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83)
83 화 일전.
일전.
쿵쿵쿵쿵!
빠르게 교차하는 6개의 다리. 코로트는 그 거대한 덩치에 안 맞게 무시무시한 속도로 테르지오의 뒤를 쫓았다.
– 거 기 서 시 죠 !
거대한 붉은 손이 채찍처럼 휘둘러지자, 거대한 팔에서 붉은 구더기의 분수가 꿈틀대며 쏟아졌다.
쾅!
테르지오는 침착하게 자리를 박차고 몸을 좌측으로 튕겼다. 뒤에서 날아온 붉은 구더기의 세례가 바닥을 좀먹었다. 다키아는 그 쿵쾅거림 속에서 작은 신음을 흘렸다.
“큭…”
마르낙의 품과 달리, 전신이 딱딱한 이모탈리움인 테르지오의 품의 승차감은 최악이었다. 이거 이대로 계속 안겨서 달리다간 당장 내일 전신에 멍이 들어 있을 게 분명했다. 거기다 쿠션 하나 없는 금속 몸뚱이를 타고 전해지는 충격은 그대로 다키아의 몸을 울려댔다.
그녀는 절로 두 눈에 눈물이 찔끔 났다. 안락한 마르낙의 품이 그리웠다.
그리고 그때, 테르지오가 낮은 목소리로 빠르게 소리쳤다.
– 다키아님!
다키아는 울렁이는 속을 진정시키며 재빨리 대답했다.
“네! 말씀하세요!”
– 멈 추 세 요 오 오 오 오 오 !
콰앙!
또 한 번의 격한 흔들거림. 방금 전 테르지오가 박찬 대지를 붉은 주먹이 강타했다. 그 충격으로 대지가 갈라지며 흙과 돌조각들이 비산했다. 테르지오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 적의 추격이 너무 빠릅니다. 덩치에 걸맞지 않은 민첩함 때문에 아무래도 곧 따라 잡힐 것 같습니다!
“제가 마법을 써서 최대한 속도를 늦춰볼게요!”
테르지오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 제게 더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다키아님!
더 좋은 생각이라니? 다키아는 재빨리 물었다.
“그게 뭔데요? 얼른 말해주세요!”
– 제가 여기 남아서 저 괴물을 저지하겠습니다. 제가 저 괴물을 저지하는 동안, 다키아님께선 후계자님을 찾아가십시오!
다키아는 침을 꿀꺽 삼키고 물었다.
“진짜 괜찮으시겠어요?”
테르지오의 금속 투구모양 머리 사이로 푸른 안광이 일렁였다.
– 제 몸은 어머니께서 만드신 이모탈리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애초에 물러나기 위한 검이 아닙니다. 제 주인의 적을 베어내는 검이지요. 다키아님. 제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잠시만 먼저 떠나주시겠습니까?
다키아는 이 호승심 넘치는 기사를 보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 감사합니다.
다키아와 테르지오가 결심한 그때, 그들의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 잡 았 다 !
쾅!
거대한 붉은 손아귀가 테르지오의 머리통을 붙잡기 위해 뻗어왔다. 테르지오는 침착하게 다키아를 앞으로 부드럽게 던지고 재빨리 등에 메고 있던 은빛 대검을 꺼내 휘둘렀다.
서걱.
거대한 붉은 팔이 잘려나가며 널찍한 단면이 드러났다. 원통형 단면에는 수없이 많은 구더기들이 꿈틀대고 있었다.
– 다 잡 았 는 데 ! 아 까 워 라 !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 다키아는 날다람쥐처럼 부드럽게 바닥에 착지하고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사도, 미움받는 코로트가 낄낄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어 딜 그 리 바 삐 가 십 니 까 ! 공 녀 님 ! 설 마 이 코 로 트 에 게 서 도 망 칠 수 있 을 거 라 생 각 하 시 는 겁 니 까 ? 여 기 는 제 마 을 입 니 다 ! 공 녀 님 ! 귀 여 운 공 녀 님 ! 힉 ! 힉 ! 힉 !
추락한 신의 사도는 붉은 네 장의 날개가 활짝 펼쳤다. 응축된 신성이 폭발적으로 퍼져나가며 네 장의 날개가 모조리 녹아 사라졌다.
그리고 거대한 마을의 경계를 타고서 선명한 붉은 선이 그어졌다. 빛나는 붉은 선들 위로 거대한 육벽들이 튀어나와 마을을 외부와 격리했다.
온갖 생명들을 억지로 응축해놓은 듯한 그 붉은 육벽들 사이사이에는 선명한 눈동자들이 덕지덕지 달려있어 감히 사도가 그어 놓은 경계 밖으로 탈출하려는 자들을 감시했다.
다키아는 마을의 경계를 따라 나타난 육벽을 보고서 저도 모르게 헛구역질을 할 뻔했지만, 겨우겨우 참고서 빠르게 발을 놀렸다. 애초에 그녀는 마을 밖으로 도망치려던 게 아니라 마을 안, 어디에 있을 마르낙을 찾기 위해서 도망치고 있던 것이었기에.
