 지평선 너머로 보이는 무채색의 하늘이 보였고, 그 밑으로는 이렇다 할 만한 생물 하나 없는 드넓은 공간이었다.
“지금 9명이니까, 1명만 더 오면 되겠네.”
“돌겠네 진짜. 며칠 째야 도대체?”
“5일?”
“코인이라도 여유롭게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진작 굶어 죽었어.”
말 그대로였다.
‘블랙아웃’ 증상으로 잠시 타르하에서 쫓겨난 그들을 다시 반긴 건, 험악한 표정의 전사들이었고.
찔리는 게 있었던지라 꽁지가 빠져라 26층으로 도망쳐 나왔다.
“그냥 25층에서 풀이나 뜯어 먹을 걸 그랬나?”
“개뿔이. 하루에 한 번씩 고기 안 먹으면 죽겠다던 새끼가 말은 잘해요. 1코인 받으려고 개고생하고 싶냐?”
로브를 입은 남자의 핀잔에, 폴짝 뛰어대던 남자가 그제야 발을 바닥에 붙이고는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발 오기만 해라. 다들 보니까 고인물 같지 않냐?”
두 남자 외에도 7명의 무리가 근처에서 똘똘 뭉쳐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떠들고 있었다.
듣기로는 소규모 클랜 출신이라는데, 급하게 온 걸 보면 처지는 비슷한 듯했다.
“쟤들이나 우리나.”
로브를 입은 남자가 앉아있기에도 좀이 쑤셨는지,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진짜 봐도 봐도 안 질리네.”
시선이 닿은 그곳에는, 고개를 한참을 꺾어 올려야 머리가 보이는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석상이 있었다.
고대 신화에서나 볼 법한 하얀 토가를 입은 옷이 조각되었으며, 구불구불한 긴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저게 진짜 정의의 여신 미에트라고?”
“그거야 모르지. 여기 세계 사람들의 상상도일 수도 있고.”
그 둘의 시선이 허공에 쭉 뻗은 석상의 손끝으로 향했다.
천칭 저울을 든 채,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은 신성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을 석상의 아름다움에 빠져 어느새 시선이 여신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을 때.
초점이 없는 석상의 눈동자가 데굴데굴 굴러가기 시작했다.
“……어?”
로브를 입은 남자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왜 인마.”
“……방금 못 봤냐? 눈 움직인 거.”
“지랄은, 이제 헛것까지 보는 거 보니 진짜 나갈 때가 됐긴 했네.”
“아니-”
황당해하며 되물을 틈도 없었다.
[4,868기 4,881기. 4,891기. 난이도 상 총 10명 입장 완료.]
바라고 바라던 시련을 알리는 메시지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조건 인원이 충족되었습니다.]
[26층 시련을 시작합니다.]
[저울에 아이템을 올리십시오. 그 가치가 합당하다면 여신은 당신에게 미소 지을 것입니다.]
저울을 든 석상의 손이 천천히 내려왔고, 저울은 바닥에 닿을 듯 가까워졌다.
그제야 간신히 사람들의 턱 높이에 오는 받침대의 크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질릴 정도였다.
[시작까지 남은 시간 : 10분]
로브를 입은 남자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제국의 양식으로 빽빽한 옷과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이 보였다.
“왔네.”
“안 오면 어쩌나 했는데, 살았다 야.”
기쁜 소리를 내는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근처에 있던 7명이 너 나 할 것 없이 닫혀가는 포탈 앞에 서 있는 인물에게 몰려들었다.
“혼자 왔어요?”
“이미 해본 적 있으신 거죠?”
“직업은요? 스킬 뭐 배우셨어요?”
“옷이 특이하시네요.”
쉴 새 없이 질문하며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모습은 멀리서 지켜보던 둘의 인상이 찡그려질 정도였다.
“저 새끼들은 예의도 없냐. 한번 조져?”
“냅둬. 어지간히 지루했나 보지.”
