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163
사령관이 돌아왔다 163화
163 인류의 영웅(2)
파아아앙!
어마어마한 속도로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과연 지금쯤 서울은 어찌 되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멀쩡한 모습은 아니리라 생각되었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잠깐 통신을 연결해 본다.
이런 엄청난 속도였지만, 호신강기를 씌우면 충분히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이슬기와 통화를 했다.
-오고 계신가요!?
“이 실장, 상황이 심각한가?”
-그다지 심각하지는 않아요.
“심각하지 않다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울의 마물들을 두 차례 쓸어버리고 오기는 했지만, 하늘에서는 마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최정예들은 프랑스로 갔기에 전력이 약했다.
이런 가운데 별로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고 하니 의아함을 느낀 것이다.
-네! 워낙에 여의도에 신경을 많이 쓰셨잖아요. 처음에는 많은 마물들이 쏟아졌지만 교주님이 놈들을 쓸어 주셨고, 그 뒤에 나오는 놈들 대부분은 허공에서 타 죽었어요.
“그런가.”
그렇다면 안심이다.
내 노력이 어느 정도는 성과를 보인 것 같았다.
도시의 요새화가 군단장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였지만, 몬스터나 마물 따위는 쉽게 조각을 내 버릴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다행이다.”
-모두 교주님 덕분이에요.
“내가 한 일이 뭐가 있다고?”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해 주셨으니까요.
그건 아마 이슬기의 진심일 것이다.
서울에서는 안정적으로 적들을 막아 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검은 피가 많이 쏟아지면 미관에 악영향을 준다. 도시의 복원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말이다.
서울은 최후의 도시가 되어야 한다.
만약 인류가 멸망을 한다고 해도 서울은 건재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러니 서울에는 최대한 해가 되지 않게 조치를 해 두어야 했다.
파아아앙!
나는 더욱 속도를 높였다.
쾅! 콰과과과광!
이슬기는 함포들이 마물들을 조각내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함포는 도시 내부를 포격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공중은 가능하였지만, 내부를 포격하면 건물들이 무너진다.
하지만 이번에 NK그룹에서 개발한 신무기들은 내부로 레이저 같은 마법을 쏘아 적들을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허공에서 떨어지는 적들은 거의 대부분 쓸려 나가고 있었는데, 내부로 적들을 요격하자 별 피해 없이 서울이 정리되고 있었다.
그녀의 곁으로 이경혜 아나운서가 카메라를 들고 달려왔다.
“이 실장님!”
“이경혜 기자로군요.”
“기자는 아니고 겸업을 하고 있어요.”
최근 들어 이경혜는 기자의 일과 아나운서의 일을 겸업하고 있었다.
그냥 방송국에 틀어박혀 있어도 될 사람이 굳이 기자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그녀는 박수철의 옛 여자 친구라고 한다. 그러니 기자의 일을 해도 분명 메리트가 있을 것이다.
“완벽하게 제압이 되고 있네요!”
“그럴 수밖에요.”
“신무기가 주효하고 있는 건가요?”
“맞습니다. 신무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쉽게 적들이 쓸려 나가지도 못했을 거예요.”
이슬기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어떻게 보면 연적이라 할 수 있는 그녀에게 잘 대해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러세요? 다치셨어요?”
“전투에 임하고 있는 군인의 앞을 막으셨으니까요.”
“아아!”
아직 전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슬기의 말은 지극히 타당했고 이경혜는 한발 물러났다.
“그럼 건투를 빌게요!”
이경혜는 다른 사냥감(?)을 찾아 이동하였다.
그런 기자들이 한가득이었다.
군단장이 나오기 전에는 한 명도 나오지 않더니 군단장이 사라지고 마물들이 신무기에 죽어 나가는 광경을 보자 기자들은 날뛰기 시작했다.
이슬기는 그 광경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기자들이란 정말 대단하네.”
한국에 드디어 도착했다.
빠른 속도로 날아왔지만, 정말로 상황은 정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었다.
“끝난 건가?”
이렇게 달려올 필요가 없었을 정도로 깔끔한 거리의 모습이었다.
완전히 정리를 끝냈고 군인들은 잔당을 소탕하기 위하여 도시를 뒤지고 있었다. 청소차들이 도시를 청소하는 중이다.
나는 이슬기가 지휘하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사령관 각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슬기는 자연스럽게 지휘권을 인계했다.
“고생했다.”
“고생이라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도시의 시스템이 적들을 무력화시켰거든요.”
“그런가.”
“정말 대단했어요!”
이슬기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역시 무한으) 마석을 지원한 보람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광산을 개발하지 않았다면 이런 강력한 신무기도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도시 방어 시스템이 없었다면 아마도 상당한 희생을 치러야 했을 것이다.
“도시 정화가 끝났나?”