– 힉 ! 힉 ! 힉 !
헐떡이는 듯한 웃음소리를 토해낸 코로트는 너무나 즐겁다는 듯이 흥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 과 연 우 리 귀 여 운 공 녀 님 은 내 밑 에 깔 려 서 어 떤 소 리 로 우 실 까 ? 드 높 은 이 르 멜 가 의 여 인 도 침 대 위 에 선 여 느 아 낙 네 처 럼 울 어 댈 까? 아 아 아 ! 신 이 시 여 ! 저 를 택 해 주 셔 서 너 무 너무 감 사 합 니 다 !
사도가 추잡한 욕망과 자신의 신에 대한 경배를 드리던 와중, 은빛의 기사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거대한 사도의 앞을 막아섰다.
신장이 무려 4미터에 달하는 테르지오였지만,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 코로트는 단순히 키만을 비교해도 은빛의 기사보다 족히 두 배는 더 컸다. 전체적인 몸뚱이의 크기를 비교하자면 물리적인 질량의 차이는 두 배보다 훨씬 더 커졌고.
코로트는 마치 어린아이의 장난감을 보듯 테르지오를 내려다보았다.
– 공 녀 를 지 키 는 기 사 . 뭐 이 런 건 가 ? 정 말 네 까 짓 게 나 를 막 을 수 있 을 거 라 생 각 하 는 건 아 니 겠 지 ?
잘려나간 팔의 단면에서 붉은 구더기들이 솟아나 뭉쳐 순식간에 새로운 손을 만들어냈다. 테르지오는 그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며 조용히 은빛 대검을 치켜들었다. 은빛의 기사는 낮은 목소리로 선언했다.
– 나는 너를 막지 않는다. 단지.
은빛 투구 사이로 푸른 안광이 일렁였다.
– 여기서 너를 죽일 뿐.
쾅!
은빛 기사가 대지 위를 질주했다. 코로트는 키득키득 웃으며 장난스럽게 오른팔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 겉 멋 만 잔 뜩 넘 치 긴 !
붉은 고깃덩어리 팔이 압도적인 질량을 품고서 테르지오를 향해 맹렬히 다가왔다. 테르지오는 침착하게 치켜든 대검을 아래로 내리그었다.
서걱.
너무나 손쉽게 잘려나가는 살덩이. 하지만 테르지오는 이내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처음엔 두부처럼 잘리던 살이 점점 더 억세졌다. 마치 검을 붙을려고 하는 것처럼.
– 같 은 수 가 설 마 두 번 통 할 거 같 아 ?
후웅.
거대한 사도의 왼 주먹이 거칠게 공기를 찢으며 테르지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은빛 기사의 푸른 안광이 빛을 더 했다.
순간, 테르지오의 팔들이 갈라지며 곳곳에서 분사구가 튀어나오며 푸른 불을 뿜었다. 속도를 잃어가던 그의 검격이 다시 한 번 거침없이 살갗을 가르며 나아갔다.
서걱!
붉은 팔이 또 한 번 잘려나갔다. 테르지오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의 등과 발뒤꿈치가 갈라지며 푸른 불꽃을 토해냈다. 멈춰있던 은빛 기사의 몸이 고속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콰앙!
사도의 왼주먹이 바닥을 헛친 그때. 은빛 기사는 완벽하게 비어있는 사도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테르지오가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조롱을 담고서.
– 네 추잡한 욕망은 집에서 홀로 망상하며 풀어라! 삿된 존재야!
은빛 대검이 달빛을 반사하며 번쩍였다. 금속 기사가 휘두른 검이 올곧은 선을 그려냈다.
– 아 닛 ? !
테르지오는 한 점 망설임 없이 그대로 코로트의 두꺼운 목을 잘라버렸다. 붉은 촉수들이 일렁이는 머리통이 허공을 날았다. 테르지오의 발바닥이 다시 한 번 푸른 불꽃을 뿜었다.
허공에서 궤도를 튼 테르지오가 아직 살아 움직이는 코로트의 머리를 붙잡아 그대로 땅에 처박았다.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거대한 머리의 반쪽이 뭉개졌다.
콰직!
금속으로 이루어진 발이 반만 남아있는 머리통을 마저 으깨버렸다.
– 이 자 식 이 이 이 이 이 이 ! 가 암 히 내 머 리 를 ! 아 프 잖 아 아 아 아 !
쾅!
붉은 거인의 배에서 튀어나온 주먹이 테르지오를 후려갈겼다. 예상치 못한 일격을 허용한 은빛 기사가 튕겨나 바닥을 굴렀다. 머리를 잃은 코로트는 그의 가슴에 생겨난 입으로 쨍알쨍알 떠들어댔다.