7명의 무리들도 뒤늦게 자신들이 너무 흥분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하나둘 입을 다물었다.
새로 들어온 이가 당황한 기색 없이 입을 다물고 있었기에 싸늘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반갑습니다.”
조금씩 웅성거림이 잦아들자 후드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내 후드를 젖히고, 귀찮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남자의 정체는.
“김재주라고 합니다.”
모든 준비를 끝마친 김재주였다.
“네. 저희도 반가워요. 혹시 26층은 처음이십니까?”
그중 머리가 반쯤 벗어진 중년의 남성이 앞으로 나와 대변하듯 입을 열었다.
“아뇨. 해본 적 있으니까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구라on
-김재주 갈수록 입만 벌리면 구라를 쳐?
-ㄹㅇ 입벌구ㅋㅋ
“오, 그거 다행이네요. 그럼 시간도 없으니 빨리 진행하죠. 거기 계신 두 분!”
중년이 저울 앞에 있던 둘을 소리높여 불렀다.
“왜요?”
로브를 입은 남자가 심드렁하니 대답했고.
“의논 좀 하게 이리 오시죠!”
“어차피 여기에서 아이템 던질 거 아닙니까? 그쪽이 이리로 오세요.”
까칠한 대답에 7명의 낯빛이 굳었으나, 시련을 앞에 두고 싸우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입을 다물었다.
“안 가세요?”
그러다 김재주가 눈매를 좁히며 그들을 지나치자, 7명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김재주의 뒤꽁무니를 쫓았다.
그렇게 10명이 두 개의 저울 중 오른쪽에 모였고, 묘한 대치 속에서 어색함이 감돌았다.
“크, 크흠.”
결국 어색한 침묵을 참지 못한 중년의 남성이 헛기침을 하며 앞으로 나섰다.
“자, 다들 알고 계신다고 하니 공정하게 3,000코인 룰로 가면 되겠죠? 혹시 아이템 다시 돌려받는 거 모르는 분도 없으실 테고.”
-오랜만이라 헷갈리누;
-난이도 상이면 저울에 3만 코인치 올리면 됨.
-아 맞네. 그러면 쉬운 걸로 나오지? 보상도 올라가고.
-ㅇㅇ 난이도 상이니까 하울링 베어 20마리 정도겠네.
-이거 계산한 애도 참ㅋㅋ 대단해?
-관리자 우러욧!
-웃고 있을걸?
-아…… 생각해 보니 김재주 난이도였지 ㅅㅂ;
-김재주 난이도는 뭔데.
시청자들의 말대로 26층은 저울에 남은 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아이템을 올린 후, 반대쪽 저울에서 나오는 마수를 잡으면 클리어되는 시련이다.
아이템의 값어치에 따라 난이도의 수준이 바뀌는 편이었고, 지금에서야 나름의 공식이 확립됐었지 예전에는 무조건 비싼 아이템을 때려 박는 사람도 있었다.
‘10명이니까 한 명당 3천 코인이 맞긴 한데…….’
김재주는 안심할 수 없었다.
예상대로 하울링 베어가 나온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기에.
관리자가 25층에서 만난 이후로 순순히 포기한 건지, 아니면 아직도 자신을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났는지 말이다.
다들 그에 망설일 것 없이 입고 있던 장비나, 배낭에서 쓸 만해 보이는 아이템들을 꺼내 저울에 올리기 시작했다.
-아따 다들 자신만만하게 올리네잉?
-26층 좀 돌았나 본데?
-원래라면 기여도 보상 더 받으려고 방어구 한 짝 빼기 아까워하는 게 정상 아니냐?
-ㅇㅇ맞음 여기 애들은 좀 고였네.
김재주도 배낭에서 기존에 사두었던 마력석 두 개를 꺼내 움푹 파인 저울 안에 던지고는, 멀찍이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에 중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 긴장하셨어요? 해보셨다면서요.”