“어차피 놈들은 여의도에 한정되어 떨어졌어요. 다행스러운 일이죠. 여의도는 그리 큰 섬이 아니니 마물들은 거의 다 소탕되었다고 보아도 좋아요.”
지금 병사들이 돌아다니는 이유는 남아 있는 마물들을 잡아내기 위해서다.
전투 병력들에게 마물 한 마리는 별것 아니었지만, 일반인들의 틈에 섞여 들어가면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수색 팀이 도시 전체를 수색하고 있었다.
나는 기자들이 몰려오기 전에 임태수에게 보고를 했다.
-날세.
“사령관 각하, 결과를 보고드립니다. 서울과 파리의 적들은 성공적으로 막아 냈습니다. 하지만 파리의 희생이 큰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아닐세. 어차피 자네가 아니었다면 파리 전체가 날아갔을 거야. 그리고 우리들이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피해가 적어.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파리의 피해는 집계 중에 있지만 인명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네. 그보다 자네, 이번 건으로 승진할 생각은 없나?
“승진이요?”
-아시아와 유럽을 동시에 구한 공로로 말이야.
“그렇게 된다면 저야 좋습니다만.”
그렇지 않아도 이번 일이 끝나면 승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거라는 이야기를 그와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최대한 빨리 자네가 승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네. 오늘 고생했어.
“각하도 고생하셨습니다.”
-허허허! 이 사람아, 내가 한 일이 뭐가 있는가?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지.
“그래도 뒤에서 받쳐 주셨지 않습니까.”
-오늘은 쉬게. 고생 많았으니.
무전이 종료되었다.
이슬기가 나를 바라봤다.
“승진이요?”
“그렇다는데?”
“그렇다면 설마 참모총장의 자리에…….”
“쉿.”
나는 그녀의 입술을 틀어막았다.
지금 기자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가능하면 그들과 부딪치고 싶지 않았다.
기자회견이야 어차피 뻔한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만 돌아가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상황은 끝났다.
뒷정리는 다른 사람들의 몫이었다.
연합군 사령부.
임태수 사령관은 상황 종료를 선언했다.
“인류가 승리했습니다.”
“와아!”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두 명의 군단장이 내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사령부에서는 바짝 긴장을 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걱정에 밤잠을 설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되었다.
박수철 덕분에 모든 상황이 종료된 것이다.
임태수 사령관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번에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지만 일등공신은 단연 박수철 아시아 사령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이곳에는 정부 관료들도 모여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수철이 아니었다면 결코 막을 수 없었을 거라는 점을 그들 모두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참에 임태수는 박수철의 승진 이야기까지 거론했다.
“해서, 그의 보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직이 바뀌어야 하다니요?”
“아시아 사령관이 아니라 군수 사령관이나 참모총장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건 시기상조가 아닙니까?”
웅성웅성.
의견들이 엇갈렸다.
아시아 사령관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승진을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임태수는 그의 공로가 충분하다고 봤다.
“인류를 구한 공로입니다. 이보다 더 큰 공로가 또 있겠습니까?”
“아직 경험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맞습니다. 너무 어립니다.”
“나이가 상관있을까요?”
임태수는 한 치도 물러나지 않았다.
어차피 많은 사람들이 반대할 것이라는 사실은 짐작하고 있었다.
정부에서는 진급이 이르다고 말할 것이다. 물론 사령부 내 반대파 세력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부터는 정치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이도 물론 상관있습니다.”
정부 측 인사가 말했다.
몇몇 사람들이 동조하기까지 했다.
임태수는 고개를 저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류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한 겁니다. 오늘 박수철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
“지금 인류를 돕는다고 해서 항상 그럴 거라는 속단은 금물입니다. 공로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목숨을 걸지 않는 법입니다.”
“으음.”
사람들은 침음을 삼켰다.
임태수의 말은 백번 옳았지만, 박수철의 나이가 어린 것은 사실이었다.
아무리 영웅적인 업적을 세웠다고 해도 말이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하자는 것은 아니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임태수는 얼른 분위기를 식혔다.
지금 당장 결정을 내리자고 말하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삐걱, 삐걱, 삐걱.
임태수는 흔들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오늘 많은 사람들의 눈을 보았다.
참으로 감사를 모르는 인간들이라고 생각했다.
박수철이 아니었다면 다들 죽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막상 그의 지위가 좀 높아진다고 하자 반대를 했다.
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치란 쉽지가 않군.”
이제 박수철은 공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승진에는 국회의 통과가 필요하였다.
물론 내부적으로도 납득이 되어야 하고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가 인류의 영웅인 것은 맞았지만, 아직 지지기반이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에 대해서는 해결책이 필요했다.
달칵.
임태수는 전화기를 들었다.
“캐서린 기자?”
-사령관 각하?
“긴히 할 말이 있는데 말이야. 부탁을 하나 해도 될까요?”
-무슨 부탁이신가요?