– 이 무 례 한 것 ! 필 멸 자 주 제 에 ! 감 히 선 택 받 은 신 의 사 도 에 게 반 항 해 ? !
테르지오는 사도가 무어라 떠들든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빠르게 몸을 점검한 그가 얻은 결과는 아주 간단했다.
저 사도의 공격은 자신에게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사도의 공격이 강력하기는 했지만, 이모탈리움을 부술 정도는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그의 공격도 저 사도에게 아무런 타격을 줄 수 없다는 것.
– 결국 시간벌이밖에 못하는가.
그는 다시 한 번 은빛 대검을 움켜쥐었다.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저 거대한 괴물을 베고 또 베어서 시간을 버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콰앙!
머리와 팔을 다시 재생해내기 시작한 괴물을 향해 은빛 기사가 돌진했다. 숨겨두었던 수가 드러난 이상, 테르지오는 더이상 자신의 패를 숨기지 않았다.
그가 대지를 박찰 때마다 전신의 분사구에서 알맞은 타이밍에 불꽃을 뿜어내며 속도를 더했다. 가속하고 또 가속한다. 테르지오는 순식간에 자신이 낼 수 있는 최선의 속도에 도달했다.
– 하아아아아압!!!
은빛 기사는 푸른 불꽃과 함께 은빛 선이 되어 거대한 핏빛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재생을 끝마친 코로트가 포효를 내질렀다.
– 사 도 의 힘 을 보 여 주 마 !
그의 전신에서 붉은 촉수들이 날카로운 창의 형태로 변해 테르지오를 향해 덮쳐들었다.
까앙! 까앙! 까앙!
테르지오는 덮쳐 들어오는 촉수들을 막지 않았다. 그저 우직하게 자신의 이모탈리움 몸뚱이로 받아냈을 뿐. 그는 한계까지 가속한 몸뚱이로 대지를 박찼다.
– 괴물아!!! 너는 여기서 단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다!!! 이 테르지오가 있는 한!!!
기사의 팔꿈치가 갈라지며 분사구들이 일제히 튀어나왔다. 그의 전신에서 푸른 불꽃이 거침없이 뿜어져 나오며 아름답게 일렁였다. 기사의 몸이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 무 , 무 슨 ? ! 넌 대 체 뭐 냐 ? ! 뭐 냐 고 오 오 오 오 오 오 ! ! !
푸른 소용돌이가 폭풍이 되어 그대로 닿는 모든 것을 갈아버리며 코로트를 향해 몰아쳤다. 코로트가 수천 개의 붉은 촉수들을 뿜어내며 분전했지만, 푸른 소용돌이는 모든 것을 분쇄하며 코로트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뻥하고 뚫어버렸다.
쿵!
갈라진 거대한 붉은 괴물의 상반신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허공에서 회전을 멈춘 은빛 기사가 멋들어지게 지상에 착지했다.
테르지오는 은빛 검을 치켜들며 당당히 선언했다.
– 몇 번이고 재생해봐라! 이 괴물아! 이 테르지오가 너를 죽이고 또 죽여줄 테니!
붉은 사도의 상반신이 꿈틀대며 요동쳤다.
– 힉 ! 힉 ! 힉 ! 힉 !
억눌린 웃음소리.
– 같 이 놀 아 주 니 아 주 기 고 만 장 해 졌 구 나 ! 네 몸 뚱 이 를 봐 라 ! 기 사 야 !
삐걱.
테르지오는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음을 깨달았다. 몸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시각 센서를 움직여 자신의 몸을 관찰한 결과 이상의 원인을 발견했다.
꿈틀꿈틀.
붉은 구더기. 붉은 구더기들이 모든 관절과 기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쿵.
몸이 뻣뻣이 굳은 금속 기사가 바닥에 쓰러졌다.
– 날 베 었 다 고 기 고 만 장 하 는 꼴 이 라 니 ! 힉 ! 힉 ! 힉 ! 힉 !
미움받는 코로트는 잘려나간 채로 푸들푸들 웃어댔다.
– 이 제 진 짜 공 녀 는 내 꺼 다 ! 내 꺼 라 고 ! 힉 ! 힉 ! 힉! 히 이 이 이 이 이 익 ! ! ! ! !
푹.
– 히 이 이 이 이 이 이 이 익 ! ! ! 이 , 이 거 뭐 야 아 아 아 아 아 ! ! !
웃음이 비명으로 변한 건 순간이었다. 사도의 머리통에 부패의 검을 내다 꽂은 마르낙이 빙그레 웃었다.
“이게 그 ‘사도’라는 겁니까?”
“네!”
마르낙의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다키아가 사도를 향해 힘차게 말했다.
“너 내가 마르낙 사제님 오면 아주 뒈졌다고 했지!”
– 히 이 이 이 이 이 이 이 익 ! ! !
당연히 코로트에겐 대답할 여유 따윈 없었다. 그저 애처롭게 비명을 지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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