“혹시 몰라서요.”
“하하, 걱정 마세요. 어차피 저희 7명 선에서 정리될 겁니다.”
웃으며 반대편의 뚱한 표정의 두 남자를 쳐다보는 모습에는 긴장감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김재주가 쓴웃음을 지으며 만약의 가능성을 생각했다.
아무 일도 없이 예상했던 마수가 튀어나오고 무난하게 시련을 클리어할 가능성을 말이다.
[남은 시간 : 10초]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 시작을 코앞에 두었고.
[시련을 시작합니다.]
[정의의 여신 미에트가 그대들의 희생을 판단합니다.]
여신의 석상이 내려다보는 저울에서 변화가 찾아왔다.
-제발 그냥 아이템 쪽으로 기울어라.
-ㄹㅇ; 좀 편하게 좀 갑시다 관리자님. 예?
시청자들의 간절한 바람과 이미 시련이 끝났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 사용자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쿵.
저울이 바닥을 찧었다.
“……뭐야?”
아이템이 없는 왼쪽으로 말이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게 대체…….”
중년의 남성이 의문을 해소할 틈도 없이.
케륵. 케륵.
바닥을 찧은 저울 안에서 불길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끼-이익.
이내 흉측한 손톱으로 저울을 긁으며 모습을 드러낸 존재는.
“안내인?”
“이런 미친! 저 괴물 새끼들이 왜 여기서 튀어나와?”
사용자들이 급급히 뒤로 물러나며 진형을 이루었다.
케륵?
안내인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먹잇감을 발견한 표정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29층에서 나와야 되는 거 아니야?”
“어, 그렇지? 그것도 운이 진짜 더럽게 없으면.”
심드렁한 표정을 짓던 두 젊은 남자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는 진형에 합류했다.
안내인은 어느새 저울 밖으로 사뿐한 몸놀림으로 빠져 나와서는, 사용자들을 뻔히 내려다봤다.
마치 뭐부터 먹으면 좋을까 고민하는 것처럼 여유로운 행태였고, 사용자들의 얼굴엔 절망이 스쳐 지나갔다.
“여, 여러분. 괜찮아요. 어떻게든 약점인 뿔만 잘 노리면…….”
중년의 남성이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가다듬으며 주변 사람을 달래려고 했으나.
끼-이익.
또다시 저울이 긁히는 소리에 절로 입을 다물었다.
케륵. 케륵.
안내인은 하나가 아니었다.
“두, 두 마리라고?”
“아, 방어구를 던지는 게 아니었는데! 미치겠네 진짜!”
“이거 어떡해? 어떡하냐고!”
“나도 몰라!”
“진, 진정하세요!”
중년 남성이 패닉에 빠져가는 일행들에게 소리치고는 멀찍이 서 있는 김재주를 쳐다봤다.
“이봐요. 빨리 이리로 와요!”
“괜찮습니다.”
김재주가 고개를 젓자 중년 남성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지금 한 마리라서 만만하게 보시나 본데, 그러다 죽어요! 지금 저희 열 명이 힘을 합쳐도 반은 뒤질 수 있다고요!”
김재주가 한숨을 쉬고는 배낭에서 기존과 달리 특이해 보이는 기계 장갑을 꺼내 들었다.
손목까지 오던 기존의 형태와는 다르게, 어깨에 닿을 정도로 길게 만들어졌고, 겉면엔 마력회로가 다닥다닥 박혀 복잡한 무늬가 가득한 형태였다.
이젠 장갑이라기보단 하나의 팔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였다.
“그냥…….”
김재주가 이쪽으로 여유롭게 걸어오는 안내인 둘을 보며 새롭게 만들어진 기계 장갑을 팔에 가져다 댔다.
위이잉.
기계가 반으로 갈라져 김재주의 오른팔을 삼키듯 장착됐고.
“거기 계세요.”
마력회로를 태우며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